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무너져내려 잔재에 파묻힌 레이무는 고통을 추스리며 바깥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사태를 파악했다. 토지코가 자신에게 부탁한 것은 일부로 당한 척을 하고 지켜봐달라는 것. 레이무는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고민했다. 차라리 자신이 히지리를 막고 있는 동안 미코를 설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고, 토지코가 오직 그것 밖에 우겨대서 레이무는 어쩔 수 없이 승락했다. 그래서 토지코가 무슨 짓을 하나 바깥을 지켜보는 한편 방금전 있었던 싸움을 머릿 속으로 되새겨보았다.
이상한 싸움이었다. 레이무의 입장에선 당한 척을 하기 위해 힘을 숨긴 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분명 히지리도 힘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 근데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자신처럼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히지리가 분노하는 것을 보면 힘이 절실했을 것이다. 근데 힘을 숨긴다라? 레이무는 차근차근히 생각해보았다. 히지리는 오직 육체적으로만 레이무를 압도해왔다. 심지어 부적의 탄막조차 막은 것조차 어떠한 수작이 아닌 힘이었다. 레이무가 아는 히지리는 그녀가 힘에 의존하는 전투방식을 가지고 있더하더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인경권은? 법력은? 그것들은 모두 어디간 것이지? 어째서 육체만으로 싸우는 것이지?
그순간 레이무는 자신이 왜 히지리를 찾고 있는 지 떠올렸다.
모두 그 '책' 때문이다. 그 '책'이 모조리 먹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히지리의 생명력, 마인경권, 법력, 그리고 정신력조차. 그 '책'이 히지리와 미코 둘 모두를 망가뜨려버린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해낸 레이무는 현실을 직시했다. 정확히는 미코가 토지코가 찌르는 장면을 직시했다. 레이무는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레이무는 오판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이 망령은 아직 미친 것임에 틀림없다! 레이무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콰아앙!
"이 바보가!"
* * * * *
레이무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히지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레이무는 히지리의 눈동자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레이무가 긴장함에 따라 부적들이 마치 호위하는 것처럼 레이무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묘한 대치 상태가 이루어졌다. 그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레이무의 감조차도 지금의 히지리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 묘한 대치가 길어진거 같다고 누군가 생각한 순간 히지리의 신형이 사라졌다.
"……!"
레이무는 흠칫했다. 분명 히지리의 발은 레이무의 힘에 의해서 묶여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전까지 감에 의존해 싸우던 그녀의 감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쿠레이 무녀의 감이 정체불명의 불길함에 짓눌려있다. 하지만 감이 없어졌다고해도 그녀는 하쿠레이의 무녀. 요괴들 사이에서 최강최악의 무녀라고도 장난삼아 불리기도 하는 존재다.
"큭……!"
레이무는 재빨리 뒤돌았다. 그전에 먼저 부적들이 레이무의 뒤를 마치 방패처럼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강력한 충격이 부적의 방패을 뒤흔들었다.
"헤에……?"
어느새 레이무의 뒤로 이동한 히지리는 기묘한 자세로 레이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레이무는 솔직하게 말해서 히지리를 더이상 인간 취급 해주기 싫은 느낌을 받았다. 히지리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팔을 거두었다. 레이무는 재빨리 거리를 벌리며 부적을 날렸다. 하지만 히지리는 또다시 레이무의 앞에 나타났다. 이전처럼 발을 내딛지도 않았다. 허공을 박차지도 않았다. 그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마냥 나타난 것이다. 레이무의 앞을 부적들이 아까와 같이 막아섰지만 히지리는 부적의 방패를 향해 양팔을 뻗었다. 양손은 부적의 방패를 종잇장 마냥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히지리는 마치 미닫이문을 여는 것마냥 양팔을 뿌렸다. 그러자 부적의 방패는 힘을 잃고 흩어져버렸다.
하지만 그사이 힘을 모으고 있던 레이무가 히지리의 복부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무수한 요괴를 무력화시켰던 퇴마의 힘이 뻗어나갔다. 레이무의 손에 들려있던 음양옥이 그 힘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그 힘은 그대로 히지리를 강타했다. 그순간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휙!
공격이 적중한 것을 확인한 레이무는 주저없이 뒤로 물러났다. 상체를 숙인 채 허공에 떠있는 히지리에게서 사악한 마력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걸로 된 것일까? 레이무는 그런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이무는 사태를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의 감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히지리의 상체가 벌떡 들렸다. 마리오네트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히지리는 여전히 인간같지 않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무를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무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책은 당신 몸에 있는 거네?"
콰아아앙!
그때 바닥을 뚫고 무엇인가 솟구쳤다. 그것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을 닮았냐고 하면 문어의 발을 지극히 닮아있었다. 단지, 색깔이 기분나쁜 보라색인 점과 그 크기가 달랐지만. 굵기는 약 0.5미터, 길이는 어림도 해볼 수 없을 정도로 긴 촉수들이 수십개였다. 히지리가 팔을 들어올려 레이무를 가리켰다.
"죽여버리세요. 죽어버리세요."
