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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 오니의 눈에는 이바라키의 주변에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어딘가의 녹색머리를 한 개화의 요괴라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저 눈동자. 틀림없이 사랑에 빠져있는 여자의 눈이었다. 흐-흥. 여자 오니가 재밌는 것을 발견한 얼굴로 미소 짓는다. 과연, 그런 것이로군. 「본인이 괜찮다면 여기서 지내도 괜찮아.」 여자 오니의 참견에 이바라키가 시선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꿍꿍이 속이라도 있는 듯 보여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런 걸 당신 멋대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당연히 되지. 내가 이 곳의 주인이거든!」 주먹으로 제 가슴을 치며 으스대는 여자 오니를 보며, 이바라키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자신이 슈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군요.」 이바라키는 여자 오니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콧방귀를 꿨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는 의사가 전해져오는 행동이었다.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 아까까지 장난스럽게 만 보였던 여자 오니의 표정이 한순간 무섭게 굳어졌다. 「내가 슈텐이 아니라면, 누가 슈텐이라는 거지?」 내뱉는 말엔 언령 이상의 만물을 굴복 시키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여자 오니는 외견과 어울리지 않게 흉흉한 기운을 뿜어냈고, 주변은 숨이 막힐 만큼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이바라키는 곧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이분이야 말로 슈텐이겠지요!」 「푸웁-!」 당당한 얼굴로 양 손바닥을 뒤집고 소개라도 하는 양, 거구의 사내를 가리키는 이바라키의 행동이 흡사 군중들을 향해 주군을 소개하는 신하와도 같아 보여 그것이 오니 여자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얼핏 보면 촌극이 따로 없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크하하핫-!」
어쩜 이리도 웃긴 헛다리짚기가 있단 말이냐. 자신에 대해 오해를 하는 자들이야 옛날 옛적부터 흔하게 있어왔다지만, 눈앞의 저 여성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진지하게 행하는 행동 자체가 웃겼다. 결사를 각오한 얼굴도 그렇고 '이분이야 말로 슈텐이겠지요!'라고 말하는 그 억양도 지나치게 진지했다. 그 뿐인가. 스승님을 가리키는 손모양도 쓸데없이 격식이 높아 어설픈 삼류 연극 같이 보일 정도였다. 한마디로 이바라키의 행동은 엉뚱한 방향으로 어긋나 있었다. 여자 오니가 계속해서 웃어대자, 이바라키의 미간이 의아하다는 듯 팔자모양이 되었다. 방금 자신의 발언에 도대체 웃을만한 요소가 어딨단 말이야? 배를 부여잡고 켁켁, 기침까지 내뱉을 정도로 웃어대는 여자 오니의 반응은 이바라키에게 있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바라키는 심각한 얼굴로 여자 오니가 폭소를 터트린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허나, 그러한 모습조차 여자 오니에겐 매우 웃기게 보여 졌고, 웃음소리가 한층 더 커져갔다. 그때였다. 거구의 사내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기침을 내뱉으며 나섰다. 「웃지만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 줘야 할 것 아니냐?」 「아하하핫-! 그치만 쟤 완전 웃기지 않나요?」 「음.. 좀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경박하게 웃는 건 아니지 않느냐!」 사내는 이바라키의 행동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웃을 정도 까지는 아니라 생각했다. 허나, 제자의 성격상 저렇게 웃고 나자빠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경박한 제자를 대신해 자신이 직접 설명하기로 했다. 이바라키를 바라보며 그가 점잖게 입을 열었다.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네? 그게 무슨?」 멍청한 얼굴이 된 이바라키에게 사내는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정했다. 「그.. 난 슈텐이 아니라네.」 「그렇다면 누구신거에요?」 「기예유라고 하는 요괴선인이지. 그리고 슈텐은 바로 저 년이야.」 자신을 기예유라 밝힌 사내의 시선이 여자 오니를 가리키자, 이바라키의 시선 역시 그녀에게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바라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농담이시죠? 