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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이카를 천둥벌거숭이로 만들어버린 이바라키의 술법은 꽤나 화려했던 오의였기에 근방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반나체가 되어 누워있는 스이카와 팔짱을 낀 채 쌀쌀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바라키의 주위로 순식간에 많은 수의 오니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이바라키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스이카의 손을 잡았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예요. 보는 눈이 많으니,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요!」 스이카는 이바라키의 손에 당겨져 그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졌다. 숯 검둥이가 되어있는 자신의 몸을 슬쩍 내려다보다 헤실 거리는 얼굴로 이바라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몸 좀 보이는 게 뭐 어때서?」 「당신이나 괜찮지, 같은 여자인 제가 다 창피해진다니까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큰둥한 스이카와 달리 이바라키는 자신이 발가 벗겨져있는 것처럼 수치심을 느끼며 다급해져 있었다. 예전부터 부끄러움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녀라곤 하지만, 지금처럼 수많은 이들에게 구경거리로 노출된 상황에서도 저리 당당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도 나신이나 다를 바 없는 몸으로. 스이카의 당당함 때문에 이바라키는 오히려 자신이 낯가림이 심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바라키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구경하는 수많은 오니를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들을 향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윽박을 내질렸다. 「구경났어요? 어딜 계속 쳐다보는 거예요!」 요괴라 해도 여자의 나신은 함부로 보여 지는 게 아니며, 또 보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남자일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다. 이바라키는 남성 오니들이 혹여 나신에 가까운 스이카의 몸을 응큼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여 그들을 매섭게 쏘아본다. 그런 이바라키의 생각을 읽었는지, 스이카가 구경중인 오니들을 대변하는 말을 했다. 「괘씸하지만, 내 쪽을 쳐다보는 녀석은 없어. 전부 널 보고 있다고.」 「뭐.. 뭐라고요?」 「내 알몸 보다 네의 그 탐스런 가슴 쪽이 더 꼴린다는 얘기야.」 「거짓말!?」 스이카의 말에 이바라키는 믿을 수 없어하는 얼굴로 주변을 둘려보았다. 확실히, 스이카가 말한 대로였다. 오니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바라키는 양 팔로 황급히 자신의 가슴을 끌어안으며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인 얼굴로 오니들을 노렸다. 치솟은 눈썹 밑으로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동요를 드려내며 크게 떨리고 있었다. 「야한 시선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인데 말이지...」 이해가 안되네. 스이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을 중심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오니들을 향해 고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너 새끼들 중, 혹시나 이 여자한테 관심 있는 놈 있으면 포기해라!」 「저 여자, 대체 두령의 뭐길래 그러는 겁니까?」 오니들 누군가가 바로 물어왔다. 스이카는 뻔하지 않느냐는 투로 받아쳤다. 「마누라다! 내 마누라니까. 반찬으로 쓰기만 해봐, 바로 ↗몽댕이 분질러 버릴 테다!」 사실상 협박이나 다를 바 없는 경고였지만, 오니들 사이에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만 갔다. 오늘 처음 본 여성오니가 자신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두령과 연분을 맺은 사이라는 것은 실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구하나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오니는 큰 거짓을 내뱉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 본 여성이지만, 연적색 머리를 한 예쁜 외모에 몸매까지 좋으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것이었다. 물론, 동성이라는 점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오백의 오니 위에 군림하는 명부상실한 귀왕인 슈텐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색욕가로 유명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꽤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투귀암에서부터 스이카를 따라왔던 오니조차도 처음 안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저렇게 참한 오니여성이라니. 