레이무는 수많은 촉수들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것을 보며 불제봉을 어깨 위로 들어올려 까딱까딱거렸다. 이 모든 원흉은 그 '책' 때문이고, 그 '책'은 틀림없는 마물이다. 비록 '책'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히지리가 뿜어내고 있는 불길한 마력도, 이 촉수들도 그 '책'의 일부가 틀림없다. 지만 레이무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식하고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밖에 있는 바보 같은 망령을 생각하면 그러기도 힘들었다. 레이무는 이제 더이상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히려 요괴 퇴치는 내 전문이지."
레이무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촉수들이 레이무의 코 앞에 도달했다.
* * * * *
밖으로 나온 토지코는 급한대로 몸에 박힌 칼을 뽑아냈다.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토지코는 구멍 너머로 보이는 태자님을 당장이라도 데리러 가고 싶었지만 몸은 그녀를 배신했다. 그녀에겐 몸에 박힌 칼을 뽑는 것이 한계였다. 더이상 움직일 힘이 없다. 그 사실에 토지코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어차피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소멸이었다. 환생도, 윤회도, 명계행도 아니었다. 히지리의 불길한 마력이 자신의 몸을 마치 독처럼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안쪽에서 세이가의 외침이 들려옴과 동시에 누군가 토지코를 지나쳐갔다. 세이가의 강시, 미야코 요시카였다. 요시카는 강시의 뻣뻣한 몸으로 주저앉아있는 미코를 끌고 나왔다. 요시카와 미코가 바로 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히지리가 그 앞에 도달했지만, 레이무가 제때 히지리의 발을 묶어준 덕분에 히지리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멍이 닫히기 직전 토지코와 히지리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구멍은 닫혔다.
"태자님……."
요시카에 의해 끌려나온 미코는 오열하다말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미코는 토지코를 보자마자 바로 기어가 토지코의 손을 붙잡았다.
"토지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전 괜찮습니다, 태자님."
"……괜찮……다고요? 나 같은…… 것을……."
"비록 이런 모습이시지만 태자님은 태자님이십니다. 태자님이 저와 후토의 주군이신 건 변함없습니다."
"어째서……."
"전 태자님을 믿습니다."
미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토지코의 손을 붙잡고 오열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토지코의 몸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토지코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의식도 희미해져가는 군요……. 가기 전에 모든 미련을 떨쳐놓고 가야겠지요. 태자님, 후토가 태자님께 전해달러 하더더군요. 태자님을 의심했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웃기지 않아요? 어떻게 태자님을 의심해놓고 용서를 바랄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뭐, 그 바보한테는 딱 어울리는 행동이었겠지요."
"토지코…… 난……."
"그리고 제가 감히 어떻게 태자님을 용서하고말고 하겠습니까? 오히려 용서는 이 불충한 신하, 소가노 토지코가 빌어야하는 것이지요. 태자님이 이렇게 힘겨워할 동안……"
토지코는 뒷말을 흘리며 미코를, 정확히는 미코의 귀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자랑스럽던, 신성스럽던 귀는 찢겨나가고, 남아있는 건 흉터 뿐이다. 미코가 느꼈을 고통을 상상해본 토지코는 자신도 울음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태자님이라면 알아주실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태자님이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거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때였다. 아까 벽에 구멍이 났던 자리에 다시 구멍이 생기며 누군가 걸어나왔다. 세이가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레이무가 정신을 잃고 혼절한 히지리를 질질 끌고 나왔다. 토지코는 금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명성이 자자한 하쿠레이의 무녀가 일을 처리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히지리가 정신을 잃은 채 끌려나온 것만 봐도 결과는 알 수 있었다. 레이무는 토지코를 보며 다짜고짜 말했다.
"내 일은 이걸로 끝이긴 한데…… 이 바보 같은 여자야! 어쩌자고 그런 짓을……."
"아아, 하쿠레이의 무녀여. 그대가 도와준 건 감사하게 생각하네. 죄책감을 갖지 말게. 이건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이야."
"그런 말도 안되는……."
"그리고 세이가. 그대라면 태자님을 잘 보필해줄거라 믿네."
레이무는 계속해서 따지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토지코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만두기로 했다. 토지코는 이미 늦었다. 그녀에겐 시간이 없다. 괜히 해결되지도 않을 논쟁을 하는 것은 그저 시간을 뺏는 것에 불과했다. 레이무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레이무와 마찬가지로 사태를 파악한 세이가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 같은 사선을 믿어주셔서 감사하네요. 뭐, 저도 태자님이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으신가 궁금하긴 하네요."
세이가의 대답을 들은 토지코는 자신이 들고 있던 미코의 보검을 미코에게 건넸다. 미코는 그제서야 오열을 멈췄다. 미코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이런 자신이라도 괜찮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토지코는 미소로 대답했다. 예. 태자님은 여전히 우리의 주군이십니다. 미코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고 검을 받았다. 미코는 만족했다는 듯이 말했다.
"태자님. 신하가 아닌 저로써 말하겠습니다. 태자님을 사랑해서 행복했어요."
