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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싸울 맛이 싹 가셨어.」 호시구마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싸움을 이어 가봤자, 스이카는 그 인간 녀석을 지키느라 미지근한 대응만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이길 거란 보장은 없겠지만, 그래서는 만족할 만한 싸움이 되지 못한다. 지더라도 상대가 전력인 편이 좋으니까. 호시구마의 시선이 스이카 뒤쪽의 백여 명의 오니들에게 꽂혔다. 그리고 이내 부하로 받아들인 인간을 둘 찾아내었다. 피식, 호시구마가 한쪽 입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싸움은 나중으로 미루고, 네가 흥미를 가진 인간 녀석 구경이나 해보자.」 「관심이 가나 보네?」 「흥, 공교롭게도.」 「좋아. 마음껏 구경해봐.」 스이카가 자신의 등 뒤로 시선을 보내자, 호시구마가 옅은 미소를 그리며 백귀야행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투귀가 걸어온다. 백여 명의 오니들이 예외 없이 움찔였다. 두령인 슈텐을 제외하고는 당해 낼 자가 없다고 일컬어지는 호시구마. 다가오는 자신에게 잔뜩 긴장한 체 굳어있는 오니들을 제치고 목표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걷는다. 호시구마는 오니의 등에 업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한 인간에게 얼굴을 들이밀면서 반가운 어조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난 호시구마라한다. 네 이름은 무어냐?」 히라사키의 이마로 부터 한줄기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과도한 긴장에 안면이 경직 돼 있었다. 그 탓에 호시구마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들려주지 못했고, 아울려 목구멍 안으로부터 새액새액- 하는 쉰 소리만 새어나왔다. 「뭐야? 벙어리야 너.」 안 그래도 가까운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미는 호시구마. 그녀의 뿔이 히라사키의 이마를 찌르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대로 대답을 안했다가는 정말로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버릴지도 모른다. 히라사키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서 가까스로 입술을 움직였다. 「마에노 히라사키입니다.」 간신히 말한 것 치고는 비교적 담담한 음색이었다. 대답이 만족스런 호시구마는 흡족해하며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니를 퇴치한 녀석이란 말이지? 근데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유약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미심쩍은 얼굴로 자신의 감상을 입에 담는다. 「상판은 영락없이 붓이나 놀릴 서생이구만.」 그 말에 그녀 옆으로 다가온 스이카가 쾌활하게 웃으며 맞장구 쳤다. 「그지? 그래서 내가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줬어.」 「뭔데?」 「오카마. 크캬캬캬캬!」 자기가 지었는데도 불구하고 참 우스운 이름이 아닐 수가 없는지라,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크게 웃어댔다. 참 칠칠맞지 못하네. 호시구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허. 비웃으며 눈살을 찌푸린다. 오카마라니. 그거 참 너무한 이름이었다. 「이 새끼가 왜 오카마야?」 「보다시피 겁이 많거든, 생긴 것도 약해빠졌고 말이야.」 스이카의 설명에 호시구마는 다시 한 번 히라사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조금 이해가 가는 듯 안 가는 듯. 설령, 겁쟁이에 여자 같다 하더라도 앞으로 불려 질 이름이 오카마인 것은 좀 심하지 않나. 호시구마는 칫, 혀를 차면서 스이카를 책망하듯 꾸짖었다. 「저래 뵈도 자지 달린 놈일 텐데, 어떻게 부하로 삼은 놈에게 그런 이름을 주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카마란 여장을 하는 남자. 즉, 남자이면서 여자 행세나 하는 변태를 뜻하는 단어였으니 말이다. 호시구마는 그런 남자를 혐오했다. 허나, 그녀의 눈에는 히라사키가 그런 변태로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보통의 남자인 그에게, 그것도 부하에게 그런 심한 이름을 붙인 것은 악취미가 따로 없었다. 자신의 핀잔에도 여전히 낄낄거리며 웃는 낯짝의 스이카를 보며 호시구마는 못 말린다는 듯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고약한 년.' 저 빌어먹을 년은 항상 저랬다. 저 남자뿐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남자라고 조롱해 왔으니 말이다. 덩치가 좀 크고, 기골이 장대한 것 외에는 어딜 보나 여자인데 어째서 남자 취급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이마 위로 자랑스럽게 솟아오른 붉은 뿔마저도 ↗이라며 놀려댔으니 오죽 열 받는가. 