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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뱀에게 눈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호시구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꾸르릉! 꽈리를 튼 기다란 몸체에 뇌전이 튀었고, 스르륵. 하늘을 갈라놓을 기세로 승천하듯 솟구쳐 올랐다. 췌향술 이단계. 휘몰아치는 암사는 술자의 의지에 따라 눈앞의 적을 배재하기 위해 그 거대한 동체를 거칠게 움직여 갔다. 호시구마의 머리 위로 높이 떠오른 뱀의 모습은 하늘을 다스리는 용과 견주어 밀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으며 또한 위용이 넘쳐흐른다. 한 요괴가 만들어 낸 요술 치고는 지나친 피조물이었다. 쿠구구궁 ─ ! 뱀은 돌로 이루어진 입이 상하로 쩌억-. 하고 크게 벌려졌다. 이어 바로 아래에서 대치중인 호시구마를 향해 거대한 몸뚱이를 머리부터 떨구었다. 뇌전과 함께 휘몰아치는 거센 회오리바람이 하늘을 가르고 땅을 찢어간다. 천지를 갈라 놓을 기세로 쇄도하는 암사에 대비해 호시구마는 낮은 숨을 뱉어내며 전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하아아.」허리에 붙인 양 주먹에 거대한 패력이 담긴다. 그리고 마침내 격돌한 암사의 머리를 향해 ─ 필살권. 극한까지 끌어올린 완력에 패력을 두르고 존재를 가리지 않고, 그 어떤 철벽의 방어조차 뚫어내는 말 그대로 필살의 권이 발해졌다. 그것은 단순히 묵직하게 내지른 정권에 불과하나 이해를 넘어선 괴력(怪力). 상식을 파괴하는 난신(亂神)의 힘. 내지르는 주먹 끝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괴력난신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콰콰콰콰쾅 ─ ! 그 필살의 권에 암사의 긴 몸뚱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깨끗하게 양단되더니 이윽고, 파앗-. 하얀 분진을 일으키며 전신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산산 조각난 돌덩이는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튀어갔고, 형태를 갖추지 못하게 된 뱀은 곧 생명을 잃어 평범한 무기질로 돌아왔다. 스이카의 입이 작게나마 벌어졌다. 자신했던 이단계 요술이 주먹 한방에 깨지다니. 정말이지 설명이 되지 않는 괴력. 터무니없을 정도로 바보힘이었다. 지켜보던 토라구마는 입을 쩌억. 벌리고는 다급한 어조로 설명에 들어갔다. 「여..여...역시! 형님이오!! 소인은 저 천하제일의 괴력에 반해, 지금도 목숨을 걸고 따르기로 맹세를 했소. 아우인 구마도 그럴 것이오. 형님의 저 정권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일격에 존재를 지워버린다 하여 필살권. 단순명료한 이름이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명칭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거대한 돌의 뱀은 없어졌으나 그 몸에 둘려져 있던 회오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호시구마의 주먹에도 소멸되지 않은 채, 맹위를 떨치며 그녀의 몸을 집어 삼켰다. 콰콰콰콰. 거친 회오리바람에 대지가 찢겨 나갔다. 호시구마에 의해 조각이 난 돌들이 땅으로 부터 찢겨져 나온 암석의 파편과 함께 회오리에 몸을 실어 거칠게 나선을 그리며, 그녀에게 쇄도해갔다. 암석을 찢어발기는 회오리바람만으로도 대단히 위협적이건만 거기에 돌 조각 따위가 더해지자, 누구든 무사 못할 가공할 괴폭풍이 완성되었다. 그것을 한마디로 이르길 용권(龍巻). 용이 승천하는 것을 이르는 맹렬한 회오리였다. 그 괴폭풍에 삼켜진 호시구마는 쉴 새 없이 부딪혀 오는 돌의 파편과 칼보다 예리한 바람에 의해 정신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단련된 그녀의 육체는 무엇이든 찢어발기는 가공할 용권 속을 무리 없이 견디어내고 있었다. 뱀이 소멸된 이후에 이어진 용권은 그렇게 호시구마에게 별 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잠시 후, 정신을 다잡은 호시구마의 기합에 흔적도 없이 지워져 갔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신 뒤,「크아아아아─!!」하고 내뱉은 거친 포효였다. 호시구마는 외침만으로 요술을 지워낸 것이다. 스이카는 다소 놀라하는 표정을 짓더니 바로 흥미롭다는 미소를 그렸다. 암사를 지워버린 괴력도 괴력이지만, 바위도 조차 날려버리는 맹렬한 회오리바람을 패기만으로 잠재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 말도 안 되는 패기만큼은 스이카 본인조차 한수 접어야 할 판이었다. 스이카의 요술을 연이어 파훼한 호시구마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입 꼬리도 자신 있게 올라가 있다. 「소..소인, 진심으로 지려 버리는 줄 알았소! 