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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아앙 !! 에이린이 수술을 집도하는 동안 잠들어 있던 히나는 별안간 귀를 멍하게 만드는 파괴음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소리가 울렸던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된 수술실이었다. 에이린은 수술실이 파괴될 때의 충격으로 잔해 속에 묻혀있었고 폐허의 중심부에는 2미터는 훌쩍 넘는 거구의 무언가가 홀연히 서있었다. 거구는 사나에가 폭주했을 때 모습과 상당히 흡사했고 차이점이라면 팔이 네 개가 되었다는 것과 더욱 사나워진 안광에 하지정맥류에 걸린듯한 핏대가 온 몸에 걸쳐져 있다는 정도였다. 안 그래도 기괴했던 폭주 모드 사나에는 에이린의 마개조로 인해 어지간한 마물보다도 더 기괴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저래서야 되겠는가? “폭주를 완화시키긴 커녕 업그레이드 시켜버렸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좋을 대로 해버린 에이린을 책망하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완전체 마물이 되어버린 사나에를 바라 본 히나는 잔해에 묻혀버린 에이린의 팔을 잡고 단숨에 당겨 올렸다. “후우... 그래도 일생 저 모습으로 지낸다면 고민 자체는 없어 진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폭주한 상태의 자아가 본 자아가 되었으니까.” 히나에 의해 구조된 에이린이 자신의 몸을 털어내며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사나에를 실험체로 써먹은 주제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찍찍 내뱉은 거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하는 히나다. 저건 어딜 보나 마개조를 해댄 통에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급조해낸 궁색한 변명이 아닌가? 그런데도 히나는 왜 납득을 하는 걸까? “저것도 고민 해결로 치부할 수 있으니까.” 그것은 바로 히나도 에이린과 똑같은 족속이었기 때문에서다. 히나와 에이린에게 놀아난 거나 다름 없는 사나에는 고개를 들고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 칠흑으로 물든 얼굴 속에서 빛나는 안광은 살의가 가득했다. 자신의 살생 충동을 채우기 위한 제물을 물색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사나에는 가까이에 있던 히나와 에이린에게 그 시선을 고정시켰다. “■■■■■■■ ── !!!!” 형언할 수 없는 거친 포효가 울려퍼진다. 사나에가 자기들을 목표로 삼은 것에 난감해진 히나는 에이린에게 물었다. “저거, 우릴 덮칠 생각이 만만이네요. 멈출 수 있는 장치라도 있습니까?” “일단, 로봇이 아닌 생물이니까 그런 장치 같은 게 있을 리 없어요.”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을 만들어 낸 거군요.” “정답이라고 말해드리겠어요.” 이 초가 걸린 비상사태에도 히나와 에이린은 농을 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도대체 저 괴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시종일관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물(사나에 지만 이젠 괴물이라고 칭하겠다.)이 살기 넘치는 안광을 번쩍이며 몸을 웅크리며 반동으로 튀어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에이린이 품 안에서 꺼내든 리모컨의 버튼을 눌렸다. 그러자 ‘키이이이’거리는 괴음을 내며 폐허가 된 수술실로 달려오는 정체불명의 크리처들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이었다. 전부 합쳐 10마리 정도 되어보였는데 머리가 둘 달린 녀석이 있는가 하면 고간에 드릴을 달고 있는 녀석이 있고 몸에 날카로운 입이 두 세 개인가 날린 녀석까지 있었다. 전부 제각기 엽기적인 개성을 지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 모두 원래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행방불명된 마을 사람들 입니까?” “아뇨, 유카리가 카미카쿠시 시킨 인간들이죠.” “그 유카리로부터 인간들을 얻다니 요령 좋으시군요.” “훗, 별 말씀을.” 제정신이면 두 눈 뜨고 못 봐줄 짓이지만 히나와 에이린은 동네 아줌마가 수다를 떨 듯이 일상적인 회화처럼 나누고 있었다. 저 둘만 놓고 본다면 극히 훈훈하고 평범한 대화지만 그 내용이나 저 인간이었던 크리처를 본다면 오롯이 싸이코적인 대화인거다. 크리처 들은 명령이라도 들었는지 괴물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어떤 놈은 물어뜯고 또 어떤 놈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었지만 괴물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었다. 