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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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7월 중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인기가 많은 요정이 있다. 안개의 호수에서 살고 있다는 얼음의 요정. 치르노라는 이름의 요정이 바로 무더울수록 인기가 있다는 빙정(氷妖)이다. 인기가 많아서일까? 치르노는 유독 여름만 되면 종종 누군가로부터 자주 납치되곤 한다. 그 누군가는 주로 정해져있는데 더위를 잘 타면서도 이 빙정의 소재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 마법의 숲에 산다는 흑백의 마녀. 키리사메 마리사와 동쪽 끝에 있는 신사의 홍백 무녀. 하쿠레이 레이무가 단골이었다. 올해 여름만 하더라도 벌써 10번 가까이 납치되어 보쌈을 당했던 치르노는 오늘,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무녀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래서 지금은 신사 별채에서 꼼짝도 못하고 무녀의 옆을 지키고 있는 상황. 조금이라도 달아나려고 하면 가차 없는 무녀의 공격에 피탄을 당한다. 평소에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치르노라고 할지라도 이 무녀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달아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사고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무녀가 풀어 줄때까지 얌전히 있거나 무녀가 잠에 들었을 때를 기다렸다가 몰래 빠져 나가는 게 고작일 따름이다. 홍백의 무녀에게 끌려와 얌전히 있는 치르노와 그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냉기를 만끽하며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레이무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본다면 흡사 사이좋은 다정한 자매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법. 기분 좋은 레이무와 달리 지금 치르노의 기분은 최악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끌려온 치르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뿌루퉁한 얼굴로 투정을 부리지만 무녀는 차라리 여기서 사는 게 어떠냐는 뻔뻔함으로 응수했다. 그 말에 노발대발하는 치르노.
「귀무녀! 나쁜 홍백! 올해만 해도 이 몸을 몇 번이나 납치한 거야?!」 「으음.. 글쎄, 한 다섯 번..?」
다섯 번이라니 참, 많이도 납치했다. 저 무녀는 자신을 물건 취급 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치르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따지는 투로 말했다.
「네가 자꾸 이 몸을 납치해 가는 바람에 대요정이 얼마나 걱정 하는 지나 알아?」 「잠깐 빌려가는 거뿐인데 뭘?」 치르노의 볼멘소리를 마치 어딘가의 도둑마법사의 단골 변명 같은 말로 되받아친 레이무는 역시나 치르노를 도구 취급하고 있었다. 볼을 있는 대로 부풀린 채 눈썹을 치켜세운 치르노는 너무한 취급을 하는 레이무를 따갑게 쳐다봤다. 그 시선에 한 동안 노출 된 레이무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툇마루에 달라붙은 엉덩이를 떼고 부엌으로 몸을 옮겼다. 치르노는 그런 레이무가 자신을 피해서 도망치는 걸로 보였는지 적개심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다가 혀를 쭉 내밀고 눈 밑을 손으로 내렸다. '메~롱'이 었다. 시야에서 사라졌던 레이무는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먹기 좋게 가지런히 잘려진 수박을 담은 쟁반을 들고 툇마루로 걸어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빨갛게 잘 익은 수박의 속살에 치르노의 눈은 휘둥그레지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거, 나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 「아니, 내가 먹으려고」 「치사해!」 「농담이야, 같이 먹으려고 가져온 거야.」 레이무는 수박이 담긴 쟁반을 치르노와 자신의 사이에 놓고는 한 쪽 다리만 툇마루에 걸쳐서 앉았다. 무심한 얼굴로 수박 한 조각을 집어든 레이무는 그것을 베어 먹기 전에 치르노가 수박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선 듯 수박 조각을 집어먹지 않고 있는 치르노.
원래 요정이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지만 맛있는 것을 놓고 사양하는 종족이 아니다. 특히나 저 빙정은 좋은 먹을거리를 놓고 가만있을 녀석이 아닌데 수박을 한 쪽 들고는 냉큼 먹지 않고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레이무는 치르노가 자신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내가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뭘 그리 망설이는 거야?」 「우.. 그 치만, 홍백은 무서워... 그 수전노가 이렇게 쉽게 남한테 먹을 걸 내놓을 리 없어.」 「너, 평소에 나를 그런 짠돌이로 생각했던 거야?」 「사실이잖아, 홍백은 새전을 밝힌다고 소문이 다 났다고」 치르노의 말에 레이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얼굴 반을 손으로 감싼 레이무는 ‘알았으니까 얼른 먹기나 해’하고 치르노에게 허락을 내리고는 자신도 수박 한 쪽을 베어 먹었다. 수박은 겉보기처럼 잘 익었는지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면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찬물에 담가뒀던 수박을 자른 거라 그런지 시원함 까지 갖춘 극상의 수박이었다. 그 극상의 수박을 무표정한 얼굴로 먹는 레이무와 달리 치르노는 한 입 베어 먹자마자 행복해 보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에 레이무의 시선은 치르노에게 고정되어있었고 기분 탓인지 한 여름날의 햇살 보다 눈부시게 비춰졌다.
