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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스이카가 고개를 갸웃 인다. 자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두령의 모습에 쇼우코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래도 두령의 입에서 나온 '귀족나부랭이의 딸'이란 단어, 그 한 마디 만큼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자신을 귀족의 딸. 규수에 비유했다는 것은, 아무튼 고상해 보인다는 뜻 아닐까? 아직 자신의 이 모습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얄궂게도 지금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상대의 입에서 그에 대한 확답을 듣게 된 셈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의아해하는 두령에게 쇼우코는 들뜬 음색으로 말했다. 「두령이면서 부하도 못 알아봅니까? 그것도 사천왕을.」 「어?」 스이카는 진심으로 놀라했다. 눈앞의 규수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카네구마 쇼우코였다니. 그런데 자신이 알던 쇼우코와 달라도 너무 달라보였다. 정돈되어 비녀로 고정된 머리하며 얼굴은 분을 발라서인지 하얗다. 이것만 해도 평소의 그녀와는 거리가 먼 것인데 쥬니히토에까지 걸치고 있으니 영락없이 헤이안쿄의 규수였다. 거기에 개성적인 마로 눈썹이 화룡정점을 찍고 있었다. 평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쇼우코는 마치, 다른 사람이다. 대체 그녀가 저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건 무슨 영문일까? 자신감 넘쳐하는 저 태도도 마찬가지다. 스이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 카네코?」 「알아차리는기 늦네. 기-요. 카네구마 쇼우코요. 얼마나 이뻐졌으면 몰라보고 앉았을까? 방금 규수라고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보이는 갑제?」 싱글벙글대며 하는 말이 건방졌다. 이 년이 어디서 잘못 먹었나? 규수같은 꼴을 하고는 되도 않는 개소리나 지껄이기는! 스이카의 눈엔 자아도취한 쇼우코의 모습이 꼴값 떠는 걸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는 자신이 예쁘다고 하지만, 스이카 자신이 보기엔 영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쇼우코가 입고 있는 쥬니히토에는 너무 거추장스러워 보였다. 저 움직이기도 불편한 옷을 입고, 뭐 할 생각인 거지? 하여튼 이상한 꼴인 것만은 확실했다. 「제 물건에만 관심을 보이던 주제에 무슨 생각인 거야?」 「무슨 생각이긴, 여자니까 꾸며 본거지. 하긴 두령이 뭘 알겠노.」 「지랄하고 자빠졌네.」 스이카의 눈이 한심하다는 듯 반개했다. 이상한 건 겉모습뿐만 아니구나. 쇼우코의 모습을 아래위로 살피며 콧방귀를 뀐다. 저 혼자 이상한 바람이 든 게 아닐 거고, 누군가로부터 불어넣어진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뭐? 내가 뭘 모른다고! 하하, 이년이 뚫린 입이라고 가소로운 소리를 하네. 「니 눈엔 내가 꾸밀 줄 몰라서 안 꾸미는 줄 아나보네?」 「그라면 뭐시고?」 「이렇게 예쁜데, 일부로 꾸밀 필요가 없다는 거야. 뭐, 네 같은 호박은 꾸며야 되겠지만.」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예쁜 척 눈을 크게 뜨는 두령의 모습에 쇼우코는 어이가 없어 '허' 단말의 실소가 새어나왔다. 자신더러 호박이라 칭하는 건 들어주기 힘들지만, 두령의 예쁜 척은 그 이상으로 두 눈 뜨고 봐주기 힘든 것이었다. 아 진짜, 겁나게 재수 없네.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면 정말 심각한 것이었다. 그 뭐냐, 자뻑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의 말기 증상이 따로 없었다. 쇼우코는 저 자뻑이 심한 두령에게 있는 그대로의 감상을 내뱉었다. 「내가 호박이라면 두령은 소똥 묻은 짚단이여.」 「뭐? 이 시발련이!」 이렇게 예쁜 자신이 감히, 소똥 묻은 짚단에 비유를 해!? 순간, 열이 뻗쳐오른 스이카가 눈을 크게 부라렸다. 눈엔 실핏줄이 선명했다. 당장이라도 한 대 칠것 같은 분위기 속에 쇼우코는 덤덤하게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솔직히 빈말이라도 예쁘다 말 못하겠다 이기라. 두령이 여자긴 한 겨?」 「그럼, 남자냐?」 「차라리 남자였으면 좋았제. 나온 데는 없고 들어간 데도 없다 아이가. 완전 절구통이 구마.」 스이카는 자신을 흘깃 훑으며 눈이 활처럼 휘어지는 쇼우코를 보며 이를 갈았다. 저 시발련이 미쳤구나! 얼굴에 분을 바르고 거추장스런 천 때기를 걸치더니 겁을 상실하다 못해 실성을 해버린 게 틀림없어. 원래부터 ㅁㅁ 기질이 다분했던 년이다. 그런데 오늘은 한층 더 ㅁㅁ가 되어 있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스이카는 진짜로 화났다. 몸에서 절제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요기가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무겁게 했고, 밝고 있던 땅바닥이 쩌적. 금이 가면서 내려앉았다. 그리고 곧, 산 전체가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굉음, 산이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른다. 