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하는 이야기. 언젠가 미래에도 하게 될 이야기.
에.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한마디 들을 이야기다.
"진부하다."
진부함은 단지 익숙해졌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익숙함이 전부였다.
"네 과용을 증명한게 분명하지!"
"딱히 나뿐만 아니라, 저기 있는 글에 눈이 먼 할아버지라도 이 이야길 들으면 분명 질색할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하네."
"아니 이해가 안가. 하필이면 그런 이야기를, 거기에 하필이면 왜 내게 가져온거지? 너만큼 오래 살아온 나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게 분명한데. 이미 1300년이라는 시간은 내게서 신선함이라는 감상을 앗아가버린지 오래라고."
"그런건 나도 알아."
"어이. 그런 일로 볼을 부풀리지마."
지금은 밤이 아닌데다가, 케이네앞이라서 더 심한 말은 할 수 없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심한 말이 아니라 살의가 깃든 스펠카드가 먼저 나갔겠지.
모코우는 이런 상황이 곤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이 쓴 소설을 읽게 하겠다고 대낮부터 서당에 나타난 카구야는 케이네의 호의를 순순히 즐기고 있다.
능청맞게도, 모코우와 관련된 화젯거리를 늘어놓으면서 어렵지 않게 케이네의 의견을 이끌어 내기까지 한다.
그 모습은 천진난만하게 수다를 떠는 소녀들이나 다름 없어 보였다.
"늙어빠진 주제에 그런 얼굴 하고는..."
"뭐야?"
"아무 말 안했다ㅡ."
카구야는 이미 다 들었지만.
모코우의 서툰 방임은 카구야에게 더 골려 주고 싶다는 욕망을 불 지피는 꼴이었다.
"헤에. 그럼 이런 건 어때?"
카구야의 도발적인 몸짓.
물론 겨냥은 모코우에게 하는 것이다.
타인이 봐서는 전혀 색기같은 걸 느낄리가 없는 몸짓이겠지.
카구야는 케이네의 팔을 감싸 안고 모코우를 능글맞게 쳐다 본다.
"?! 무슨 짓이냐!"
모코우는 달려들어서 카구야의 증오스럽게만 보이는 손을 치우려고 했다.
그렇지만, 케이네의 표정은 온화하다.
그렇게 보였다.
"이이익! 당장 떨어져!"
"저런~ 저런~ 아직까지 응석 부리는 거 밖에 못하는 거야? 우리 케이네는 네게 아니라고!"
"뭐라고..?"
모코우의 눈이 글썽였다.
"응석은 네가 하는 거잖아.. 이건 인정못해. 떨어져 당장."
케이네를 가운데 두고, 카구야와 모코우는 아이들 처럼 싸움을 벌였다.
피곤해 지는 건 케이네뿐이다.
난감하게 식은 땀을 흘리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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