그 불쾌한 기억을 상기해 낸 호시구마는 크게 치켜 뜬 눈으로 스이카를 노려봤다. 저 실없이 웃어대는 면상에 통한의 일격을 꽂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투지 않기로 정했으니 참는다. 이를 으스러뜨릴 정도로 악무는 것으로 올라가는 주먹을 간신히 자제했다. 「저 쪽도 함 보자.」 호시구마는 얄밉기 그지없는 스이카의 면상에 한대 꽂아 넣고 싶은 충동을 인내해가며 또 다른 인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히라사키와 마찬가지로 오니 등에 업혀 긴장한 얼굴로 굳어있는 퇴치사. 생김새는 세상의 풍파를 거쳐 온 듯 상당히 거칠어 보였고, 나이도 꽤 들어 보였다. 「안녕, 나는 호시구마라고한다. 네 이름은 무어냐?」 호시구마는 히라사키에게 했던 말과 토시 하나 안 틀리게 물어왔다. 신고는 잠시 주저하더니 입을 축이고 대답했다. 「하시모토 신고라 합니다.」 이 놈은 그래도 배짱은 있어 보이는 군. 호시구마는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 그녀의 뒤로부터 그를 설명하는 스이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놈은 말이야. 이매설이라고 이름 붙였어.」 「이매설? 구라쟁이라는 거야?」 「그래. 그것도 웃음만 나오는 되도 않는 구라만 쳐대는 놈이야.」 순간 호시구마의 눈매가 매섭게 변하더니 째릿하고, 신고의 얼굴을 사납게 노렸다. 도대체 얼마나 거짓말을 해댔으면 이매설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오니는 거짓을 싫어한다. 미워한다. 심지어 증오하기 까지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오니들은 거짓을 고하는 자에게 결코, 호감을 표하지 않는다. 호시구마는 그 중 정도가 심한 오니였다. 상대가 누가 되었던 간에 자기 앞에서 간사한 거짓을 주절 인다면 절대 용서치 않는다. 그런 호시구마의 시선을 의식한 신고는 잔득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다. 백여 명의 오니들의 두령인 슈텐의 비호를 받고 있다곤 하나 저 투귀로 부터 안전을 보장 받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시구마가 스이카를 보며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어떤 거짓말을?」 「자기가 퇴치한 오니 대가리를 가지고 지 형님이라며 우는 척을 하더라고.」 스이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때의 신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색하게 어깨를 들썩이면서 활자를 읽는 듯이 내뱉는 형님 타령. 크크, 무심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촌극이었으니까. 「그딴 개소리를 듣고도 살려 줬단 말이야?」 버럭, 하고 호시구마가 호통을 쳤다. 거짓을 고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날 만 한 일인데, 그것도 모질라 형님으로 위장하다니. 그것은 싸움에 패해 퇴치당한 오니를 욕보인 거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고를 노려보는 눈빛이 아까보다 더 사나워졌다. 이러다가 정말로 저 투귀에게 핏덩이가 되어 세상을 하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신고는 그런 불안한 예감에 어찌할 바 몰라 자신을 업고 있는 오니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헌데, 그 모양새가 영락없이 애인의 등에 업혀진 처자와 같지 않은가. 호시구마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마디 툭 내뱉었다. 「저 새끼가 오카마인거 아냐?」 「으음.. 그럴지도.」 옆에서 맞장구친 스이카는 신고를 품평하듯 훑어보았다. 정말, 남자 등에 업힌 계집애 꼴이 따로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호시구마의 의견을 전적으로 동의했다. 저런 놈 까지 부하로 삼다니.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호시구마는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던 점에 대해 묻기로 했다. 「근데 말이야. 저놈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사지 멀쩡해 보이는데, 왜 등에 업혀있는 거냐?」 「환영식한다고 술을 좀 먹였거든.」 스이카의 대답에 호시구마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에게 있어 오니의 술은 독주라 할 만큼 독해 빠졌으니까. 취기에 의해 서있지도 못 할 법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았다. 꼭 저렇게 업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인간 한 두 놈 정도 옮기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방법이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저 술통을 옮기는 가마에 태운다던지. 