그들 안의 오니여성에 대한 편견은 오늘부로 깨어질 것임이 분명하리라. 아랫 송곳니가 눈까지 자라있는 한 오니가 스이카에게 의문인 점에 대해 물었다. 「근데 두령, 마누라라면서 왜 여태 동안 숨겨온 거유?」 오에산에 정착하기 전부터 스이카의 곁을 따르며 보좌하던 그는 두령이 어째서 그간 부인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지, 그 궁금증을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두령이라면 이미 옛날 옛적에 발설하고도 남았을 사실일 텐데. 그의 주의로 크고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대부분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웅성임이었다. 「니들이 안 물어봤잖아.」 그런 의문에 대해 스이카는 매우 담담한 태도로 답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명료한 이유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바라키의 눈썹이 움찔이며 팔자 모양이 되었다. 부하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고작 그러한 이유였다니. 이바라키는 그런 대충 얼버무린 말로는 자신은 고사하고 부하들도 납득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만의 생각일 뿐, 문득 시선을 돌려보니 오니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바라키는 내심 어이없어하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모두에게 고했다. 「그런 걸로 납득하는 거예요?!」 「하지만, 사실인걸.」 그 장소에 있던 오니들 대부분은 두령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는 정론이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묻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았다. 분명,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쉽게 납득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있는 일 없는 일 술술 뱉어내는 게 일상인 그녀인데? 이바라키는 이곳의 오니들이 바보일 정도로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두령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저러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의 존재를 숨겨왔던 이유에 대해 자신이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였던 거예요?」 스이카를 노려보며 추궁해오는 이바라키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여 어떠한 의도로 자신을 존재를 감춰왔는지 이바라키는 스이카의 입으로부터 거짓하나 없는 솔직한 사실을 듣고 싶어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도 숨김없이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오니들의 두령이 된 자가 숨김이 존재해서야 아니 될 일이다. 진지하게 물어보는 이바라키의 모습과는 상반되게 스이카는 귀찮다는 얼굴로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파며 능청을 떨었다. 「아.... 그냥 잊고 있었을 뿐이야.」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에요!?」 별거 아니라는 듯 너무도 가볍게 뱉어낸 말에 이바라키는 노기가 담긴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아닌, 동문으로서 한솥밥을 먹던 자신에 대해 잊어먹고 있었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서운함 보다는 황당함이 앞서는 발언이었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이바라키의 미간을 보며 스이카는 아까의 발언을 서둘러 정정했다. 「아니, 하루하루 너무 충실히 보내다 보니, 생각 날 틈이 없었지 뭐야.」 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려서 한 말이었지만, 그거로는 여전히 해명이 되지 못했다. 게슴츠레한 눈을 한 이바라키가 스이카를 따갑게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토라진 얼굴로 볼멘소리를 냈다. 「부하들에게 마누라라고 소개한 거 치고는 너무하지 않나요?」 「미안미안. 지금 반성하고 있으니까 화 풀어.」 「흥, 앞으로 저더러 마누라라는 소리 뻥긋할 생각도 마세요!」 「아.. 이거 곤란하네..」 대답 한 번 잘못했다가 쩔쩔매는 신세가 되어 버린 스이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바라키에게 양손을 모으고 빌었지만, 그런 걸로는 쉽사리 풀릴 화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좀 너무한 일이었기에 스이카는 머쓱한 표정으로 진심으로 뉘우치는 말을 입에 담았다. 「다음부턴 너에 대해 절대 안 잊을 거야.」 「하.. 기가 막혀서. 그런다고 용서 할 줄 알아요?」 「아 진짜 성가시네. 미안하다고 했잖아!」 「하하하핫. 보기 드문 꼴을 하고 있구나.」 둘의 대화에 돌연, 호탕한 웃음소리가 끼어들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스이카와 이바라키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기니, 웅성대는 수많은 오니들을 가르며 무게 있는 걸음으로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한 인영이 있었다. 