저 바보 빙정이 오늘 따라 유달리 귀여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평소엔 새전함 안에 얼린 개구리나 넣는 말썽꾸러기인데 말이다. 그런 민폐인 빙정의 행각을 떠올리면서도 눈앞에 해맑음에 절로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레이무였다.
마리사는 물론이고 신사를 찾는 인요들이 하나 같이 바보라 손가락 질 하는 저 빙정은 누구와도 선을 긋는 낙원의 멋진 무녀인 레이무의 마음 안에 그 존재를 넓혀가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바보짓 하는 치르노와 그 바보짓에 화를 내며 혼 내키던 레이무 사이엔 조금씩이지만 정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것은 미운 정 뿐만이 아닌 우정. 그리고 애정도 포함되기도 한다.
그 정으로 인해 레이무 안에서의 치르노는 어느새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본인은 아직 자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무더운 날이라고 해도 시원함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빙정인 치르노 보다 유령 쪽이 더 쉽고 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치르노를 다섯 번이나 납치한 것은 사실 마음속 깊이 치르노의 시원함 보다 치르노 그 자체를 원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레이무는 이날도 치르노를 납치해온 것이다. 시원함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은 수박을 먹는 것도 잊은 채 양 볼에 수박씨 가득 묻히며 수박 조각을 먹어치우고 있는 치르노에게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마냥 보고만 있던 레이무는 하늘로부터 마당에 내러온 흑백의 인기척을 느꼈다. 「오, 레이무. 수박을 먹고 있었어?」 시원한 미소를 짓는 흑백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가 쟁반에 놓여 진 수박에 눈독을 들이며 다가왔다. 머리에 쓴 고깔모자를 툇마루 적당한 곳에 놓은 마리사는 허락도 받지 않고 수박 한 조각을 냉큼 집어 들더니 ‘와삭’소리가 나게 베어 먹었다. 그리고는 우물거리며 맛을 음미하더니 ‘우오!’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후, 먹는 속도를 올려갔다. 두어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마리사가 뒤늦게 자신과 같이 수박을 먹고 있던 치르노의 존재를 눈치 채고는 레이무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레이무, 너 또 치르노를 납치해 온 거야?」 그렇게 레이무를 질타하는 마리사도 올 여름에 치르노를 납치해간 전적이 3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요정을 도구 취급한 레이무를 비난 할 처지가 안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상기한 레이무는 잠자코 마리사의 꾸중을 들어 줄 수가 없어 뚱한 얼굴로 되받아 치기로 했다. 「나와 같은 상습범인 네가 할 말은 아닌데?」 「아하하, 그런가?」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는 마리사. 그녀에게는 조신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털털함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이제 소녀에서 숙녀가 될 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이제 슬슬 여자다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레이무. 한숨과 함께 턱을 괘면서 한심하다는 눈으로 마리사를 쳐다봤다. 「레이무, 너 날 보면서 실례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했어.」 「그거 너무한데... 분명 내가 여자답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잘 아네.」 「역시 그런가? 그래도 가슴은 내가 더 크..」 살기가 담긴 레이무의 눈초리에 주눅이든 마리사가 하고자 했던 말을 도로 입안으로 집어 삼켰다. 자신은 아직 성장기니까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자신의 빈약한 가슴을 물끄러미 쳐다본 레이무는 벌써 몇 년 채 변함이 없는 자신의 가슴에 원망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십대 중반이니까 여유가 있어.’그런 생각을 하며 마리사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는 레이무였다. 그 와중에 수박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치르노를 응시하던 마리사는 큰 수박 조각 하나를 집어 들고 몇 번 크게 베어 먹었다. 그리곤 우물우물 거리며 입안에 수박씨를 잔득 모아서 「투웃!」 하는 소리를 내며 마당에다 수박씨를 멀리 내뱉었다. 생각 보다 멀리 뻗어나간 수박씨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은 마리사가 치르노를 보며 으스대며 말했다. 「바보 요정, 나와 누가 더 수박씨를 멀리 뱉어내는지 내기해보지 않을래?」 「바보라고 한 쪽이 바보야 흑백. 그런 내기라면 이 몸이 질 리가 없어!」 「호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증명해 보라구!」 승부욕에 불타는 마리사와 치르노가 각자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들더니 빠른 속도로 먹어 치우고는 입안에 수박씨를 모았다. 