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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이카의 추행 예고에 여인은 황급히 자신의 가슴을 감싸 안았고, 이어 모멸감에 찬 눈으로 스이카를 질타했다. 「당신이란 오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최악이야!」 「하하하.. 농담이야!」 자신을 경계하며 몸을 옆으로 틀은 여인에게 스이카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검지로 코밑을 쓸었다. 「설마, 사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그러게?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까진 안 해.」 스이카는 급하게 해명을 말을 꺼냈지만, 자신을 경계하는 여인과의 거리가 멀어져 갈 뿐, 자신에 대한 여인의 신뢰는 바닥을 치다 못해 땅속으로 뚫고 들어갈 지경이었다. 자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었다. 스이카는 진지한 어조로 거짓이 아님을 역설했다. 「정말이라니까!」 「신용할 수 없어요.」 「오니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건 같은 오니인 너도 잘 알잖아?」 「제가 당신 만큼은 예외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래, 예외 맞아. 그치만 단 한 번도 기만을 부린 적 없어!」 단 한 번도? 여인이 정말이냐는 눈으로 따갑게 쏘아보자, 스이카는 하늘에 걸고 맹세한다는 듯 양 팔을 벌리며 말했다. 「슈텐이란 이름을 걸고 말하지. 오늘 만큼은 너에게 희롱을 일삼지 않겠어!」 「그렇게 까지 말하니 믿어보도록 하겠어요.」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완전히 신용한 것은 아니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약조라면 어떻게라도 지키겠지. 게다가 오늘 만이라는 적당한 것이 아니던가. 그래도 그녀로 부터 쏘아지는 불쾌한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향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기에 감싸 안은 팔 만큼은 풀지 않았다. 스이카는 자신을 끝까지 경계하는 듯해 보이는 여인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짓궂은 행동으로 인한 인과응보라는 사실을 직시하며 쓰게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탓에 너무 들떴었나 보다. 속으로 조금 반성을 해본다. 이제 중요한 얘기는 다 해준 셈이고, 스이카는 앞으로에 대한 여정에 대해 여인에게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거야?」 동문인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이야 스승님과의 해후를 바랐기 때문일 테고, 그것이 이뤄지지 못한 이상, 필요한 정보를 얻은 그녀가 이곳에 머물러 있을 이유 따윈 없었다. 무엇보다 질색하며 싫어하는 자신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이카는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으면 그녀가 계속 이곳, 오에산에 지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을 경계하며 적대하고 있는 그녀에게 거기까지 바란다는 건 욕심이겠지. 스이카는 여인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녀의 앵두빛 입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던 여인의 눈썹이 살짝 움찔거렸다. 미지근한 시간이 흐르고, 여인은 결심한 얼굴로 스이카를 바라보며 답했다. 「스승님을 쫒는 건 그만두겠어요.」 의외의 결정이었다. 스이카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어째서?」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여인은 주저없이 즉답했다. 「대륙은 야마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땅이에요. 그런 땅에서 스승을 찾아 헤맨다면 몇 십 년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할테죠. 그리고... 저 같은 건 이제 필요로 하지 않으시겠죠.」 「유카리 때문이야?」 「아뇨. 그녀는 상관이 없어요.」 음.... 스이카는 입을 꾹다문 채 침음했다. 여인의 대답이 자신의 예상과는 너무나 틀려서였다.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 여인의 얼굴은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 마음속으로 다 정리한 것 처럼 초연해보였다. 질투심에 미친 하시히메가 저리 쉽게 포기하다니. 이제와서 선인행세라도 할 셈인가? 눈에 불을 밝히고 질투하는 쪽이 재밌었는데. 조금 몹쓸 생각을 해버린 스이카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보랏빛의 호리병을 집어들었다. 마개를 열고 입에다 갖다 대고는 안에 담긴 술을 벌컥벌컥 삼켜 넘긴다. 술을 물 마시 듯 넘긴 스이카는 독한 주향이 풍겨오는 입으로 말했다. 「이제 스승님에 대한 미련은 없다 이거야?」 「뭐가요?」 「아니. 그냥 좀 대견하다 싶어서.」 어깨를 으쓱이며 진심으로 대견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 시선에 여인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멋대로 넘겨짚지 마세요.」 