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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 헤이안이라고 하면 천황이 헤이안쿄로 천도를 하고 유력 씨족이었던 후지와라가 몰락하는 등, 무사씨족들이 그 세를 불려가는 시대를 일컫는 것이 흔하지만, 또 한편으론 요괴와 인간들이 가장 격렬하게 싸우던 시대이기도 했다. 수많은 인간들로 부터 공포를 새기고는 그 악명을 자랑스레 떨치는 요괴가 있는가 하면 그런 요괴를 퇴치하여 유명세를 떨치는 퇴치사가 있다. 퇴치를 업으로 삼는 가문들 중에서는 아베와 사이교우지가 가장 명망이 높았으며, 이 두 가문을 중심으로 수도인 헤이안쿄를 비롯한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이 요괴들로 부터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 높은 퇴치사들은 모두가 아베 가문이 아니었으며, 사이교우지 가문인 것도 아니다. 가문을 등에 짊어지지 않은 퇴치사 중에서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 그 이름을 알린 자들이 있었으니, 에치고의 화승, 노리 센죠. 시모사와 카즈사의 사풍권, 콘노. 이와시로의 철인, 덴자키 하라. 하리마의 괴노, 니시자키 키에시타. 탄바국의 파마도, 히로시가 이들이었다. 이들은 유력 가문의 소속이 아님에도 오로지 자신들의 실력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그런 이들을 동경하게 된 퇴마사들이 속속히 생겨나 유명해 지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퇴치사들의 시대. 이는 요괴들이 기승을 부리는 헤이안 시대의 다른 말이었다. * 험준하고 위험한 산세. 도처에 맹수와 요괴들이 언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길목을 오르는 두 남자가 있다. 나이가 든 쪽은 스승이며, 젊은 쪽이 제자. 이들은 퇴치사들의 시대에 편승해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개 퇴치사들이었다. 워낙 험준한 산길이라 사제간은 땀이 송글 맺힌 이마를 쓸어내며 거친 숨소리를 연신 내뱉어댔다. 제자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헥헥거리며 말했다. 「허억. 허억... 스승님. 좀 쉬었다가.. 이러다 요괴랑 싸우기도 전에 죽겠어요!」 「예끼. 이놈아!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가는 길이 어두울 거란 생각을 못하느냐.」 뒤를 돌아보며 제자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스승. 혀를 쯧쯧 차고는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되돌리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오늘 목표로 삼은 요괴를 성공적으로 퇴치한다 해도 날이 지고 나면 위험하다. 어둠 속에서는 맹수와 요괴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반면 인간인 자신들은 밤눈이 밝지 않아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제자와 같이 자신 역시 숨이 턱밑 까지 차오르지만, 서두르는 발길을 늦출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곧 목표인 요괴와 가까워지고 있다. 그 요괴만 쓰러뜨린다면 사람들이 자신들을 달리 볼 것이다. 흐흐흐. 벌써 부터 유명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스승. 그때였다. 짜악-! 미처 앞을 신경 쓰지 못 한터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의 잔가지에 얼굴을 강타 당하고 만 것이었다. 「캬아악!」 것도 눈 쪽을 강타 당한지라 한 손으로 눈을 감싸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제자가 걱정이 되서 물어온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눈에 가격당한 통증이 상당히 컸기에 스승은 제자의 물음에 선 듯 대답해 주지 못했다. 그저 끄으응. 하는 신음 소리만 낼 뿐. 퇴치사면서 고작 나뭇가지에 주저앉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이 몰골은 제자에게 보여주기 상당히 민망한 것이었다. 아픔과 쪽팔림으로 어찌할 줄 몰라 하던 스승은 문득, 어딘가로 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후웅-. 쿵! 후우웅- 쿠쿵!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좀 더 귀를 기울여 보니 명확하진 않지만, 목소리 까지 들려왔다. 「무슨 소리 안 들리느냐?」 「네? 그러고 보니..」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잽싸게 닦아낸 스승은 언제 아파했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나는 이 수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느니라하고 말해오는 듯 했다. 후우웅- ! 쿠쿵! 제자의 귀에도 그 수상한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다. 