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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루키드는 침묵했고 이걸로 끝인거지? 하는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먼저 입을 뗀 것은 테루였다. 「부인, 저 악마 괜찮은 거지?」 「네, 어차피 저 덩치는 갑옷과 같은 거니까 목숨엔 지장이 없을 거예요.」 「그럼, 됐어.」 후두부에 전차가 내려 꽂인 상태로 안면을 바닥에 박고 있는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보였던 걸까. 테루는 그 거대한 루키드의 상태를 살피며 가까이 다가갔다. 꿈쩍도 하지 않는 걸로 봐선 기절한 걸로 보이는 루키드. 그때, 테루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어떡해야지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지?」 지금 모두가 있는 장소는 쓰러져 있는 루키드가 만들어낸 고유한 영역. 결계로 이루어진 신비한 장소다. 보통의 경우 이런 장소는 시전자가 의식을 잃은 직후, 그 효력을 잃고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가기 마련인데, 지금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여전히 하늘은 오색찬란하고, 바닥은 알록달록하다. 배경이라고 채워져 있는 유치한 그림풍의 피조물들이 보기 민망한 음란 행위를 하고 있었다. 시로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이런 장소에 그다지 오래있고 싶진 않군.」 「맞아요. 오래 있긴 정신 건강에 해로운 장소네요.」 세이가가 한숨을 내쉬며 맞장구친다. 도대체 머릿속이 어떻길래 이런 장소를 구현해 놓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카리는 틈새를 열고 루키드 뒤통수에 꽂혀있는 전차를 순식간에 원래의 장소로 되돌렸다. 이제부터 루키드의 몸에 들려붙어 있는 액귀를 어떻게든 떼어낼 셈이었지만, 그 전에 이 기분 나쁜 장소부터 벗어나는 게 우선이겠지. 유카리는 힘을 써서라도 이 공간 자체를 깨부수기로 했다. 결계로 이루어진 장소인 만큼, 그것을 깨부수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자세를 잡은 유카리가 눈을 감고 집중을 한다. 본격적으로 결계 해체에 들어가기 전에 테루에게 한 가지 부탁을 전했다. 「혹시나 모르니까. 제가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 방해가 들어오지 않게 해주세요.」 「맡겨만 줘.」 테루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카리의 곁에서 소총을 견착하고 경계하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루키드가 기절한 이상, 더는 방해가 없을 거라 보지만 혹시나 모르니까. 어쩌면 루키드의 몸에 들어붙어 있던 액귀가 방해해 올수도 있다. 란도 주인인 유카리의 몸 주변으로 결계막을 치고는 주의를 경계했다. 거기에 세이가도 있고, 시로 역시 내키지 않아했지만,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으니 혹시나 모를 방해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액귀가 아니라 액귀 할아버지라도 유카리의 방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보이기 시작한 방해의 조짐. 「크하하하핫-!」 훌륭한 악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서 들려온 것인지 너무나도 뻔했다. 이런 웃음을 지을 만한 녀석은 한 놈 밖에 없지 않은가.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마라!」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삼류 악당과도 같은 대사를 외치며 고개를 쳐드는 루키드. 기절한 줄 알았는데 용케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루키드지만. 부활한 루키드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루키드는 흡족스런 미소를 짓더니 자신있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최종 오의를 보여 줄 수 밖에 없겠군.」 드드드드.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운 루키드가 양팔을 좌우로 펄친다. 그리고... 「내 모든 힘을 이 기술 하나에 받친다!」 그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버렸다. 하늘 높이 무언가를 떠받치는 자세로 양손을 들어올린 루키드가 크으으으으. 하는 신음에 가까운 기합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은 마치. 「원기옥?」 테루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소리였다. 그의 말처럼 루키드의 자세는 정말로 드래곤볼에 나오는 손오공의 필살기. 원기옥처럼 보였다. 자세뿐만이 아니라 손 위로 동그란 에너지체가 모이는 걸 보아 원기옥 같은 게 아니라 원기옥 확정이다. 다만, 진짜배기 원기옥과 다른 점이라면 푸른빛이 감도는 밝은 에너지가 아닌 재액의 기운이 함축되 있는 검고 불길한 구체라는 것 정도. 크크크. 낮은 웃음을 흘리며 테루들을 내려다보는 루키드. 자신에 찬 얼굴로 고했다. 「일국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 업화의 마신. 최종 오의를 보게 된 것을 자랑으로 여겨라!」 참으로 짜증나는 헛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사천왕도 그렇고 본인도 약해 빠진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거기다가 저 최종오의라는 기술은 뭔 놈의 시전시간이 저리도 긴 건지. 무방비하게 있는 동안 기다려 줄 바보가 어딛다고. 시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루키드에게 총구를 겨눴다. 란도 시로를 따라 검지와 중지를 세운 손을 치켜 든다. 적당히 아픈 꼴을 당하면 저 주제 파악 안 되는 주둥이도 다물겠지. 하지만, 그것을 말리는 유카리. 테루도 부인을 도와 말린다. 시로가 놀란 눈으로 따졌다. 「왜 막는 거야?」 「형님, 아무래도 제 부인이 뭔가를 눈치 챈 거 같아요.」 「뭐?」 테루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히는 시로. 