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시. 그거 내려놔..."
"싫어."
사토리가 애완동물을 달래듯 천천히 타일렀다.
하지만 코이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째서니? 왜 그러는거니? 문제가 뭐야?"
사토리가 코이시를 향해 애타게 물어보았지만 코이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쥔 칼을 더욱 단단하게 쥐고 언니를 향해 달려왔다.
"죽어! 언니!!"
"코이시?!"
================================================================
사건은 일주일전 심비록 사건 이후
메리씨의 괴담을 이용해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전화기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놀래키고 다니던중 문득 자신의 언니가 떠올랐다.
이 사람 저 사람 수소문을 통해 전화라는 존재를 알게 된 코이시는 사토리에게 단번에 자신의 연락을 취할수 있는 수단에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아무 번호나 눌러 언니가 받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화라는 개념이 없다싶이한 환상향에 게다가 땅 밑에 있을 언니에게 소식이 닿을리는 전혀 없었다.
코이시는 안타까워 했고 실망했다.
어째서 언니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것인지, 자신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것인지 알수없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코이시는 일주일 동안의 애타는 통화시도끝에 핸드폰의 전원이 나가버리자 결국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지저로 향했다.
한편 지령전에는 심비록 사건 이후에 볼수 없었던 코이시를 걱정하는 사토리만이 있을뿐이었다.
평소에도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는 코이시였길래 별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한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니 걱정이 될만도 하다.
"코이시...하아..."
한숨이 공기중을 타고 맥아리없는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갔다.
-따르릉 따르릉. 언니? 나는 지금 지령전에 있어-
코이시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져갈 무렵 어디선가 코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코이시? 지금 어디...지령전...?"
-따르릉 따르릉. 언니. 나는 지금 언니 방 앞에 있어-
방 앞...
코이시가 어떤 장난을 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면 코이시가 좋아하는 밥이라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슬리퍼를 지익지익 끌고가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웬걸.
방 밖에 긴 복도는 텅 비어있고 사토리 혼자만 고개를 꾸벅 내밀고 있었을 뿐이다.
"정말이지...장난은 그만하고 어서 나와 코이시..."
-...-
코이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피곤해서 환청을 들은것일까?
사코리는 자신이 피곤해서 그런것이라 생각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방문을 닫았다.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코...코이시...?!"
-언니. 나는 코이시. 지금 나는...-
언니 뒤에 있습니다.
"...!"
사토리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코이시가 빙그레 웃으며 서있었다.
"코이시...정말...놀랐잖아.."
"전화를 받지 않는 언니는 바보가 될거야"
코이시가 중얼거렸다.
"...코이시...뭐라고..."
"전화를 받지않고 일만하는 언니는 바보가 될거야..."
"코이시! 장난은 그만해!!"
순간 코이시의 눈이 번뜩.
품에서 짧은 단도를 꺼내들고 외쳤다.
"전화를 받지않고 일만 하는 언니는 바보가 될거야!!"
"코이시? 꺄아아앗!"
멍하니 코이시가 달려오는걸 보다 뒷걸음치던 사토리는 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발이 꼬인 모양이다.
"코이시 그만!"
"죽어! 죽여버릴거야!!!"
사토리가 자신을 향해 내리꽃는 칼날을 간신히 쳐낸후 비틀비틀 일어났다.
"코이시...그 칼 내려놔...!"
코이시도 벌떡 일어났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싫어...!"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젠데 그래!"
코이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단도를 꼭 쥐고 사토리에게 달려갔다.
"죽어! 언니!!"
"코이시이이!!"
푸욱.
뜨거운 피가 코이시의 팔을 타고 흘렀다.
사토리는 괴로운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깨에 단도가 박힌 사토리는 코이시를 한껏 끌어안고 있었다.
코이시는 놀란듯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사토리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
"코이시...외로웠었니...그래서 슬펐던거니..."
사토리는 코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이제와서 무슨..."
"미안해 코이시"
"...!"
툭 투둑
코이시가 머리를 들어 언니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슬픈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도감. 자신을 바라보며 정말 다행이라는듯 미소지으며 코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언니...?"
코이시의 손에 스르륵 힘이 풀린다.
언니의 어깨에 박혀있던 칼이 땡그랑하고 떨어졌다.
"언니...울지마..."
코이시가 사토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행이야...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토리는 코이시를 더욱 세게 끌어안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사토리의 어깨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코이시의 제 3의 눈에 떨어졌다.
-움찔...-
"...!"
"왜그래 코이시?"
"언니...방금 눈이..."
사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이시...네 눈..."
"어...?"
코이시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제 3의 눈이 끔뻑이며 주변을 신기한듯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간만에 빛을 바라본 어린 아이처럼...
"언니...나...눈..."
코이시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눈이...떠졌어...!"
코이시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앙...왜 자꾸 눈물이...계속...흐윽..."
"참지마 코이시...이리온..."
코이시가 언니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둘은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
"...이제 계속 집에 있을거니?"
코이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은 아니야...사람들에게 변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걸..."
"그렇구나..."
코이시의 몸이 붕 떠올랐다.
지상으로 항햐는 구멍을 향해 코이시는 몸을 돌렸다.
"코이시...!"
"왜 언니?"
"다음에 연락할때는...전화 말고 편지...알겠지...?"
코이시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밝은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
음.
간만에 해피엔딩이려나
결말만 생각하고 쓰다보니 코이시의 눈이 떠진게 너무나도 뜬금없이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그냥 언니의 걱정하는 마음을 깨닫고 코이시가 무의식적으로 제 3의 눈을 떠버린거라고 생각하면 될거예요.
평상시에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코이시이기 때문에 아무리 제 3의 눈을 뜨고싶더라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몸이 그것을 거부하다 언니의 눈물을 계기로 눈을 뜨게 된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억지려나요?
알았어 잉잉
돌 던지지마...미안해!
이제 해피엔딩 1편을 썼으니 배드엔딩 5편을 써야지!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