이제야 알아챘다는 얼굴로 스승에게 눈빛을 보내오는 제자.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소리는 아마도 이제부터 퇴치할 요괴가 내는 소리가 아닐까. 스승과 제자는 소리의 진원지에 가까워질수록 앞으로 벌어질 싸움에 대비해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드려난 소리의 정체. 요괴가 있었지만, 자신들이 기대하던 목표물은 아니었다. 요괴는 두 명이었으며 오니였다. 자신이 목표로 삼던 요괴도 오니였지만 다르다. 한 명은 족히 6척은 넘어갈 거구였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색의 머리카락에 이마 한 가운데 솟아오른 빨간 뿔. 흉부에 거대한 두 덩이를 달고 있는 여성이었고, 또 한 명은 짙은 황발에 머리 양 옆에서 부터 뻗어 나온 나무줄기 같은 뿔을 지닌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여성이었다. 그 둘은 자신의 몸 보다 족히 열 배는 더 커 보이는 돌덩이를 던져대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는 수풀 속에 숨은 채 조용히 두 오니의 동태를 주시했다. 행여나 들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요괴. 저 정도의 거물이 어찌해서 이런 산길 한 가운데 있는 건지 두 퇴치사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저들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할 따름. 스승 쪽이 말했다. 「우리가 퇴치 할 오니 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 구나.」 작게 소근 거리며 한 말에 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무리 유명하지 않은 일개 퇴치사라 하더라도 척 보면 안다. 저 거대한 돌덩이를 공깃돌 수준으로 던져대는 두 오니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한창 이름 높은 노리 센죠나 콘노나 덴자키 하라나 니시자키 키에시타나 그 히로시 마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유력 퇴마 가문인 아베나 사이교우지 조차 퇴치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러니 거기에 한참 밀리는 자신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게 아니니 그저 숨을 죽이고 있을 뿐. 다행히 오니는 몰래 숨어서 보고 있는 두 퇴치사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큰 쪽은 돌덩이를 한 손으로 고개 뒤로 빼 들고 있었고, 작은 쪽이 큰 쪽을 쳐다보며 성가시다는 어조로 말했다. 「벌써 몇 번째야? 너 지겹지도 않냐.」 말이 끝을 맺자마자,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작은 쪽을 향해 돌덩이가 날아왔다. 작은 쪽은 그것을 가볍게 두 손으로 받아내고는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큰 쪽이 성난 음색으로 외쳤다. 「흥. 널 이길 때 까지!」 「전혀 상대도 안 되는 주제에 잘도 지껄이네.」 이번엔 작은 쪽이 큰 쪽을 향해 돌덩이를 냅다 던진다. 후우우웅-! 파공음이 엄청났다. 단지 저 무거운 돌덩이를 던진 것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힘이 실려져 있었다. 그것을 큰 쪽은 가까스로 받아내고는 다시 작은 쪽으로 되돌린다. 이 둘 사이에 오가는 기상천외한 주고받음에 두 퇴치사는 목구멍에 침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지켜봤다. 도대체 저 오니들의 정체는 무어냐 말인가. 그리고 이 장소엔 또 무슨 이유로 있는 것인가. 퇴치사는 의문인 것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잠자코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쪽. 스이카가 한쪽 입가를 들어올렸다. 「끈질긴 남자는 여자에게 미움 받아.」 들고 있던 돌덩이를 중심으로 미세한 가루들이 모여든다. 스이카의 능력에 의해 모여든 가루들은 산 전체에 퍼져있던 돌가루들로 돌덩이와 일체해 보다 단단하고 크게 만들어갔다. 돌덩이는 눈 깜짝할 새에 집채만 한 바윗덩이가 되어있었다. 그 거대한 바위를 스이카는 마치, 가벼운 조약돌 던지듯이 큰 쪽. 호시구마 유기에게 던졌다. 바위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으로 부터 낙하해 온다. 그 상상도 못할 광경에 숨어보던 두 퇴치사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둘은 지금 보고 있는 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쿠와아앙! 공기를 깔아뭉개며 낙하해 오는 바위. 유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어서 「하아앗!」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바위를 향해 정권을 내지른다. 콰콰쾅-! 고막을 찢는 굉음이 터져 나왔고, 자신을 덮쳐 오던 바위를 일순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후두두둑. 