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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코의 안내를 받아 곧장 도착한 대웅전. 그곳엔 명련사의 주지이자 대마법사, 히지리 뱌쿠렌이 신도들 앞에서 좌선을 하고 설법이 한창이었다. 란은 대웅전 안에 들어서기 전에 안의 상황을 찬찬히 둘려보았다. 마을에서 온 신도들은 불교 신자라고 하기 엔 어딘가 묘했다.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를 얻고자 하는 불교 신도들이라면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여성이 대부분이거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신도라고 해도 앞만 보고 살아가는 젊은이가 아닌 인생의 끝자락에서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늙은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명련사의 대웅전에 모여 있는 신도들은 어떠한가? 늙은이들이 더러 보이긴 해도 대다수가 젊은 사람. 그것도 혈기왕성한 한창 때의 남성이 아닌가! 란은 그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추리할 수 있었다. 추리고 잡시고 신도들 앞에서 좌선으로 설법중인 저 명련사의 주지가 중 치고는 너무 아름답고 요사스럽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그 아름다움에 현혹된 마을 청년들이 종교적 이유가 아닌 오로지 그녀, 히지리 뱌쿠렌을 목적으로 찾았으리라. 란은 자신이 비록 요괴고, 불법과는 인연이 없는 몸이라 할지라도 이건 잘못 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잘못됨을 바로잡는 것은 바로 지금, 자신의 역할이 아닐까. 그런 사명감에 자신도 모르게 요력을 방출한 란. 주머니속의 바리캉이 그 요력에 반응해 부르르 떨며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머리를 삭발시키고 싶어 요동치고 있었다. ‘자신의 미모로 마을의 청년들을 현혹하는 사이한 땡중 요괴!’ 대웅전에 모인 청년들을 상대로 설법중인, 명련사의 주지에 대해 란은 그렇게 판단했다. 저건 한마디로 중이 아니라 몽마인 거다. 란은 저 용서 못할 요괴 땡중을 올바른 중으로 만들기로 다시 한 번 다짐하고는 조용히 대웅전 옆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란이 대웅전에 들어서자, 조용하던 신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뱌쿠렌은 란의 등장에 설법을 멈추고 그를 찬찬히 훑어보며 물었다. 「... 대요괴로 이름 높은 구미호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뱌쿠렌은 란의 등 뒤로 솟아있는 아홉 개의 커다란 꼬리들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했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저 대요괴 구미호가 무슨 일로 대웅전을 찾은 것인지 궁금할 따름일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물음에 선 듯 대답하지 않고 살기를 담아 자신을 노려보는 란의 눈초리에 작게 기침을 하고는 다시 물었다. 「저에게 용무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란은 그 대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했다. 이어 대답하지 않던 무거운 입이 열렸다. 「내 친히, 당신에게 진정한 불제자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려 찾아왔으니 설법을 중단하고 자리를 옮기지 않겠소?」 구미호가 자신에게 불제자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다니? 뱌쿠렌은 자신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는 구미호의 입에서 예상외의 말이 나오자 당황하는 한편,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오는지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차버렸다. 저 구미호는 불도에 몸을 담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저 정도의 대요괴가 불교에 귀의한 사례는 뱌쿠렌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희귀하고 중요한 대사건이었다. 천 년 전, 수많은 요괴들을 불교에 귀의시켜 인간과 요괴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 왔던 뱌쿠렌은 대요괴라 칭해지는 거물급 요괴들을 귀의 시키는 데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요괴들이 자신의 힘에 굴복해 마지못해 귀의한 탓도 있었지만, 대요괴일수록 불교와는 인연이 없었으니, 불법을 이유로 찾아온 저 구미호는 뱌쿠렌에게 있어서 처음보는 신기와도 같았다. 저 만한 요력을 띄고 있는데도 불제자란 말인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최강의 요괴라 칭해지던 제천대성 역시 삼장의 손에 이끌려 불제자가 되어 끝내 투전승불이라는 부처가 되지 않았던가. 그렇다. 요괴임에도 부처의 길을 걸은 제천대성이 가장 이상적인 요괴라면 저 구미호 역시 그런 이상적인 요괴가 되어 인간과 요괴간의 진정한 공존을 이루어 낼 구세주인 것이다. 뱌쿠렌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신도들을 해산시키고 자신의 별채로 란을 정중히 모시고 있었다. 뱌쿠렌의 안내를 받아 별채에 들어선 란은 차를 대접받았다. 