「그래도 그렇지. 보기 안 좋게 저게 뭐냐?」 결국, 답답함에 참지 못한 호시구마가 한 소리 늘어놓았다. 「저기, 가마에다 태우면 될 걸 가지고. 너희들 바보야?」 「거참, 잔소리 참 지랄 같네. 니가 내 엄마냐?」 귓구멍을 후비적, 스이카가 짜증어린 눈으로 대꾸했다. 「누가 그걸 몰라서 기집애처럼 업혀 놓은 줄 알 어?」 가마에다 태우면 된다는 사실을 결코, 몰랐던 게 아니다. 술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약한 인간에겐 저 가마 보다 널찍한 오니의 등 쪽이 훨씬 편할 테니까 업힌 것이었다. 그 증거로 호시구마가 앞을 가로막기 전 까지만 해도 편안 얼굴로 자고 있지 않았나. 어떻게 보면 자기합리화 이겠지만, 스이카는 자신의 판단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당당한 목소리로 피력했다. 「나 나름의 배려로 가마보다 편한 등을 제공해 준 거지.」 「뭐?」 어째 급조한 냄새가 풀풀 나는 말이었다. 호시구마는 미간을 좁히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만들었다. 「그거, 방금 지어낸 말이지?」 스이카의 해명에 트집을 잡는다. 그에 스이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하길 「오니인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절대로 지어낸 말이 아님을 단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시구마에겐 통용되지 않았다. 바로 반박이 돌아온다. 「넌 오니치곤 별종이니까. 거짓을 좀 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지.」 크으. 스이카는 달리 할 말이 없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분함을 삼켰다. 뭐라 응수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너무 정론이라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싸움에서 져버린 스이카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순순히 자신의 주장이 잘못 되었음을 시인하는 것과 또 하나는 대화 주제와 관계없는 인신공격을 해대는 것. 쉽게 말해 철부지 같은 행동이었다. 스이카는 살아온 세월에 비례하지 않는 정신 연령을 자랑했다. 나이가 네 자리수가 넘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아주 성가실 만큼 애라는 소리였다. 따라서 선택하는 건 당연히 후자. 인신공격을 하는 것. 마치, 어린애가 떼를 쓰는 것과 같이 스이카는 잔득 삐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이- 이마에 말↗을 단 오카마 새끼가!」 「뭐.. 뭐어!」 호시구마의 눈가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반박을 못하니, 다짜고짜 욕이라니. 그것도 저 두 인간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오카마로 몰아가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이냐. 철부지의 투정이긴 하나 넘겨 듣기 힘든 말이었다. 호시구마는 눈을 부라리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야! 두령인 주제에 코찔찔이 같은 소리 하지 마!」 「↗까.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야.」 「그게 애새끼 같은 땡깡이냐?」 「그래. 내가 땡깡을 부리던 오줌을 싸던 니가 뭔 상관인데?」 둘 사이에 다시금 싸움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모처럼 다투지 않기로 해놓고, 사소한 문제로 불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공포에 질려가는 신고와 히라시키 만의 생각이었다. 그 두 명을 제외한 백여 명의 오니들에겐 두령과 호시구마가 하찮은 이유로 치고 박는 광경은 이제 일상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겨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을 면하는 가 싶었는데. 신고는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절망을 넘은 체념이었다.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었나. 이쯤 되면 운명이 장난이라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그런 것과는 별개로 오니의 등이 의외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신고. 이 난리가 끝나고 난 후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잠을 청해야지. 소소한 바램을 해보는 그였다. 두 오니의 말다툼이 갈수록 커져갔다. 「그 밉살스런 주둥이를 확 뜯어버리고 싶네!」 「이마로 씹질하는 주제에 감히 내 주둥이를 어쩌고 어째?」 「내가 이마로 씹질하면 넌 양 옆으로 씹질 하나 보네.」 「너는 임마, 벌렁거리는 말 거기에다 얼굴을 집어넣어다 뺏다 하는 게!」 「뭐야 이 새끼가! 나한테 똥구멍 열십자로 찢겨져 보고 싶어?」 「시발 새끼. 그전에 닌 내한테 두 눈 뽑혀서 그대로 동굴 탐사 할 줄 알 어!」 