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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육체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요력. 가장 강한 요괴종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꼽는 것이 오니지만, 오니는 강함만이 전부인 요괴는 아니다. 힘이 쎈 호전적인 오니가 있다면 비교적 얌전하며 요술을 잘 부리는 오니가 있다. 전자는 자신의 힘을 전부 개방했을 때 빨갛게 변한다 하여 아카오니(赤鬼)라 불리며, 후자는 파랗게 변하기에 아오오니(靑鬼)라 불린다. 슈텐을 보좌하는 오에산의 사천왕이라 불리는 이들 중, 토라구마도지와 카네구마도지가 후자에 속한다. 아오오니라 불리는 오니중에서도 카네구마도지라 불리는 그녀는 도구를 만드는데 타고난 재주를 가졌기에 수많은 신비한 오니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만들어낸 도구들은 특수한 술식에 의해 오니들에게만 사용되어진다. 즉, 오니의 요력에만 반응하는 것이다. 오니에게 사용되어 기상천외한 조화를 부리는 도구를 만들어내는 카네구마도지의 진명은 카네구마 쇼우코 (金熊 匠子). 그러나 오에산의 동지로부터 불러지는 이름은 카네구마도 쇼우코도 아닌 따로 있었으니 「어이, 카네코.」 자신의 공방에 틀어박혀 한창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도구 제작에 열중인 그녀를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가 밖에서 부터 들려왔다. 「안 들리는 거야?」 목소리의 주인이 쇼우코의 영역에 발을 들이며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렸다. 작업에 집중하느라 뒤늦게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 챈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존재의 얼굴을 확인 하고는 낮은 숨을 내뱉는다. 「무슨 일인교?」 사투리를 쓰는 이 여자.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 보이는 눈매에 짧고 두꺼운 눈썹. 산발처럼 굽이치는 흑발이 특징인 쇼우코가 작업을 방해한 유우기에게 정말 귀찮다는 어투로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오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뿔은 이마 좌우 한 쌍,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있다. 유우기는 날 좀 내버려 두라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는 그녀에게 새로이 동지가 된 이바라키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오에산에 신세를 지게 될 동지인데, 두령이랑 동문지간이었다고 하니, 친하게 지내자구!」 「이바라키라 합니다.」 옆에 있던 이바라키가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나 '흥' 흥미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쇼우코. 그녀는 멈춰졌던 손을 다시 놀리며 투정부리는 어조로 말했다. 「카네구마 쇼우코다.」 별로 반기지 않아하는 그녀의 태도에 이바라키는 조금 불만스런 얼굴로 유우기를 쳐다보았고, 그에 유우기는 멋쩍게 웃으며 쇼우코의 태도에 대해 해명했다. 「쟨 원래 좀 쌀쌀 맞은 구석이 있는 친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리고는 등을 보이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에 열중인 거야?」 「비녀.」 「비녀? 머리에 꽂는 그거 말하는 거야?」 「응, 근데 그냥 비녀가 아니고 둔갑하게 하는 비녀다.」 쇼우코의 설명만으로는 그게 무엇인지 알기 힘든 유우기는 상체를 내밀고 쇼우코의 등 너머로 그녀가 만지작거리는 것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것이 그녀가 말한대로 비녀다. 헌데 이걸로 뭐 어떻게 둔갑을 한다고? 「뭘 그리 꼬라보노?」 쇼우코가 자신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유우기를 흘깃 노려보며 불쾌감을 표했다. 유우기가 태연하게 대꾸한다. 「아니, 좀 보는 게 뭐 어때서?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해서 쓰는 거야?」 「아직 만드는 도중이라 보여주기 어렵다.」 「둔갑이라고 하면 너구리나 여우들 같은 재주를 부리게 하는 거지?」 「그렇게 형편 좋은 건 아니다. 지금으로는 평범한 인간 맨치로는 되게 하는 정도겠지.」 「뿔을 숨기는 정도인가? 별 거 아니네.」 「별 거 아니라고?」 쇼우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아이고, 뭘 모르네.」 어디 뿔만 숨긴다고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쇼우코는 자신을 도구를 별 거 아니라 치부하는 유우기의 발언이 어이없으면서도 답답했다. 쯧 혀를 차며 멍청한 그녀에게 설명한다. 「오니가 다 인간 같이 생깄더나? 외눈박이나 팔척 정도 되는 아는 뭐꼬? 대놓고 시뻘건 아색히랑 시푸런 얘덜은 또 뭔데? 갸들 뿔이 없으면 인간으로 빈다는 기가??」 「어이쿠, 미안. 잘못 말했어.」 「알았으면, 저리 좀 가도가.」 