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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스타! 이거 봐봐.」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한 요정. 양손엔 고구마가 한 가득. 얼굴은 그녀의 이름처럼 환한 미소가 만연했다. 그녀의 이름은 빛의 세 요정이라 불리는 삼월정 중에서도 리더를 자처하는 태양빛의 요정 써니 밀크. 짧은 오렌지색 머리를 투 사이드 업으로 묶은 말괄량이 인상의 요정이었다. 「그거 고구마잖아. 어디서 들고 온 거야?」 써니가 들고 온 고구마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검은 장발의 요정은 스타 사파이어. 삼월정에서 가장 잔머리 좋은 독설가다. 이어서 그 옆에 나른해 보이는 요정이 스타의 말을 거들었다. 「훔쳐온 건 아니겠지.」 「아니야. 얻은 거라고.」 흐응~, 나른해 보이는 요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을 했다. 그녀 역시 앞서 소개한 두 요정과 마찬가지로 삼월정 중 한 명, 롤빵처럼 말아놓은 금발이 특색인 그녀는 루나 차일드로 셋 중 가장 덤벙대는 성격이었다. 스타가 그 요정을 대신해 써니에게 물었다. 「누구에게서 얻은 거야?」 「음... 홍백에게서.」 「수상한데? 그 쩨쩨한 무녀가 먹을 걸 나눠 줄 리 없다구!」 스타는 팔짱을 끼고서 써니의 말을 거짓으로 치부했다. 그때, 루나 차일드가 고구마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을 밤모양으로 열고 말했다. 「아무리 무녀라도 이런 건 먹기 힘들 거야.」 「뭐? 왜에??」 써니와 스타가 동시에 놀란 얼굴을 했다. 말은 안했어도 '그 무녀가 먹지 못하는 게 있단 말이야?' 말해오는 듯 했다. 루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검지로 고구마를 가리켰다. 「잘 봐, 싹이 저렇게도 돋아 나 있잖아.」 써니는 고개를 숙이고 들고 있던 고구마를 살펴보았다. 루나의 말대로 정말 새파란 싹이 군데군데 많이도 자라나 있었다. 스타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어투로 써니를 비아냥했다. 「써니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뭐야? 이게 다 날 속인 홍백 탓이라구!」 「속는 쪽이 바보인 거야.」 「우우우우....」 스타의 조롱에 써니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눈은 도끼눈을 하고서 양 볼이 잔뜩 부풀어진다. '한판 해보자는 거야.'하는 기류가 둘 사이에 흘렸고, 써니와 스타의 눈에서 ‘파지직’하는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때,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에 들어가는 루나. 동공을 굴리며 둘에게 진정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잠깐, 조금 머리 좀 식히고 내 말 좀 들어 볼래?」 「시시한 얘기라면 안 들을 거야.」 「나도.」 써니와 스타는 방해꾼이 들어온 것에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깐 얘기라도 들어 보자는 판단을 했다. 루나는 둘의 눈치를 살피고는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내뱉었다. 「먹을 수 있어.」 「어떻게?」 아까는 먹을 수 없다 해놓고 이젠 말을 바꿔 먹을 수 있다니. 순간, 써니와 스타의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루나는 두 요정이 발산하는 기세에 눌러 주눅 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굽히지 않고 얘기를 끝까지 이었다. 「그 싹만 잘라내면 먹을 수 있을 거라구.」 「독은 어떡할 건데?」 스타가 의아해 하며 반문했고, 그에 루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고구마는 감자와 달라. 싹이 나도 독이 없을 거야.」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였다. 「게다가 요정인 우리가 독에 영향을 받을 리 없잖아!」 「아─!」 왜 그 당연한 사실을 생각 못했을까. 써니와 스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는 기쁘게 웃음 지었다. 써니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어서 싹을 잘라서 먹기 좋게 만들어 보자!」 「응!」 스타와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동의했다. * 싹을 잘라내기 전에 우선 물에 담가서 묻어있던 흙을 씻어낸다. 그리고는 선반 밑에 넣어두었던 식칼을 꺼내서 도마 위에 얹어 놓는다. 이런 준비 과정을 마친 루나는 솜씨 좋게 고구마 싹을 도려내갔다. 나머지 두 요정은 그 모습을 구경하며 입맛을 다셨다. 흥흥흥~. 루나의 콧노래를 배경삼아 써니와 스타는 심심풀이로 재잘거렸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 홍백도 참 바보네.」 「맞아, 고구마는 싹이 나도 독 같은 게 전혀 없는데 말이야.」 서로 맞장구를 치며 꺄르륵 웃는다. 두 요정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화제는 다름 아닌 무녀의 뒷담화. 만약, 자신의 험담을 화제의 주인공이 알게 된다면 이 철부지 요정들은 무사 하지 못하겠지. 그러나 삼월정 요정만이 드나들 수 있는 ─틈새 요괴는 제외─ 공간에 무서운 무녀가 찾아 올 턱이 없었다. 써니와 스타는 안심하고 무녀의 험담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돌연,「꺄아아악─!」