대악귀 슈텐이 저런 볼품없는 여자일리가 없잖아요.」 이바라키는 아까까지 자신을 희롱하던 여자 오니가 슈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는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 슈텐은 장신의 기품 있는 강자, 그러니까 그러한 인상에 부합하는 건 자신을 기예유라 소개한 사내지 저런 음흉한 여자일리 없었다. 하지만, 슈텐이란 과연 누구인가? 그에 대한 가장 오랜 된 소문이라 함은 천하에 따라올 자가 없는 애주가이며 기분대로 행동하는 안하무인, 여자를 밝히는 호색한이 아니던가.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이바라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그 슈텐에 가까운 인물이 자신을 보며 키득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절대 아닐 거라고 부정했었는데 점점 저질인 여자 오니가 슈텐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부정했다. 아니, 더 이상 부정하기 힘들어졌다. 7척이 넘는 장신에 선인 같은 요괴. 그것이 기예유라는 사내를 슈텐으로 볼 수 있는 근거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본인이 슈텐임을 부정하는 이상 그는 슈텐이 아니다. 혹여나 거짓을 고했다고 하기엔 그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정말인가요?」 부정하고 싶으나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이바라키는 사내를 똑바로 응시하며 그렇게 물었다. 「네 기분은 알겠지만, 말한 대로다.」 아직도 낄낄거리며 웃어대는 한심한 제자의 낯짝을 쳐다보며 기예유가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역시, 착각을 했던 거구나. 이바라키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선인 같은 요괴라는 소문 하나만 믿고 찾아왔는데 보기 좋게 배신당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바라키는 곧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아니, 처음부터 슈텐이라는 대악귀 따윈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고, 기예유를 바라보는 이바라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영롱한 빛을 발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요. 어차피 슈텐이란 당신을 만나기 위한 계기에 불과한 것이 였어요.」 갑자기 돌변한 이바라키의 태도에 기예유는 적잖이 당황한 얼굴로 침음했다. 그에겐 익숙하지 않은 태도였기에 이어지는 그녀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을 뿐이었다. 옆에는 그 상황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는 제자가 있었다. 이바라키의 주변에 또 다시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듯 한 환각이 일었고 「부디, 기예유님을 향한 저의 연심. 받아주신다면 그 보다 더 기쁜 일을 없을 거예요.」 이윽고, 이바라키의 입에서 예상했던 고백의 대사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흘려 나왔다. 어째 눈빛이 이상하다 싶었더니. 갑작스런 고백에 기예유는 머리가 멍해져 오는 듯 했다. 그에겐 이런 상황,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 제자인 슈텐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키킥대며 말했다. 「이쁜 미녀에게 고백도 다 받아보고. 이 제자, 스승님이 부럽구만요.」 「뭣이, 이눔아!」 부럽다며 내뱉은 말이 명백히 조롱조였다. 기예유가 자신을 놀려 먹으려는 못된 제자를 향해 언성을 높였으나, 들어먹을 제자가 아니었다. 슈텐이 아까보다 히죽대는 얼굴로 「그래서 거사는 언제 치룰 겁니까?」하는 낯 뜨거운 말을 입에 담았다. 참으로 건방진 제자다. 말로해서는 들어먹질 않으니 주먹으로 제제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 순간 기예유의 눈이 번뜩이더니, 슈텐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가운데 사라져버린 슈텐이 서있던 자리엔 어느새 거대한 주먹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어 시간차를 두고 쾅! 하는 파공음이 터져 나왔고,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산봉우리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눈 깜빡이는 것보다 빠르게 일어난 일이였다. 이바라키는 사라진 슈텐이 어느새 저 멀리 무너진 봉우리 밑에 깔려있음을 발견하고는 경악한 눈으로 기예유를 바라보았다. 설마, 방금 벌어진 조화를 낭군님이 했다는 걸까? 