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노 토지코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비록 시해선이 되지 못하고 죽어 망령이 되어버린 비운의 영혼이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믿고 존경하는, 그리고 항상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주군과 사소한 일로도 티격태격거리기 일쑤였지만 그만큼 신뢰가 돈독한 동료가 있었다. 그 둘이 있는한 그녀는 외롭지 않고 앞으로도 항상 행복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망령도 미쳐버릴 수 있는 거야?"
"에…… 그건 아무래도 영원정의 어떤 약사나 백옥루의 어떤 망령에게 물어봐야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네 생각을 듣고 싶은데. 아무래도 머리가 너무 아파서 말이야."
하쿠레이 레이무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 손에 턱을 괸 채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한 망령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순진무구한 웃음이었지만 그 순진무구함만큼 두통이 느껴졌다. 망령은 그녀의 곁에 있는 비싸보이는─지극히 레이무의 감상이었다─ 검과 비싸보이지 않는 접시를 보며 입을 열었다.
"태자님? 그거 아세요? 저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후토, 너도 그렇지 않니? 아, 이유가 뭐냐고? 태자님도 궁금하신가요?"
망령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 망령을 보며 레이무는 그냥 모조리 포기해버리고 싶었다. 곁에서 그 광경을 같이 지켜보던 선인은 자포자기하기 일보 직전의 무녀를 보며 피식했다.
"아직 포기하시진 너무 이르신 거 아닌가요? 명색에 하쿠레이의 무녀신데."
"네가 말했듯이 하쿠레이의 무녀는 나야. 그러니 포기할 지 안할 지는 내가 정하고, 포기하기에 이른 지 그렇지 않은 지도 내가 정해. 그러니 쓸데 없는 말은 자제해주겠어? 난 아직도 지난 일을 벼르고 있다고."
"아차, 말조심하도록 하지요."
선인은 입을 가리는 손동작을 취해보였다. 레이무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손에 들고 있는 불제봉을 까딱까닥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망령이 미칠 수 있다'에 관한 네 견해는 뭐야?"
"제 부족한 견해로는……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되는데요."
"왜?"
"보면 알잖아요."
선인은 망령을 돌아보며 말했다. 레이무는 눈살을 찌푸렸다.
"넌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가 있지? 네가 나쁜 놈인건 나도 알고 온 환상향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명색에 동료 아니야? 카쿠 세이가?"
무리비도한 선인, 카쿠 세이가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 제가 그렇게 선해보였나요?"
"아니, 난 나쁜 놈이라고 했는데."
레이무는 불제봉을 휘휘 저었다.
"동료라니요…… 저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세이가가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말하자 레이무는 혀를 차며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아아, 그래?"
"태자님은 어디까지나 저의 주군이고, 태자님이 저의 주군인 건 어디까지나 강하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 약자들에겐 관심 없답니다. 그리고 실종된 태자님을 찾는 건 신하의 바람직한 도리지요."
"네 입에서 바람직하다는 말이 나오니 엄청 거슬리는데 말이야."
레이무의 말에 세이가는 웃어보일 뿐 입은 열지 않았다. 레이무는 아무 이유 없이, 아니 합당한 이유─그러니까 '짜증난다'와 같은─로 세이가를 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
세이가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레이무의 기세를 느끼고, 그런 레이무에게 당했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세이가는 식은 땀을 흘리며 다급히 말했다.
"자…… 잠시만요, 하쿠레이의 무녀 양?"
"망령도 미칠 수 있다고 했지……."
레이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레이무가 몸을 돌리자 세이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녀가 중얼거린 말을 떠올리고 흠칫했다.
"무슨 짓을 하려고요?"
"미친 사람…… 아니, 망령을 치료 좀 해보려고."
"어떻게요?"
"간단하잖아. 충격요법."
"충격요법?"
"그래. 충. 격. 요. 법."
레이무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해주며 망령에게로 걸어갔다. 망령은 레이무가 바로 옆까지 왔음에 불구하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활짝 웃으며 검과 접시에게 말을 걸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검과 접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듣지도 않고 있을 것이다. 그 광경이 레이무를 묘하게 복잡하게 만들었다. 두통의 원인 중 하나였다.