귀찮아하며 손을 휘휘 내젖는 쇼우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유우기가 그만 상체를 원래대로 돌리고 뒤로 물러서려 할 때, 돌연 쇼우코가 외쳤다. 「야야-, 그거 건드는 거 아이다!」 그녀의 시선은 족자를 든 이바라키에게 향하고 있었다. 너저분한 쇼우코의 작업 공간, 거기엔 갖가지 물건들이 널려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바라키의 시선을 끈 것이 지금 그녀의 손에 들려진 족자. 흰 지면에는 바람이 그려져 있었다. 쇼우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바라키가 족자에 그려진 바람에 손을 대는 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쇼우코의 공방에 강한 강풍이 몰아닥쳤다. 후우우웅-,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그 장소에 놓여져 있던 도구들이 사방으로 휘날렸고, 한 차례 강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엉망이 되 버린 자신의 공간을 바라보며 쇼우코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건들지 마라고 안켔나-!」 이바라키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는 들고 있던 족자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전 까지 그려져 있던 바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림이 사라지고 없어.」 「니가 건드려서 없어 진기다.」 신기해하며 중얼거리는 이바라키에게 쇼우코가 질색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영문을 몰라 하는 그녀에게 쇼우코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족자는 그려져있는 그림을 구현하는 족자인기라. 만들기는 드럽게 어려운데 일회용이라 억수로 아깝데이. 그라고, 내 집 꼬라지 봐라. 이기뭐꼬!」 하아-. 쇼우코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좀 지저분한 공간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난장판이지 않았는데. 도구를 만드는 일을 제외하고는 극도의 귀찮음을 가진 그녀는 평소 자신의 주변조차도 치우는 걸 꺼려했지만, 난장판인건 좋아하지 않는다. 이바라키의 미안해하는 얼굴을 보며 쇼우코는 짜증을 내며 투덜거렸다. 「엄한거 건드릴까봐 치우라하진 못하겠고.... 그래, 델고 온 니가 치아라.」 쇼우코의 시선이 유우기에게 향했다. 「나?」 그렇게 묻는 유우기에게 쇼우코는 딱 잘라 말했다. 「그래.」 「연대책임이라도 묻는 거야?」 「당연하지. 니가 델고 온 거 아이가!」 쇼우코는 유우기를 따가운 눈으로 쏘아보며 성화를 냈다. 하지만, 이바라키의 실수로 자신이 대신 책임 져야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유우기는 이바라키의 손을 잡아끌며 한 마디 했다. 「튀자!」 널 부러져 있는 것들이 적지 않은 양이었고, 유우기 역시 치우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그 자리에 도망친다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신경이 딴데 가 있던 이바라키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달아나는 유우기에게 「왜 그러시는 거예요?」하고 영문을 물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뒤로 부터 들려오는 쇼우코의 괴성 소리를 일체 무시한 채 이바라키를 끌고 어디론가 달려 나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쇼우코의 공방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유우기가 달음박질을 멈춰 섰고, 등 뒤에서 이바라키의 핀잔이 이어졌다. 「왜 달아난 건지 설명해 주시죠.」 「그.. 카네코는 잔소리가 워낙 심해서 말이지.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고.」 쩝. 유우기는 멋쩍게 웃어 보이지만, 이바라키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 볼 뿐이었다. 그때 유우기의 시야에 익숙한 물건이 비춰졌다. 시선이 잡고 있지 않은 이바라키의 반대편 손으로 옮겨진다. 「거기서 들고 온 거야?」 「아-!」 갑작스럽게 유우기의 손에 이끌려 나온 탓에 그만 실수로 들고나와버린 물건. 이바라키는 망치 형태의 그것을 천천히 들어 올려 보였다. 「무심코 들고 나와 버렸네요. 다시 갖다 놓고 와야 할 것 같은데...」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유우기는 고개를 내저었다. 도망쳐 나온 곳에 이바라키를 보내는 것이 탐탁지 않은 것도 있지만, 굳이 돌려주러 갈 필요도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이바라키는 우연히 들고 나온 망치 형태의 도구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거참, 쇼우코의 도구에 관심이 많나 보군. 유우기가 코웃음 치며 물었다. 「그게 뭔지 궁금한가 보네?」 「네. 망치로 보이긴 한데, 꽤나 화려하네요.」 망치 형태이니 망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헌데 황금색으로 도색된 데다 소나무 문양이 들어간 것이 무기나 작업에 쓰이는 망치가 아닌 칠복신 중 한명인 대흑천이 들고 있는 쪽의 망치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재화를 만들어내는 도구인 걸까? 