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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랄 일이다. 스이카 자신이 자랑하는 그 어떤 결박술보다 견고한 돌무더기가 이마의 뿔과 목의 힘만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헉 소리가 나온다. 스이카는 자신을 향해 강한 살의를 내비치고 있는 사나운 인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톱날같이 날카로운 호시구마의 이빨이 상하로 열리면서 뜨거운 김이 새어나왔다. 「날 이렇게 까지 모욕하다니.. 죽여 버릴 테다.」 후-웅! 광풍이 일 더니 호시구마의 신형이 눈 깜빡할 새에 스이카의 코앞에 당도했다. 동시에 허리춤에서 부터 쳐올려지는 그녀의 주먹. 스이카의 복부를 노렸지만, 표적은 눈앞에서 사라져 없고 주먹은 부질없이 허공을 갈랐다. 호시구마는 사라진 표적을 쫒아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 들었다. 언제 솟아올랐는지 허공에 점이 되어있는 스이카가 보였다. 「다이다라봇치의 발!」 외침이 들려왔고, 거대한 무형의 발이 대기를 찍어 누르면서 내려왔다. 호시구마를 향해 내뻗은 스이카의 발이 요력을 휘감고 강대한 요술을 발현 시킨 것이었다. 그것은 눈으로는 관측되지 않는 불가시의 힘. 콰콰아앙 ─ ! 대기 채로 호시구마를 짓눌렸다. 무형의 발에 밟혀버린 호시구마의 전신은 그대로 바닥에 눌려 그 형상을 남겼고, 주변은 거대한 거인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쿠직. 호시구마는 땅에 박혀버린 몸을 일으켜 세우며 공중에서 하강중인 스이카를 노려보았다. 입가의 피를 닦으며 반격을 개시해 보려하지만, 스이카의 차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 손을 대지를 향해 쭉 펼친 스이카가 또 다른 요술을 이어갔다. 「지옥의 대가마.」 쿠구구궁-. 바위들이 땅에서 부터 둥글게 호시구마를 감싸듯이 솟아올랐다. 그 형상은 그야말로 커다란 솥. 솟아오른 바위들은 서로 꼼꼼하게 연결 돼 있어 바람 한 점 새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치밀했고, 하늘이 보이는 윗부분은 둥글게 감싸져 돌로 된 감옥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사람 하나 정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은 있었다. 「오니 지옥불.」 바위로 이루어진 감옥에서 유일하게 밖과 이어진 구멍으로 부터 뜨거운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들이닥쳤다. 그 불길은 스이카의 입으로 부터 뻗어 나온 것이었다. 호시구마는 불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바위벽을 뚫고 나오려했다. 하지만, 스이카의 요술로 이루어진 바위 역시 예사가 아니었다. 체중을 실은 주먹을 몇 번인가 쳐대도 부셔지기는커녕 금조차도 가지 않는 것이었다. 자신을 결박했던 돌무더기 그 이상의 강도였다. 치잇. 호시구마는 분함에 이를 악물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바위벽을 주먹으로 연신 쳐댔다. 허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끊임없이 밀어닥쳐 결국, 가마 안을 불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호시구마는 그 맹렬한 불길에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스이카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둥글게 감싸져 있는 바위들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안쪽은 조금씩 액체가 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스이카가 내뿜는 불이 얼마만큼 뜨거운 고열인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토라구마는 불가마로 부터 새어나오는 열기에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형님의 안위를 걱정하며 열변을 토해냈다. 「슈텐의 기상천외한 요술이 형님을 위기로 몰아넣었구려. 요술 하나를 파훼했다 싶으면 또 다른 요술이, 그것도 깨부쉈다 싶으면 그 보다 더 한 요술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슈텐의 요술. 형님이 이렇게 까지 유린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소이다.」 가마의 온도는 흡사 태양이 지상에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정도로 높아져만 갔다. 빨갛다 못해 이젠 노랗게 달아오른 바위로 인해 어둠이 내린 투귀암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그로인한 열기는 대지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뜨거워진 공기는 대기중의 수분을 빠르게 기화시켜 갔다. 매 말라가는 대지 위로 아지랑이가 이글거린다. 토라구마는 대지와 같이 말라가는 입안을 침을 삼키는 것으로 간신히 적셨다. 「설마, 형님은 이대로 당한 것이란 말이오? 오니중의 오니. 최강의 힘을 지닌 형님이... 허나, 저 슈텐은 그런 형님을 압도하고 있소. 저런 조화를 부리는 슈텐은 천신들 조차 감당해내기 힘든 존재임이 분명하오.」 오니중의 오니는 호시구마. 토라구마 안에서는 그것이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 절대적인 믿음이 점차 흔들려갔다. 어쩌면 슈텐은 오니의 정점에 선 오니들의 신. 