레이무는 불제봉을 들지 않은 쪽의 손을 허리에 올리며 우선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레이무는 검과 접시를 집었다. 반응은 즉시 왔다.
"뭐하는 짓이냐……! 하쿠레이의 무녀! 태자님과 후토를 내려놔라!"
망령의 얼굴이 악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일그러지며 그녀의 주
변으로 전격이 튀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조차 번개가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질 거 같은 기세에 레이무는 흥하며 말했다.
"이것들은 네가 말하는 '태자님'과 '후토'가 아니야. 그저 그들의 유품일 뿐이지."
"아니야! 네놈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망령의 말에 레이무는 한숨을 쉬었다. 망령은 레이무가 '태자'와 '후토'를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순식간이었다. 낙뢰가 떨어진 것은. 그것은 원령의 원한을 한 치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낙뢰였다. 우뢰가 하쿠레이 신사를 울렸다. 허나 정작 천장에서 떨어진 낙뢰는 레이무를 빗겨나갔다. 레이무는 한 걸음 내딛었다. 레이무는 다시 한숨을 쉬며 불제봉을 휘둘렀다.
"정신차리라고! 이 여자야!"
레이무는 무자비하게 불제봉으로 망령을 후려쳤다. 망령은 대응할 새도 없었다. 세이가는 입가를 가렸다. 어머?
망령은 하쿠레이 신사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 자식이……!"
망령은 울부짖으며 무녀를 지져죽일 생각이었지만 이미 망령의 시선에 무녀는 보이지 않았다. 레이무는 어느새 망령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한 대로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무자비한 말과 함께 레이무는 무자비하게 팔을 휘둘렀다. 망령은 다시 신사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이가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이래서야 누가 나쁜 놈인 지 모르겠잖아요, 하쿠레이의 무녀 양."
세이가는 말려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망령, 소가노 토지코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것이 정말 효율이 있을까봐 생각해서도 아니고, 그저 말렸다간 자신도 저 이유 없어보이는─무녀에겐 아닐 지라도 선인에겐 그렇게 보였다─ 폭력에 휘말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토지코, 듣고 있는 지 모르겠구려. 만약 듣고 있다면 이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본인에게 변명을 할 기회를 주게. 부탁하네. 믿어줄 지 모르겠지만 난 태자님을 배신하게 아니었어. 단지 태자님을 걱정했을 뿐이야. 우리가 태자님을 믿어주는 만큼 태자님도 우리를 믿어주고 있다네. 그거 아는가? 태자님은 우리의 욕망을 듣지 않아. 우리를 믿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그게 싫었네. 아니, 불안했네. 만약 우리가 태자님을 배신할 마음을 품는다면? 이번 일과 같은 사태가 나는 두려웠네. 그래서 나는 태자님께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어.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배신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욕망을 읽어주길 바랐네. 우리를 의심해주길 바랐네. 이게 내가 그 주지승에게 태자님의 약점을 알려주고, 태자님을 그녀에게…… 그래, 그렇게 된 거라네.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나는 이 일을 무척 후회한다네. 정말로 바보같지 않은가? 애초에 그런 생각을 왜 한걸까? 태자님이 우리를 믿어준다면 우리도 태자님을 믿었으면 될 뿐인데. 단지…… 단지, 그 뿐인데……. 토지코, 용서를 구하네. 하지만 이 배은망덕한 본인의 용서를 처참히 짓밟아주지 않겠는…… 가? 아…… 하나도 못 들었겠군…… 죄송합니다, 태자님. 그리고 미안하네, 토지코.'
*
"다…… 듣고 있었다고…… 이 바보 같은……!"
"뭐라고?"
레이무는 토지코를 발로 차려다말고 입을 열었다. 그녀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망령이 원한을 낙뢰로 울부짖는 대신 정상적이게 무언가를 말했다.
"바보같은…… 제기랄! 용서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후토!"