오랜 세월 야마토땅을 떠돌며 수많은 요괴들의 소문을 들어왔고 또 만나봐 왔었으나 기예유 같은 요괴는 처음이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그녀는 어째서 그가 여태 이름을 날리지 않았던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방금 보여준 힘이라면 백귀야행이 아니라 백만귀야행이라도 꾸릴 강자다. 일섬의 찰나에 슈텐을 날려버린 강함은 그 어떤 요괴도 흉내 낼 수 없는 지고의 경지 그 자체였다. 그건 그렇고, 날려져 버린 슈텐은 살아있기는 한 걸까? 어지간한 요괴라면 방금의 일격으로 절명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대악귀로 불리는 슈텐이라면 아까의 걸로 목숨을 잃지는 않겠지. 이바리키는 슈텐이 서있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슈텐을 날려버린 주먹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사납게 으르릉거리며 서있었다. 「저건, 내가 불러낸 도철이라는 분신이다.」 설명을 하는 기예유의 얼굴엔 자신의 자랑인 도술에 대한 자부심이 서려있었다. 자신의 거대한 요력 덩어리를 형체를 가진 분신을 만들어내는 술로 하나의 도철을 만들어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 따라서 도철로 인한 공격은 그 누구라도 인지 할 수 없으며 대비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게다가 마음만 먹는다면 수십 마리의 도철을 일순에 생성해 내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그가 먼 대륙, 곤륜산에 군림하던 시절부터 최강의 요수였기에 가능한 조화였다. 술을 부리는 그의 힘은 지상의 존재는 물론이고, 하늘의 천신들조차 두려운 것이었다. 사나운 모습의 도철은 기예유가 가볍게 손짓 한 번 하는 것으로 거두어졌다. 도철을 거둔 기예유를 보며 이바라키는 경외심을 가지고 물었다, 「방금 술법을 부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건, 실전을 염두에 두고 연마했기 때문이지.」 쉽게 대답하는 기예유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필요한 힘이나 수행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이바라키는 직감적으로 깨달고 있었다. 그녀는 기예유가 첫 눈에 반한 상대라곤 하나 여기까지 대단한 자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역시, 운명의 낭군님이라서 일까? 그래도 못 마땅한 점이 영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 날아가 버린 슈텐이 자기 입으로 기예유님 제자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다.」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기품이 넘치는 그가 어째서 슈텐 같은 저질인 오니를 제자로 삼은 것인지, 이바라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자신의 낭군님에게 있어 슈텐이라는 제자의 존재 유일한 오점이었다. 「저라면 그런 제자는 절대 안 받았을 거예요.」 「그건, 동감이다.」 불만을 숨지기 않는 이바라키의 의견에 기예유가 자조 섞인 어조로 동조했다. 어쩌다 저런 못돼먹은 천둥벌거숭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걸까? 기예유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었는지 착잡한 얼굴로 쓰게 웃었다. 그래도. 「참 밉상인 제자지만, 내 자랑인 제자이기도 하지.」 만에 하나 슈텐을 제자로 삼지 않았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해도 녀석을 또 다시 제자로 받아 들였을 테지. 그러니 후회란 없다. 기예유의 눈이 올곧게 호를 그렸고, 이바라키는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언제 돌아왔는지, 슈텐이 둘 사이에 얼굴을 쑥 내밀며 말했다. 「둘이서 무슨 얘길 하시는 겁니까? 아, 혹시 제가 나자빠져 있는 동안 혼담이라도 오간 건?」 「그 주둥이 다물지 못 할까.」 기예유가 째려보며 노성으로 꾸짖었다. 괜히 또 깐죽댔다가 아까처럼 날려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슈텐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까의 그 한방은 정말로 아팠으니까. 아직 놀려대고 싶은 게 잔득이나 그 보다 아픈 게 더 싫은 그녀였다. 슈텐이 얼마나 아팠는지는 스승인 기예유나 이바라키는 알 도리가 없었으나, 그런 것 치고는 행색이 꽤나 멀쩡해 보였다. 저 멀리 어림잡아 5리는 더 날아갔을 것이다. 그런데다 산봉우리 하나가 무너져 내릴 정도의 위력이었으니 엉망진창이 되어있어야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슈텐의 모습은 어떤가. 어디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상식을 넘어선 초월적 재생력을 갖추었다거나, 아니면 그만한 충격에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한 육체를 지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모습인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제간이란 말이지? 