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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츙~!
치르노가 피격 당하여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걸로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흑백이라고 부르는 마법사에게 덤벼들다가 보기 좋게 당해버린 것이다.
땅으로 추락한 치르노는 보기 좋게 대지에 1자로 머리부터 꽂혀 버렸다. 꼿꼿히 하늘로 치 솟은 다리는 중력에 의해 곧 ㄴ자로 구부려 졌고 그 모습에 걱정이 돼서 달려오는 대요정이 있었다.
“치르노쨩~, 괜찮아?”
─ 푸학 ─ !
하는 소리와 함께 치르노의 머리가 박혀있던 땅으로부터 뽑혀져 나온다. 자신의 얼굴에 묻은 흙을 털어내려고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내 저은 치르노는 자신을 걱정하여 달려와 준 대요정을 도끼눈으로 쳐보다면서 이를 갈았다.
“우우... 두고 보자고 흑백! 내 반드시 너를 이겨 줄테야!!”
그런 다짐을 하는 치르노 였으나 그는 요정이다. 요정은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근본이 요정인 이상 요괴들이나 마법과 주술을 익힌 인간들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치르노는 결코 포기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나는 최강이니까!”
허풍일 뿐이지만 치르노에게 있어선 그것은 절대적인 목표이자 신념이었다. 그러나 연달아 이어진 흑백과 홍백에 의한 패배는 그런 치르노의 자신감 마저 앗아가고 있었다.
“나는 최강인데... 그 얄미운 흑백이랑 홍백 때문에 최강이 될 수가 없어...”
치르노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갈았지만 그런 치르노를 바라보고 있던 대요정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물어왔다.
“그렇게 최강이 되고 싶으면 적어도 다시 태어나야 할 거야.”
대요정은 치르노가 요정들 중에서는 최강이 맞지만 정작 치르노가 원하는 최강은 환상향 제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친구인 치르노가 헛 된 희망을 품는 것에 못 마땅해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말은 불가능 한 말이고 요정으로 태어난 이상 자연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하는 불멸의 존재인 것이다. 죽어도 바로 다시 부활하는 존재.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하다.
“흥, 다이쨩은 뭘 모르네. 요정이니까 최강을 추구하는 거야.”
치르노는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다.
요정이니까 최강을 추구한다는 말은 해명되지 않는 이상한 말이지만 치르노는 그것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신념이었다. 그걸 모르는 대요정은 그저 이해 할 수 없을 따름이었다.
그때, 땅에서 ‘드드드드드’하는 울림과 함께 진동이 전해지더니 하늘 높이 돌과 흙들을 흩뿌리며 등장하는 붉은 드래스 차림의 여성. 카기야마 히나.
한 쪽 손을 드릴로 만들어 땅에서부터 치솟아 오른 히나는 공중에서 좌우로 뱅글뱅글 돌며 지상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치르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사나운 입을 열었다.
“그 고민 내가 해결해 주겠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나타난 게 아닌 연약한 생물을 잡아먹으러 튀어나온 것 같았지만 포식자와 같은 두 눈에는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히나의 갑작스런 등장에 치르노는 물론이고 대요정도 깜짝 놀라서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삥 뜯으러 온 거면 얼른 저리로 가버려.”
치르노가 질색하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히나는 삥을 뜯으러 온 것도 나쁜짓을 하러 온것도 아니었다. 단지, 신으로써 진지하게 치르노를 돕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사실 그 점이 더 질 나쁜 것이라는 걸 이 당시 누구도 상상 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저는 새롭게 태어난 카기야마 히나 ver.2입니다. 최강이 되고자 하는 가여운 요정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강림한 신에게 그 무슨 말버릇인 가요?”
“흥, 너 따위가 도와주지 않아도 난 최강이니까!”
히나를 향해 그렇게 자신감을 뽐내던 치르노는 잠시 후, 히나의 브로큰 펀치 한방에 그대로 ko해서 땅 바닥을 뒹굴었다.
“감히 그정도 가지고 최강을 칭하다니, 우습군요.”
자신의 주먹에 동공이 사라지고 이빨 까지 몇 개 나가버린 치르노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히나. 눈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꺄악 ─ ! 치..치르노쨩...!”
히나에게 맞아 떡실신한 치르노를 안고 절규하는 대요정.
“당신, 치르노쨩에게 너무하잖아요!”
“훗, 자기 분수도 모르는 녀석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정신 차리지.”
대요정의 불같은 성화에 히나는 조소로 되돌려줬다.
“으으... 머리야... 나는.. 최강이 아닌건가?”
정신이 돌아온 치르노는 머리를 감싸 쥐고서 신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간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살았는지 히나의 브로큰 펀치 한 방으로 깨닳는 중이었다.