조용히 차를 마시며 노려본 뱌쿠렌은 가까이서 보는 만큼 아름다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한낮 땡중에 불과한 여인이 저토록 아름다워 질수 있단 말인가. 란은 뱌쿠렌의 미모에 질투심을 느끼며 입가를 씰룩였다. 그런 란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뱌쿠렌이 혹여 차가 맘에 들지 않는 걸로 생각해 물어왔다. 「입에 맞지 않으신가요?」 「아뇨, 차는 맘에 듭니다... 그 보다 주지님은 참 아름다우시군요.」 「과찬이에요.」 「과찬이 아닙니다. 한낮 불법을 수행하는 중이 소유하기엔 지나친 미모입니다.」 칭찬이 아니었다. 란의 말은 그녀의 질투심이 섞인 뼈가 박힌 독설이었다. 하지만, 뱌쿠렌은 그 말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성불하기엔 아직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에 수명을 늘리는 요술을 익히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워졌답니다. 하지만, 이런 외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요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라면 언제까지고 이 땅에 남아 불법을 설파할 것입니다.」 「호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라... 그렇다면 주지의 외모에 이끌려 찾아온 마을의 신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란의 눈이 약간 반호를 그렸다. 그 의도야 뱌쿠렌에 대한 조롱이었다. 그 사이한 아름다움으로 마을의 청년들을 홀린 주제에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다니.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도 뱌쿠렌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 말대로 처음엔 제 외모를 보고 왔었습니다. 하지만, 설법을 거듭하여 이젠 제 외모가 아닌 저의 설법에 깨우침을 얻기 위해 찾아오십니다. 중요한 건 내면이란 것을 깨달은 거죠.」 그 대답에 란은 ‘큭큭큭’하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렇군요. 그 아름다운 외모가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걸 보니. 저도 맘 놓고 저지를 수 있겠군요.」 란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자신의 천모자를 벗어보였다. 매끈거리는 대머리에 몇 가닥 남은 머리털이 처마에 걸린 풍령의 소리에 맞춰 살랑거리는 모습에 뱌쿠렌은 말없이 탄성을 내질렸다. 설마, 불법에 입문했다고 여겼던 구미호가 저 정도로 불법에 심취해 있었다니. 적어도 여기에서 자신의 설법을 듣는 요괴들은 저 구미호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것이다. 어찌 요괴가 그것도 대요괴라 칭해지는 구미호가 삭발을 할 만큼 불교에 빠져든 것이란 말인가. 내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미(美)에 대한 집착이 저 구미호의 삭발된 머리로 인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새삼스레 깨닫는 뱌쿠렌이었다. 그런데, 란의 머리는 중 머리라고 하기 엔 뭔가 좀 이상했다. 뱌쿠렌의 눈에는 제대로 된 삭발이 아니라 되다만, 아니 그 보다 옆과 뒷머리가 남아있는 데다 머리의 정 중앙만 밀려있는 괴상한 형태였다. 거기다 밀려있는 부분에 몇 가닥 남은 머리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오히려 완전히 삭발된 형태에 비하면 훨씬 더 우스워진 추한 몰골이 아닐 수가 없다. 뱌쿠렌은 구미호가 자신에게 일부러 이런 흉측한 되다 만 삭발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입으로만 아름다운 미모는 중요치 않다는 자신에게 진실로 그런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자 찾아온 부처의 헌신이 아닐까? 눈앞의 저 구미호는 흉측한 머리를 한 대요괴지만 뱌쿠렌의 눈엔 이미 후광이 비치고 있는 부처의 헌신이었다. 「이래도 아름다움이 중요치 않다고 말할 셈이냐?」 란의 물음에 뱌쿠렌은 진심으로 감동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아름다움은 추한 내면을 가리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뱌쿠렌의 두 눈이 투명한 물기를 머금었다. 미숙한 자신에게 진정한 깨달음을 주기 위해 찾아온 구미호의 모습을 한 부처의 헌신에게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말로 저 위대하신 분의 말씀대로 자신은 불법을 공부하는 불제자로서의 마음가짐이 덜 되어있는 것이었다. 입으로는 아름다움이 중요치 않다고 했지만, 명련사에 수많은 신도들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미모였고 지금도 찾아오는 신도들은 여전히 자신의 미모를 보고 찾아오는 청년들일 뿐이었다. 자신의 설법에 진심으로 감화된 이들이 그중에 몇이나 되겠는가? 처음만 그랬지, 이후로는 자신의 설법을 들으려 찾아왔을 거라고 여겼던 뱌쿠렌은 그것이 얼마나 짧고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를 깨닫고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란은 그런 뱌쿠렌의 예상 밖 행동에 놀라하면서도 냉정한 판단으로 이것을 기회라 여기며 근엄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만 고개를 들 거라. 