무식하게 단단한 괴물의 육체는 크리처의 공격이 씨알도 안 먹히는 강도였고 한 번 몸을 비틀어 흔드는 것 만 으로도 괴물에게 붙었던 크리처들이 모조리 튕겨나가 버렸다. “저것 봐요. 대단하군요. 몸을 흔든 것 뿐 인데 괴 생명체가 맥아리 없이 떨어져 나가네요.” “워낙 소재가 좋다보니 앞으로도 없을 작품이 탄생된 거예요.” “겸손도 하셔라. 좀 더 자신을 가지세요. 저건 최고의 괴물입니다.” “후후후, 칭찬 고맙네요. 덕분에 자신이 생기는 데요?” 정말이지 히나와 에이린의 대화는 영락없이 계모임에 모인 주부들의 덕담 같지만 이 상황에서 저 내용이라니 위화감이 심하다 못해 천장을 뚫고 지나갈 것 같다. 그녀들의 눈에는 괴물과 괴 생명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자녀들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자녀들이 지금 서로의 목숨을 걸고 데스 매치를 벌이고 있다. 괴물의 괴력에 주춤거린 크리처들이 경계를 하며 그 주변을 빙글 돌다가 틈을 노려 다시 달려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는 괴물. ─ 퍽, 쿠당. 추아악!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린 크리처들을 차례대로 괴력이 담긴 네 개의 팔을 이용해 묵사발로 만들어 갔다. 처음 녀석은 그대로 안면을 찌그러뜨리며 벽에다 거대한 떡의 흔적을 남겼고 그 다음 녀석은 주먹으로 머리를 내려쳐 바닥에다 뇌수를 쏟게 만들었다. 이어서 달려든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단말마의 비명도 못 지를 정도의 일격의 죽음을 안겨주고는 사납게 ‘크르르르’ 거린다. 아직 살아남은 나머지 크리처들은 겁을 잔득 집어먹고 괴물과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승산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광경에 에이린이 ‘어머’하고 짧은 감탄을 내뱉었다. 괴물과 크리처들을 싸움 붙이기도 전에 결과를 알고 있던 에이린이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결착이 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인신은 개조 전에도 충분히 비상식적으로 강했지요.” 이미 개조 전에 한번 붙어본 상대라 잘 알고 있었던 히나는 저 결과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방해물이 사라진 괴물은 다시 표적을 자신을 보며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던 그녀들에게 옮겼다. 안 그래도 귀찮던 상대가 파워업해서 자신을 노리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은 히나는 ‘칫’하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하늘 높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이 청아하게 높은 하늘을 향해 입을 열고 외치는 히나. “니토리, 컴 히얼~!” 그 외침에 멀리서부터 점 하나가 생기더니 점점 커져왔다. 그 점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을 때엔 이미 히나의 앞에 착지한 후였다. ─ 쿠웅 ─ !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장소에 서 있는 건 니토리를 업고 있는 로봇이었고 등에 매달린 니토리가 히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이야?” “네 메카 린노스케가 활약할 순간이 왔어.” “정말?” 니토리가 매달려있는 로봇은 다름 아닌 삼일 전에 사나에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린노스케였다. 은색의 보디를 가지게 된 린노스케는 나사 자국이 선명한 얼굴 위에 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안경과 은색 갈퀴가 있을 뿐 그냥 양철 로봇이었다. 본디 니토리의 개조를 받은 대상은 최소한의 특징만 남기고는 정형적인 구식 로봇의 형태를 취한다. 린노스케도 예외가 아니었던 거다. 그리고 로봇이 된 존재는 인격이 배제된 채 제작자의 명령에만 충실한 기계인 것이다. 니토리는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반응해 뒤를 돌아보았다. “휴이!, 저거... 사나에잖아... 게다가 묘하게 전과는 달라.” 흉폭한 한 마리의 괴물을 보고 기겁을 한 니토리는 덜덜 떨며 그렇게 말했고 히나는 에이린의 마개조를 받은 사실을 들려줬다. 그 사실을 듣자마자 눈빛이 달라진 니토리는 메카 린노스케의 등에서 내려오며 자신있게 말했다. “이런 기회가 다 오다니! 나의 최첨단 과학과 에이린의 의학의 대결이 성사되었어. 과학의 위대함을 알려주지.” 에이린이 그런 자신감을 듣고 있더니 눈을 반월로 만들며 입을 열었다. “좋아, 소재가 너무 뛰어나서 그 쪽이 불리하겠지만 그 깡통을 철저하게 부숴놓는 걸로 의학의 만능을 보여주겠어.” 