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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츠의 결단을 가로막은 소녀. 심드렁한 눈이었지만, 뭔가 속을 깊숙히 꿰어보는 눈이었다. 뭔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될 수 있으면 저 소녀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 거부감이 일었다. 소녀의 가슴팍에는 그녀의 머리색 보다 짙은 진홍의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눈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욕망이 형태를 가지고 생겨난 존재 같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녀. 이어 자신을 소개해왔다. 「제 이름은 코메이지 사토리. 거기있는 치즈군의 여자친구의 언니입니다.」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치즈와 곧 친구가 될 악마입니다.」 서로 통성명을 했다. 「악마?」 역시, 악마란 단어가 좋게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그런 종족입니다.」하고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잘 안 통했는지, 사토리라 칭한 소녀의 눈가가 매서워졌다. 사토리는 사무적인 그러면서도 가시가 돋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가식적인 얼굴 하지마시죠.」 「네에?」 「저는 사토리요괴입니다. 저에게 거짓은 통하지 않아요.」 사토리의 진홍색 눈이 부담스럽다. 방금 그녀가 스스로를 사토리요괴라 했다. 마음을 읽는 힘이 있다는 사토리. 이름대로 정말로 내 마음을 읽고 나의 속셈을 알아차렸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저 기분나쁜 눈이 그녀가 사토리요괴라는 증거가 아닌가. 「기분 나쁘셨다니, 미안하네요.」 히이이익-! 정말로 마음을 읽었어!!! 어쩌지, 졸지에 발가 벗겨진 기분이다. 그러면서 왠지모를 쾌감. 하필 이럴때 바바리맨의 심리가 이해된다냐.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읽히고 있겠지. 「네. 그걸 또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심정도 잘 전해지는군요.」 무표정한 얼굴로 잘도 거기까지 말해온다. 나는 사토리의 시선을 피해 그녀의 여동생인 소녀와 사나에의 반응을 살폈다. 나를 쳐다보는 두 여자의 눈빛이 아주 안 좋았다. 당연한 거겠지. 지금 저 사토리한테서 내가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 까발려졌는데. 사나에가 살벌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역시, 꿍꿍이 속이 있었군요.」 으으. 무섭다. 그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악귀나찰이 되는구나. 이걸 어떻게 둘려대야 한담? 사토리요괴가 있으니 달아날 구멍이 없다. 솔직히, 꿍꿍이 속이랄 것도 없는 게. 치츠군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건 사실인데다 그저 조금 남자답게 만들어주고 싶을 뿐. 이런 좋은 의도로 다가 간 건데 말이야. 아, 대부분 흥미본위지만. 「그렇군요. 치츠군에게 다가 간 건 흥미본위라. 그런데 도대체 뭐 어떻게 남자답게 만들어주고 싶으신 거죠?」 방금 생각도 읽어버린 사토리가 그렇게 물어온다. 어차피 거짓이 안 통하는 상대로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으흠. 목을 다듭고 입을 열었다. 「그야.. 수컷의 본성을 일깨워 진정한 남자로 만들어주려고 했죠.」 자고로 남자란 여자를 정복함으로서 진정한 남자가 된다. 「지금의 자신 없는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 만 한 게 없지. 그니까 영웅호색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호색한이란 남자다움의 극치를 드려낸 말로.」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돌연, 사나에가 나의 말을 자르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할 말을 이어갔다. 사나에는 죽일 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상관 안한다. 왜냐면 지금 내뱉는 나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진리이니까. 「호색한이 왜 남자다움의 극치냐고?」 얼굴을 붉히고 있는 사나에를 보며 자문해본다. 그리고 그 자문에 대한 답을 바로 꺼냈다. 「여기 환상향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테루 양반의 부인이 몇이더라?」 「윽..」 사나에가 무어라 말하다말고 말문이 막힌다. 자기가 생각해도 야쿠모 테루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명확한 증거 그자체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는 저 치즈라는 소년도 양다리다. 「치츠는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해 빠졌어. 그런 그에게 어떠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보다 성장해 나갈 거라 보는데.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남자친구가 성장하는 걸 바라지 않느냐고?」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여자친구란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호색한의 기준을 뭘로 삼느냐가 중요하지만. 물론, 저 사토리를 속이지 못하니 이것 역시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혀로 말라가는 입술을 적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치츠를 친구로서 한층 남자답게 성장시켜 나갈 계기다. 아직 동정일 그에게 너희들이 처녀를 바친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자신감을 가질 소년이라고.」 사나에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붉어졌다. 그리고 사토리 동생도 살짝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재밌다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여자도 남자에게 뚫림으로서 진정한 여자가 되는 거지.」 킥킥 거리며 치츠를 쳐다봤다. 치츠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치즈에게 팔로 어깨를 두르며 친근하게 물었다. 「사실은 너도 기대하고 있잖아?」 캬하하하.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녀석 봐. 뭐가 그리도 부끄럽다고, 막 우물쭈물 거리며 대꾸도 안하고 있어. 이런 놈이 나중에 늦바람 들어 실로, 말도 안되는 변태가 된단 말이야. 치츠 안에 잠재된 욕망. 그걸 자극해 보면 어떨까? 아. 정말 궁금하다. 당장이라도 녀석의 혼을 거머쥐고 숨겨진 욕망을 부추기고 싶다. 그게 녀석을 파멸로 몰고 갈지, 아니면 정말 테루의 뒤를 잊는 영웅호색이 될지. 그건 내 알바 아니지. 그래도 끙끙 앓는 것 보다야 한 번 크게 터트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때,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착각인가? 「역시, 당신은 유해하군요.」 사토리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차갑게 얼어붙은 눈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깨달은 건데. 아무리 마음이 읽히고 있다고 해도 너무 드려내 버렸구나. 나는 후회할 짓을 왜 자꾸 하는지 몰라. 「성장에는 리스크가 필요한 법이죠. 나는 치츠가 그걸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치즈, 나 믿지?」 유해하긴 누가 유해해? 난 정말로 치츠군을 위해서 한 말인데.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나 보다. 사토리의 눈이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다. 「속이 읽혀진다는 걸 알면서도 궤변을 늘어놓는군요. 결국은 그를 장난감 취급 하고 있으면서.」 그녀의 말에서 무거운 압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 진홍의 눈이 번쩍였다. 「이건, 벌입니다. 자신의 트라우마에 괴로워하시길.」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흐트러진다. 주변에 떠드는 왁자지껄한 소리들도 점차 사라져갔고, 어느 사이엔가 나는 전혀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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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마무리 짓고 싶은데 그게 쉽지만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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