그리고 마당을 향해 힘껏 뱉어내려는 찰나 ─ 따악! 레이무의 불제봉이 두 바보 녀석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두 머저리가 마당을 수박씨 투 성이로 만들었다간 치우기 곤란해지기에 불제봉으로 미리 저지를 한 것이다. 「마당이 어지러 지니까 하지 마.」 머리에 혹이 나도록 쌔게 얻어맞은 마리사와 치르노는 머리를 부여잡고 아픔의 신음을 흘렸다. 얼마나 아픈지는 그 둘의 눈에 고여 있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 아파하며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온 레이무. 어딘지 모르게 저 둘이 닮아있다는 감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수박씨 멀리 뱉기를 포기한 마리사와 치르노는 남아 있던 수박을 모조리 먹어치우고는 더 먹고 싶다고 아우성쳤고 레이무는 그 둘의 먹성에 치를 떨면서도 부엌에서 나머지 수박을 먹기 좋게 잘라서 가져왔다.
그리고 셋이서 그것마저 먹어치웠다. 레이무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먹은 상태였는지 한 조각만 먹었고 나머지는 마리사와 치르노 둘이서 먹어치운 것이다. 하지만 레이무는 거기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을 느꼈는데 치르노의 행복해 하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배가 빵빵해질 정도로 수박으로 속을 채운 마리사와 치르노는 툇마루에 大자로 누워서 낮잠을 청했다. 뒷정리를 끝내고 난 레이무는 이 둘이 낮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며 그 옆을 지켰다. 그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얼굴로 자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 손주를 대하는 할애비 미소가 지어지는 레이무. 자신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상대가 치르노라는 것을 깨닫자 창피함이 들어 시선을 돌리고 만다. * 밤이 찾아왔다. 한 여름의 무더움은 밤에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여전히 더웠다. 툇마루에 앉은 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레이무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치르노가 삼월정 요정들과 탄막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리사는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가 버렸고 치르노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자신의 의지로 신사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안개의 호수에 돌아가려고 했다면 마리사와 같이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갔겠지만 그러지 않고 신사에 남은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치르노의 마음속에도 레이무처럼 정이 싹트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치르노는 여느 때처럼 신사에 장난을 치려온 삼월정 요정들과 마주치자마자 먼저 선공으로 탄막전을 벌였고 그 대결은 치르노의 승리로 싱겁게 끝이 났다. 신사 뒤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생활하고 있던 삼월정이라 불리는 이 세 마리의 요정은 요정 중 최강이라 불리는 치르노의 상대하기엔 역 부족이었던 것이다. 세 요정을 패퇴시킨 치르노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레이무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엣헴, 어때? 이 몸이 최강이라는 걸 알았겠지!」 「네에네에~ 대단한 요정이네. 역시 최강. 요정 한정이지만」 「칫, 언젠가는 요정뿐만 아니라 진짜 최강이 될 거야!」 레이무가 빈정대는 태도로 답하자, 두고 보라는 얼굴로 주먹을 말아 쥐는 치르노. 언제나 진심으로 최강이 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요정인 이상 이루어질 리가 없는 바램일 뿐이다. 그럼에도 치르노는 최강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언제나 진지하게 입에 담는 것이었다. 최강을. 그런 치르노가 바보 같으면서도 몹시 귀엽다고 생각한 레이무의 입에서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걸 자신을 비웃는 걸로 받아들인 치르노는 심술이 나서 뿌루퉁한 얼굴로 레이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얏, 뭐하는 짓이야?」 「최강을 비웃은 댓가야!」 바로 그때였다. ‘퍼퍼펑~’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신사 입구에 세워진 토리이 넘어 하늘 높이 쏘아진 폭죽이 밤하늘을 예쁘게 수놓는 소리였다. 「뭐야?」 치르노는 폭죽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에 새겨진 예쁜 불꽃의 형상은 치르노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기 충분했고 폭죽이 가라않고 잠잠한 밤하늘로 돌아와서도 시선이 고정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레이무는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밤하늘을 보고 있는 치르노에게 잊고 있었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마을에서 축제가 있는 날이었지.」 