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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와 히라사키가 오니 백귀야행에 소속된 지 이틀이 흘렸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인간은 어디에서든 적응이 가능한 생물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전부 위기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헤쳐 나가다 보면 솟아날 구멍이 존재한다는 말들이다. 지나간 곳은 예외 없이 풀 한포기 조차 자라나지 않는다는 공포의 마귀무리들. 퇴치사로 연명해 오던 두 인간은 그들 속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 부하가 된 이상 신변의 안전을 보장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정해진 목적지가 없이 계속되는 오니들의 행진을 따르기엔 인간의 몸으로는 무리가 따랐다. 끝을 알 수 없는 체력을 지닌 오니들은 낮에도 밤에도 잠자고 술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걸어댔으니, 인간인 신고가, 히라사키가 감당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맞춰 발걸음을 늦출 순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 두고 갈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체력의 한계로 더는 걸을 수 없게 된 신입을 위해 오니들이 손수 그들을 태울 지게를 만들어 놓기에 이르렀으니, 호시구마의 말대로 술 가마에 태우는 것도 방법이긴 하나 심하게 흔들리는 관계로 지게에 타는 걸로 타협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쉴 새 없는 강행군이 이어진 끝에 스이카 휘하 오니 백귀야행은 한 인간 마을에 다다르게 되었다. * 「마을은 이미 텅텅 비어있는 뎁쇼.」 「그러냐?」 마을에 들어서기 앞서 미리 정찰을 보냈던 부하가 간략한 보고를 해왔다. 스이카는 먼 곳을 보는 시선으로 이미 아무도 없게 되었다는 마을을 응시했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에 그 누구도 대적하려하지 않고 도망쳐 버린 모양이었다. 겁도 없이 대항하려 했다면 재미나게 놀아 줄 생각이었는데. 남아 있던 인간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부하들 여흥 거리로 붙여 줬을 테고.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이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무리가 되어버린 이상 당연한 결과였다. 일부로 다른 곳에서 납치해오지 않는 이상 인간들과 마주하는 일은 더는 없을 테지. 스이카는 매일 밤낮으로 ↗대를 빨딱 세워놓고 있던 부하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싸여있는 성욕을 풀게 해줄 기회라 생각 했는데. 무리엔 남자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나 희한하게도 오니는 동족끼리 서로 살을 맞대는 경우가 드물었다. 백번양보 한다 해도 다른 요괴와 오입질을 하지, 오니끼리는 하지 않으려 했다. 영문을 모를 일이긴 하나, 서로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한 가지 확실히 들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니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너무 추레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지저분한데다 투박했고, 여자는 도무지 여자 같지가 않았다. 그런 그들이 볼 때, 그나마 인간에 가까운 풍습을 지닌 텐구들은 선남선녀들의 요괴이고, 개천에서 살아 언제나 청결함을 유지하는 캇파들은 미남미녀들의 요괴였다. 당연하게도 꾸밈을 아는 인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오니들에게 있어 최고의 성(姓)적 대상인 것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그러한 부분은 두령인 자신도 적잖이 자각하고 있던 지라 술자리를 가질 때 마다 부하들에게 좀 씻고 멀끔하게 다니라는 핀잔을 주곤 했지만, 도무지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스승과 다닐 적의 자신도 똑같았구나. 누굴 탓할 자격이 없는 두령이다. 잠깐 스승이 생각난 스이카는 고개를 슬쩍 들어 그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지금 쯤, 그 유카리라는 여자랑 잘 지내고 있을려나? 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언제든지 야마토의 땅을 오갈 수 있을 거다. 허나, 당장은 못난 제자 얼굴 따위 보고 싶어 하진 않을 테지.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본 스이카가 지게에 앉혀진 두 신입에게 갑작스레 말을 건넸다. 「너희들 스승과 제자 사이랬지?」 「네.」 두 인간이 동시에 대답했다. 스이카는 신고 쪽을 응시하며 물었다. 「둘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어?」 「한 5년은 다 됐을 겁니다.」 「보아하니 제자는 귀한 집 자제 같아 보이는데, 어쩌다 제자로 삼았어?」 「그게... 저도 참 궁금한 점입니다요.」 「응?」 「이쪽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놈이 다짜고짜 제자가 되겠다며 매달리기에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죠.」 시선을 돌려 히라사키 쪽을 바라본다. 그의 말대로라면 저 오카마는 자의로 안정된 미래를 버리고 험난한 퇴치사의 길을 택했다는 게 된다. 생긴 것과는 달리 참 대범한 사내였다. 그리고 아주 조금, 스승이었던 기예유에게 제자로 받아달라며 생떼를 부리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원래부터가 강한 요괴로 태어나 대적할 자가 없는 대요괴로서 군림하던 자신이 굳이 제자가 되어가면서 까지 요술을 배웠던 건 무슨 연유여서일까? 「너 귀족가 자제라며?」 「네.. 네!」 「근데 왜 퇴치사가 된 거야?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텐데.」 「그건......」 스이카의 물음에 히라사키는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였다. 당장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말 인건지 아니면,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도 잘 모르는 건지, 히라사키의 얼굴은 고민을 하는 듯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안전과 풍요로움이 보장된 귀족 생활. 그것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일 수는 없어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큼 퇴치사의 삶이 어디 호락호락 한 것이었던가. 지금도 전국에서는 퇴치사와 요괴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귀족을 버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얻고자 한 것은.... 순간, 히라사키의 두 눈에 강한 이채가 띄었다. 웅얼대며 달싹이던 입술도 일자로 꾹 다물어 진 채 결연한 결의를 나타내고 있었다. 무엇을 숨기랴. 가진 것을 버리고 퇴치사가 되기로 한 것은 그것뿐이잖은가. 