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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향 대결계가 생기기 전, 오니들이 호령하던 시절. 그들의 필두, 사천왕 중 주축인 이부키 스이카는 요괴의 산 중턱, 경치가 좋아 신선 노름하기 좋은 장소에서 어느 한 백랑텐구에게 오래된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인간과 요괴가 서로 죽고 죽이는 짓이 끊이지 않던 그 시절은 말이야..」 이부키효를 벌컥 들이키며 뗀 운에는 어딘지 모르게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정자세로 무릎을 꿇고 경청하는 백랑텐구의 이름은 이누바시리 모미지. 야비한 카라스텐구와는 달리 솔직한 성격인 백랑이지만 그 중에서도 바보 같을 정도로 올곧으며 융통성도 없는 소녀였다. 스이카는 그런 소녀를 맘에 들어 했다. 모미지에게 오래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보통 오니. 그것도 사천왕 정도가 되는 자의 앞이라면 긴장되다 못해 벌벌 떠는 것이 보통일 건데 모미지는 말단 텐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스이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진진해 하며 내심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하얀 꼬리가 살랑살랑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다. 스이카는 따분할 지도 모를 자신의 얘기를 그렇게나 기대하고 있다는 것에 기쁜 웃음을 흘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기상천외한 놈들이 많았어. 이를테면 요괴보다도 더 요괴 같은 인간들 말이야.」 회상을 하는 듯 고개를 살짝 든다. 스이카의 두 눈엔 그날의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어떤 놈은 혀가 일 척이나 늘어나서 그걸 무기로 쓰거나 또 어떤 놈은 젖이 한 자가 넘게 늘어나더라. 크크크. 그거 이름이 유몽도랬나? 뭐, 요괴암살술이라 하더라고, 암튼 장관이었지. 그리고 또 보자.. 아. 온 몸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던 녀석도 있었어!」 킥킥거리는 스이카를 보며 모미지는 영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기상천외한 인간들이 많던 시절이라지만 방금 들려준 얘기로는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였다. 세상천지, 혀가 일 척이나 늘어나 무기로 쓰고, 늘어난 유방이 암살술이 되거나 온 몸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모미지의 의중을 읽었는지 스이카는 잠깐 웃음을 멈추고는 사이한 미소로 단언했다. 「퇴치사란게 아베나 사이교우지만 있는 게 아니야.」 그러고는 이부키효의 술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요괴를 퇴치하는데 있어 그 방법이란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서 그런 요괴보다도 요괴 같은 인간이 나오게 된 거지.」 「지금은 그런 퇴치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모미지의 물음에 스이카는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잠시간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응. 그런 기상천외한 놈들은 이젠 다 죽고 없어.」 조금 쓸쓸한 음색이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뜸을 들인다. 스이카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요괴의 쇄락과 함께 퇴치사들도 동시에 쇄락해 버렸거든. 그나마 그놈들 혈맥을 이어가는 자들은 이곳 환상향으로 모여들게 되었으니, 아마 환상향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퇴치사는 보기 드물 걸.」 모미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이카는 그 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다가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눈썹을 꿈틀 거렸다. 그리고는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그 몸이 부풀어 오르던 녀석이 쓰던 기술이.. 운암 뭐시기였어! 그 얼빵해 보이던 얼굴이 다 생각나는구만.」 껄껄 웃는다. 「스승과 제자 둘이었는데, 삼일 동안 내 부하가 되었었지. 아무튼, 재밌는 녀석들이었어. 꼴에 큰 포부도 가지고 있었고 말이야.」 뭐가 그리도 즐거운 걸까? 인간이고 요괴고 할 거 없이 지나간 옛 추억은 항상 즐거운 것으로 미화된다지만 스이카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그 당시에도 즐거웠으며 지금도 즐겁다. 언제나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는 오니, 그것이 이부키 스이카다. 모미지는 스이카가 들려준 얘기를 토대로 머릿속에 그 광경을 그려나갔다. 정말이지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터무니없는 장면만 연출되었다. 그러나 오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필시 이 말도 안 되는 광경도 그 시절에는 진짜였으리라. 모미지는 살짝 전율에 떨며 살랑이던 꼬리를 곧추세웠다. 혹여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지도 모를지언정 그런 기괴한 인간, 한 번 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천황이 도읍을 옮기고 헤이안쿄를 중심으로 수많은 문화가 꽃피우던 시절. 그 시절을 살았던 요괴들은 말한다. 인외마경. 요괴를 잡던 인간들은 요괴 보다 더 요괴 같았다고. 그리고 야망에 부풀어 유명세를 떨치려 했던 자들이 많았다고. 그건 요괴도 마찬가지다. 요괴를 넘어 마물이 되어 버린 자들. 스이카도 그 중 하나였다. 흉악함으로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마물들 중에서도 최강이었던 그녀. 전설로 알려지던 슈텐의 야망은 매우 단순하고 유치한 것이었으니. ─최고로 놀아보자! 이 구호 아래에 똘똘 뭉친 수백의 오니들이 오에산에 모여 매일 같이 축제를 열며 인간들을 공포로 몰고 갔으니. 당시의 헤이안은 마경 정도가 아니라 혼세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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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거지만, 에필로그로 재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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