이바라키는 두 요괴의 강함이 너무 상식 밖이라 어쩐지 현실성이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로서는 기예유, 슈텐 두 사제간에 대한 감상이라곤 자신의 이해범주를 초월한 신화적 괴물이라고 밖에 들지 않았다. 그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 약했다. 이렇게 약한 자신이 기예유를 감히 낭군님으로 받아들일 자격이 있을까? 이바라키는 이제야 찾게 된 운명의 낭군님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는 사실에 어깨를 늘어뜨리며 낙담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쏘냐? 어울리지 않다면 어울릴 수 있도록 바뀌면 되는 거다. 비록 힘에서는 제자인 슈텐에게 한참이나 못 미칠지언정 마음만큼은 그 누구에도지지 않는다. 이 순간, 이바라키는 슈텐에게도 지지 않는 기예유의 진정한 제자가 되고자 결심했다. 각오를 다진 이바라키가 열의에 찬 얼굴로 기예유에게 고했다. 「저.. 저도 제자로 받아주세요!」 그녀는 거절 받는 것에 대해선 염두에 두지 않았다. 눈앞의 낭군님을 놔두고 산을 내려간다는 선택지도 없었다. 오로지 그에게 제자로 거두어져 그에게 어울릴 만큼의 힘을 기르는 일만이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올곧은 이바라키의 눈이 기예유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기예유는 대답을 바로들려주지 않을 채 한참 뜸을 들이다, 한 차례 헛기침을 내뱉고 나서야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부탁을 하니 거절하기 어렵겠군.」 승낙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바라키의 얼굴에 환하게 꽃이 피었다.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제자로 받아주신 은혜, 잊지 않겠어요!」 그녀는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넙죽 숙이면서 진심이 담긴 감사를 거듭 반복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슈텐이 근질거리는 입을 참다못해 기어이 분위기를 깨는 저급한 말을 찢어지게 벌어진 입 밖으로 툭 내뱉었다. 「결국, 한솥밥 먹는 식구가 되었네요. 히히.. 사매간에 정다운 일을 생각하니 벌써 부터 군침이.... 헤헤헷!」 손가락을 흐느적거리며 입가로 한줄기 침을 늘어뜨리는 그녀의 추태는 곧 또 하나의 산봉우리를 무너뜨리게 되는 비극을 낳고 말았다. 그것이 이바라키와 스이카. 그리고 그녀들의 스승인 기예유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기예유의 제자로 근면하게 수행을 쌓던 이바라키는 종종 자신의 몸을 습격해오는 스이카의 몹쓸 추행에 치를 떨면서도 오로지 낭군님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두 사제가 산을 떠나는 날까지 견뎌오게 된 것이었다. 회상은 끝이 나고, 술잔을 기울이며 들은 그리운 옛 이야기에 스이카는 싱글벙글 웃으며 딸꾹, 딸꾹질까지 하며 낭랑한 어조로 말했다. 「이분이야 말로 슈텐이겠지요! 크캬캿. 지금 생각해봐도 웃기 다니까. 어설픈 삼류 연극도 그 보다 나을 거다!」 「그 얘긴 더 이상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이마에 선명한 쌍심지를 띄운 이바라키가 양 팔을 부들부들 떨며 수치스러웠던 그날의 과오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만 둘 스이카가 아니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잘 아는 바. 「이분이야 말로 슈텐이겠지요!」 그때 지었던 자신의 표정이나 행동을 토씨하나 안 틀리고 재현한 스이카를 보며 이바라키는 마냥 얼굴을 붉힌 채 부들부들 떨고만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유우기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스이카가 놀려대면 이바라키는 창피해하며 몸서리친다. 그 사이에서 유우기만 이야기의 맥락을 잡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 반복되는 동안 주변에 놓여 진 술통안의 술은 착실히 그 수위를 줄여갔다. 밤을 지새우고 새벽이 밝아왔을 땐 세 명의 오니들은 저마다 술에 골아 떨어져 깊은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얼핏 사이좋게 단잠을 자고 있는 이들의 인연은 오래 갈 것임이 틀림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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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5 - 이바라키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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