「그저 퇴치사가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되고 싶으니까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한 히라사키는 스승의 제자가 되어 퇴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날 부터 단 한시도 잊어본 적 없는 그들에 대한 동경을 입에 담았다. 「유명한 퇴치사가 되어 이름을 날리고 싶었기에 퇴치사가 되었습니다.」 에치고의 화승, 노리 센죠. 시모사와 카즈사의 사풍권, 콘노. 이와시로의 철인, 덴자키 하라. 하리마의 괴노, 니시자키 키에시타. 탄바국의 파마도, 히로시 아베노나 사이교우지로 대표되는 유명 퇴마가문에 소속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본인의 실력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유명 퇴치사. 히라사키는 그런 퇴치사를 동경하고 또한 그들처럼 되기 위해 귀족의 자리마저 내던졌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위험천만한 퇴치사가 되었다. 그를 거기까지 행동하게 만든 것은 그것이야 말로 그의 단 하나뿐인 숙원. ─이루고자 했던 야망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이카는 흥.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조금 다르네. 자신이 스승 밑에서 요술을 배우고자 한 것은 익히고 싶으니까. 그런 단순 명료한 이유에서였다. 거기까진 오카마와 비슷할지 모른다. 허나, 거기엔 야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반드시 이루고자한 목표조차 아니었으니 비교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정정하자. 많이 다르네. 스이카는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야망인가... 맘에 드는군.」 겁쟁이 주제에 꽤 남자다운 포부가 아닌가. 그것도 그 포부를 이루기 위해 가진 것들을 전부 내팽개 쳐놓고, 험한 가시 밭 길을 걸을 정도로 진심이다. 어쩐지 그에게 오카마란 이름을 붙여 준 게 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신중히 지어 줄 건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 번 정한 것은 절대 물리지 않는 것이 오니의 신념인 것을. 미안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오카마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운명이란 거지. 「이매설, 너도 그런 거냐?」 스이카가 신고에게 묻는다. 너도 그만한 포부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대답은 「비슷하지요.」하는 긍정의 말. 제자와 같은 포부를 내비쳤다. 「제 꿈은 제가 개발한 운암전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 그것을 위해 먼저 퇴치사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지요.」 다른 게 하나 있다면, 히라사키는 퇴치사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신고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였다. 자신의 독자적 퇴치술을 널리 알리겠다는 야심. 제자 보다 스승의 포부가 더 크고 원대했다. 한낱 거짓말만 일삼는 퇴치사나부랭이 정도로만 알았는데. 「목표가 크다는 건 좋은 거지.」 스이카는 피식 웃으면서 널찍한 술잔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가마위의 술통으로 부터 얇은 술 줄기들이 새어나오더니 그녀의 술잔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넘칠 정도로 술잔을 가득 채운 술. 그것을 입에다 갖다 대고서 꿀꺽꿀꺽 삼켜 넘긴다. 「푸하-.」 스이카는 주향이 묻어나는 숨을 길게 내쉬면서 말했다. 「주제에 맞지 않게 큰 꿈을 가지는 것. 그런 야망은 솔직히 멋지다 생각해.」 스이카의 눈에는 두 퇴치사가 하잘 것도 없이 연약한 존재로만 보였지만, 그들이 품은 주제 넘는 포부가 눈부셨다. 가진 그릇에 비해 너무나도 큰 야심.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부러운 것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원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것은 손쉽게 손에 들어왔다. 강하기 때문에 약자로 부터 약탈을 일삼으며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따라서 꿈으로 품을 만한 목표가 없었으며 야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었다. 원하면 얻는다. 설령 그것이 이 나라 전체라 할지라도. 슈텐, 스이카에겐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때문에 분수에 맞지 않는 거대한 꿈을, 야망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저들이 멋지게 보인 건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생각. 스이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백귀야행의 행진을 재개시켰다. * 부하를 이끌고 들어선 마을은 보고 받은 것과 같이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듯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마을을 가로질러 가던 이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인간이 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령. 방금 들었어?」 「어. 아마도 짐이라 여기고 내버려두고 간 거겠지.」 스이카가 눈짓을 보내자 부하 한명이 즉각 알아채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는 한 늙은 노부부를 양 어깨에 짊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하는 두령, 스이카가 보는 앞에서 어깨에 짊어진 노부부를 땅바닥에다 패대기쳤다. 「가엾게도 자식놈이 버리고 간 모양입니다요.」 「그러네. 아주 썩을 자식놈들이구만.」 바닥에 엎어져 말없이 떨고 있는 노부부를 바라보며, 스이카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망하려거든 버리고 간 자식놈들 원망하라고.」 그러면서 뒤편, 부하들에게 똑똑히 들으라는 듯 고했다. 「아직 남아있는 노인들 많을 거다. 샅샅이 뒤져서 다 찾아내. 그리고 유흥거리로도 쓰지 못하니 오늘 밤 술안주로 삼는 거다.」 자식놈들이 우리들 먹으라고 남겨놓고 간 것인데 무얼 사양하겠나. 오니들은 잡아먹는 쪽 보다 유흥거리로 가지고 노는 쪽을 선호했지만, 다 늙어 빠진 노인네들뿐이니 안주거리 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날 밤. 마을 한 복판, 우물가 근처의 넓은 공터에서는 성대한 백귀들의 술잔치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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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가 에피소드 마지막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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