서로에게 차마 들어주기 힘든 수준의 비속어를 난발하는 호시구마와 스이카. 사실상 똑같은 수준으로 다투고 있는 둘은 시정잡배들 보다 저급해 보였다. 말하는 것이 어쩜 저리도 저질일까. 아직까진 간신히 주먹다짐으로는 발전하지 않았지만, 저건 저것대로 문제였다. 그들의 비속어를 더는 들어줄 수 없다는 듯. 한 인간이 불쑥 외쳤다. 「기도 안 차는 군!」 그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외친 자는 히라사키. 아직 술기운이 남아서인지는 모르나 그는 지금, 두려움도 잊은 채 만용을 부리고 있었다. 전신이 아찔해오는 시선을 받으며 히라사키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두 오니를 책망했다. 「이 어찌 추잡하고 저급한 말다툼이란 말이냐!」 신고는 경악이 서린 눈으로 제자를 응시했다. 저 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갑작스런 제자의 호통에 그렇게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스승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저 두 오니가 상상을 초월하는 대요인 사실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히라사키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의 거짓도 없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입으로 내뱉는 건 말이 아니라 배설물이 따로 없구나. 요괴이긴 하나 여성이 된 자가 입으로 배설을 하고 있으니 참 가관이다!」 도대체 저 자는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호시구마는 생각했다. 오카마라는 이명이 붙은 남자가 갑자기 겁을 상실한 채 자신들을 야단치고 있는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하고. 그리고 이내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제 버릇 못 버린 거로군.' 저 히라사키라는 남자. 무슨 연유로 퇴치사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필시 이전엔 높은 관직에 있던 집안의 자제였으리라. 그리해서 그 당시의 태도가 술기운을 빌어 나온 것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오래 전의 일이긴 하나, 인간이었을 당시의 자신도 한 마을의 촌장 딸이었으니까. 호시구마가 그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호시구마는 하찮다는 듯 쯧, 혀를 찼다. 지금 저 인간이 한 말은 전부 인간들의 법도이며 상식이지, 요괴인 자신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다. 자신들을 상대로 저기 까지 말한 것은 꽤나 두둑한 배짱이긴 한데. 「입으로 똥을 싼다고?」 입을 열고 충고해 주려는 찰나, 스이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말했다. 「입으로 똥 싸면 밥은 똥꼬로 먹게?」 그러나 정작, 반박한다는 게 수준이 드려나는 말장난이었다. 이어진 말이 하도 바보 같았기에 호시구마는 그만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신음했다. 그리고는 한심한 눈으로 스이카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너랑 같은 수준으로 다퉜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럽구나.」 지금 눈치 챈 것이지만, 정말 저런 놈과 같은 수준이었던 자신이 창피해졌다. 그걸 자각하게 해준 인간에게 감사의 기분을 느끼려는 순간, 히라사키의 호통이 이어졌다. 「너는 수치도 모르고, 정말로 상스럽게 구는 여자구나.」 「상스러운 여자라 존나 미안하다.」 이제 막 부하가 된 놈에게 여기까지 들을 줄이야. 스이카는 불쾌감 보다는 신선한 기분이 앞섰다. 그에게 같잖다는 투로 답한 스이카는 고개를 돌려 호시구마를 쳐다봤다. 「뭐야?」 시선을 의식한 호시구마가 그렇게 묻자, 스이카가 씨익하고 입 꼬리를 찢어 올리며 「입으로 누가 똥을 많이 싸는지 함 겨뤄보자!」하고 아까의 저급한 말다툼의 재개를 권해오는 것이었다. 그에 호시구마는 당연하게도 「너 혼자 해. 더는 널 상대할 기분이 아니니까.」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더는 저 빌어먹을 년이랑 같은 수준이 되고 싶진 않았고, 화낼 기분도 아니었으니까. 호시구마는 뒤로 부터 들러오는 어떠한 소리도 무시한 채, 오니 무리를 유유자적 빠져나갔다. 간혹 들려오는 '빨딱선 말↗'이나 '말↗ 오카마'란 모욕이 이마에 선명한 핏대를 생성 시키긴 했으나 반응했다간 똑같아진다는 일념으로 참고 견뎌냈다. 그렇게 호시구마는 오니 백귀야행과 스이카로 부터 멀어져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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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불기분방의 스이카. 4 - 야망.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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