네가 진심으로 아름다움, 세속의 부질없음을 깨달은 것이라면 지금 당장 실천으로 옮기 거라.」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뱌쿠렌의 앞에 은색으로 빛나는 바리캉을 던지는 란. 천천히 머리를 들어 그것을 확인한 뱌쿠렌이 란이 던져준 바리캉을 손에 들고 조심스레 물었다. 「구미호님, 이것은 무엇이옵니까?」 란은 그 물음에 혀를 차며 대답했다. 「세속으로 부터의 번뇌를 버리고 불가의 제자로서 새롭게 출발하라는 의미이니라. 그 도구는 그것을 위한 삭발 기구다. 스스로 쓰기 힘들다 하면 내가 친히 도와줄 테니. 이제 진정한 불제자의 마음가짐을 가지기 바라노라.」 그 말에 뱌쿠렌의 눈에 머물러 있던 물기가 댐이 터져 홍수가 나듯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정중히 그 성스러운 바리캉을 들어 란에게 진상하여 자신의 머리를 삭발케 부탁했으니 란은 사양 않고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별채 처마 밑에 매달린 풍령이 ‘딸랑’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렸다. 그 아래 툇마루에서 아름다웠던 보랏빛과 금빛의 머리털이 은색의 바리캉에 의해 속절없이 아래로 떨구어 진다. 자신의 머리를 속세와 함께 끊어내고 진정한 비구니의 모습이 되어가는 뱌쿠렌의 얼굴은 비장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녀는 이제 구도의 길을 걷는 진정한 승려로 다시 태어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이치를 깨달아 세속의 공허함을 느끼는 한편, 반야바라밀. 부처의 지혜를 이제야 깨친 것에 대한 후회와 기쁨, 환희의 감정이 눈물과 함께 흘려 내리고 있었다. 란이 마지막 까지 머리를 밀어댈 때 까지 천수경을 외는 그녀의 중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란은 목적을 이루었지만, 석연치 않았다. 분명 마리사와 치르노처럼 자신과 똑같은 머리 모양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그때처럼 스트레스가 풀리거나 재밌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싫어하는 상대에게 억지로 강행하는 삭발의 과정이 즐거웠던 것이지. 결과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처럼 싫어하는 기색은커녕 자신의 발언에 감화하여 얌전히 삭발을 당하는 상대에겐 조롱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란이었다. 이날 이후, 명련사는 한바탕 크게 뒤집혔다고 한다. 뱌쿠렌의 빠순이었던 이치린이 입에 거품을 물고 혼절하거나 물귀신 무라사가 충격을 받고 가출을 하거나 명련사의 본존으로 있던 쇼우가 야생의 본능을 되찾았다는 하는 것은 여담이다. * 세이가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어제, 저 요괴가 잠이든 사이에 빠져나갈 것이라고 다짐했건만, 그만 저 요괴가 잠든 틈도 보지 못하고 푹 자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깼을 땐 이미 저 요괴도 깨어나 있었다. 실책도 이런 실책도 없을 것이다. 자신답지 않은 실수를 저지른 세이가가 혼자 짜증을 되삼키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유카리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또 다시 부엌에 발을 들였으나, 눈치 빠른 세이가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 식사가 필요치 않는 선인의 몸인 세이가와 달리 유카리는 공복을 느끼는 요괴.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통에 세이가는 그 시끄러운 입을 막기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시끄러운 요괴가 또 다시 부엌을 엉망으로 망쳐놓을지 모를 노릇이니까. 그러나 선인이 된 이후,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본적 없는 세이가는 간단한 요리 조차도 어려운 데다 애당초 부엌엔 요리를 위한 식재료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저 요괴의 입을 달래줄 방법은 전무하다. 그래서 식사를 기다리는 유카리에게 「장이라도 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사정을 말하는데, 그때 세이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후루룩」소리를 내며 면 요리를 먹고 있는 유카리의 모습이었다. 「우물우물... 장 볼 거면, 달콤한 청과라도 몇 개 사오셨으면 해요.」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작은 용기속의 면을 음미하며 부탁을 해오는 유카리를 보니 따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 볼 필요도 없어보였다. 그 보다 저 면 요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쉽게 생각해보면 어디론지 통하는 틈새 능력을 이용해 가져왔을 테지만, 그럴 것 같으면 왜 어제 죽을 끓인답시고 부엌을 엉망으로 망쳐놓은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 자신이 먹고 있는 면 요리처럼 죽도 쉽게 가져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생각을 읽었는지 유카리가 입안에 우물거리던 면을 식도로 넘기고 나서 말했다. 「요리는 정성이에요. 이건 정성이 없는 인스턴트식이라 요기 거리도 안 되네요.」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매우 맛있게 국물까지 깨끗이 마시고 비우는 유카리. 