유우기가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전에 이바라키는 손에 든 망치에 요력을 불어넣었다. 「금 나와라 뚝딱?」 딱히 재화 따윈 필요치 않는 오니지만, 정말로 금이나 은이 나오는지 궁금했던 이바라키는 다소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망치를 가볍게 흔들어댔다. 그러자, 망치에서 빛이 새어나오더니. 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변이 하얀 연기로 뒤덮였다. 그리고 연기가 걷히고 나자, 이바라키의 예상대로 금은보화의 재보들이 한가득 그녀의 무릎 위까지 쌓여져 있었다. 금으로 된 동전들과 은의 동전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보석과 귀금속. 대륙에서나 볼 법한 수많은 장신구들도 한데 어울여져 장관이 따로없는 광경을 연출하자 이바라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세상에!」하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말로 재화를 만들어 낼 줄이야. 설마 했는데 사실로 드려나니 이보다 놀라울 순 없다. 유우기도 놀라긴 했으나 이바라키와는 다른 이유였다. 「이거 놀라운데?」 이바라키가 들고 있는 망치는 쇼우코가 만든 어떠한 조화도 부리게 만드는 도구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재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만약, 가능하다고 한다면 상당량의 오니의 요력이 망치 안에 충전 되어 있었다 던지 아니면... 오에산의 두령, 슈텐의 사매답게 범상치 않은 요력을 지녔다는 거겠지. 「효율이 나빠 연회용으로만 쓰이던 요술망치로 저렇게 많은 재보라니. 사천왕에서 오천왕으로 개명해서 한 자리 마련해야 될 것 같군.」 오니들 성격에 쓰고 난 요술망치에 요력을 충전해 놓는 착실함은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시, 이바라키는 뛰어난 오니다. 이바라키는 요술망치로 불러낸 재보에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다 다시 한 번 망치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찌된 영문인지 망치 끝에서 퐁-, 하고 작은 연기만 터져 나올 뿐, 더는 조화를 부릴 수 없었다. 이바라키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라? 고장 난 걸까? 아니면 음식은 나오지 않는다는 거야??」 몇 번을 더 흔들어 보고는 이내 포기해버린 이바라키는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망치를 노려보며 볼멘소리로 투덜댔다. 「재보를 불러오는 걸로 요력이 텅 비다니, 쓰기 난감한 물건이네요.」 「하하. 그야 기분대로 썼으니까. 그거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유우기가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요술망치는 주의해서 쓰지 않으면 사용자의 요력을 무한정 앗아간다. 이바라키는 처음 써본 것이니 전요력을 무의식적으로 빼앗겨 버린 것일테지. 유우기는 이바라키로부터 요술망치를 뺏어들었다. 「신기한 힘을 발하는 망치긴 하지만, 이거 요력 먹는 괴물이거든.」 유우기는 요술망치에 요력을 불어넣었고, 망치는 다시금 빛을 발했다. 이윽고, 펑-! 이바라키가 썼던 때와 비교해 아주 적은 양의 연기가 터져 나왔고, 걷혀진 연기 사이로 금화가 한 줌 쏟아져 내렸다. 「게다가 요력량이 적으면 부릴 수 있는 조화도 극히 한정되지.」 육체 능력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유우기의 요력으로는 고작 그 정도의 재화만을 만들어낼 따름이었다. 요술망치란 결국, 연회용이다. 납득한 이바라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반신을 덮고 있던 재보로 부터 걸어 나왔다. 유우기가 말 한대로 쓰기 까다로운 도구이긴 하나 요력만 받쳐준다면 어떠한 것이든 이루어 준다는 건 굉장한 거다. 이바라키는 지금은 계륵인 요술망치가 언젠가는 재평가 될 날이 올 거라 확신했다. 틀림없어. 올바른 사용법만 발견된다면 유용할 거야. 이바라키의 다리에 붙어있던 금화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청명한 쇳소리를 냈다. 저 많은 금은보화를 놓고 간다는 것이 여간 아까운 게 아니나 이바라키는 그 중에서 예쁜 보석을 몇 개 챙기는 것으로 미련 없이 그 장소를 떠났다. 인간이라면 눈이 뒤집어 질 수준의 재화지만, 여기에선 굴러다니는 돌보다 조금 나을 정도의 가치가 있을 뿐. 무엇보다 요술망치가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 둘러 볼 곳은 다 둘러봤다고 판단한 유우기는 마지막으로 스이카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이바라키를 안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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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5 - 이바라키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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