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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노스케가 사나에의 폭주로 죽고 난 이틀이 흘렸다. 지금쯤이면 니토리에 의해 사이보그로 재탄생 되었을 린노스케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가로이 강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히나는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던 사나에의 고민거리를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그런 비상식 적인 존재와 더 이상 엮이는 건 사양하고 싶어서였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누구라도 엮이는 순간 피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본인은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처음 히나의 강압적인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던 사나에는 그녀가 간섭해 오지 않던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청백의 무녀복에 피 칠갑을 한 채 낚시 삼매경인 히나에게 찾아왔다. 사나에가 자신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무심하게 여긴 히나는 시선도 주지 않고 강물을 바라 볼 뿐이었다. “폭주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이번에야 말로 도와주시라고요!” 자신의 머리 뒤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려와도 히나는 묵묵부답인 채 강물만 바라보는 앉았었다. 사나에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주변이 엉망이 되어있는 경험을 반복하길 이틀. 자포자기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인데 처음 의욕적으로 도와주겠다던 히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가 갈리는 것이다. 사나에가 경멸에 찬 시선으로 히나의 뒤통수를 뚫을 기세로 쳐다보고 있자 히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기질 적인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후.. 그렇게 까지 도움을 바란다니 비상식이라도 구제를 해줘야 할 것 같네요.” 사나에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낚싯대를 어깨에 걸쳤다. 빙글 180도 회전으로 뒤에 있는 사나에와 정면이 되게 몸을 돌린 히나는 양 입고리를 찢으면서 말했다. “그럼, 제가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응할 각오는 되신 겁니까?” “그래, 지금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할 거야.” “좋은 각오입니다.” 히나는 사나에의 각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 같은 미소지만 안심이 되는 사나에 였다. 사나에는 히나가 취하는 방식에 순종하며 따를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히나가 그 바람직한 자세를 보며 자신이 생각한 해결 방법을 말하는데 요괴를 접해서 증세를 완화 시킨다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사나에의 근본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를 극복한다는 접근이 아닌 철저하게 약물 치료와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이 찾아간 곳은 [영원정]. 환상향 제일, 아니 바깥세계를 합쳐서도 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약사가 있다는 영원정에는 어떠한 병마라도 고칠 수 있는 야고코로 에이린이 인요 가리지 않고 진찰을 봐주는 곳이다. 달의 두뇌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약사. 야고코로 에이린은 확실히 사나에의 폭주 증상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를 찾아 영원정에 온 것은 당연한 얘기인거고 처음부터 여기를 찾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까지 꺼려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에이린에 대한 안 좋은 소문 때문이었고 그것은 마을 사람들을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해부를 하거나 마개조를 시켜버린다는 일이 잦은 탓이었다. 실제로 부상을 입고 영원정으로 실려 간 마을 청년이 정체불명의 크리처가 되어 돌아온 일도 있었다. 그것만 보더라도 에이린은 실력은 최고지만 그 흉흉함 마저 최고인 미치광이 의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싸이코 기질은 니토리와 겨뤄도 좋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 이른바, 이공계의 싸이코가 니토리라면 의과계의 싸이코는 에이린이라고 불릴 정도. 하지만 이미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요괴들이 희생당한 지금 사나에는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만에 하나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하더라도 스스로 제어 하지도 못할 폭주를 없앨 수 만 있다면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었던 거다. 영원정 대문 앞까지 온 사나에는 발길을 돌릴 생각이 없이 자신의 증상을 고치기 위해 마중 나온 토끼들의 안내를 받으며 에이린의 진료소로 들어섰다. 