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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가는 자신이 있던 선계를 나와서 명련사 부지의 묘지로 갔다. 자신의 명령이라면 충실히 수행하는 귀여운 요시카쨩. 묘지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을 ‘냥냥’이라 부르던 요시카쨩의 귀여운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그러나 묘지에 도착한 세이가의 눈에 요시카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집이 아니라면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 요시카는 어디에 간 것일까? 명령 없이는 어디에도 가지 않을 애인데 혹시, 납치라도 당한 걸까? 세이가는 요시카의 흔적을 찾아 묘지를 뒤지면서 만에 하나의 경우를 떠올리며 걱정에 휩싸였다. 평소엔 자신의 고기 방패 용도로 쓸 만큼 요시카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주인이지만, 자신이 험하게 다루는 것과 실종은 별개의 문제였다. 묘지를 샅샅이 뒤져도 보이지 않자. 세이가는 거의 반포기 상태로 묘비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납치라도 당했나... 요시카만한 강시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세이가는 일이 이렇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묘지에 방치해 둘 게 아니라 자신의 곁에 뒀어야 했었는데. 하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후회만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세이가다. 묘비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고 태자의 얼굴이라도 영접하기 위해 발길을 옮기려는 찰나. 묘지 어딘 가로부터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샤마~」 혹시나, 자신을 부르는 요시카쨩의 목소리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워보는 세이가였지만, 저건 자신을 찾는 소리가 아니었다. 「란샤마~」 또 다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샤마가 누구를 지칭하는 단어인지 몰랐지만, 저 목소리의 소녀는 자신의 요시카쨩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그 소녀에게 다가가는 세이가. 그리고 그 소녀의 모습을 발견한 세이가는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란샤마~」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저 소녀의 모습은 흡사 자신의 요시카쨩과 같은 강시 같았다. 머리에 솟아오른 고양이귀에 엉덩이에 달린 두 개의 꼬리를 보면 네코마타라고 하는 요수였지만, 창백한 안색에 양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있는 자세를 보아 강시가 틀림없었다. 어째서 네코마타라는 요수가 강시화 되어있는 것인지 세이가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요시카에게 물린 존재라면 인요 가리지 않고 자신과 같은 강시화가 된다. 그 사실을 주인인 세이가가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면 저 요수를 강시로 만든 요시카는 이 주변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아무리 주변을 둘려 봐도 요시카의 모습은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세이가는 진정 요시카의 실종을 확신하고는 초초해져만 갔다. 이미 유카리에게 상대역으로 붙인다는 계획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고 그 귀여운 요시카를 잃었다는 상실감만이 세이가의 감정을 지배해갔다. ‘정말로 없어져 버린 거구나.’ 세이가는 그 상실감에 입술을 쌔게 깨물고 하염없이 ‘란샤마’를 외치는 강시 네코마타를 쳐다봤다. 자신의 존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신 ‘란샤마’를 외쳐대는 저 강시 네코마타는 요시카에 못 미치지만, 꽤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뀡 대신 닭이라고 지금 세이가의 뇌리에 스쳐지나간 생각은 이왕 잃어버린 요시카를 대신해 저 애를 자신의 강시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대용품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 애가 애타게 부르고 있는 ‘란샤마’라는 인물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세이가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머리를 휘휘 내저었다. 자칫, 저 아이를 둘러싼 트러블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도 또 다시 생각이 바뀌는 세이가. 그러면 어쩌겠는가? 자신은 사선. 카쿠 세이가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뒷일을 두려워 말자. 도망치는 것이 자신의 특기고 스스로도 자랑할 만큼의 강함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생각을 완전히 굳히자 저 아이를 회유하기 위해 최대한 웃는 낯짝으로 강시가 된 네코마타에게 다가갔다. 「어머, 넌 여기에 혼자니?」 「란샤마~~」 세이가가 친근하게 물었지만, 이 강시 네코마타는 들은 체도 않고 ‘란샤마’만 외쳐댄다. 아무래도 강시가 되면서 요시카보다 지능이 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해도 회유가 불가능 한 건 아니다. 저런 강시를 다루는데 익숙한 세이가에겐 지능이 없어 시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강시조차도 부리는 부적술이 있다. 자신의 종아리에 끈을 달아 묶어놓은 부적 한 장을 꺼내들고는 빈 여백에다 붓으로 뭐라고 휘갈겨 적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저 강시 네코마타의 이마에다 붙이려는 순간. 「라아안~ 샤마아아아~~!」 ‘란샤마’라는 단어를 길게 늘어뜨리며 어디론가 ‘콩콩콩’하고 강시 뜀으로 뛰어가는 강시 네코마타. 「애..애야,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니?」 세이가는 갑자기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강시 네코마타를 쫒았다. 도대체 왜 저럴까? 아까까지는 자신을 피하려는 기색이 없었는데. 무언가 감지를 했는지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강시 네코마타는 ‘콩콩콩’거리는 강시 뜀이었지만, 보기 보단 엄청 빠른 탓에 세이가는 두 다리로 뛰어서 쫒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날개옷을 사용해 공중에서 추격하기로 했다. ‘마치, 자신의 주인을 맞이하러 가는 것 같네.’ 자신의 아래에서 급하게 강시 뜀을 하는 네코마타의 모습에서 요시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세이가. 오랜 세월 동안 요시카의 주인으로서 보았던 강시의 행동 패턴을 떠올려보면 그것은 확신에 가까울 것이다. 