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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대현자 야쿠모 유카리의 식신이자 대요괴 구미호의 피를 잇는 야쿠모가(家)의 만능 가정부. 야쿠모 란은 현재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아니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서 아무라도 살짝만 건들 어도 당장에 폭발을 할 정도로 분노한 상태. 이게 다 그녀의 주인인 야쿠모 유카리 때문이었다. 주인이란 것이 허구한 날, 집안에서 빈둥대기 밖에 안하면서 집안일을 도맡고 있는 자신에게 자기가 해야 할 결계 수복 일을 맡긴 것도 모 잘라 변덕이 죽 끓듯 끓어대는 통에 비위를 맞춰 주기도 너무나 힘든 것이다. 그 덕분에 란이 받는 스트레스는 보통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자랑으로 삼는 아홉 개의 꼬리털에 원형 탈모까지 생기겠는가? 그나마 유일한 마음의 안식이자 위안인 자신의 식신. 첸을 보는 것으로 주인의 변덕을 참고 견디던 란이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첸만 아니었으면 이놈의 집구석 당장이라도 야반도주했을 텐데 하며 밤마다 몰래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제 아무리 마음이 바다같이 넓은 란이라 할지라도 참지 못했다. 그 바닷물이 전부 말라비틀어질 만큼 분노의 불길이 마음속에 활활 불타올랐기 때문이었다. 첸의 재롱을 봐도 풀어질 화가 아니며, 가끔.. 정말 가끔이라고 본인이 말하지만, 전신탈의라는 극단적 스트레스 해소도 소용이 없었다. 란의 분노는 그만큼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야쿠모 유카리 특유의 그 상대방 속을 뒤집어 놓는 태도를 접한 인요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입을 올린다. ‘저런 요괴를 곁에서 모시는 구미호는 살아있는 부처다!’라고. 그 살아있는 부처가 지금, ‘누구라도 내 손에 걸리면 죽는다.’라는 프레셔를 뿜어내는 악귀나찰이 되어있다. 란을 저렇게 까지 분노하게 만든 사건은 경위는 이러했다. 어느 날이라고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바깥세계의 가십거리에 꽂힌 유카리의 민폐 행각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변덕이 죽 끓는 주인이 무언가에 꽂혀서 열중하더라도 작심삼일. 아니 작심삼시 정도로 질려하기에 금방 저러고는 말겠지 하고 신경을 끄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이따금 식, 유행하는 것에 편승해 곧잘 따라하던 주인이 무신경한 행동으로 자신의 신경을 여러 번 긁었지만, 그것이 큰 참사로 까지 이어진 적은 아직 없었으니 말이다. 고작해야 싱어송 라이터가 될 거라며 밤낮 안 가리고 고성방가를 지르거나 음치이면서도 자신의 고운 미성을 들려주겠다며 환상향 전역을 돌며 소음을 일으키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기어이 참사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란은 그 참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악물 게 된다. 그 참사를 처음 겪었을 때의 감정을 말하자면, 참담함. 그리고 나선 침통함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분노가 됨으로써 주인을 향해 살의 까지 내뿜게 된 것이다. 란은 그 때의 참사를 떠올리며 떨리는 손으로 천모자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천모자를 벗기자 높다랗게 솟아오른 두 귀 사이로 보여야 할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고 허허벌판이 되어 휑하니 쥐어뜯기다 만 몇 가닥 머리털만이 바람에 부대끼며 날리고 있었다. 혹시나 벌칙 게임으로 대머리 아저씨 가발을 뒤집어 쓴 게 아닐까 싶지만, 진짜다. 자신의 아름다운 금빛 머리털이 사정없이 쥐어 뜯겨진 형태로 캇파 보다 심각한 원형 탈모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란의 머리가 저 꼴이 난 것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유카리의 작품이었다. 평소대로 변덕이 발동한 주인이 바깥세계의 세련된 미장 기술을 익혔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대상으로 미용 기술을 뽐낸 것이었다. 란은 불길한 예감에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변덕이 발동중인 유카리의 고집을 꺾는 것은 고명한 타카마가하라의 천신도 불가능 한 일. 결국, 주인의 변덕에 희생양이 된 란은 ‘어? 이게 아닌데..??’라는 말을 연발하던 주인의 허둥댐에 차마 못 봐줄 심각한 헤어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짠~ 이쁘지?’라는 말로 적당히 둘려대며 거울을 보여주던 유카리가 참담, 침통을 거쳐 분노로 일그러진 란의 얼굴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키마를 통해 도주한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주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머리를 골룸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살의를 느끼지 않고 배기겠는가? 란은 빠득하고 이를 세게 악물고 나서 잃어버린 자신의 머리털을 떠올리며 분노를 담아 외쳤다. 「아오 썅!! 이 빌어먹을 할망구!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요절을 내 버릴 테다!!」 * 란은 자신의 주인이 몸을 숨길만한 거처를 찾아다녔다. 