남은 쓰레기는 틈새를 열어서 그 안에다 던져 넣었다. 「그 능력. 참 편해 보여서 부럽네요.」 세이가의 눈에는 너무나도 편해 보이는 능력. 도술을 부리고 벽을 뚫는 끌을 지닌 그녀라지만 저 능력은 정말로 탐이 날 정도로 만능으로 보였다. 만약 저것이 자신이 부릴 수 있는 능력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도망칠 자신이 있다. 설령 시비곡직청에 근무한다는 염라라 하여도. 그러나 이 틈새를 열고 닫는 것은 유카리의 능력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녀의 진정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경계를 조작하는 능력은 세상의 이치마저도 바꿔버리는 신격의 이능임을 세이가는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저 틈새를 여는 것만큼은 가지고 싶어.’ 그것이 세이가의 솔직한 마음. 어디든지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하다면 자신을 잡으려오는 귀신장들을 마음껏 조롱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불순한 동기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유카리가 뒤늦게 말대답을 해왔다. 「제 능력으로 재미난 일을 하는 상상이라도 하시나요?」 잠시 멍하게 있던 세이가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놀란 눈으로 유카리를 쳐다봤다. 마치 자신의 속이라도 들여다 본 것 같았다. 「그 말대로 현자님의 능력이 탐 나는 걸요. 좋겠다~ 가고 싶은 곳도 얼마든지 오갈 수 있으니.」 세이가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유카리는 그 솔직함에 재미를 느꼈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만약, 제 틈새 능력을 얻는다는 가정 하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거죠?」 그 물음에 세이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언가 재밌는 일을 떠올렸는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무슨 일은요? 그저 생각이 드는 대로 이곳저곳 여행을 하고 싶은 것뿐인데요. 특히, 밤하늘에 떠있는 달나라에 가보고 싶네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유카리는 「하하핫!」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세이가의 대답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가 맘에든 것인지 모르는 세이가는 갑자기 큰소리로 웃는 유카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웃음을 멈춘 유카리가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세이가 씨와 저는 서로 통하는 게 있나 봐요.」 「아뇨. 전혀 안 통한다고 생각해요.」 세이가는 유카리의 말을 바로 부정했다. 「에 ─ , 절대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요.」 사뭇 시무룩해진 표정이었지만 진지한 분위기를 벗어던지지 않은 유카리였다. 입에서 나온 말과는 달리 세이가를 바라보는 눈은 본질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 날카로웠다. 그러다 한 순간, 그 분위기를 접고 풀어진 얼굴로 툭 내던진 말. 「그런데, 장에는 언제 가실건가요? 저, 청과가 먹고 싶은데.」 「하아...? 그런 건 능력으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 않나요?」 이 요괴는 정말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이가였다. 자신과 통하는 데가 있다고 말하는 요괴대현자. 자유분방함을 말하는 거라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를 말할 것 같으면 틀리다고 생각했다. 요괴대현자. 야쿠모 유카리가 자신을 찾아오기 전에 했었던 생각에 대해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로 했다. 그래, 저 요괴는 많이 특이하다. 어쩌면 선인 행세를 하는 요괴보다도 이상할 지도 모르겠어. 세이가는 그렇게 납득하고는 장을 핑계로 집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마을에는 싱싱한 사과가 팔 거예요. 꼭 사오세요.」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번엔 붙잡지 않는 모양이다. 그 예상대로 무사히 집을 빠져나온 세이가는 나중에 틈새를 이용해 자신을 잡으러 올 유카리를 대비해 몽전대사묘로 피신하기로 했다. 성인은 대하기 힘들다고 말한 게 있으니까. 근데 정말로 그럴까? 저 정도 마이페이스라면 오히려 성인인 태자 쪽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요즘 들어 요시카의 모습이 통 보이질 않는다. 태자들이 부활한 지금, 굳이 묘지를 계속 지킬 필요도 없을 텐데. 어디서 뭘 하고 있담? 세이가는 이왕 외출하는 김에 자신의 사랑스러운 강시인 요시카를 불러들여서 집에 빈대 붙은 성가신 요괴를 상대하도록 계획했다. 적어도 자신이 태자님들 틈에 숨는데 시간 정도는 벌어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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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3kill
히지리 뱌쿠렌이 진정한 비구니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