이마로부터 기세 좋게 솟아오른 붉은 뿔에 풍체 좋은 몸을 하고 있는 시원한 얼굴을 한 여걸이 스이카와 이바라키의 모습을 훑어보며 껄껄대며 웃는다. 오에산에서 스이카 다음가는 힘을 지닌 2인자. 그녀의 이름은 호시구마 유우기. 일컬어지기를 호시구마도지인 그녀는 오니들을 제치고 이바라키에게 다가갔다. 「무슨 소란인가 싶어 와봤더니, 생각치도 못한 걸 봐버렸어.」 유우기는 스이카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이바라키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천하의 슈텐이 쩔쩔매다니 말이야.」 「저기, 당신은?」 이바라키는 자신을 호기심의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여성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힘을 드려내고 있진 않지만, 그녀가 지닌 기운은 이곳에 모여든 오니들과는 격이 다른 것이었기에 첫 눈에 그녀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 되었다. 이바라키의 물음에 유우기는 흔쾌히 자신을 소개했다. 「호시구마 유우기다. 흔히 호시구마도지라 불려 지지.」 그러면서 내미는 그녀의 손을 이바라키는 반사적으로 잡고 말았다. 이어 이바라키도 통성명을 했다. 「이바라키라고 해요.」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나니 호시구마와 이바라키는 어쩐지 서로가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둘은 말하지 않더라도 눈빛만으로 알 수 있는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 되어 있었다. 둘의 시선이 한 벌거숭이에게 향해졌다. 「뭐야? 너희들 친해지는 게 왜 이리 빨라.」 스이카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저 둘이 서로 합심 한 듯 동시에 자신을 쏘아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시선이 노골적으로 따갑다. 의심할 나위 없는 질책의 시선이었다. 서로 뜻이 통한 것처럼 보이는 게 썩 맘에 들지 않은지 스이카가 퉁명스럽게 떽떽댔다. 「너희들, 나를 상당히 안 좋은 눈으로 보는 모양인데, 이래 뵈도 오백의 오니들의 두령이란 걸 잊지 말라고.」 「그런 걸 포함해서 보는 눈이야.」 유우기가 바로 맞받아쳤다. 그녀는 씨익 입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가 한심한 짓만 골라서 할 동안에 그 오백의 오니를 책임진 게 누구라고 생각해?」 끄응. 스이카는 시선을 돌린 채 침음만 흘렸다. 유우기가 한 말이 너무 정론이라 반박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령이란 자리에 앉아서 놀기 만 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 동안 자기 대신 오니들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유우기. 바로 그녀였으니까. 유우기는 하아-. 한심하다는 눈으로 스이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요괴 세계에선 강함만이 전부이니 말이지. 네가 두령인 것도 단지, 그러한 이유 뿐이라고.」 즉, 강함을 제외하고는 두령으로서의 자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적잖이 분한 소리긴 하나, 이 또한 틀림이 없는 정론. 스이카는 이를 빠득 갈며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내가 강함뿐이라고? 그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오니들이 따를 리 없잖아!」 「아니, 너라는 신화적인 존재에 경외심을 가져서 따를 뿐이야. 뭐, 따를만한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맞아, 헌데 넌 강함을 제외하고는 경외심을 가지기 힘든 게 문제지.」 「그...그래? 그런 거야?」 「용이나 신도 굴복 시키는 힘을 가졌으면서 위엄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으니까.」 「위..위엄이 코딱지만큼도 없다고!?」 「그래 임마, 지금 네 모습에서 전설적인 대요괴, 슈텐의 위용이 어딨다는 거야?」 유우기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전부 하나같이 정론이라 스이카는 이젠 말문이 막혀 주눅까지 들 지경이었다.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몰골은 대요괴은 커녕 어디 저잣거리에 돈냥이나 하러다니는 걸인보다도 못한 수준이었으니, 배알이 꼬여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부함은 어찌하지 못해서 눈살을 들썩이며 날카로운 이를 드려내며 으르릉 거린다. 자신을 향해 명백한 적개심을 드려내고 있는 스이카를 보며 유우기는 얼굴에 비웃음을 드려내며 말했다. 「지적 좀 당했다고 금세 욱하고 화를 내는 그 유치함이 네 자신의 위엄을 깎아먹는다고.」 「↗같네.. 네가 한 말 전부 틀리지 않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래서 한 대 치게?」 「그래, 이 악 물어!」 스이카와 유우기. 둘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크게 한 판 벌일 것만 같은 일측즉발의 분위기 속에 이바리키는 둘의 기색을 살피며 안절부절했다. 한 명은 스승 기예유를 제하면 상대가 없다는 최강의 대요괴. 또 한 명은 산을 분쇄한다는 투귀. 둘이 치고박기 시작한다면 이 일대는 절대 무사할리 없었다. 하지만, 이바라키의 염려와는 달리 호시구마 유우기는 스이카와는 너무나도 비교가 되는 오니였다. 