니토리와 에이린 사이에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두 눈에 불을 키며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니토리와 달리 에이린은 눈웃음만 짓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속으로는 상당한 전의를 불태웠다. 니토리는 등에 맨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투박한 사각의 박스리모컨을 꺼냈다. 적나라하게 달려있는 커다란 빨간 버튼을 누르자 메카 린노스케가 양 팔을 들어 올리는 포즈를 취한다. “코오오오오오린 ──── !” 안경 너머로 존재하는 헤드라이트에 불을 밝힌 메카 린노스케는 그대로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괴물을 향해 달려갔다. “메카 린노스케, 부셔버려!!” 니토리는 괴물을 향해 요란스럽게 뛰어가는 메카 린노스케를 두 주먹 불끈 쥐며 응원을 했다. 그러나...... * 단 몇분 만에 꾸깃꾸깃한 철 덩어리로 변해버린 메카 린노스케. 너무나도 압도적인 괴물의 위력 앞에서 니토리는 망연자실한 채 그 자리에서 ‘털석’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이것도 다 예상을 한 에이린은 조용히 웃으면서 얄미운 입을 열었다. “제 자식이 너무 완벽해서 부모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고요.” 그 조롱 섞인 말에 이를 부드득 갈은 니토리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메카 린노스케의 동력이 뭔지 알고 있나?” 자신을 곁눈질로 보며 작게 웃음을 흘리는 에이린을 쳐다보며 그렇게 묻는 니토리. 손에 들린 것은 메카 린노스케를 작동시킨 투박한 사각 리모컨이었다. “보나마나 가솔린이나 밧데리겠지.” “아니야.” 에이린의 대답에 바로 부정하는 니토리. 그녀의 입가가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술 혁신의 신이 전해준 핵의 힘을 해석하여 만든 신 동력원인 핵융합로다. 아직 그 에너지를 온전히 이끌어내는 덴 실패했지만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폭탄이 되기도 하지.” 니토리의 입에서 흘려 나온 경악스런 이야기.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위험하다. 저 괴물에게 자신의 작품이 진 것이 얼마나 속상했으면 이 자리의 모두와 같이 동귀어진 할 생각을 했겠는가? 에이린은 니토리의 극단적인 사고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졌다. 정상인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마저도 저 니토리의 미친 사고방식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한마디로 자살이다. 고작 자신이 만든 로봇이 저 믿을 수 없는 괴물에게 졌다는 이유로 저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엔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취할 수 없는 선택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니토리는 진심이었다. 자신의 혼신을 담은 과학력이 저토록 간단히 뭉개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본 그녀는 자존심에 심대한 상처를 입고 자포자기한 상태였으니까. “이런, 폭발 엔딩이라도 낼 셈입니까?” 히나는 대미를 장식하는 게 폭발이라는 것이 맘에 안 드는지 니토리를 만류하려고 했는데 니토리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자폭 장치를 눌려버렸다. ─ 꾸직. 하는 소리와 함께 철 덩어리가 된 메카 린노스케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여유가 없어진 에이린이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니토리는 꼬시다는 듯이 ‘씨익’하고 입이 째지라 웃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폭 성애자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히나는 히죽대고 있는 니토리를 보며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 키이이잉! 그리고 마침내, 핵융합의 임계점을 돌파했는지 뜨거운 고열이 장내를 뒤덮었고 그날 헤메임의 죽림은 환상향에서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데데 ─ 돈 ─ !!』 <두 얼굴의 사나에 完> 뭐야.. 이 폭발 엔딩은.... 에라이.. 필자인 나도 모르겠다. 개막장이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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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재업] 히나가 간다. 2 - 두 얼굴의 사나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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