희미해져가던 토지코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토지코는 빛이 되어 흩어졌다.
레이무는 이를 악물었다.
세이가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미코는 주저앉아있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용서……합니다……. 토지코……. 후토……."
* * * * *
"당신, 무슨 생각인거야?"
두 개의 나무 묘비 앞에 앉아있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를 보며 레이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미코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레이무는 히지리의 신변을 미코에게 넘겼다. 아무리 히지리가 그 '책'에 홀렸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히지리는 미코에게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짓을 저지르긴 했다. 하지만 미코는 히지리의 신변을 그대로 명련사에게 넘겼다. 당연히 명련사의 일원들은 의식을 잃은 채 돌아온 절의 주지승을 보며 경악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종교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토리마루 쇼에 제지에 의해 다행히 그정도로 일이 커지지는 않았다. 미코는 쇼에게 말했다.
"그녀가 깨어나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미코는 명련사를 떠났다. 명련사를 떠난 미코는 터 좋은 곳을 잡아 나무로 두 개의 묘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묘비 앞에 각각 접시와 항아리를 두었다. 그것이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미코는 그 이후로 명련사를 찾아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탁한 것은?"
"……그래. 대답도 안해주겠다는 거지? 여깄어."
레이무는 주지 않을 것처럼 말했지만 품 안에서 술병을 꺼내 미코에게 건넸다. 미코는 술병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이거라도 답해주는 게 어때? 왜 히지리 뱌쿠렌을 그냥 명련사에게 넘겨준 거지?"
"……."
"지극히 실례되는 말일수도 있지만……."
"아직도 그녀를 두려워해서 혹은 그녀에게 굴복심이 남아있어서 손도 못 댄다. 그런 말입니까?"
"……그래."
미코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예. 그럴 수도 있겠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때의 기억은 아직 떨쳐버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손이 떨리는 것도 사실이죠. 몸이 가끔 제 의지를 반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레이무가 물었다.
"그럼?"
"그녀에게 사과를 받아낼 겁니다. 그럴려면 그녀는 깨어나야하고…… 아무래도 그동안은 명련사에서 그녀를 보살펴주는 편이 낫겠죠."
"말도 안되는…… 그때 그 일이 사과로 끝날 일이야? 당신, 성인이라도 될 생각이야?"
"성인이라…… 그것도 좋군요."
레이무는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이 여자, 그때 이후로 미쳐버린 걸까? 젠장. 이래저래 다 미친 거 같잖아. 어느 주지승도 그렇고, 어느 망령도 그렇고, 어느 태자도 그렇고!
"어차피 이건 제가 결정해야될 문제입니다. 하쿠레이의 무녀여, 그대가 신경써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그래. 어련히 잘하시겠지. 그 잘난 태자님이시니까. 하지만 내 소견이기도 하고, 영원정의 어느 약사이기도 한 소견인데, 히지리 뱌쿠렌이 깨어나는 일은 쉽지 않을거야. 어쩌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
"오랜 기다림이겠군요."
미코는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미코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술병의 뚜껑을 따 묘비 앞에 있는 접시와 항아리에 술을 따랐다.
"아무리 저라 하더라도 제 자신에 대해서 확신은 없습니다. 제가 걷는 길에 대한 확신이. 하지만 그대들이 믿어준다면…… 확신을 가질 수 있겠군요. 용서합니다, 후토, 토지코. 하지만……."
미코는 원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대들이랑 함께 가지 못하게 되어 진심으로 아쉽게 생각합니다. 비록 미숙한 나의 잘못이지만 나를 두고 먼저 떠난 것은 원망스럽습니다."
미코는 말을 마치며 술병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레이무도 미코를 따라 고개를 숙이며 묵념했다.
* * * * *
토요사토미미 미코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히지리 뱌쿠렌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히지리는 검은 드레스와 흰색 카츄사의 오묘한 조합 온몸으로 빛내고 있는 미코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미코를 교육시킨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젠 어린아이된 것마냥 떼를 쓰는 일도 잦아졌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 못할 정도로, 정신이 무너져내렸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가끔 이상한 상상이라도 하는 지 멍을 때리는 일이 있었지만, 그것도 아무래도 좋았다. 말을 잃어버렸으면, 다시 가르치면 될 일이다. 정신이 무너져내렸어도, 다시 가르치면 될 일이다. 이상한 상상을 하며 멍을 때려도, 그것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 될 일이다.
물론 궁금하긴 하다. 멍을 때릴 때 무슨 상상을 하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히지리 자신의 말도 듣지 않는 것인지. 예전엔 물이 담긴 접시만 봐도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지만, 이젠 접시를 보기만하면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던 것일까? 물론 히지리는 알지 못했다.
그저 히지리 뱌쿠렌은 행복했다. 토요사토미미 미코와 함께 하는 나날이.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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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이거 작년부터 쓰던 건데 말입니다. 하여튼 간에 짝짝짝.
스토리는 요약하자면 유아퇴행 레이무 짱짱쎄얗! 가 되었군요
이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그리고 읽어주시지 않은 분들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굿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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