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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스이카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엔 짙은 피비린내가 베여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없을 것 같은 시체의 밭에서 스이카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시시해.」 발아래에 나뒹구는 시체들은 귀왕 슈텐에 의해 전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곤죽이 되어있었다. 뼈와 살가죽이 땅바닥에 얇게 달라붙어 다다미를 연상케 한다. 시체는 식용으로 쓰기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온건해 보이는 시체라고 한다면 제일 처음 죽였던 퇴마사 시체뿐 일거다. 그 조차도 항문 안에 병사의 머리가 박혀 괴이하게 합체한 몰골이지만. 시체들로부터 새어나온 핏물들이 대지 위에 혈관처럼 흐른다. 이제 이 곳엔 아무런 볼 일이 없다. 스이카는 그만 손을 털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로 하고는 몸을 돌려 무릎을 굽혔다. 그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여겼던 병사의 기척이 느껴졌다. 「히이이이익-!」이성을 잃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스이카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시체들 사이를 넘어질 듯 말듯 질주하는 병사 하나가 보였다. 스이카는 그 병사는 못 본 척 넘어가 주었다. * 카네구마 쇼우코는 유카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재주가 좋았다. 본인 입으로 손재주가 좋아 금방 배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더니 그 이상으로 빨리 배운 것이다. 꾸밈에 익숙한 자신조차 완전히 익히는데 며칠씩 걸렸던 송나라의 화장술을 한 시진도 안 되어 익힌 것은 상당히 놀라웠다. 어쩌면 요괴 중에 아니, 요괴와 인간 통틀어 가장 손재주 좋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유카리는 자신이 가르친 대로 화장을 한 쇼우코를 바라다봤다. 분명, 송나라의 화장을 하고 있지만, 특유의 마로 눈썹 때문인지, 흡사 헤이안쿄에서 유행하는 귀족들 화장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었다고 하는 망치로 쥬니히토에를 소환하여 걸쳐 입으니, 어딜 봐도 헤이안쿄의 귀족 여식이 따로 없었다. 유카리는 복장 때문에 과해 보인다고 말했으나, 쇼우코는 완고하게 쥬니히토에 차림을 고집했다. 본인 말로는 고상해 보이기 때문이란다. 요괴가 고상함이라니. 유카리는 피식하고 웃었다. 「와 쪼개는교? 뭐시 이상하나?」 「아뇨. 다만, 조금 요괴답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요괴답지 않다고?」 의아해하며 묻는 물음에 유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제 넘는 소리일지 몰라요. 하지만, 쇼우코 씨를 보고 있자면 혼기에 찬 인간 여성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뭐라카노? 그래 따지면 지는 어디 환락가에서 남정네나 꼬시는 요부 같으면서.」 「요부라니요...?」 유카리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쇼우코의 말대로 지금의 자신의 모습은 확실히 요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리한 협상을 위해 상대가 봤을 때 가장 호감이 가는 모습을 취한 일종의 방법이자 전략이지, 결코 자신이 원해서 이 모습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요부 또한 그런 이유로 자신을 꾸미지 않은가? 유카리는 시선을 내리고 쓰게 웃었다.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뻐진 자신의 모습에 들뜬 쇼우코를 보고 요괴답지 않다고 말한 자신은 결국, 요괴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이었다. 자신 또한 요괴이면서, 요괴는 이래야한다는 식으로 멋대로 단정 짓고 있었다. 처음 만난 요괴에게 한 수 배우게 되다니. 옛날부터 자신은 남들 보다 뛰어난 혜안을 가졌다고 자부해 왔었던 유카리다. 그러던 어느 날 기예유를 만나게 되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게 되었고, 그의 제자로 들어가 이젠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현명해 졌다고 자신했었는데... 유카리는 자신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그걸 일깨워 준 저 오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에겐 거슬리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네. 쇼우코 씨의 말처럼 전 요부와 같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요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인정 하겠어요. 그런데..」 솔직하게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유카리는 그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 빈정대는 말투는 좀 어떻게 안 되는 거예요?」 「내 말투가 와?」 쇼우코가 눈을 반개했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바로 알고 인정하는 것은 참 마음에 들지만, 이어서 나온 말이 하던 얘기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자신의 말투에 대한 트집이라니. 내 말투가 어디 어때서? 「내 말투가 퉁명스러운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니꼽게 들린다 말이가?」 「아니 그게... 예의를 차리는 것 까지는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불만이 많아 보여서..」 「아~ , 미안하다. 그쪽은 경어를 쓰는데 내는 막 지끼니까 그럴 만도 하제.」 자신에게 여자의 기술을 전수해준 말하자면 여자로서의 선배 또는 스승이 되는 여자가 자신의 말투 때문에 빈정 상한다고 말하고 있다. 쇼우코는 이젠 남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날 적부터 이런 말본새인 것을! 「그라도 평생 이런 주둥이로 살아왔는데.. 쉽게 바꿔지지도 않는 노릇이고, 우예야겠노? 유카리 씨가 좀 이해해도!」 그저 여자로서의 선배이자 스승이신 유카리 씨가 이해하는 수밖에. 「알겠어요.. 제가 또 주제넘은 말을 한 모양이에요.」 「알면 됐다. 아, 그리고 내가 말은 이래해도 불만 많고 이런 건 아니데이.」 「후훗. 명심하겠어요.」 겨우 웃었네. 좀 전부터 불편해 보이던 유카리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 미소를 보며 쇼우코는 흡족해했고, 잠시 「음...」 생각에 잠긴 얼굴로 침음을 흘리다 이내 떠올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저기, 유카리 씨는 우리 두령 만나러 온 거제?」 「네.」 「그럼,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으면 올끼다.」 「쇼우코 씨는 가시게요?」 「어. 모처럼 이뻐졌는데 애들한테 함 비 줘야 될 거 아이가? 그라고 나처럼 이뻐지고 싶다는 아가 있으면 갈케주고.」 「그렇군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발설하는 쇼우코의 얼굴은 상당히 기뻐보였다. 자신에게 여자의 기술을 배운 것이 그렇게도 좋았던 걸까? 인간과 요괴라는 존재의 차이와는 관계없이 여자의 관심사는 크게 틀리지 않구나. 그걸 지금의 쇼우코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유카리는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었다. 「그럼, 저는 슈텐이 올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쇼우코 씨는 저에게 배운 기술을 마음껏 뽐내시길.」 「안케도 그럴 생각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오에산 가시나들 확 바뀔끼다.」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며 쇼우코는 해맑게 웃었다. 유카리는 저 쇼우코라는 오니로 인해 거칠기만 한 오에산 오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녀는 역시 특이한 요괴, 오니답지 않은 오니였다. 쇼우코는 쥬니히토에를 바닥에 질질 끌며 동굴의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밝은 태양빛을 받으며 하늘 아래로 나오려는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막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두령, 스이카와 그 자리에서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쇼우코가 놀란 눈으로 스이카를 바라본다. 스이카도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렸다. 시간이 멈추어진 듯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던 둘 중, 스이카가 먼저 입을 떼고 말했다. 「어? 난 이런 귀족나부랭이의 딸 따위 납치해온 기억은 없는데??」 스이카는 꽃단장을 한 쇼우코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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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6 - 여자의 기술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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