하는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집안에 울러 퍼졌다. 고구마 손질 중이던 루나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란 써니가 비명을 지른 루나의 상태를 살폈고, 「에.. 저거 뭐야?」 스타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중얼거렸다. 두 요정의 눈앞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무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손질 중이던 고구마로부터 수많은 줄기들이 자라나 친구인 루나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꾸불꾸불 징그러운 움직임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줄기들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분열되어 마치, 땅속에 내린 나무의 잔뿌리를 연상케 했다. 「도..도와줘!」 줄기에 감겨져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루나가 절박한 어조로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갔다간 자신도 루나처럼 될지도 모른다. 써니와 스타는 주저했다. 친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당장 어떻게 손 쓸 도리도 없이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써니, 스타... 부탁이야... 나 좀 구해줘!」 너무나도 간절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친구. 써니와 스타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나는 그런 둘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으으으읍─!!」 쑤컹 ─ ! 촉수처럼 다가온 줄기에 의해 입이 봉해지고 말았다. 이어서 또 다른 촉수가 다른 구멍에 침입해 왔다.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소중한 그곳을 쑤커억─! 거칠게 찢어발기며 안쪽 끝까지 밀고 들어왔다. 순간, 루나의 동공이 위쪽으로 확 뒤집혀졌다. 뱃속을 휘저어놓는 이물감과 통증에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눈물과 콧물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쿵쿵. 배안의 촉수가 움직일 때 마다 루나의 뱃가죽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가 들어 갔다가를 반복한다. 「으으.. 루나...!」 써니는 침통한 기분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소중한 친구가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런 도움도 되 주지 못하다니. 그 분함에 맑은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스타는 그런 써니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언지면서 말했다. 「써니, 우리 손으로 저 괴물을 없애버리자!」 「어떻게?」 「너의 그 분노를 에너지로 삼는 거야. 넌, 태양빛의 요정이잖아? 나도 도와줄게.」 「응, 알았어.」 스타의 말에 용기를 얻은 써니가 루나를 범하고 있는 촉수괴물을 향해 힘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이 괴물놈! 각오해라!!」 그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는 연신 루나의 몸을 어지럽혀갔다. 하나의 줄기로 부터 갈라진 가느다란 줄기들. 그것들이 루나의 콧구멍과 귓구멍에 침투해 안의 장기들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부글부글. 봉해져 있는 입으로부터 정체불명의 액체가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루나의 몸이 촉수에 의해 허공에서 속절없이 흔들렸다. 바로 그때, 줄기들에게 밝고 강한 빛이 가해져왔다. 써니가 발하는 태양빛이었다. 평소의 써니의 태양빛이었다면 이 괴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분노를 거대한 에너지로 연성한 상태였다. 그로인한 최대 파워의 태양빛은 고작 일개 요정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위력을 발휘했다. 빛은 자라나는 줄기들을 전부 태워버릴 정도로 고열이었고, 괴물은 새까맣게 타들어가 점차 그 존재 자체가 지워져 갔다. 그리고 ─ 줄기에 감겨진 채 온몸이 범해졌던 루나도 써니의 태양 빛에 새까맣게 태워졌다. 괴물은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루나 마저 태워 검게 그을린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써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그런 그녀를 스타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타다만 재가 되어버린 루나의 시체는 집에서 가까운 토지에 묻히게 되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갔다. * 울적한 기분으로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는 써니와 스타. 강한 바람과 함께 조금씩 떨어져 내리는 빗줄기가 창문을 때렸고, 두 요정의 귀에 '쿵쿵'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신사 뒤에 위치한 거대한 신목 안에 자리 잡은 집은 죽은 루나를 비롯해 써니와 스타. 