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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 그런가요….」 소녀는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솔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죄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뭐라고 위로의 한마디라도 건네야만 할 것 같은 장면인데. 「저기, 잠깐 주변 좀 둘려봐야겠어요.」 하고 소녀가 내가 차마 뭐라 위로를 건네기도 전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에엣!? 날았어!? 아니, 정말 말 그대로 위로 슈웅-, 날아올랐다. 인간이 하늘을 날 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새삼스레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해냈다. 아, 쟤 인간이 아니지. 쟤만이 아니라 오늘 만난 인물들 전부 인간이 아니었어. 게다가 나도 지금은 인간이 아니야!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작은 점이 되어버린 소녀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아래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정말이지 현실감이라곤 조금도 들지 않았다. 실감이 가는 거라곤 사뿐하게 땅에 내려서는 저 소녀가 확실히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소녀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말해왔다. 「아무래도 정말 처음 보는 장소에 와버린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다. 미안하지만, 지금의 난 아무 도움도 못 돼. 그보다 저 애한테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아니, 이건 물어봐야만 한다. 「저기, 방금 너 날았지?」 「네‥ 넷.」 「나‥ 나도 날 수 있지 않을까?」 「네에?」 뭔가 내가 실례 되는 말을 했는지, 조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소녀. 그렇게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지 마! 일단, 나도 요괴니까 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물어본 거뿐인데 왜 그렇게 수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보는 거니?? 소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혹시 해서 물어 보는데요….」 꿀꺽. 나는 순간 침을 삼키면서 소녀의 입에서 곧 나올 물음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처음 소녀가 날 봤을 때, 란이라는 이 몸의 이름을 말했었다. 그 점을 유추해 봤을 때 저 소녀는 란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잘 아는 란과 지금의 나와의 차이를 눈치 채고 의심을 하는 거겠지. 소녀의 입이 다시 열리는데 까지 아주 짧은 시간만이 흘렸지만, 긴장을 하고 있는 탓에 아주 천천히 초 단위가 분단위로 느껴질 만큼 길게 느껴졌다. 「기억 상실증 같은 거 에요?」 '당신은 란님이 아니야!'하고 가짜로 몰아세우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소녀 입에서 나온 것은 조금 의외의 말이었다. 기억 상실증이라. 이거라면 지금의 나에게 여러모로 편한 설정인 거 같다. 하아-. 안도감에 한시름 놓은 것만 같다. 오해이긴 하지만, 얼버무리기 쉬우니 써먹어 주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소녀의 말에 수긍했다. 「응. 기억에 혼선이 있나봐.」 「그거 큰일이네요. 어서 빨리 유카리님에게 알리는 게….」 「그 전에 여길 벗어나는 게 먼저겠지.」 아. 소녀가 잊고 있었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신음했다. 이 빌어먹을 산림. 한시 빨리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도 모르겠고 운 좋게 빠져나온다 해도 올바르게 행선지로 향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라고 한다면. 「일단, 날아서 가다보면 아는 곳이 보이지 않을까?」 「그 수밖에 없겠네요.」 날아가다 보면 적어도 이 산림에서는 벗어나겠지. 그 후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다만, 내가 날지 못한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지만. 「그래서 말인데….」 그런 것 쯤, 저 소녀에게 배우면 될 거야. 어차피 지금의 나는 기억 상실증이란 설정이고, 또 저 얘도 상냥해 보이니까. 나는 법 정도는 가르쳐 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일단, 요괴니까 방법만 알면 날수 있지 않겠어? 나는 조금 주저하다 소녀에게 가르침을 부탁했다. 「나는 법 좀 가르쳐 주지 않을래?」 소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네.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의 부탁을 수긍했다. * 「요력을 온 몸에 두르는 느낌으로.」 「이렇게?」 「역시라고 할까? 란님의 요력은 대단하네요. 하지만, 요력이 너무 지나쳐요.」 나는 소녀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요력을 내는 방법조차 몰라 상당히 애먹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덕분인지 방식을 터득 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손쉽게 익혀가는 모습에 소녀도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고 칭찬을 늘여 놓는 중이다. 요력을 다루는 대부분의 기초는 대충 알게 되었으니, 이젠 이 요력을 응용해 하늘을 나는 법만 익히는 된다. 소녀에게 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할 때만해도 주먹구구식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는데, 정말로 되는 구나. 묘한 기분이었다. 레벨업 해간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하나 둘 요력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갈 때 마다 점점 내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실감만 늘어갔다. 정확히는 이 몸뚱어리는 내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한 곳에 집중하지 마시고.」 「이렇게?」 「네. 그렀게요.」 몸 안의 잠재 되어 있는 요력이란 힘은 참으로 오묘했다. 그 기운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수족처럼 다룰 수 있다니. 마치, 또 하나의 손이 형태를 가지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몸 안의 요력을 끌어 올릴 때 드는 이 고양감. 전투민족이 된 기분이다. 나, 리얼 사이어인? 맘만 먹으면 에네르기파도 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생각 말자, 하늘을 나는 게 먼저다. 그러고 나선 이 울창한 산림을 벗어나는 것. 장보기를 훌륭하게 수행해 내는 것. 후에 시간이 남을 때, 이것저것 시도해 봐야지. 나는 차분히 끌어올린 요력을 내 몸 전체에 두른다는 감각으로 갈무리했다. 익숙지 않으니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요력들이 주구난방으로 새어나가긴 했으나 그것도 잠시, 몇 번의 시도 끝에 몸에 두른 요력을 완벽하게 제어해내었다. 그랬더니. 「성공이에요!」 소녀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축하를 해줬다.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걸 보니, 성공이다. 나는 하늘을 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고마워. 네 덕분이야.」 나는 진심으로 소녀에게 감사했다. 이 울창한 숲속에서 저 아이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만약, 혼자서 조난중이었다면 이렇게 나는 법도 알지 못한 채, 언제까지고 이 숲속을 헤매고 있었을 테지. 그러니까 정말로 고마워. 싱긋이 미소 지으면서 하늘위로 두둥실 날아오른다. 그와 동시에 점점 작아져 가는 소녀가 「별 거 아니에요.」하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몸은 점차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그때, 나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격이 벅차올랐다. 하늘을 동경한 인류가 드넓은 창공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카로스가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인 날개로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태양빛에 밀랍이 녹아 에게해의 깊은 바다 아래로 추락했고,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설계한 하늘을 나는 기계의 초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하늘을 누빈 것은 인류 역사에 있어 아주 최근의 일. 17세기경 최초의 열기구가 발명된 것으로 처음 하늘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을 '나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으니, 본격적으로 날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금으로 부터 2세기 전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선의 동력원을 발명한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새들과 같이 저 푸른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싶다는 인간의 염원은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다 과학의 힘을 빌 어 비로소 성취하게 된 거다. 근데 그것을 나는 고작, 요력이라는 힘을 이용해 손쉽게 날고 있다.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어? 나, 날고 있다고!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고……. 「으아아아아….」 나 고소 공포증 인가봐. 몸이 높이 떠오를수록 심장에 안 좋아. 나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서운 놀이기구를 탄 기분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땅으로 하강했다. 땅에 발이 닿았을 때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허억. 허억. 가빠진 호흡은 한 1000 미터 거리를 전력 질주한 것만 같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며 진정되지 않고 있을 때, 소녀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말을 건네 왔다. 「괜찮으신 거예요?」 「하아 하아‥. 조금 쉬고 싶어.」 후들거리던 다리가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따라서 나는 엉덩방아를 찧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날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이래서는 날지 못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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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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