자신의 주제를 알게 된 치르노를 보는 히나는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만면했다. 그녀는 치르노를 향해 일갈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알았으면 그 후에 할 일은 오로지 단련뿐입니다.”
히나의 검지가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며 치르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히나의 말에 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대요정은 불안한 마음만 잔득 들었지만 히나의 말에 결심을 한 듯한 치르노를 막을 길이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단련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기, 제가 써놓은 매뉴얼을 봐 주십시오.”
히나는 자신의 품속에서 벽걸이 달력같은 크기의 종이를 꺼내서 치르노에게 주었다. 치르노는 그걸 받아서 읽어보니 적혀있는게 오로지
“고기 식사. 고기 식사. 고기 식사. 단백질 단백질 단백질 단백질... 뭐야 이게?!”
순 전히 고기 식사와 단백질이라는 단어만 나열되 있을 뿐이었다. 그 괴상하기 짝이없는 메뉴얼에 치르노는 인상을 찌푸렸다.
“장난해? 순 먹는 거 밖에 없잖아. 이게 어딜 봐서 단련이라는 거야!”
“후후후.. 단련의 기본은 몸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많이 먹어주는게 장땡이지요. 특히 단백질 말입니다.”
“그게 사실이야?”
“그럼 제가 거짓이라도 하는 걸로 보입니까?”
히나와 치르노는 서로 눈 싸움이라도 하듯 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치르노는 알았다는 듯이 허리춤에 주먹을 대고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거야. 대신.. 최강이 되지 못하면 각오해!”
“이거 참, 의지가 강한 요정이네. 이 카기야마 히나가 이름을 걸고서 널 최강으로 만들어 드리죠.”
히나는 하얀 이를 드려내 보이며 치르노의 기대에 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히나의 매뉴얼 대로 치르노를 최강으로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이 시작된 것이다.
*
그런데 이게 과연 트레이닝이긴 한 걸까?
어디서 가져온 건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들을 치르노에게 강제적으로 먹이고 있는 히나를 보며 대요정은 그저 걱정만 앞서는 것이었다.
“치로노쨩이 괴로워하잖아요. 억지로 먹이는 건 관둬 주세요.”
‘우우웁~’거리며 입 안 가득히 고기를 머금고 있는 치르노에게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서 고기를 쑤셔넣고 있던 히나가 대요정의 만류에 ‘응?’하고 신경질 적인 시선을 대요정에게 돌렸다.
“살을 찌우기 위해선 무조건 많이 먹어두는 겁니다. 일단, 포동포동하게 살을 찌워 놓아야 근육을 만들기 쉬운거죠.”
“근육이라니.. 요정에게 그런 거 필요 없다고요!”
대요정은 근육질 몸매가 된 치르노를 떠올리지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몰골인가에 대해 알아차리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사랑스런 치르노쨩이 근육 마초가 되다니. 절대 있었선 안될 일이다.
이대로 히나의 뜻 대로 치르노가 근육 마초가 되어버리면 안 된다. 대요정은 그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히나로부터 치르노를 떼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역시, 당신에게 치르노쨩을 맡길 수가 없어!”
대요정은 히나를 향해 몸을 날린 어택을 감행했지만 그걸 간단히 피한 히나가 손날로 대요정의 목덜미를 내려쳤다.
“아흑!”
목 덜미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통증에 대요정은 짧은 신음을 내뱉고는 그대로 기절해서 바닥에 쓰려져버렸다.
“음, 시끄럽던 방해꾼이 사라졌군요. 진작 이렇게 처리했어야 했는데.”
히나는 만족을 느끼며 다시 치르노의 입에 고기들을 강압적으로 쑤셔넣기 시작했다.
“우으읍... 우우우웁!!(그만해, 더는 못 먹는단 말야!!)”
“자아~ 자! 계속 먹는 겁니다. 돼지새끼가 되어 부히부히~ 하고 울어댈 정도로 먹는 겁니다.”
독설이 섞이긴 했지만 히나는 진지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돕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더 치르노를 최강으로 만들어 내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치르노는 이거 정말 도움이 되는 건가? 하는 의문만 더해갔지만 이미 히나에게 엮어 버린 이상 더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쳐한 것이었다.
*
어느새 치르노의 배는 자신의 몸 모다 세 배는 크게 부풀어 올랐다. 히나가 준비했던 고기들을 강제로 먹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뱃속이 너무 꽉 차버린 나머지 옴싹달싹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히나는 봐주지 않았다.
“자, 음식을 소화 시키려면 운동을 하는 겁니다.”
“으에... 너무 배 불려서 움직일 수 없단 말야.”
“응석 부리지 마세요. 먹었던 단백질 들을 소화시켜야 근육을 불릴게 아닙니까?”
“그치만 정말 못 움직이겠단 말야!”