아무래도 저 강시 네코마타를 쫒다 저 애의 진짜 주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 무사히 히지리 뱌쿠렌에 대한 삭발식을 마친 란은 명련사를 유유히 걸어 나오는 도중, 멀리서부터 어떠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 기운이 아주 익숙한 종류라는 것을 파악한 란은 감지되었던 방향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며 누구의 것인지 탐색을 시도했다. 그러자, 강화된 청각으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아안~ 샤마아아!」 저것은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의 식신 첸의 목소리다. 란은 첸이 어째서 명련사 부근으로부터 자신을 찾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그런 거 보다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첸이 자신을 찾고 있는데 뭘 망설이겠나. 란은 과거 대륙에서 최속의 요괴로 이름을 날렸던 구미호답게 어딘가의 찌라시 기자 텐구를 뺨칠 정도 속도로 첸이 부르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야말로 한차례 폭풍이 이는 듯 거친 광풍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모습은 흡사 바깥 세계에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제트기를 연상케 하는 속도였다. 그만큼, 첸에 대한 란의 애정은 억, 아니. 경도 아니다. 나유타? 그 보다도 더 크다. 불사가의를 넘어 무량대수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무한에 가까운 애정을 담았으니, 지금의 란을 따라잡을 인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퇴역 했다지만 바깥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날았다 던 SR-71. 블랙 버드가 따로 없다. 그런 란이기에 첸이 있는 곳에 아주 짧은 시간 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아마 수초도 안 걸렸을 거다. 사랑스런 식신의 부름에 번개같이 날아온 란은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보이는 첸을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첸이 나를 애타게 찾다니 어디 곤란한 일이 있나? 아니면 순수하게 날 보고 싶어서 부른 걸까? 근데 왜 그곳에 있는 걸까?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아아.. 첸은 오늘도 변함없이 귀여워 등으로 가득 찬 란이 그 속내를 드려내지 않고 침착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첸,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런 물음에 첸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 하더니 「란샤마~」 하며 대답대신 란을 지칭하는 단어를 외쳤다. 그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란은 그 대답 아닌 부름에 애정을 느끼며 숨겼던 속내를 얼굴에 내비쳤다. 본인은 상냥하게 웃는 얼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 삼자가 볼 땐 그 과도한 애정이 표정에 그대로 드려난 탓에 변질자로만 보인다. 「헤헷.. 첸도 차암... 그렇게나 내가 보고 싶었던 거야?」 「란샤마~」 「그렇게 자꾸 날 부르지 않아도 곁에 있을 거란다. 어제는 그 망할 주인을 찾아다닌다고 널 잊고 있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거야.」 「란샤마~」 「왜 또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들려주지 않겠니?」 「란샤마~」 「오늘의 첸은 어딘가 좀 이상하구나. 아까부터 내 이름만 부르고. 혹시 배가 고픈 거니? 그런 거라면 인간 마을로 가서 맛있는 걸 사먹자.」 둘의 대화는 도통 물리는 게 하나 없었고 오로지 란의 착각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 둘의 대화에 좀처럼 끼여 들지 못한 이가 있었으니, 아까부터 첸의 등 뒤에 서서 끼어 들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있는 사선이었다. 자신의 식이 강시가 되어있는 줄도 모르는 란의 눈엔 첸 이외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그걸 눈치 챈 사선. 카쿠 세이가가 네코마타 주인으로 보이는 구미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해야 할 말이 있는데요.」 「방해하지 마라!」 자신을 방해한다고 판단한 란이 세이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네코마타를 상대할 때는 한없이 자애롭고 상냥한 얼굴이었는데 자신이 말을 걸자, 바로 살기를 담아 노려보는 것에 세이가는 적잖이 놀라는 한편, 겁까지 짚어먹었다. 저것은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큰 화를 입게 할 무서운 괴물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느꼈던 감상이 그러했으며 살아오면서 수많은 요괴와 귀신장으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당해왔었지만, 저 구미호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없었다. 그래서 더 더욱 문제였다. 지금 저 네코마타의 상태가 말이다. 아직은 눈치를 못 챘다지만 얼마안가 강시가 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가 물어야 할까? 열이면 열, 이 자리에 있는 저 둘을 제외한 나머지 한 사람인 자신이라고 말하겠지. 세이가는 정말로 난처했다. 저 무서운 구미호가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며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희망이라고 한다면 요시카에게 물려서 된 강시화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풀린다는 점이다. 저 네코마타가 얼마동안 강시화 되어있었는지 모르니 구미호가 눈치 채기 전에 풀리기를 바란다는 건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다. 그리고... 그 운은 지금 다해가고 있었다. 「응? 첸. 어쩐지 안색이 많이 안 좋구나. 마치 시체와 같이 새파랗게 되었네!?」 낌새를 눈치 챈 란이 첸의 안색을 살피더니 이제는 뻣뻣하게 앞으로 나란히 자세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희한하네? 마치 강시와 같은 꼴을 하고 있구나. 첸, 강시 놀이라고 하고 있는 거니?」 그렇게 물어보는 란에게 돌아오는 첸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란샤마~」 그를 부르는 이 한마디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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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재업] 사선과 요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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