오니카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라구마는 주절대는 것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숨을 들일 킬 때 마다 뜨거운 공기가 폐까지 침범했기 때문이었다. 침을 삼키는 것만으로 입안이 바싹 말라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불가마는 밝게 달아오르는 것을 넘어 하나의 작은 태양이 되어있었다. 스이카는 이쯤하면 됐겠지. 하고 불을 내뿜는 것을 그만두었고, 그 뜨거운 열기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때였다. 가마의 외벽이 쩌적하고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얼마안가 뿌지직. 쿠르릉! 꽈앙! 하고 부시어져 내려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쾅쾅! 무너져 내린 암석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지옥불에 달아오른 집채만 한 돌덩이들이 단박에 사방팔방 튀어져 나가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닿기만 해도 타서 재가 되어버릴 열기를 머금은 커다란 돌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토라구마도 구마도 그 위험한 돌덩이를 피한다고 이리저리 몸을 놀리고 있었다. 돌덩이는 스이카에게도 쏘아졌지만, 몸을 빙글빙글 춤추듯이 돌리는 것으로 간단히 피해버린다. 그 뒤로 또 한 덩이의 붉고 노란 돌덩이가 쏘아져 왔지만 스이카는 여유롭게 피해내었다. 「이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다 ─ !!」 돌덩이들이 쏘아져 나간 진원지로 부터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녹아서 용암이 되어버린 대지에 두 다리로 멀쩡하게 서 있는 호시구마. 반쯤 나신이 된 몸은 빨갛게 익어있었고, 한 손엔 열기로 인해 표면이 녹아내리고 있는 돌덩이를 들고 있었다. 그 열기 속에서도 멀쩡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이냐?」 스이카가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호시구마의 몸은 붉게 화상을 입고 있었지만, 바위도 녹여버리는 불길을 견뎌냈다는 것은 스이카가 생각해도 너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아무리 철벽이라 해도 그렇지 저런 바보 같은 육체는 자신 이외엔 없을 줄 알았는데. 고작 피부가 빨개질 정도의 화상으로 그칠 줄이야. 스이카의 입에서 허허허 하는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보면 볼수록 대단하고 재밌는 상대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스이카를 향해 노랗게 달아오른 커다란 돌덩이가 날아왔다. 호시구마의 괴물 같은 완력이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무시무시한 살생력을 갖춘 그것을 스이카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피할지 않았다.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는 것으로 분쇄하고는 이어서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모여라, 뇌운!」그렇게 읊조리고는 능력을 개방한다. 곧이어, 작은 태양을 대신하여 투귀암을 비추고 있던 달빛이 모여드는 구름에 의해 가려지기 시작했다. 모여든 구름은 뇌전을 머금은 뇌운. 스이카를 중심으로 투귀암을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었다. 우르르릉. 모여든 뇌운으로 부터 번개가 칠듯한 뇌전 소리가 울렸다. 그 아래 호시구마가 희한하다는 눈으로 뇌운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스이카는 하늘 높이 검지를 쳐들었다. 「이건 좀 아플 거다.」 자신 있게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린 스이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금괴낙뢰(金壞落雷) 마구 떨구기!」 우르릉. 머리 위에 떠있는 뇌운에서 심상치 않은 전류가 감도는 가 싶더니 그대로 뇌전 하나가 호시구마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번쩍-! 눈을 멀게 만들 만치 밝은 푸른 빛. 능력으로 뇌운을 모으고 요술로 떨군 낙뢰였다. 낙뢰에 직격당한 호시구마는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온몸이 타올랐지만, 금 새 새하얀 연기와 함께 거스름 하나 없는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도 잠시. 쿠르르릉. 콰─쾅! 천둥소리가 터졌나왔다. 그리고 파앗-! 또 한 차례의 뇌전이 낙뢰했다. 낙뢰는 또 다시 직격했지만, 그걸 견뎌내는 호시구마. 이젠 비명조차 내뱉지 않았다. 이어서 한 번 더 번쩍인다. 쿠콰앙 ─ ! 쿠릉!! 천둥쳤고, 뇌운으로 부터 여러 줄기의 뇌전이 호시구마에게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한 번의 낙뢰로도 엄청난 위력인데 그걸 동시에 여러 번 받아버린 호시구마는 그래도 여전히 비틀거림 하나 없이 꿋꿋하게 서 있었다. 바위를 녹이는 고열은 물론이고, 땅을 쪼개는 뇌격에도 끄떡없는 저 말도 안 되는 맷집. 스이카는 속으로 '뭐가 저리도 튼튼한 거냐?'하고 질린 음색으로 외쳤다. 싸움의 전황은 일방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스이카가 호시구마를 두들겨 패고 있는 형국이지만, 맞는 쪽이 쓰려지지 않으니 자연히 때리는 쪽이 지쳐갔다. 