유카리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니 '그런 거예요.'라고 말해오는 눈으로 미소 짓는 것이었다. 시로는 나지막하게 「하는 수 없군.」하고 읊조린 후, 겨눴던 총구를 살짝 내려놓았다. 이어서 유카리와 눈빛을 교환한 란도 전투 태세를 푼다. 이것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 받을 걱정을 덜은 루키드는 한층 더 들뜬 얼굴로 외쳤다. 「현명한 선택이다. 얌전히 나의 오의를 받아라!」 아. 뭔가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는 듯이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루키드.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초필살기 이름을 안 정했었군. 이거 엄청 중요한 건데!」 아뿔사! 하며 자신의 실책을 책망했다. 저런 바보같은 모습에 유카리는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다들 비슷한 생각이리라. 테루는 약간 벙 찐 얼굴이었고, 세이가는 실소가 터져서 킥킥 거렸다. 시로는 '어이구'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혀를 찬다. 그러던 중 루키드가 떠올렸다는 듯 얼굴이 활짝 폈다. 입에 침까지 바르며 중대 사실이라도 발표하는 것 처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라스트 스킬. 파멸의 어둠!」 유카리는 입을 가렸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바로 테루에게 전염되었다. 푸웁! 고개 돌린 테루의 입으로 부터 침과 함께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것이 또 란에게 전염 되서 도도한 그녀 까지도 웃게 만들었다. 세이가는 원래부터 킥킥 대고 있었으니 이 자리에 웃지 않는 건 웃음의 근원인 루키드와 웃음 없는 시로 뿐이었다. 루키드가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날이 선 목소리를 들려줬다. 「뭐가 우습냐!」 씩씩 거리며 잔뜩 삐친 얼굴이 되었다. 「얼마나 멋진 명칭인데....」 기껏 멋지다고 생각한 네이밍인데. 스스로의 작명 센스에 점점 자신 없어져가는 루키드였다. 그건 그렇고, 자신의 멋진 파멸의 어둠은 이제 곧 완성 된다. 보아라, 어느새 자신의 몸 만큼 커져 있는 어둠의 구체를!! 「날 비웃은 댓가를 치루게 해주마!」 양 손을 크게 아래로 내리긋는 것으로 완성된 파멸의 어둠을 자신을 비웃을 자들에게 떨어뜨린다. 액귀에게 부여받은 모든 재액의 기운을 쏟아부어 만든 최종 오의. 제아무리 유카리라도 막기 힘들겠지. 빠르지는 않지만 그들을 향해 점점 나아가는 모든 재액 덩어리. 거대한 힘을 품고 있는 그 검운 구체는 어느 순간. 멈췄다. 루키드는 갑자기 멈춰선 구체를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응시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태연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심지어 입가엔 미세한 웃음 까지 머금고 있었다. 멈춰졌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멈춰질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했던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던, 구체가 멈춰진 것은 란과 유카리가 친 결계 때문이었다. 멈춰진 구체는 이윽고, 정사면체의 결계에 의해 갇혀 버렸다. 「오랜만이야.」 결계안에 갇혀진 검은 구체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유카리. 구체로 부터 분하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게 어찌된 거야!」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검은 구체. 액귀에게 유카리가 후훗. 웃으면서 죌부채로 그녀 뒤에 있는 루키드를 가리키며 짧게 설명했다. 「넌, 저 악마한테 속은 거야.」 그러자, 검은 구체에서 소녀의 모습이 된 액귀가 이를 빠득이며 뒤로 고개를 돌렸다. 고소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루키드의 모습이 보였다. 액귀는 분노했다. 「너, 날 도와준다 하지 않았어? 그런 댓가로 준 힘이었잖아!」 믿을 수 없어하며 외쳤다. 「저들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 분명, 유카리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용해 자신을 버린 테루에게 복수하려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액귀는 배신감을 느끼며 루키드를 죽일 듯 노려봤지만, 생각도 못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악마를 유혹하려 들다니. ㅁㅁ?」 루키드는 쯧.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는 중지를 세운 손가락 욕. 통칭 뻑휴를 날리며 말했다. 「그리고 속이는 건 내 전문 분야거든. 이 멍청한 새끼야.」 통쾌하게 웃으면서 욕을 내뱉었다. 액귀는 손을 잡을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었다. 큭. 침음성을 내며 후회해 보지만 이미 늦은 후다. 겨우, 부활했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 맞고 붙잡혀 버리다니. 물밀듯 몰려오는 억울함에 액귀는 고함을 왁하고 내질렸다. 「한심하게 당하고 있던 것도 다 연기였었냐──!」 그 물음에 루키드는 자신있는 어조로 답했다. 「아쉽게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어.」 「그렇다면. 왜?」 그에 루키드는 당당하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왜냐고? 한심함에서는 누구 한테도 지지 않거든!」 그걸 끝으로 액귀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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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드는 한심한 소인배이긴 해도, 바보는 아닙니다.
이해타산 정도는 확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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