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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의 등장에 마리사와 앨리스는 서로 다투는 걸 멈추고 그녀 쪽으로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드는 의문. “도대체 어디로 해서 들어온 거야?” 마리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앨리스와 들어왔던 유일한 통로는 이미 무너져 내린지 오래고 주변을 샅샅이 살펴봐도 개구멍조차 없었으니 저 히나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게 된다. 하지만 앨리스와 싸우기 전 만 하더라도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그것은 앨리스도 같은 생각으로 히나를 수상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두 분 다 저를 의심하고 계시는데 저는 오로지 액의 기운을 느끼고 온 것 뿐 입니다.” “그렇다는 건? 어딘가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거야?” 앨리스는 히나의 입에서 나온 액이 어쩌니 하는 소리보다 그녀가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젠 정말 끝장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벗어날 길이 있다는 걸 저 히나라는 수상한 여자가 증명하고 있었으니 앨리스는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환해지는 앨리스의 표정을 무심하게 쳐다 본 히나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한다. “저의 드릴로 땅을 파서 온 거라 이미 매립되어 이용할 수 없습니다. 나갈 때도 저 혼자만 나갈 수 있겠죠.” 그 말에 바로 정색하는 앨리스. 좋다 만 것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포기 하지 않고 히나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땅을 파서 나가는 동안 뒤에 바짝 붙어 이동하면 탈출이 가능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제 드릴로 땅을 파는 순간 발 뒤로는 바로 흙으로 메꿔집니다. 포기하는 게 편해요.” 결국, 이상한 녀석이 하나 추가되었을 뿐, 상황이 나아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마리사와 앨리스였다. 그리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를 탓하던 비난의 화살을 히나에게 돌리기로 한 둘은 퉁명스런 얼굴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야, 결국 여기에 갇혀진 우릴 놀리려고 온 거잖아.” “마리사 말이 맞아, 뭐 때문에 온 거야?” 액 때문에 온 거라고 히나가 몇 번 말한 것 같지만 침착함을 잃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마리사와 앨리스는 히나가 그저 자신들의 처지를 놀리기 위해 나타난 거라 여기고 있었다. 중요한 사실을 하나 잊어 먹은 채로 아까부터 자신을 매도하는 두 마법사를 가만히 보고 있던 히나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말문을 열었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은 이렇게 까지 아둔해 지는 걸까요?” “뭐어?” “이 장소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인물에게 그런 태도를 취 할 줄이야. 바보가 따로 없군요.” “이 자식, 우리 더러 바보라고 하다니!” 마리사는 이를 으득 갈며 팔괘로를 히나에게 겨누었지만 바로 앨리스의 손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거 놔, 앨리스.” “이 바보야. 여기서 마포를 쐈다간 동굴이 무너져버린다고.” 자신을 방해한 앨리스를 보며 험악한 표정을 짓는 마리사지만 이어진 앨리스의 말에 격해진 감정을 누그려 뜨렷다. 겨우 침착함을 유지한 마리사를 보며 앨리스가 말했다. “잘 생각해봐, 우리가 미처 생각 못했던 방법이 저 여자로 인해 생긴 거야.” “무슨 방법 말이야... 앗!” “이제 눈치 챈 거야?” 격해진 감정을 정리하니 정상적인 판단이 드는 마리사는 앨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눈치 챘다. 비록, 저 여자가 혼자서 밖을 나올 수 있더라도 지금 자신들의 사정을 알고 있는 만큼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히나가 구세주로 보이기 시작하는 마리사. “오오오... 저희들을 구원해 주려 오신 분이군요. 못 알아 뵈서 죄송합니다.” 태도가 급변 했지만 원수와 은인은 종이 한 장차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니 그런말 없다고? 미안하다. 자신을 다시 보게 된 마법사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히나가 사이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방금 전 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영 글러먹었으므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릴 구해줘! 아까 전의 무례함은 정말 미안했어.” 히나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자 땀을 삐질 흘리며 초조해지는 마리사. 그러나 액신 히나는 원래의 목적을 완수하기로 했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밖으로 나가서 도움을 요청 하는 것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말에 마리사와 앨리스는 서로를 쳐다보다 동시에 히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 했다. 히나가 말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 보다 나은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며 그 확실하다는 방법을 듣기 위해 경청하기로 했고 히나는 그런 두 명의 마법사를 보며 ‘후후후’거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두 분의 몸에서 강한 액의 기운이 불행을 부른 것이니 액의 전문가인 저에게 액땜을 받아서 위기를 모면한다. 어떻습니까?” “─하아? 그게 뭐야.. 액땜을 해주려면 이곳을 벗어나게 한 다음에 해도 되잖아.” 잔뜩 기대를 했던 마리사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짜증을 부렸다. 그러나 마리사 보다 냉정한 앨리스가 히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는 히나에게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고 말했다. “확실한 거죠?” “네, 지금의 불행한 사고는 두 분의 액이 불려낸 것입니다.” “믿어야 본전이니 액땜이란 것을 받아보겠어요.” “어이, 그 말을 진짜 믿는 거야?” 도중에 마리사의 만류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앨리스는 개의치 않고 액땜이란 걸 받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달리 선택이 없다는 건가?” 