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시간이 흘러 니아브는 유카리와 에이린의 인도를 받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아직 머리와 몸에 엉겨붙은 피고름을 떼어낼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에이린의 했던 말을 곱씹었다.
'넌 네가 아직도 모든 사람들을 구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야?'
질문이 아니었다.
질책이었다.
너무나도 한심한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질책이었다.
에이린의 질책은 검은 먹물이 되어 니아브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아스클레피오스님...제가 틀린걸까요? 모든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제 생각이...저 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정말로 틀린거예요?"
신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방안에서 조용히 니아브 혼자만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님...제발...아무 말이라도 해주세요..."
니아브가 울먹거리며 이야기 했다.
하지만 신은 침묵을 지켰다.
아무런 말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저는 너무 두려워요...제 생각이 틀린거예요?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해주세요...어째서...어째서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는거예요..."
니아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투둑 투두둑...눈물이 떨어져 천천히 바닥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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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브...안에 있니?"
유카리가 조용히 방문을 열며 들어왔다.
이전처럼 틈새를 열고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늘 틈새로 드나들며 사람들의 간을 떨어트리기로 유명했던 그녀로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행동이었다.
"어째서...말해주시지 않은거죠..."
"..."
"죽은 사람이 있다는걸...어째서...모두가 살아서 돌아간것이 아니었나요...?"
유카리가 니아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렇지 않아 니아브..."
"그 손 치우세요! 저는 대답이 듣고 싶은거지 위로가 듣고싶은게 아니예요!"
니아브가 유카리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숨을 가쁘게 헐떡거리는 니아브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제가 틀린거예요? 제가 잘못된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째서! 저기있는 사람들은...어째서어!!!"
니아브가 머리를 감싸쥐며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들은 저와 에이린씨를 믿었다고요...우리가 그들을 지켜주고 구원해주기를 바라면서...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배신한건 저와 다른 모두들이잖아요!"
"..."
"만약 제가 잘못된것이라면...바꿀거예요. 제 생각에 대한 인식을...제 자신을 사그라뜨려 박살내는 한이 있더라도...반드시!!"
"그만...!"
유카리가 니아브를 끌어안았다.
니아브가 품에서 벗어나려 유카리를 팍팍 두들겼다.
하지만 머지않아 몸에 힘을 풀고 축 늘어졌다.
"니아브. 네 생각은 하나도 틀린게 없어"
유카리가 틈새를 열어 조그마한 술잔과 술병을 가져왔다.
"술은 마실줄 아니?"
"...무슨 의도시죠?"
"잠깐의 여흥이야. 마음을 가라앉히는데는 이것만한게 없거든..."
니아브가 술잔을 잡고 술병을 잡으려고 할때.
"아니. 내가 따라줄게."
쪼르르. 술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니아브. 네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단지 네가 너무 연약해서 그런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네가 잡은 술잔을 봐. 눈이 안보이는 네가 느끼기에도 매우 작은 술잔이잖니? 이게 너고. 내가 따라주는 술이 네가 구원해주길 바라는. 치료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야."
"술...넘치겠어요"
"기다려. 너는 아직 작아. 작고 연약하지...그런데 그 작은 두 손으로.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구하려고 하면..."
후두두둑. 술이 바닥에 떨어져 고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닥으로 흘러넘치고 말아. 그러면 이도 저도 아닌게 되버리잖아?"
"..."
유카리는 술을 한방울도 남김없이 잔에다 부었다.
니아브는 아무 말 없이 유카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제가 뭘 하면 되는거죠?"
"강해져야해. 모든 사람을 담고도 넘치거나 깨지지 않을만큼 단단해지고 커져야해. 그게 네가 해야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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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여태까지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면 점점 새롭게 변해가는 니아브를 열심히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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