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배에 머무른지 사흘이나 되었을까. 나는 매일, 매 시의 정각마다 들리는 짐승의 울부짖음과 인간의 신음소리가 섞인 괴이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낮에는 머리가 잡혀 찌그러지는 듯한 고통을 받고, 밤에는 환상향에서의 추억과 과거들을 기억하며 잠을 설쳤다.
어제, 그리고 오늘, 나는 이유 하나 없이 선실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선실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깔끔한 척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구석 구석에 놓여 있는 새의 깃털들은 선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깃털을 하나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검고, 윤기가 흐르는 까마귀의 깃털. 카라스텐구의 것일까 아니면 지옥까마귀의 것일까.
이윽고 나는 배의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에는 싸늘한 빛을 내뿜는 나기나타와 노다치들이 걸린 거치대, 그리고 한쪽 벽을 뒤덮는 곰팡이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식량과 식수이지, 무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그러던 그때, 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들은 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구역질이 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영혼 그 자체에서, 그리고 정확히 내가 서 있는 창고의 뒤이자 그리고 내가 매일 밤 잠에 들던 선실의 바로 밑이기도 한 장소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요?"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이라도 하듯, 그 소리가 더 강해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기나타를 들어 벽을 부쉈다. 말라비틀어짐과 물에 젖음을 수없이 겪은 나무벽은 무기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아무런 힘 없이 산산조각났다.
드디어 나는 나를 괴롭히던 소리의 근원을 발견했다. 발목이 사슬에 묶인 채로 힘 없이 누워있는 백발의 여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쥐어뜯어 산발이 된 머리에는 갯과 짐승의 귀가 간신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요괴라는 것을 알리는 붉은색의 눈은 공포에 제 모습을 잃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가슴, 아니, 심장에 있었다.
과거 환상향에서 한두번 보았던 백랑텐구의 흰색 복장은 더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상의에는 세로로, 마치 가위나 칼로 정확히 자른 듯 트임이 나 있었다. 허나 트여 있는 것은 그녀의 옷만이 아니었다. 양 가슴을 분리하는 경계는 마치 메스로 개봉한 듯 정확히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는... 힘겹게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이 있었다. 더 끔찍한 것은 그렇게 깊은 상처를 가졌는데도 이 선실에는 피 한방울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상처를 악화시키거나 치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상처를 보존시킨 채로 살려두려는 의도의 보살핌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이 시점에서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시고 쓰린 기운이 마구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갑판으로 달려가 먹은 것과, 그리고 먹지 않은 것까지 전부 바다에 쏟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텐구에게서 눈을 돌렸다. 텐구의 옆에는 의자, 그리고 도표가 그려진 종이가 있었다. 나는 이 도표에 적힌 숫자와 그래프가 뭘 표시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백랑텐구에 관계된 일이라는 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텐구가 신음을 멈췄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회중시계를 꺼내었다. 시계는 Ⅰ,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 당신은?"
텐구의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저 텐구의 상처에서 눈을 돌려 그 눈에 맞춰주는 것 뿐.
어제, 그리고 오늘, 나는 이유 하나 없이 선실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선실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깔끔한 척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구석 구석에 놓여 있는 새의 깃털들은 선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깃털을 하나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검고, 윤기가 흐르는 까마귀의 깃털. 카라스텐구의 것일까 아니면 지옥까마귀의 것일까.
이윽고 나는 배의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에는 싸늘한 빛을 내뿜는 나기나타와 노다치들이 걸린 거치대, 그리고 한쪽 벽을 뒤덮는 곰팡이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식량과 식수이지, 무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뒤돌아서 나가려 했다.
그러던 그때, 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들은 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구역질이 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영혼 그 자체에서, 그리고 정확히 내가 서 있는 창고의 뒤이자 그리고 내가 매일 밤 잠에 들던 선실의 바로 밑이기도 한 장소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요?"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이라도 하듯, 그 소리가 더 강해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기나타를 들어 벽을 부쉈다. 말라비틀어짐과 물에 젖음을 수없이 겪은 나무벽은 무기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아무런 힘 없이 산산조각났다.
드디어 나는 나를 괴롭히던 소리의 근원을 발견했다. 발목이 사슬에 묶인 채로 힘 없이 누워있는 백발의 여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쥐어뜯어 산발이 된 머리에는 갯과 짐승의 귀가 간신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고, 자신이 요괴라는 것을 알리는 붉은색의 눈은 공포에 제 모습을 잃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가슴, 아니, 심장에 있었다.
과거 환상향에서 한두번 보았던 백랑텐구의 흰색 복장은 더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상의에는 세로로, 마치 가위나 칼로 정확히 자른 듯 트임이 나 있었다. 허나 트여 있는 것은 그녀의 옷만이 아니었다. 양 가슴을 분리하는 경계는 마치 메스로 개봉한 듯 정확히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는... 힘겹게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이 있었다. 더 끔찍한 것은 그렇게 깊은 상처를 가졌는데도 이 선실에는 피 한방울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상처를 악화시키거나 치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상처를 보존시킨 채로 살려두려는 의도의 보살핌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이 시점에서 나는 역겨움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시고 쓰린 기운이 마구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갑판으로 달려가 먹은 것과, 그리고 먹지 않은 것까지 전부 바다에 쏟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텐구에게서 눈을 돌렸다. 텐구의 옆에는 의자, 그리고 도표가 그려진 종이가 있었다. 나는 이 도표에 적힌 숫자와 그래프가 뭘 표시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백랑텐구에 관계된 일이라는 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텐구가 신음을 멈췄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회중시계를 꺼내었다. 시계는 Ⅰ,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 당신은?"
텐구의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저 텐구의 상처에서 눈을 돌려 그 눈에 맞춰주는 것 뿐.
───────────────
오마쥬 글입니다.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