자신의 힘을 일부 드려낸 것만으로 생긴 조화였다. 과연 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현재 야마토땅에 대적 할 자가 없는 명실상부한 대요 중의 대요. 그런 그녀를 화나게 했으니, 쇼우코의 운명은 안 봐도 뻔한 것이었다. 내지르기만 해도 산이 내려앉는 위력을 담은 주먹이 천천히 활시위처럼 뒤로 당겨졌다. 그 주먹의 끝에는 쇼우코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술 창고가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 진심이 담긴 주먹이 곧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데도 쇼우코는 가만히 미동도 않았다. 두려움이라곤 일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막거나 피할 생각도 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주먹이 앞으로 내질러지려는 순간이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두령, 동굴 안에 지금 손님이 와 있구마.」 「응?」 잊고 있었다는 듯이 꺼내든 말에 스이카의 주먹이 도중에 멈춰 선다. 스이카는 주먹을 내리며 물었다. 「손님이라고? 누구야?」 「저 에요.」 물음에 답한 건 쇼우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스이카와 쇼우코 사이에 틈새를 열고 나타난 유카리가 대신 대답한 것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스이카는 바로 요기를 거두어 들였다. 무겁던 공기가 가벼워졌다. 땅의 떨림이 멈추었고, 굉음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오랜만이에요. 슈텐.」 유카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반색했다. 자신을 찾아온 손님은 다름 아닌 야쿠모 유카리였다. 스이카는 그녀를 보자마자 쇼우코가 왜 저리된 것인지 전부 이해하게 되었다. 쇼우코에게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인이 그녀다. 그렇게 이해하니 반가운 인사와 더불어 핀잔소리가 뱉어져 나왔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한데. 너, 카네코한테 뭘 알려준 거야?」 「여자의 기술을 조금 가르친 것뿐이에요.」 「여자의 기술?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렇지 않은 걸요. 쇼우코 씨도 관심을 보이길래 가르친 거고요.」 스이카는 날카로운 눈으로 쇼우코를 노려봤다. 자신이 원했다 이거지? 누군가가 부추겨서 저리되었다 생각했는데. 결국, 저 혼자 헛바람 든 거였구먼. 카캇. 스이카가 웃었다. 「기도 안 차는구만.」 쇼우코에게 한 말이었다. 도대체 뭐가 기도 안 찬다는 걸까? 쇼우코는 두령의 말을 전혀 이해 할 수 없어 미간을 좁히고, 의문이 담긴 시선을 스이카에게 보냈다. 그것은 유카리도 마찬가지였다. 의문을 가지는 두 여자에게 스이카는 답했다. 「야, 남자랑 자고 싶으면 잘생긴 놈 하나 잡아와서 하면 그만이잖아!」 맙소사! 기도 안 차는 건 쇼우코와 유카리 쪽이었다. 쇼우코가 질색한 얼굴로 항변했다. 「내가 무슨 머시마랑 못 자고 환장한 년인 줄 아나!」 「그럼, 왜 그렇게 치장을 한 거야? 보나마나 어디 남자나 꼬셔서 자보려는 심산이겠지.」 「아니, 왜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긴데? 내가 누구 덮칠 힘도 없어서 이러는 줄 아나?」 「그래, 어디 잘생긴 놈 힘으로 덮치면 되는데, 뭐하려 그 꼬라지를 하고 있어?」 「그냥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다! 그럼 안 되나?」 「그게 지랄이라고. 차라리, 호박에 줄을 긋고 수박이라고 우겨라.」 「수박(스이카)은 두령이고.」 소모적인 논쟁이었다. 스이카는 쇼우코가 남자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 저러는 줄 알고, 쇼우코는 그저 예쁘게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그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카리는 의견의 차이로 평행선을 달리는 둘의 언쟁을 가만히 구경하다, 답답함을 느끼고 끼어 들었다. 「잠깐, 제 얘기 좀 들어보시겠어요?」 스이카와 쇼우코의 시선이 도중에 끼어 든 유카리에게로 향한다. 유카리는 살며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슈텐 씨는 쇼우코 씨가 예쁘게 치장한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째서죠?」 「그거야, 사천왕 식이나 되는 오니가 덕지덕지 치장을 하고 앉았으니 말이야. 지나가던 개도 웃겠어.」 물음에 콧방귀를 뀌며 당연하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스이카. 「개도 웃어? 사실은 몰라보게 이뻐져 있으니, 질투라도 한 거겠지.」 쇼우코가 응수했고, 스이카의 눈썹이 낮아졌다. 다시 언쟁이 재개되려는 순간이었다. 서로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이는 둘을 보며 유카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둘 다 진정하고 들어보세요.」하고 중재에 나섰다. 쇼우코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시선을 피했고, 스이카는 유카리를 보며 툴툴댔다. 「저 녀석 너무 건방지다고. 아니, 꾸민 게 벼슬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쇼우코 씨는 본래 그런 성격인 거죠?」 