수십 갈래가 된 바위로 부터 그 잔해들이 떨어져 내려왔다. 유기는 그 크고 작은 잔해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사나운 고함을 내질렸다. 「난 여자다 ─ !」 안 되겠다. 스승 쪽은 더는 못 있겠는지 몸을 돌리고 걸음아 나살려라 내빼기 시작했다. 제자도 스승을 따라 허겁지겁 그 장소로 부터 달아난다. 저건 단순한 요괴가 아니다. 대요괴. 그것도 재앙급의 괴물이었다. 자신들은 단지 인근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할 뿐인 오니 하나를 퇴치하러 온 것뿐인데 어째서 저런 괴물들을 보게 되냔 말이다. 오늘 운수 정말이지 지지리도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스승과 제자가 똑같았으니 요괴 퇴치는 이만 접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아보였다. 될 수 있는 한 괴물들로 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크고 작은 나뭇가지에 얼굴이 연신 강타 당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깟 아픔, 목숨에 비하면 싼 편이다. 늙은 스승의 얼굴엔 어느새 빨간 선들이 쫙쫙 그어져 있었다. 헉헉. 얼마나 달렸을까? 이쯤이면 안심해도 되겠지. 스승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자, 제자가 따라서 주저앉았다. 스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면 괜찮겠지.」 「그러게요.」 제자는 품속에서 가죽으로 된 물주머니를 꺼냈다. 실로 묶어두었던 입구를 열고, 입을 대어 꿀꺽꿀꺽 안에 있는 내용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이놈아. 그만 마시고 나도 좀 마시자!」 스승이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핀잔을 주자, 제자는 물을 들이키다 말고 물주머니에서 입을 뗐다. 그리고는 그 물주머니를 스승 쪽으로 휙-하고 던졌다. 자신에게 던져진 물주머니를 받아 챈 스승은 물주머니 입구를 잽싸게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꿀꺽. 몇 모금 마셨을까? 인상을 팍 구기더니 제자에게 호통을 쳤다. 「나 마실 것 좀 남겨놔야 할 것 아니더냐!」 「그런 건 나중에 계곡물로 보충하면 되잖아요.」 「변명 하지 말 거라!」 쯧쯧. 유일한 제자란 것이 저 모양이어서야. 그래도 자신의 퇴마의 정수를 아무런 의문 없이 따라주던 이는 저 제자가 유일했다. 제자의 이름은 마에노 히라사키. 그는 원래 어느 명문가의 자재였으나 무슨 바람이 든 것 인지 지금의 스승을 만나 그길로 퇴치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스승인 자의 이름은 하시모토 신고. 신고는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암전리(雲巖轉釐)라는 퇴마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자와 함께 전국 방방곳곳을 떠돌며 요괴 퇴치를 하던 중이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요괴 퇴치에 나섰으나 운이 나빴다. 하필이면 목표물과 만나기 전에 규격 외의 괴물을 목격 할 줄이야. 허나, 그 괴물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았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신고. 침으로 입안을 적시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도중에 신음이 새어나왔으나 세월엔 장사가 없다. 신고는 자신의 나이가 이제 적지 않음을 자각 하며 재촉의 눈빛을 제자에게 보냈다. 히라사키는 좀 더 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군말 없이 스승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야단맞는 입장인데 어찌 따지겠는가. 오늘은 운이 없어 별 소득 없이 하산하게 되었지만, 내일은 부디 아까의 괴물이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 험준한 산길을 정말이지 두 번은 오를 게 못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제자였다. 그 염원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 서둘러 하산하던 스승과 제자. 두 퇴치사는 맞은편에서 오던 어느 한 요괴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요괴는 자신들이 목표로 삼던 그 오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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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연재 주기가 ㅠㅠ
이러다 주 1회 연재로 굳어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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