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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아..?」 환각에서 벗어난 직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왔다. 나에게 트라우마를 상기시켰던 사토리의 눈이 작게 떨린다. 아무래도 절망을 한 모습을 기대 했나 본데, 아쉽군. 내 멘탈은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서. 오히려 옛 일을 다시 한 번 겪은 느낌이라 상당히 신선한데? 「어째서 그렇게 태연 할 수 있는 거죠?」 이해 못하겠다는 듯 물어온다. 그렇다면 이해를 시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 「보기 좋은 떡이 좋지만, 보기 싫은 떡도 떡이죠.」 「네?」 비유가 좀 어려웠나? 나는 다시 설명 했다. 「즐겁고 기뻤던 추억이 좋겠지만, 괴롭고 힘든 추억도 추억. 그리운 옛 일을 떠올리게 해줘서 오히려 고마운데요?」 「그게 무슨. 괴로운 추억은 당연히 괴로울 뿐이잖아요.」 「네. 그야 당연히 괴롭죠. 근데 그게 뭐가 어때서요?」 사토리는 멍청한 얼굴을 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걸까?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잊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거든. 그것이 설령 감당하기 힘든 공포라 해도 말이야. 그 괴로움에서 눈을 돌리는 건 마계를 떠난 것만으로도 충분해. 괴로운 만큼 즐겁게 지내면 그만이니까. 요는 괴로운 분 만큼 즐겁게 살면 된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즐거움을. 쾌락을 추구하는 거고. 매일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 위해 힘껏 살아가는 거니까. 「그렇군요. 당신은 그런 인간. 아니, 악마인거군요.」 사토리는 이제야 겨우 이해했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살며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로서는 당신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네요. 하지만-.」 말을 끊고 잠시 뜸을 들이는 사토리. 시선을 내리며 고운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네요.」 중얼거리듯 「괴로운 분 만큼, 즐겁게 살면 된 다라..」라고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이제 보답을 해 줄 차례다. 「보답이라니요? 무엇을??」 깜짝 놀랐는지, 사토리는 고개를 쳐들고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이어이. 내 마음을 그렇게 실컷 훔쳐 보는 게 아니야. 그러다 정말로... 능욕 당해버린다? 히히힛. 「느..능욕!?」 그래, 상상 능욕. 방금 떠올린 발상이지만, 참 천재적이야. 그럼 제 1라운드 가 볼까? 좋지. 가봅시다아아아 ── !! . . . . . . . 여기는 각종 슬라임계 몬스터들이 서식한다는 어느 동굴. 모험가를 자처하는 여전사 사토리는 보물이 잠들어 있을 거라 믿고 이 슬라임의 둥지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자신의 실력을 자만하여 홀로 동굴 탐사에 들어간 그녀는 이윽고 한 무더기의 슬라임들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왔구나. 이 앞으로 지나가지 못하게 할 셈인가 본데. 어림없어!」 슬라임들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검을 휘두르는 사토리. 허나, 그녀의 검은 슬라임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 그 물컹하고 반투명한 몸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쳤다. 이를 악 문 사토리는 검을 고쳐 쥐고 다시 한 번 휘둘렸으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통하지 않았다. 낭패였다. 설마, 자신의 검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니. 슬라임이라는 몬스터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 실수였다. 원래 슬라임이란 초보존에 서식하는 약한 몬스터가 아니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육체를 지니고 그 육체로 부터 섬유질을 녹이는 액체를 분비하는 아주 위험한 몬스터가 바로 슬라임이다. 슬라임들은 어느새 사토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 십 여 마리. 사토리는 당황했다. 이대로는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바로 그때, 슬라임 하나가 몸을 날려 사토리를 덮쳐왔다. 「꺄악-!」 저항할 세도 없이 덮쳐진 사토리는 슬라임의 불투명한 몸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사토리는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오려 해봤지만, 불가능했다. 슬라임의 몸은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빠져드는 늪지대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치이익-. 사토리의 갑옷이 슬라임이 분비하는 액체에 의해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사토리의 갑옷과 그 아래 몸을 가리고 있던 천 조각들이 전부 녹아내리는 데엔 불과 수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해-!」 몸을 가리던 것이 모두 녹아내리고 나니, 알몸이 되어버린 사토리가 수치심에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알몸의 그녀를 슬라임은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유린해 갔다. 집어삼킨 그녀의 몸, 그 중에서도 예민한 부분인 가슴과 아랫부분을 물컹한 육신으로 희롱한다. 사토리는 온몸이 핥아지는 감각을 느끼며 수치심에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떨구었다. 그러는 한편, 점차 알 수 없는 쾌락에 육신은 뜨거워져만 갔다. 사투리의 얼굴은 수치심인지 쾌락인지 모를 붉음으로 선명했다. . . . . . . . 「이 무슨... 발칙한!」 사토리의 얼굴이 망상속의 사토리처럼 빨개졌다. 혹시, 흥분이라도 한 거야? 「아니에요. 당장 그 파렴치한 생각 그만두세요.」 「그럼 제 생각 안 읽으면 그만 아닙니까?」 나는 한껏 우쭐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이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읽어버리는 힘이에요.」 시뻘건 얼굴로 눈썹까지 치켜세우고 내뱉는 말은 감정적이었다. 사토리,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여유를 잃고 초조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나의 보답이 잘 먹혀들었다는 거다. 그러나 아직 보답은 계속된답니다. 2라운드. 갑시다──! . . . . . . . 퍼억! 갑자기 뒤통수에 전해지는 강렬한 통증에 아쉽게도 2라운드를 시작할 수 없었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뒤를 돌아보니, 사토리의 여동생이 씩씩대는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를 괴롭히지 마!」 내가? 내가 사토리를 괴롭혀?? 그냥 살짝, 반찬삼아 망상한 거뿐인데 뭐가 괴롭힘이라는 거야! 나는 화를 참아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남자가 야한 생각 좀 할 수 있지.」 「그래도 언니가 괴로워하는 건 싫어!」 「그래. 언니를 생각하는 착한 여동생이구나. 하지만, 괴롭히는 게 아니니 걱정 마.」 적개심을 드려낸 얼굴로 잔뜩 뺨까지 부풀린 사토리의 여동생. 나는 그런 여동생의 챙 모자에 손을 언지며 말했다. 「보답을 좀 해준 것뿐이야.」 내가 생각해도 좀 개소리지만. 뭐 어때? 나에게 트라우마를 상기시켜주었으니 이걸로 셈셈인 거지. 싱긋이 웃으며 안심시키려는데. 퍽! 또 다시 머리에 강렬한 통증이!! 나는 욱하는 것을 참지 못해 그만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노성를 빽 질렀다. 「아오- 썅! 또 누구야-!!」 「그쯤 해 두세요.」 언제 거기에 와 있었는지 모를 유카리가 압박이 느껴지는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쥘부채로 자기 손바닥을 툭툭 두드리는 걸 보니 아마, 저걸로 내 머리를 후려친 거겠지. 「제 손님들을 곤란하게 만드시면 안됩니다.」 그녀뿐만 아니라 테루 양반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이런 제길.. 뭐 좀 재미 보려고 할 때 마다 훼방꾼이 나타나네. 됐다. 됐어. 이젠 장난 칠 생각일랑 다 날아가 버렸으니까. 그냥 술이나 퍼마시고 잠이나 쳐 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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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가 불발된 이유는 동게의 수위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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