「내 성격이 와?」 유카리가 스이카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보이자, 쇼우코가 언성을 높이며 둘을 노려봤다. 그러나 스이카는 그런 쇼우코를 무시하며 답했다. 「응, 오늘따라 더 지랄 맞네. 꼭 지가 만든 도구를 무시 했을 때와 똑같아.」 옆에서 쇼우코가 인상을 쓰면서 스이카의 얼굴을 무섭게 노려보았고, 유카리는 엄지와 검지로 턱을 괘면서 알겠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구를 무시 했을 때와 똑같다고요? 그건 아마, 그 만큼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일 거예요. 쇼우코 씨 나름대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했을 테고, 슈텐 씨는 그걸 별 거 아닌 것 취급을 했으니 당연히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요?」 「그런 거야? 하지만, 오니가 꾸며서 뭐해? 약해빠진 계집도 아니고, 맘만 먹으면 인간이든 텐구든 잡아서 해버리면 그만인데.」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생각을 해보세요. 쇼우코 씨가 예쁘게 치장 한 것이 누군가를 홀리기 위해서 인지? 본인은 그런 이유로 치장을 한 게 아니라고 피력했어요. 그렇다면 무슨 이유겠어요?」 「본인만족? 그건가?」 「예. 하지만, 완전 정답은 아니에요.」 「그럼 뭐야?」 스이카와 유카리는 쇼우코의 존재를 완전히 잊은 채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대화의 주제는 다름 아닌 쇼우코다. 그 본인은 치켜뜬 눈으로 둘을 노려보다 더는 참지 못해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두령은 여자 취급 못 받는 기다!」 강한 억양으로 내뱉는 쇼우코의 말이 스이카와 유카리의 귀에 또렷이 박혀든다. 시선이 자기에게로 향하자, 방금 뱉은 말에 부연을 덧붙였다. 「가시나는 인간이 됐건 텐구가 됐건 오니가 됐건 이뻐지고 싶은 본성은 똑같은 기라. 두령 처럼 자니 마니 그 땜시가 아니고, 여자니께. 근데 그걸 하찮다 여기면 되는교?」 「그래, 너 예쁘다. 됐냐?」 어휴. 그래 너 잘났다. 니 똥구멍 온바시라 들락날락 할 만큼 크다. 스이카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짧게 날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쇼우코가 어디론가 가줬으면 할 정도로 상대하기 귀찮아 질 때였다. 「대충 말하지 말고, 제대로 칭찬해 주시는 게 어때요?」 유카리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쇼우코의 노력이 담긴 모습에 대해 칭찬해 주라고 말해왔다. 스이카는 내키지 않았지만, 따지기도 귀찮았기에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와~ 예뻐라. 오에산 남정네들 거시기가 벌떡벌떡 구름 위 까지 솟아오르겠구만. 됐냐?」 비꼬는 티가 팍팍 나는 말이었지만, 쇼우코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쇼우코가 말했다. 「내 외모면 구름이 아니라 밤하늘에 달도 뽀사 뿔 끼다!」 웃으면서 한술 더 뜨는 그녀에게선 더 이상의 불만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유카리는 이해되지 않았다. 슈텐의 칭찬은 진정성이 없어 보였는데? 하지만, 쇼우코의 기분은 완전히 풀어져 있었다. 유카리는 납득이 되지 않는 다는 얼굴을 했고, 그 표정을 읽은 스이카가 말했다. 「↗도 아닌 걸로 싸우고, 또 금세 뒤끝 없이 풀어지는 게 우리야.」 스이카와 쇼우코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제로 오에산의 오니들은 보잘것없는 일로 자주 싸운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지기를 반복한다. 어쩔 때는 서로 죽일 듯이 싸워 대서 주변에 사는 다른 요괴들은 잠도 못 이룰 만큼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하지만, 진심은 아닌 것이다. 그러한 오니들의 습성을 다른 요괴종인 유카리가 이해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방금 까지만 해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울 정도로 사이가 험악했는데, 비아 냥에 가까운 칭찬을 듣고 풀어졌으니 말이다. 아니,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인 쇼우코가 이상했다. 기분 좋게 실실 웃고 있던 쇼우코가 계속 신경 쓰였던 것에 대해 불쑥 꺼내들었다. 「그런데 두령 몸에서 피 냄새가 억수로 나네. 어디 길가는 나그네를 생으로 잡아먹기라고 했나?」 스이카의 옷에는 피 한 방울 안 묻어 있었지만, 확실히 피 냄새를 풍겨대고 있었다. 유카리도 신경 쓰이는지 물어왔다. 「정말이네요.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별로. 다리가 네 개인 생물체를 만들어 놓고 오는 길이야. 아니, 여섯 개인가?」 스이카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덤덤히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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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 여자의 기술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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