유카리의 능력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쉽게 드나들기 힘든 바깥 세계에 몸을 숨겼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란은 주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알만한 곳은 한곳도 빠짐없이 들렸다. 그 씹어 먹어도 성에 차지 않는 민폐덩어리 주인이 여전히 반성은 없이 지금도 뒤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지 않을 까 하는 예측에서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란은 그때까지 분노를 가라앉히고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주인을 향한 복수심만이 오롯이 끓어오르는 란은 환상향 전역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인요들 마다 주인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평소의 냉정한 모습이 아닌 분노로 인해 감정적이게 된 란의 태도는 당연히 상대에겐 좋게 비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로인한 트러블은 피할 길이 없었다. 마법의 숲에서 마주친 키리사메 마리사는 날이 선 목소리로 자신의 주인이 어딛냐며 묻는 란이 매우 거만해 보였다. 원래부터 구미호라는 격이 높은 요수로 거만하게 행동했다지만 오늘 따라 유독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가 심했다. 아무리 기분이 언짢아도 그렇지, 자신을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어-이’였다. 유카리의 행방을 묻기에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칫’하고 혀까지 차는 바람에 마리사의 인내의 끈은 ‘뚝’하고 끊어져 버렸다. 구미호면 다야? 보아하니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저 태도는 아니잖아! 열 받은 마리사는 란에게 스펠카드 룰로 탄막전을 걸어왔고 란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무시한 채 지나가려 했지만, 뒤에서부터 마구잡이로 탄막을 쏘아대는 마리사의 도발에 란은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고 험악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헤헷, 그렇게 나와야지!!」 마리사의 도발에 걸려든 란은 그녀의 의도대로 탄막전을 받아들였다. * 분노로 이성을 잃어서일까? 란의 탄막은 매우 거친 데다 규칙이 없었다. 이리 저리 난잡하게 쏘아대는 탄막은 얼핏 보면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너무 솔직한 궤도로 날아오기에 탄막전에 익숙한 마리사 정도라면 육안으로 보고 피하는 일은 쉬운 편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저 구미호가 오늘따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탄막을 통해 알게 된 마리사는 여유 있게 란의 탄막을 피하며 물었다. 「왜 그래? 탄막이 전혀 너 답지 않은데?」 그러나 그 물음에 란은 대답 대신 더 거칠고 난폭한 탄막으로 응수해 왔다. 마리사는 「어이쿠, 이런!」 하는 말과 함께 거칠게 쏘아지는 탄막의 비를 아슬 하게 피했다. 「들려주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듣고 말겠어!」 마리사의 손에 스펠카드가 들려졌다. 「혜성 – 브레이징 스타!」 간이 팔괘로를 빗자루 뒤에 장착해서 그 화력으로 돌격을 행하는 스펠. 브레이징 스타가 발동됨에 따라 마리사는 강대한 돌파력을 얻어 비처럼 쏟아지는 탄막을 뚫고 란에게 접근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매우 솔직한 공격이라 이성을 잃었다곤 하나 란이 대응하지 못 할리는 없었다. 자신의 복부를 향해 쾌속으로 전진해 오는 마리사의 브레이징 스타를 몸을 틀어 피해낸 란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흥, 이런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에 내가 맞을 까봐?」 란의 옆을 스쳐가며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마리사는 그 비아냥을 듣고는 속상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씨익’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란은 무슨 꿍꿍이 속인지 모를 마리사에게 분개하며 외쳤다. 「이 건방진 인간놈이!」 자신의 옆을 지나 등 뒤로부터 크게 유선해오는 마리사를 향해 손을 내지른 란은 수많은 탄막을 생성해서 쏘아댔다. 그러나 그 쏘아댄 탄막들이 마리사의 몸에 닿는 일 없이 사라지자 놀람을 금치 못하는 란. 빗자루에 설치한 팔괘로를 회수 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마리사의 장기 스펠인 마스터 스파크가 발동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브레이징 스타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란이 그 이유에 대해 알아챘을 땐 이미 자신의 근거리에서 마스터 스파크가 쏘아진 후였다. 마리사는 브레이징 스타에 쓰일 팔괘로 말고도 또 하나의 팔괘로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블레이징 스타 도중에 쏘는 마스터 스파크. 이 전법은 두 가지 스펠을 동시에 전개 하므로 상당한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한 번의 탄막전에서 두 번은 못 쓸 전법이었다. 게다가 평소의 란이었다면 안 통했었을 악수. 그럼에도 이런 악수를 뒀던 것은 란이 평소의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냉정함을 잃은 지금의 란이라면 통할 거라는 불투명한 도박을 건 것이다. 