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 누구도 내가 있는한 상처받거나 고통받게 두지는 않을것이다.
니아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긴 하루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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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해는 밝고 또다시 에이린을 도와 각종 수술 도구를 닦고 삶았다.
"정말 신기해요. 마법이 아니라도 사람을 치료하는것이 가능하다니..."
니아브가 각종 의료 도구들을 손으로 더듬으며 놀라워 했다.
"시대가 발전하면 기술도 발전하는 법이란다. 사실 시대가 발전해서 과학의 수준이 어느정도까지 올라간다면 그건 마치 마법같아 보이지 않아?"
"...네?"
어리둥절해하는 니아브를 바라보며 에이린은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같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입이 귀까지 걸리네 걸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진단서가 에이린의 머리에 꽃혔다.
"그렇게 흐뭇하게 누군가를 바라볼 시간이나 있으면 일들 하지그래?"
유카리였다.
어째선지 표정은 좋지가 않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것인양 어두운 먹구름을 얼굴에 드리웠다.
"왜그래.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유카리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에이. 너 오늘 '그 날' 이구나? 수천살을 먹긴해도 여전한가보네?"
에이린이 품에서 약 한봉투를 꺼내주며 유카리의 귀에 속삭였다.
"에이린 특제 진통제야. 먹기만 하면 생리통이나 그런건 순식간에 뿅! 후유증도 없지! 얼마나 좋은가?"
"저기말이야..."
유카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진통제를 에이린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니아브를 쳐다보았다.
니아브도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니아브. 잠깐 이야기좀 할수 있을까?"
"...문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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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료소와 동떨어진 장소.
유카리는 니아브를 물그러미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틈새 안에서 바라본게 잘못 본거는 아닐까? 그때는 나도 상당히 피곤했으니...아니야 그럴리 없어...'
"저기 있지. 니아브. 혹시 요즘 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거나 하지는 않았어?"
"네? 이상한일이요? 음...그다지 없었는데..."
니아브는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그러니...알았다. 귀중한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구나"
니아브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진료소로 더듬더듬 벽을 짚으며 사라졌다.
"...어떤것같아?"
유카리가 조용히 누군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외진 수풀에서 누군가 나왔다.
분홍빛 짧은 곱슬머리. 꿈속을 헤메는듯한 몽환적인 표정.
그리고 가슴 한켠에 달려있는 끔벅거리는 기괴한 눈동자.
"저 아이가 한 말은 거짓말이예요. 확실히 저 아이의 마음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어요."
"젠장...생각보다 빨리 심괴가 일어나고 있어...하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사토리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
"저 아이가 의지할만한 사람을 데려오면 되요. 예를 들면 부모라던가..."
"장난해? 저 아이에게 부모는 없어. 형제도. 가족도. 그런데 의지할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그렇지...선생..."
유카리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부채로 급히 틈을 가르고는 란을 불렀다.
란은 틈새 사이로 금세 훌쩍 튀어나왔다.
"부르셨습니까?"
"마을로 가서 당장 케이네 선생을 불러와. 당장!"
"네. 유카리님"
란은 고개를 꾸벅 숙인후 다시 틈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틈새는 다시 닫혀 균열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유카리. 서두르는게 좋을거에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는건 누구보다 더 잘 알고있지만 섣불리 대처하다가는 여린 마음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요. 예전에 우연히 마주쳤을때는 어두운 마음 사이에서 밝게 빛나는 별같은 마음이 지금은 누구보다 검게 물들어있어요"
"알았어. 수고했어 사토리"
유카리는 다시 틈새를 열어 사토리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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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이쯤이었던것 같은데..."
니아브가 더듬더듬 벽을 짚으며 진료소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멨다.
"여기인...앗..."
그러던중 발에 무언가 묵직한것이 걸려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아파..."
니아브가 땅을 짚으려고 손을 짚었을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뭐야 이거...손...?"
누군가의 손이 니아브의 손에 닿았다.
"누...누구세요...?"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니아브는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다못해 누구인지 분간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니아브의 손에 짚히는건 말라 비틀어져 바스러져가는 시체였다.
"뭐...시체...?거짓말...싫어..."
니아브가 벌떡 일어나며 뒷걸음질 치다 다시 뒤로 쓰러졌다.
와지끈 하는 서리와 함께 니아브는 시체더미에 파묻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싫어어...싫어어어어!!"
니아브가 허우적 거리며 시체 더미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몸은 서서히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아아아아악!! 싫어어어어어어!! 선생님!!! 성아야!!! 누가좀...제바아아알!!!!!"
니아브는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서서히 몸은 시체들 밑으로 빨려들어갔다.
죽어나간 환자들의 시체에서 나온 피와 고름 범벅이 되어 그저 밑으로 밑으로 한없이 내려갈뿐이었다.
"싫...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살려줘...누가좀..."
그때 시체더미에 서서히 파묻혀가던 니아브의 손을 누군가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니아브를 위로 들어올렸다.
나이브는 공포에 질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여...여기서 뭐하는거야..."
유카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카리씨...여긴 대체..."
"여긴..."
"어디긴 어디야. 이번 이변에서 살아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에이린이 어디선가 나타나 말을 했다.
"비명소리가 나길래 나도 왔어. 치료는 토끼들이 알아서 할거야"
"에이린씨...이게...환자들이였다고요...? 그게 무슨..."
"너는 너 자신이 모든 사람을 구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에이린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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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괴:정신이 피폐해지면 별안간 환각이나 환청이 들리고 종국에는 미쳐버리고 만다.
하지만 자신이 미쳤다는 자각을 느끼지 못하기에 자신의 정신이 무너져가고 있다는것은 다른사람 외에는 알아차리는것이 불가능하다.
[IB]-심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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