진료소에서 만난 야고코로 에이린의 모습을 처음 본 사나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길게 땋아 내린 하얀 백발은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간호모로 보이는 남색의 모자와 아수라 백작처럼 정 중간을 기점으로 좌우가 남색과 빨간색으로 나눠진 옷은 늘씬하고 풍만한 몸매를 그대로 드려내게 했다. 얼굴도 상당한 미인. 마을의 청년들이라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홀릴 정도의 외모였다. 단 한 가지 빼고 “나사...” 사나에의 시선이 꽂힌 것은 에이린의 관자놀이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볼트였다. 완전히 관통해서 반대쪽으로 볼트의 끝이 나와 있는데도 멀쩡한 에이린은 절대로 정상인으로 비쳐지지가 않는다. 이런 특징 하나에 압도되는 것은 비단 사나에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진료 받는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나에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에이린은 익숙하다는 듯이 상냥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무슨 증상으로 찾아오셨어요?” 상냥한 얼굴에 상냥한 말이지만 사나에에게는 전혀 상냥하게 들려오지 않았다. 아까부터 관자놀이를 관통한 볼트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바람에 그 괴이함이 뇌리에 박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괴이함으로 따지면 헐크로 돌변하는 사나에도 만만치 않지만 말이다. “이 애의 증세를 고치기 위해 왔습니다.” 에이린의 질문에 답한건 사나에가 아닌 히나였다. 언제 들어온 건지 사나에 옆에 서있던 히나는 질문에 답하고는 에이린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에이린에게 귓속말로 중얼거리는 히나. 에이린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사나에는 무슨 얘기를 주고받은 건지 신경 쓰였지만 그보다 아직도 저 머리를 관통하고 있는 볼트가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저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째서 머리에 나사가 관통했어도 멀쩡한 거예요?” 계속 신경 쓰였던 부분을 물어오는 사나에. “스스로의 몸을 실험체 삼아 개조 수술을 하다 보니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개조했다는 정신 나간 소리였지만 가벼운 일 인양 말하는 에이린은 간혹 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오는 질문 중 베스트 1이라고 볼 수 있는 진부한 물음에 익숙하게 대답한 것이다. 굉장한 일인데도 일상적인 느낌으로 말하니 그 위화감이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으..으음.. 그렇군요.’하고 납득하는 사나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머리에 볼트를 관통시키는 개조 수술이라니 소문대로 싸이코 확정이다. 그런 자신에 비해 에이린을 친근하게 대하며 옆에서 사이한 미소를 짓고 있는 히나는 어떤가? 같은 싸이코 끼리 통하기라도 하는지 자기가 보는 앞에서 서로 목소리를 낮춰 말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음, 그러니까 요괴만 봤다하면 거구의 야수가 되어 난동을 부린다는 거군요.” 에이린의 말에 사나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뇌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네엣!?” 자신의 증세를 알자마자 뇌수술을 귄 하는.. 아니 강요하는 에이린은 냉정한 표정으로 사나에를 쏘아봤다. 갑자기 뇌수술을 하자는 말에 움츠려든 사나에는 몸을 뒤로 뺐다. 약물 치료 정도를 바라고 왔는데 난데없이 수술이라니. 그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뇌수술. 아직 10대 소녀에 불과한 사나에가 겁을 집어먹기 충분했다. 나름 각오는 했다지만 막상 그게 닥치자 공포심에 지배당해 영원정을 빠져나오고 싶어지는 것이다. “저..저기... 잠시만 시간을 줄 수 없을까요?” “안됩니다. 한시를 다투는 시급한 일이니 지금 당장 수술을 시작해야 합니다.” 도대체 뭐가 한시를 다투는 일인거야? 그냥 당신이 나의 뇌를 만지고 싶어 하는 거뿐이잖아! 사나에의 마음속에서 그런 외침이 울려퍼졌고 에이린에게 잡히기 전에 이곳을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읽었는지 히나의 마취 주사가 자신의 팔에 꼽혀있었다. “아... 안돼...” 사나에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히나의 얼굴을 각인 시키며 눈을 감았다. “좋은 소체를 구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 이걸로 의사양반은 마음껏 마개조를 하실 수 있고 현인신은 자신의 증세도 고치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윈윈 전략이니 얼마나 바람직한가요.” “후후후후후후....” “역시 나는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는 바람직한 신인 겁니다.” 마취로 인해 정신을 잃은 사나에를 놓고 두 싸이코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사나에는 과연 어떤 크리처가 되어 있을 것인가? 에이린에게 맡겨진 사나에는 그대로 수술실로 옮겨져 해가 져서 달이 뜨고 다시 아침이 찾아와 닭이 울부짖는 시간이 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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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재업] 히나가 간다. 2 - 두 얼굴의 사나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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