그렇다고 맞는 쪽은 안 지친다는 건 아니다. 연이은 기상천외한 공격에 의해 호시구마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체력적으로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스이카는 상대가 꽤나 지쳐있음을 눈치 채고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고는 「잠깐.」하고 싸움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나서 싸우자.」 자신을 계속 압도해 왔던 슈텐이 갑작스럽게 싸움의 중단을 알리자, 호시구마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싸움을 멈추고 술을 마시겠다니. 어처구니없는 발언이었다. 도대체 지금 슈텐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지켜보던 토라구마도 스이카의 발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말문이 막혔다. 두령 자리를 놓고 싸우는 진검승부 중에 술을 마신다는 건 엉뚱한 정도가 아니다. 이 보다 괘씸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미친 짓이었다. 하물며 약속을 목숨 보다 소중히 하는 오니가! 스이카를 제외한 모두가 어이없어 하는 와중에 황당무계한 소리가 이어졌다. 「거기, 주둥이 나불나불 말 많던 너 말야.」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토라구마를 가리키며 「술이랑 안주 좀 가져다주지 않을래?」 뻔뻔한 낯짝으로 웃으면서 술과 안주를 부탁하는 스이카였다. 그리고 그 제멋대로의 행동에 호시구마는 분노했다. 자신과의 결투를 우습게 아는 거냐? 저 막돼먹은 오니에게 큰 소리로 일갈한다. 「지금 장난치고 있는 줄 아냐!」 「응.」 스이카가 바로 되받아쳤다. 장난이냐고 했더니 장난이라고 한 것이었다. 빠직. 호시구마의 전신에서 핏발이 서다 못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 !」 진심이었던 자신을 상대로 여태 동안 장난이었다고? 슈텐은 그냥 죽이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을 만큼 열 받는 요괴다. 호시구마에게 있어 저토록 얄미운 상대는 처음이었다. 빠드득. 이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간다. 증오심에 찬 눈으로 노려보며 주먹에 마지막 최후의 한 방울 힘 까지 짜내서 담는다. 호시구마는 으르릉 대는 목소리로 기합을 넣었다. 「으아아아 ─ !」 그에 맞춰 스이카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걷혔다. 불길한 웃음 짓는 것으로 진심이 되었다. 전신의 요력을 끌어올린다. 스이카는 자신의 등 뒤로 끌어올린 요력을 발산시키면서 고했다. 「귀왕. 슈텐도지(酒呑童子).」 스승 기예유의 주특기 술법인 도철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자신의 요력을 또 하나의 자신으로 실체화 시키는 요술. 도철과 같이 요력 그 자체를 반영한 분신체를 만들어갔다. 스이카의 요력은 검은 안개가 되어 거대한 인영을 탄생시켰는데, 그 크기는 장장 20척이 넘고, 전신이 붉으며 머리에는 다섯 개의 뿔이 흉흉하게 달려 있었다. 눈은 금강야차요 입은 범과도 같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의 갈기는 검은 색. 온 몸에서 흉악함을 풍기는 분신은 스이카 본인이 생각하는 슈텐의 모습이다. 천하의 견줄 요괴가 없을 그 흉흉한 풍채에도 호시구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덤벼들었다. 「필살. 금강멸살(金鋼滅殺).」 모든 힘을 주먹 한 점에 집중 시켜 발산시키는 최고 필살권이 발해졌다. 이것이 막히고 나면 더는 여력이 남지 않을 최후의 일격이었다. 퍼 ─ 엉!!! 주먹이 내질러짐에 따라 호시구마가 서있던 땅이 아래로 꺼진다. 각질처럼 일어난 돌조각들이 발해지는 필살권의 후폭풍에 못 이겨 어지러이 휘날렸고, 주먹 끝이 향한 곳은 공간 채로 뻥 뚫려버렸다. 태산을 관통하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그 대단한 위력은 스이카에게 닿지 못했다. 귀왕 슈텐도지가 맞대응으로 내지른 정권에 막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호시구마의 최후의 일격은 스이카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호시구마는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주먹을 내지른 자세로 멈춰 버렸다. 모든 힘을 짜낸 일격은 어이없이 막혀버렸고, 온 몸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두 다리로 간신히 서 있는 게 고작.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패배한 것이었다. 그것도 상대에게 실컷 장난만 당하다 진 꼴사나운 패배. 기운 없이 들어 올린 머리 위로 귀왕 슈텐도지의 우악스런 주먹이 내려왔다. 호시구마는 그 일격에 정신을 잃고 땅속에 파묻혔다. 경악할 만한 맷집과 정신력이 이젠 한계를 맞이한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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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끈질겼던 호시구마가 드디어 리타이어 했습니다.
근데 스이카가 맘만 먹으면 한 방에 끝내버릴 수도 있었음.
기냥 가지고 논거. (으악! 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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