“하는 수 없군요. 그럼 이거 한 방을 놔 주겠습니다.”
히나가 품속에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주사기 안에는 불길함이 가득 담긴 검은 액체가 출렁이고 있었고 그것은 한 눈에 봐도 너무나 위험해 보이는 독극물처럼 보였다.
치르노는 히나가 자신에게 그것을 주사할거라는 사실에 이를 딱딱 거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그..그거 액이잖아!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기분 좋아 질 거니까 걱정 마시라.”
치르노는 당장이라도 저 주사를 피하기 위해 날아 오르고 싶었지만 무리하게 고기를 먹은 탓에 무거워진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자신을 피하고 싶어 싫은 얼굴로 고개를 내 젓고 있는 치르노를 사악하게 웃으면서 팔 둑에다 주사를 놓는 히나.
주사기 안에 담겨있던 불길한 검은 액체가 하나도 남김없이 치르노의 몸속으로 주입되었다.
“흐헤헿홓엥..”
주사를 놓자마자 정신줄을 놓은 듯 눈을 올리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치르노. 그건 마치 ㅁㅇ을 한 것처럼 환각상태에 놓여있는 것이었다.
입가에 침을 흘리면서 기분 나쁘게 웃어대는 치르노를 보며 ‘씨익’하고 입꼬리를 올린 히나가 치르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쿠케헤헿헹~”
치르노는 채찍을 맞은 말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가진 채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치르노의 뒤를 히나가 쫒았다.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이는 치르노지만 달리는 속도는 풍선 같은 배를 달고 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나의 액이 예상외로 잘 듣는군. 역시 바보라서 그런 건가?”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액이 저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지닌것에 감탄을 했지만 본디 히나의 액은 ㅁㅇ과도 같은 효혐을 자랑한다. 그것은 히나 스스로에게도 적용될 정도로 강력한 환각을 지녔고 히나의 액은 뒷거래로 비싸게 팔린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무튼 히나는 걸어다니는 환각 물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존재했다.
히나의 액의 환각 증세는 부과적인 것이며 본디 액이란 불행을 가져다주는 저주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 히나의 액을 주입 당한 치르노는.
“크헿헿헤헿~~”
앞으로 닥쳐올 불행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채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행이 다가왔다.
─ 쿠오오오오 !
어디선가 굉음을 내며 치르노를 향해 날아오는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앞부분이 빨간 원뿔형의 미사일이었고 그걸 정통으로 직격한 치르노는
─ 쿠아아앙 ─ !!
그대로 미사일의 폭발에 휩싸여 온 몸이 불타고 있었다.
“크헤헿훟엥~~!!”
몸이 불타면서도 환각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치르노가 고통스런 웃음소리를 질러댔다.
“이런이런, 얼음의 요정이 불타면서 웃고 있다니 참 희한한 광경이군.”
치르노는 당장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았으나 그걸 지켜보던 히나는 혀를 끌끌 차며 냉소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어이쿠,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어디선가 뻗어나온 한 줄기 물대포가 불타고 있던 치르노를 덮쳐 사나운 불길이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불에 타서 녹을 뻔 한 치르노는 제 정신을 차린 건지 양 손을 땅에 짚고 ‘헥헥’거리고 있었다. 그런 치르노 앞에 커다란 등짐 같은 가방을 맨 니토리가 모습을 보이더니 히나쪽을 보며 아는 척을 한다.
“히나. 뭘 하고 있었어?”
“저 요정을 최강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운동을 시키고 있었지.”
히나의 시선이 치르노에게 향하자 니토리도 그 시선을 따라 땅에 엎드리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치르노를 쳐다봤다.
치르노를 보던 니토리는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치르노를 돕는 히나의 계획에 참가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니토리는 히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돕게 해주지 않겠어?”
“그러지, 저 요정을 최강으로 만들러면 나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으니까.”
히나는 니토리의 참견에 흔쾌히 승낙하고 말을 이었다.
“니토리, 너의 과학력이 빛을 발할 때다.”
“히히히, 그래? 저 요정을 내 맘대로 개조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괜찮아, 내가 허락하지.”
둘이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엎드린 채 듣고 있던 치르노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자신을 개조해 버린 다니? 그건 절대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저 니토리라는 공순이는 싸이코로 유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고 물가에서 놀던 사람들을 납치하여 뇌를 빼간다는 소문이 도는 미친 캇파인 것이다.
저 싸이코에게 개조 당하게 된다면 자신의 몸이 어떤 지경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치르노는 저 둘을 따돌려서 도주할 계획을 둔한 자신의 머리로 짜려고 했지만
─ 푹.
하고 주사바늘이 자신의 팔을 뚫는 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마취되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실험체가 함부러 도망치면 안돼지.”
치르노에게 마취 주사를 놓은 니토리가 ‘낄낄’거리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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