「그럼 뭐야?」 「찾으려 다니는 것 보다,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거 뿐이에요.」 「그 말은 스승님이 언젠가는 날 만나려 올 거다. 그 소리인거야?」 「맞아요. 저는 둘 째 치고, 당신이라면 한 번 쯤은 만나려 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글쎄? 어떨까나... 파문까지 시킨 못난 제자를 일부로 보려 올 거란 생각은 안 드는걸.」 스이카는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지금쯤, 자신의 이상형이랑 잘 지내고 있을 스승님이 뭐 하러 미운 제자를 만나고 싶어 할까? 그렇게 딱 잘라 확신하는 이유는 스승을 대하던 자신의 태도가 불량했다고 밖에 설명 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스이카 본인뿐만 아니라 동문으로서 함께 지냈던 여인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 여인은 한심하다는 어조로 스이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게 평소에 건방진 행동을 좀 자제 했었으면 오죽 좋아요?」 「너, 스승님이 정말로 한번도 날 만나러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아뇨.」 「오니 주제에 거짓말 하는 게 아니야.」 「그 말 그대로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네요.」 사소한 말다툼 후, 둘은 입을 다문 채 서로를 노려보며 날을 세웠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먼저 입을 뗀 것은 여인 쪽.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책임을 씌우려는 건 아니에요. 그거야말로 철없는 이기심이니까요.」 「그럼, 네가 믿는대로 스승님이 날 만나러 오길 기다리겠다는 거야?」 「네.」 스이카의 물음에 여인은 시원한 얼굴로 확답했다. 아무튼, 그녀가 오에산에 머물게 된 것은 이걸로 확정된 듯 했다. 스이카는 결연해보이는 여인의 눈을 보며─ 「오에산에 온 걸 환영해. 이바라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깍지 낀 손으로 뒷머리를 받치고 해맑게 웃으면서 그녀를 정식으로 환영했다. * 몇 년 전, 스이카가 이끌던 오니무리가 오에산을 막 점거했을 당시, 그들의 우두머리에 앉아있던 스이카는 그곳에 살던 요괴들을 죽이거나 내쫒지 않는 대신 자신들에게 협조하기를 당부했다. 감히 거역할 수 없었던 요괴들은 그녀의 말에 따라 힘이 닿는데 까지 협조를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오에산은 오니들의 왕국으로 빠르게 변모해 갔다. 지금은 약 오백이 넘는 오니들이 거주하는 오에산.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향유하는 그곳은 정진정명한 오니의 나라였다. * 오에산 중턱 부근에 세워진 산문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거대했다. 왕국의 시작을 알리는 입구이긴 했으나 헤이안쿄의 나생문 보다도 웅장했으니, 카센은 이것이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요괴들의 천황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요?」 「천황은 무슨. 요괴니까 마왕이겠지! 아니, 오니들의 왕이니까 귀왕이겠네.」 스이카는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양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가슴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이바라키는 질렸다는 얼굴로 꼬집어 말했다. 「결국, 그게 그거잖아요.」 「... 헤헤 그러네.」 이바라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더없이 웅장한 산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가파른 땅에는 암벽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수를 놓았고, 그 위로 산문과도 같이 쓸데없이 큰 건물들이 하나 둘씩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모두 과시하기 좋아하는 스이카의 성격을 잘 반영한 건축물들이었다. 이바라키가 산문 안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있을 동안, 스이카가 먼저 산문 안을 지나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세운 오니들의 나라야.」 「나라라니, 꽤나 거창하군요.」 하지만, 과언은 아닐지도. 땅에 드리워진 산문 그림자 밑을 지나며 이바라키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곳에서 지내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감상이 들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재앙인 나라. 스이카가 세운 그들의 나라는 그렇게 일축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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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5 - 이바라키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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