그리고 그 도박에 이겼다. 눈앞의 분노에 사로잡혀 자신의 시야마저 가리는 탄막을 쏘아댄 란에게 마리사의 비장의 수가 보일 리 만무했으니 말이다. 이미 그 수가 발동하고 나서야 시야를 가린 자신의 탄막이 사라졌으니 대처가 늦어진 란은 이대로 마스터 스파크에게 피탄 될 위기. 그러나 이대로 피탄 당해서야 체면이 안서는 란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전 요력을 모아서 마스터 스파크에 대항했다. 허나, 약간이라도 거리를 뒀었다면 모를까? 바로 코앞에서 자신의 요력이 마리사의 마력과 서로 부딪혀버리니 그 여파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란이었다. 란의 압도적인 요력에 의해 마스터 스파크는 그대로 힘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여파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란은 당장 위기를 모면했다고 좋아 할 입장이 아니었다. 급작스럽게 전요력을 쏟아낸 탓에 거친 숨을 내쉬던 란은 문득, 마리사의 시선을 느꼈다. 두 눈을 땡그렇게 뜬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사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눈치 챈 란은 얼굴이 터질 듯 빨갛게 익었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과 마리사의 시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밖에 없어서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마리사의 시선이 향한 곳은 란의 머리. 란의 천모자는 아까의 여파로 날아가 버렸고, 그 아래 감춰져 있던 참혹하기 그지없는 머리가 그대로 노출 된 것이다. 「저기... 아..그게....미안.....」 마리사는 오늘따라 까칠했던 란이 이해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무안함에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있었기에 머리가 저리도 참혹하단 말인가? 제 아무리 실패한 머리도 저렇지는 않다. 자신도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살겠다는 린노스케에게 몇 번인가 머리를 맡겼다가 동네 친구들에게 바가지 머리라고 놀림 받은 기억이 있지만, 저 란의 머리와 비교하면 얼마나 양호했던가. 그 만큼 란의 머리는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란은 자신을 보는 마리사의 시선이 안타까움과 동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불덩이 같이 화끈거리는 얼굴은 수치심으로 물들고 동공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사방으로 흔들린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란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마리사를 노려보며 요력을 끌어올렸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추한 머리를 보여주게 되었다는 치욕과 함께 그걸 봐버린 마리사를 이대로 보내주면 안된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 때문이다. 입막음을 시켜야 한다는 한 가지 일념으로 란의 몸에서는 살벌한 요력이 넘실댄다. 「봤겠다....」 조용히 읊조리는 소리였지만, 마리사의 귀에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미안, 안 본 걸로 할게.」 「봤겠다...」 마리사는 란으로부터 풍겨오는 살의에 공포를 느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란이 화내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대로 란에게 죽는 것은 사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력으로 도망치려는 마리사. 아까전의 더블 스펠로 마력은 바닥나지 직전이지만, 그 바닥나기 직전인 마력을 최대한 쥐어짜서 도망을 위한 추진력을 삼을 셈이었다. 「봤겠다...」 란이 아직 자신에게 달려 들지 않는 이때가 기회다. 마리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빗자루에 설치한 팔괘로에 마력을 주입했다. 「봤겠다...」 아까부터 중얼거리던 저 ‘봤겠다.’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중얼거림이 커질 때 마다 공포감 역시 커져갔다. 마리사는 자신의 전 마력이 팔괘로에 주입된 것을 확인 하고는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시동을 걸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할 거라니까!」 마리사는 그렇게 외치고는 란의 반대편을 향해 팔괘로를 추진력 삼아 전력으로 날아갔다. 「놓치지 않는다!」 「히익 ─ !!」 분명 자신의 전속력이었는데 그것을 따라잡은 란이 눈앞에서 이를 드려내자,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고 만 마리사. 결국, 도주에 실패한 마리사는 란에 의해 입막음을 위한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 그 끔찍한 일이 무엇이냐면 한 동안 모자를 벗지 못하게 되었다나? 심지어 잘 때조차도 모자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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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시작된 삭발마 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