자신 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앨리스의 선택이다. 마리사는 히나를 아직 신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히나이기 때문에 믿지 못하더라도 앨리스의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앨리스처럼 액땜을 받아보기로 정한 마리사는 히나에게 그 방법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액땜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미리 불행을 겪는 거 아니야?” “네, 일단 한 번 죽어주시면 쉽게 불행이 없어질 겁니다.” 그 순간 마리사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듯 골 안이 띵해져 왔다. 잠시라도 믿어보기로 한 게 잘못이지. 저 여자는 역시 자신들을 놀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이 지배된 마리사가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살기위해 벗어나려는 사람에게 한 번 죽어보라니! 농담이라도 못 할 말이DAZE!!” “그래, 이곳을 탈출 할 유일한 열쇠라서 믿었는데 너무 하지 않나요?”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것은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생존을 가지고 그런 농담을 하다니 질이 나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히나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맹비난을 하며 이를 갈고 있는 두 명의 마법사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은 히나가 양 손에 액의 기운을 모은 후, 기다란 리본이 나선형으로 손을 휘감아 더블 드릴을 만들어 냈다. ─ 위이이잉 하며 사납게 회전하기 시작하는 드릴. 마리사와 앨리스는 그것을 보며 본능적으로 몸이 보내오는 위험 신호에 어서 달아나야 한다고 느꼈지만 그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마리사와 앨리스의 복부를 동시에 관통하는 히나의 드릴. 쓰러지는 것도 동시에. 입에는 복부의 충격으로 인한 토사물이 호를 그리며 쏟아져 나온다. 드릴이 되었던 양손을 원래대로 돌린 히나는 쓰러진 두 마법사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액을 흡수해 볼까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 두 마법사의 몸에 주사바늘을 꽂아 넣은 히나는 피를 뽑아내듯이 검은 액을 주사기 안에 채웠다. 그리고 그걸 자신의 팔에 다 꼽고는 주사기안의 액을 몸 안으로 주입시켰다. “아... 정말 액을 맞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은 겁니다.” 히나의 눈은 액에 중독되어 풀려버렸다. ㅁㅇ과 같은 기분을 맛보게 하는 액은 히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복. 액에 의한 후폭풍 걱정이 없는 액신만의 특권이다. 그 때문에 히나의 하루 일과는 액을 품은 인간을 찾아 일단 반 죽여 놓은 뒤 액을 강제로 체취해서 맛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상대를 쓰러뜨리는 이유는 습관이라고 말해두겠다. 나름 액땜이라고 하는 처방이 라나 뭐라나. 두 명분의 짙은 액을 맛본 히나의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서 환각을 보고 있었다. 혼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는 건 물론이고 침까지 흘리며 헬렐레 거리는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저건 더 이상 신이 아니라 액 중독자 말기환자의 모습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렇게 히나가 환각 증세에 무한한 쾌락을 느끼고 있을 즈음 드릴로 복부를 강타당한 마리사와 앨리스가 정신을 차렸다. 하복부에 남아있는 강렬한 통증을 견디며 일어난 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나 약.. 아니 액에 취해서 맛이 가버린 히나의 모습이었다. “저 녀석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마치.. 약에 중독돼있는 거 같은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마리사와 히나를 약쟁이로 보이는 앨리스. 그들이 도출해낸 결론은 저 히나라는 액신은 약에 중독된 싸이코인 것이다. 유일한 희망이 저 꼴이니 다시 절망감이 엄습해온 마리사는 초조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려 어두운 동굴 벽을 손으로 집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동굴 벽을 손으로 쓸어가며 걷고 있을 때 무언가 종이의 질감이 손에 느껴진 것이다. “응? 뭐지??” 손에 종이가 잡히길래 그대로 힘을 주고 떼버린 마리사. 들려진 종이는 전설적인 락밴드 Queen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포스터였다. 그리고 자신의 발밑으로 보이는 바벨이나 푸시 엄바등의 운동 기구들. 헬스 관련 잡지까지 있는 걸 보니 묘하게 생활감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여기서 생활을 했던 걸까? 하는 추측을 하던 마리사는 아까부터 느껴지는 수상한 시선에 온 몸에 긴장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상한 시선의 주인이 마리사 앞에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마리사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꺄아아아아악 ─── !!!” 동굴 안에 펴지는 마리사의 비명. 앨리스는 마리사가 위험에 쳐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달렸다. “마리사가 위험해!” 여기에 자신과 마리사 그리고 약쟁이 말고 또 다른 인물이 있었던 걸까? 그게 아니면 위험한 생물이라도 있는 걸까?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마리사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앨리스의 눈앞에 건장한 신체의 남성이 팬티만 걸친 채 서있었다. 그 남성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남성의 얼굴을 살펴본 앨리스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파츄리......” 홍마관 지하에 있는 대도서관에서 보라 콩나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병약했던 그 책 벌래 마법사가 근육질의 거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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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재업] 히나가 간다. 5 - escap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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