빠각!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스이카의 주먹이 정확히 유우기의 턱에 명중했음에도 반격은 고사하고 웃음으로 넘겨버린 것이었다. 「이제 좀 속이 풀리냐?」 「....어.」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입으로 스이카의 기분을 물어본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 보다 주변의 안위를 생각하는 요괴답지 않은 요괴였다. 기본적으로 기분파인 오니로서는 절대 보일 수 없는 태도였기에 이바라키는 유우기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화 안 나요?」 상대가 두령이라고는 하나 잘못도 없이 맞았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유우기 역시, 화가 난 상태였지만, 고개를 가로 흔들며 말했다. 「당연히 화나지. 하지만, 이런 일로 매번 날뛸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 말에 이바라키는 눈앞의 상대가 너무나도 달라보였다. 스승인 기예유 정도는 아니지만, 저 슈텐과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 비교하는 것이 미안해 질 정도로 인격자였다. 그에 비해 저 수치도 모르는 벌거숭이는...... 한심함에 한숨이 나온다. 이바라키는 한심한 스이카를 따가운 눈으로 쏘아보며 책망의 말을 내뱉었다. 「슈텐, 당신은 저 호시구마 씨를 반이라도 닮아 봐요!」 「갑자기 야단 받았다!? 내가 왜 저 년을 닮아야 하는 건데?」 화가 났으니 화를 낸 것뿐인데 왜 자신이 비난 받아야 하며, 또 유우기를 닮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지, 스이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억울해 했지만, 이미 주변은 이바라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백여 명 이상 모여 있는 부하 오니들에게서 스이카의 심기를 거스르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호시구마 누님이 없었다면, 여긴 아마 엉망이었겠지.」 「솔직히 두령은 위엄이 없긴 해.」 술렁이며 들려온 얘기들은 하나같이 듣기 싫은 소리 뿐. 이젠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난 스이카는 뒷머리를 벅벅 긁다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잠시 숙이는가 싶더니, 모두를 향해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렸다. 「그럼, 저 말↗년을 두령 삼으면 될 거 아냐-!」 순간, 모두의 말문이 막힌 듯 웅성거림이 잦아들었고,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후, 한 녀석이 불쑥「에이, 그건 아니죠.」하고 어린애 생떼와도 같은 스이카의 발언에 뻔한 반론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묘한 침묵과 함께 미지근한 시간이 흘렸고, 입을 뗀 스이카는 「그럼,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소개하지. 내.. 마누.. 아니, 동문인 이바라키다. 앞으로 같이 살 동지니 잘 대해주길 바란다.」방금 했던 그 발언을 얼버무리려는 듯 급하게 소개의 말을 입에 담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나치게 철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제를 돌린 스이카는 검지로 유우기를 지목하며 말했다. 「아무튼, 나를 대신해 내 본체가 있는 곳 까지 안내해 줬으면 한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유우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스이카는 주변을 슥 둘려보다 이내 펑! 연기와 함께 가느다란 실오라기가 되어 떨궈졌다. 유우기는 칫, 혀를 차며 사라진 스이카의 모습에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바라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바라키가 유우기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슈텐이 어디로 간 거죠?」 유우기가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답했다. 「어디 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어.」 「그 말은 설마?」 「우리가 상대했던 건 그년의 분신이었단 소리지.」 분신이었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이바라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동문으로 같이 지내던 시절에도 그녀는 별의 별 신기한 술법을 부리던 제자였으니까. 자신이 모르는 요술을 부린다 해도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이리도 갑작스럽게 분신을 없애버린 것은. 「불리해지니까, 나한테 맡기고서 도망쳤다. 그런 거야.」 유우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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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수준
유우기 >>>>> 넘사벽 >>>> 스이카
가면 갈수록 스이카는 찌질해지고, 유우기는 대인배가 되어가는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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