토지코는 소리쳤다. 그녀의 주변으로 전격이 튀며 레이무를 튕겨냈다. 레이무는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시키며 피해를 최대한 줄였다. 전격에 의한 감전이나 화상은 없었지만 대신 레이무는 3미터 정도 뒤로 밀려나야했다. 곁에서 불똥이 튈까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던 세이가는 레이무를 흘겨보며 말했다.
"……충격요볍의 부작용인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더 패버리는 수 밖에."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교차시킨 팔을 풀었다. 그리고 불제봉을 들고 있는 손의 어깨를 잡고 몸을 푸듯이 크게 돌렸다. 뚜두둑하는 소리가 신사에 울려퍼졌다. 레이무가 한 걸음 내딛기 직전 토지코가 말했다. 그러니까, 혼잣말이나 헛소리가 아닌 레이무에게.
"됬다. 정신차렸다. 하쿠레이의 무녀."
"뭐?"
"정신차렸다고 했다."
토지코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정말?"
레이무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로요?"
세이가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세 번째로 말하지만 제정신이다."
토지코는 더이상 거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단호히 말했다. 세이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 무식한 방법이 통할 줄이야……."
"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민간요법이 가장 좋은 법이지. 충격요법도 민간요법 중엔 아주 좋은 수단이야."
레이무는 뻔뻔하게도 자기도 깜짝 놀랐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토지코는 레이무를 쳐다보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못 참겠군."
콰쾅!
레이무의 머리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연기와 먼지가 뒤섞여 자욱히 피어오르며 낙뢰가 떨어진 지점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풍이, 그러니까 레이무가 불제봉을 휘두르면서 퍼져나간 바람이 연기와 먼지를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레이무는 어이가 없어져서 말로 할까 주먹으로 대화할까 고민했지만 토지코는 흥하며 말했다.
"빚은 이걸로 청산하도록 하지."
이번엔 레이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정신을 돌려준 게 누군데?"
"그건 후토다. 네가 아니라."
"……아아, 그러셔?"
레이무는 한 대만 더 때릴까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토지코, 그녀가 정신차린 이상 더이상 시간끌 필요는 없다. 레이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태자는 어딨어?"
"그 전에 내놔."
토지코는 빌려준 돈을 받는 사람처럼 말했다.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태자님과 후토."
"……정신 못차린 모양이네."
레이무는 다시 말로 할까 주먹으로 대화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토지코는 레이무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 보검과 접시는 한때 태자님과 후토의 몸이었다."
"……."
시해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레이무는 토지코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레이무는 검과 접시를 토지코에게 건네주었다.
"뭐, 예의는 아니니까. 그래서 태자는?"
"히지리 뱌쿠렌…… 그 망할 주지승과 함께 계신다."
"간단하네. 명련사로 쳐들어가면 되는 거지?"
레이무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토지코는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바로 직전 세이가가 무언가를 꺼내들며 말했다.
"에? 그 승려가 범인이었나요?"
레이무와 토지코는 세이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이가의 손엔 독고저가 하나 들려있었다. 레이무는 그 독고저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묘렌사의 것이다. 레이무는 멍청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여자, 범인을 알고 있었나? 세이가는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놀랍게도 그 승려가 범인이었군요! 근데 어쩌나요? 그 승려는 지금 묘렌사에 없는데요."
"어떻게 알아?"
"찾아가봤거든요."
세이가는 독고저를 레이무에게 던지며 말했다. 레이무는 재주 좋게 독고저를 두 손가락으로 낚아챘다.
"어쨌든 히지리 뱌쿠렌, 그녀가 범인이면 묘렌사로 찾아가면 되는 거네."
"이야기 못 들었나요? 그녀는 지금 묘렌사에 없다니까요."
레이무는 피식하고 웃으며 독고저를 위로 던졌다. 독고저는 빙글빙글 돌더니 땅에 박혔다. 레이무는 가볍게 한 걸음 내딛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자비없이 독고저를 짓밟았다. 독고저는 유리라도 되는 듯이 부질없이 산산조각났다.
"가보면 답이 나오겠지."
세이가는 자신이 의뢰할 대상을 잘못 선택했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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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바뀐 듯
다음 화에 완결내야하는데 어떻게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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