삼월정 요정만이 아는 장소였기에 처음엔 잘못 들었거니 했다. 그러나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계속 들려오자, 이를 수상히 여긴 써니가 문을 열어보려 했다. 그때, 스타가 써니를 말리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써니, 어쩐지 이상하지 않아?」 「뭐...뭐가 이상한데?」 「몰라, 하지만.. 너무 무서운 예감이 들어.」 스타는 아까부터 자신의 몸을 감싸고서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써니 역시, 루나처럼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니 신경이 쓰여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쩌면 경계의 요괴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써니는 스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보인 것은.. 「꺄아아아아아 ── !」 써니는 기겁한 얼굴로 비명을 내질렸다. 문을 두드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죽었다고 여겼던 루나 차일드. 흉측한 몰골로 되살아난 그녀가 저주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머리카락은 타다 말아 몇 가닥 남지 않았고, 얼굴은 반쯤 녹아내려 눈이 금붕어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입술도 타고 없어 새빨간 잇몸이 그대로 노출된 추악한 모습이었다. 루나는 자신을 이런 몰골로 만들어 버린 두 친구를 원망했다. 「날 봐. 이 얼굴을 보라고! 흉측해진 나를 보란 말이야!!」 「미안해.. 미안해..!」 루나가 그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흉물인 생김새에 써니는 눈을 찌푸린 채 고개를 훽 돌렸다. 루나의 얼굴이 너무나 끔찍했던 것이었다. 그 반응에 배신감을 느낀 루나가 사납게 소리쳤다. 「크아아아악 ─ !!」 절대 용서 못해. 용서 못해! 툭 튀어나온 눈으로부터 통한의 피눈물이 흘려 내렸다. 그리고 쩍 벌어진 입안으로 부터 새빨간 혓바닥이 튀어나갔다. 루나의 혓바닥은 뱀처럼 길었고,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푸-슉! 길고 날카로운 혀가 써니의 목덜미를 뚫어, 그대로 반대편으로 피와 함께 시뻘건 몸을 드려냈다. 목을 뚫은 혀는 마치, 살같이 벗겨진 뱀처럼 보였다. 루나의 혓바닥에 목덜미를 관통당한 써니는 그대로 피를 토해내고는 눈을 뒤집고 절명했다. 이어서 다음 타겟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루나.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스타가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극심한 공포로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루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아니, 구차하게 모든 일의 원인을 이미 죽어버린 써니의 잘못으로 돌리며 목숨을 연명하려 했다. 「루..루나. 우린 친구잖아.. 안 그래? 널 그렇게 만든 건 전부 써니야. 써니가 그 고구마만 들고 오지 않았더라면.. 넌 절대 무사 했을 거야.」 하지만, 루나에겐 더 이상의 변명을 통하지 않았다. 루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처형을 선고했다. 「처음부터 널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캬아아아악-. 우웨에엑─! 루나의 입안으로부터 검붉은 액체가 토해졌다. 그 액체를 뒤집어 쓴 스타는 살과 뼈가 녹는 고통에 「끼야아아아아악──!」정신을 놓고, 비명을 사정없이 질려댔다. 액체가 닿은 부분으로부터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이윽고, 살가죽이 벗겨져 그대로 하얀 뼈가 돌출 되었다. 그리고 그 뼈마저도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루나가 완전히 녹아내리기 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덧 집 바닥과 하나가 되어버린 스타는 단백질 덩어리와 헝클어진 머리털만을 남기고 그 명을 달리했다. 두 친구를 해치운 루나는.. 루나였던 괴물은 한 때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던 공간에서 자신이 죽여 버린 두 친구를 추억하며 홀로 광소했다. 악의와 환희가 담긴 그 웃음소리는 거칠게 쏟아져 내린 빗소리와 합쳐져 더욱 기묘하게 울러 펴졌다.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핫 ─ !」 콰쾅-! 천둥이 내리쳤고, 창밖으로 부터 밝은 번개 빛이 흉측하게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렇게 삼월정은 비극으로서 끝을 맺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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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이러서 뭔가 어설프지만
이걸 끝으로 영 글이 안 써짐.
사색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다시 써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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