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입니다 유카리님."
"아 그래..."
란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며칠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보니 란 또한 주인이 보고싶긴 했나보다.
혼자서 대견하게 집을 지키며 이것저것 측정과 계량을 해놓긴 했다만 외롭긴 외로웠을테지.
"저...유카리님..."
"아. 그래...첸은 잘 있어. 방금전에 마요히가에서 보고온 참이야"
"그렇습니까..."
유카리가 미리 깔아놓은 자리에 주저않았다.
"아아. 지친다고. 이런건...생각보다 이번 이변은 심한거같네"
"레이무또한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셈인가요?"
유카리가 아무말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란. 네가 아니라 내 기준대로 한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래..."
자리에 털퍽 드러누운 유카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정말이지...쉽지 않은 날이 될거같다.
다음날.
유카리는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소를 향했다.
"오늘도 가시는겁니까?"
"그래야지. 적어도 감시를 해야하니까"
"...조심하세요. 오늘은 공기가 많이 무겁습니다. 마치 어떤 일이 일어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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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유카리. 지금 당장 봐야할게 있어"
"에? 어? 어어?"
도착하자마자 에이린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유카리를 질질 끌고 나섰다.
갑작스럽게 무슨 일을 하기도 전에 어디론가로 끌려가기에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드르륵.
방문을 열었을때 방 안에 있는건 사색이 된 니아브...
그리고 등 뒤에는...마치 새와같이 커다란 검은 날개 한쌍이 붙어있었다.
"유...유카리님...."
"에...?"
니아브가 울상이 되어 울먹였다.
"뭐야 이게..."
"모...모르겠어요...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스쳤다.
니아브는 신의 힘을 빌려 자신의 능력을 개방시키는 형태다.
즉 니아브에게는 선천적인 마력이나 요력이 있을리가 전혀 없다.
그런 일반인인 니아브가 강력한 심의 힘을 아무런 제약없이 쓸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는건 지금 니아브는 신의 힘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서 동화되고 있다는건가?
그녀가 모시던 신처럼...
'일단 요괴화는 아닌거같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군. 하지만 이런 아이의 몸에 신의 힘이 갑작스럽게 해방된다면...'
폭주하겠지. 힘이나 몸이나 마음이나.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할것이다.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지금 생겨난 이 검은 날개는 역시나 서서히 신과 동화가 되고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틈새에서 보았던 니아브의 환각증세도 이와 같은 증상이려나.
일단은 간단한 조취라도 취해두는것이 좋을것이다.
니아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녀를 잠식하고 있는 신의 힘을 억누를 방법을...
"음...문제는 없어보이지만...잠깐 해야할 일이 생겼어 니아브. 에이린. 잠깐 이 아이를 맡아도 될까?"
"음? 문제는 없어. 뭐 심각한 질병도 아니고...날개가 돋아난 이유는 모르겠지만...영양제의 영향이려나..."
에이린이 중얼거리며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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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을 써달라고? 신의 힘을 막을만큼 강력한?"
아직 팔 마디에 여기저기 뒤틀린 상처가 남아있는 레이무가 물었다.
"지난번에 역신을 때려잡으러 갔을때 만든 정도의 힘이면 되. 그정도는 어렵지 않지?"
"그렇긴 하지만...무슨 일로?"
"그게 말이지..."
유카리가 레이무의 귀에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다.
레이무의 붉은 눈이 점점 커다래졌다.
"그렇단말이지...지금 니아브의 등짝에 생겨있는게 왜 그런지도 알거같다."
레이무가 니아브를 바라보았다.
니아브는 말없이 다른 환자들에게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
"어쨋거나 빨리 써줄순 없어?"
"부적같은거로는 조금 무리가 있을거같아. 일단 붓과 먹을 준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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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석에 누워있는 레이무의 앞에 니아브가 앉았다.
"니아브. 잠깐 가슴을 보여줘"
"네? 갑자기 왜..."
"잔말말고 어서 보여줘"
니아브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며 평탄한 가슴을 드러냈다.
남자라고 해도 믿을정도의 굴곡이였다.
레이무는 붓에 먹을 묻혀 니아브의 몸에 이상한 문양을 그렸다.
"하으으...간지러워요..."
갑자기 몸에 빳빳한 털들이 스윽스윽 움직이자 니아브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조금만 참아. 그나저나 생각보다 음란한 아이네. 이런거로 얼굴을 붉히고"
"그...그런게 아니예요! 부끄러워서..."
"뉘예뉘예 다 끝났습니다. 먹도 금방 마를테니 조금만 기다려"
레이무가 한숨을 푹 쉬며 먹과 붓을 치웠다.
"환자에게 일을 시키다니 이 진료소도 영 꽝이구만"
"...그런가요..."
니아브가 레이무에게 돌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돌에서 푸른 빛이 서서히 레이무의 몸을 감쌌다.
몸의 깊은 상처들이 서서히 아물었다.
역신에게 직격으로 당한 오른쪽 얼굴이 아직은 상처 투성이였지만.
"얼마나 더 걸려야 이 상처들이 다 낫는거야?"
"한 2~3일만 있으면 완치될거같아요. 그정도면 이제 몸을 움직이며 다시 탄막전을 해도 별 문제는 없을거예요"
"그런가...그 역신녀석을..."
레이무가 창밖을 바라보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런 치욕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으리라.
"레이무씨..."
"왜그래?"
"그...저...역신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건 이제 그만두는게 좋을거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제 서서히 역신의 힘도 사라져가고 있어요. 지난번보다 오는 환자의 수도 줄었고요. 그러니 그냥 역신이 일으킨 이변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너는 이변이 왜 이변인지 몰라서 그래?"
레이무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바보. 이변은 원흉이 있는한 끝나는게 아니라고. 그러니 우리가 이변을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거라고. 지금 너가 하는 말은. 마리사와 나 그리고 사쿠야까지 모조리 싸잡아서 등신새끼로 만드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데?"
"그...그건..."
"됬어. 계속해서 우리를 바보취급할거면 그냥 가버려"
레이무가 니아브를 노려보았다.
"너희같이 바깥에서 들어온 머저리들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지."
"...!"
니아브는 아무말 없이 비칠비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레이무는 후회하듯이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니아브는 병실을 나온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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