그 말에 반응한 치르노는 밤하늘에 고정된 시선을 레이무 쪽으로 돌렸고 넋 나간 듯 뚱했던 표정이 환한 웃음으로 변했다. 「정말이야? 레이무, 축제에 같이 놀러가자!」 「싫어, 귀찮거든.」 「놀러가자~ 응?」 「그렇게 가고 싶으면 혼자 가면 되잖아.」 레이무는 가기 싫다고 한사코 거부했지만 그런다고 포기할 치르노가 아니었다. 무슨 이유인지 그렇게 가고 싶다면 혼자 가면 될 텐데 레이무를 끌어 들이려는 치르노가 그녀의 소매를 붙들고는 체중을 실어 질질 끄는 것이었다. 폭력을 써서 당장 그만두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레이무는 그러지 않고 치르노의 보챔에 못이기는 척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알았어, 하지만 이 차림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이변이 있다고 착각 할 거니까 옷을 갈아입고 갈 거야.」 「정말? 신난다!」 뭐가 그리도 신난다는 건지 이를 다 들어내며 웃음을 짓는 치르노. 레이무도 자신의 심경 변화를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마을 축제에 평범하게 참가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 벌써 까마득한 과거라 기억도 잘 나지 않으려고 한다. 고아로 태어나 양육시설에 맡겨졌던 레이무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좋은 추억거리가 없었으며 남들과 달리 타고난 영력 탓에 초자연 현상과 자주 마주했던 그녀는 어느 날 찾아온 요괴에 의해 이곳 환상향에 정착하게 되었고 하쿠레이라는 무녀 직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뒤에 격은 것들은 이른바 바깥세계의 인간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 투 성이. 방에서 매일 입던 무녀복이 아닌 고운 비단으로 만든 유타카를 입으며 지난날에 대한 회상을 떠올린 레이무는 허리를 감싸는 오비로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회상을 끝냈다. ‘드륵’하고 장지문이 열리며 유카타를 예쁘게 차려입은 레이무가 치르노 앞에 모습을 드려내자 그 드문 무녀의 모습에 치르노는 입을 벌리면서 감탄을 했다. 「홍백이 아니야...」 「사람을 옷으로만 분별하지 마」 치르노의 감탄은 비단 홍백이 아니라는 것만이 아니었다. 맨날 입고 있는 홍백의 무녀복도 레이무라는 소녀에게 잘 어울렸지만 지금 입고 있는 유카타. 누구의 취향인지는 몰라도 분홍색에 자색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그 옷은 레이무와 어울려져 너무나 아름답게 비춰진 것이었다. 치르노는 레이무의 유카타 차림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레이무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르노의 품평. 「레이무, 너무 예뻐.」 그 솔직한 감상에 레이무는 생전 처음으로 말 못하게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운 감정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쁘다는 말이 치르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너무나 기뻤던 레이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서있자, 치르노가 유카타 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어서 가자.」 「으..응」 치르노의 재촉에 레이무는 부끄러운 기분을 추스르며 나막신을 신었다. 유카타를 입은 것도 사실상 처음인 레이무는 걷는 것이 불편한지 좁은 보폭으로 종종걸음이었고 그러한 자신의 눈앞에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치르노가 보였다.
치르노의 등에 달린 세 쌍의 얼음 날개는 달빛을 반사시키며 희미한 빛을 냈다.
레이무의 눈엔 그것이 컴컴한 밤중을 밝히는 등불처럼 환하게 보였으며 무척이나 아름다운 빛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레이무가 치르노의 날개에 시선을 꽂은 채 신사의 돌층계를 내려갈 때였다. 또 다시 ‘퍼펑’거리며 하늘 높이 폭죽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또 다른 폭죽이 하늘 높이 치솟고는 정점에 다다르더니 밤하늘에 예쁜 빛의 꽃을 만들어냈다. 그 불꽃의 화려함에 들뜬 치르노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레이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밤하늘에 수놓은 불꽃과도 같이 화사한 치르노의 미소를 본 레이무는 이 모든 게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 같이 비춰졌다. 그리고 깨닫는 자신의 감정. 한 여름날 밤의 불꽃과 빙정. 언제나 장난만 치는 저 바보 빙정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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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단편이 유일 할 듯.
루키드나 스이카도 약빤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몹쓸 패러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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