저 용권을 기합으로 지워 내다니. 그 어떠한 요괴도 흉내 내지 못할 신기외다.」 토라구마는 진심으로 전율했다. 하마터면 자신이 내뱉은 말처럼 바지를 촉촉하게 적실 뻔 했으니 오죽하랴. 구마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우우.'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휘유우우-. 회오리바람은 사라지고 없었으나, 분쇄되어 가루가 된 분진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호시구마는 눈에 돌가루가 들어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부릅뜬 눈으로 스이카를 응시했다. 마치 다음은 또 어떤 요술을 부릴 거냐는 물음을 해오는 듯 했다. 그 무언의 물음에 스이카는 입 꼬리를 찢고 사이하게 웃는 것으로 답하고 있었다. 짝. 스이카가 양손을 마주치고 박수 소리를 냈다. 산산조각 났던 돌조각들이 박수 소리를 신호 삼아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삼단계. 귀신잡기 결박술.」 스이카의 선언이 이어졌고, 다시 뇌전을 띠기 시작한 돌조각들은 호시구마를 중심으로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과 같이 빠르게 모여 들었다. 그리하여,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돌조각이 호시구마의 몸을 옥죄어갔다. 미처 대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이깟, 돌조각 따위. 하고 몸에 힘을 줘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호시구마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린다. 귀화한 자신의 완력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다니. 호시구마의 몸에 산에 눌린 듯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 어떤 고상한 결계, 결박 등의 구속 술식보다도 견고하고 단단한 투박하게 뭉쳐진 결박술. 보통의 요괴였다면, 바로 짓눌러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고기조각이 될 정도의 결박이었다. 「쉴새없이 연계되는 슈텐의 요술! 혀..형님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구려..」 전황이 호시구마에게 불리하게 전개 되자, 설명에 열중하던 토라구마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형님의 몸을 결박시킨 저 돌들은 도대체 얼마나 단단하길래 저리 꼼짝도 못하게 만든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요력이 더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의 호시구마 형님이 저 정도 결박에 봉쇄당할 리 없다. 토라구마의 의문대로, 호시구마는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는 돌조각들을 당장에 기합을 주어 가루로 만든 다음, 저 슈텐의 안면에 필살의 정권을 선사하고 싶었다. 허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안간힘을 써 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이건 돌조각이 아니라 쇳조각이라 해도 못 믿을 정도였다. 「끄아아악!」 이를 악 물어 보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강하게 옥죄어온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강하게 죄여오는 이 결박술은 이름과도 같이 귀신을 잡은 것이었다. 사납게 번뜩이는 호시구마의 시선 끝에 낄낄거리는 스이카의 면상이 들어왔다. 결박술에 당해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자신을 비웃는 낯짝이었다. 호시구마는 약이 올랐다. 「끄아아앗! 이 쥐방울 년이! 내가 우습게 보이냐!!」 분통을 터트리며 결박된 몸 중에 유일하게 자유로운 머리와 목을 어지러이 휘 젖는 호시구마를 보며 스이카는 생글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 솔직히 말해서 여자 아니지?」 상대가 자신의 결박술에 의해 무력화된 것을 확인하자마자였다. 참으로 짓궂은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사실이 아니기에 일종의 조롱이었고, 약이 오른 호시구마는 빠드득. 사납게 이를 갈며 질문자의 얼굴을 죽일 듯 노려봤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스이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씨익 하고, 입 꼬리를 양 귓가에다 걸쳤다. 「그 뭐냐.. 남자 중에서도 드물게 젖이 튀어 나오는 희한한 병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 말하는 스이카의 얼굴은 정말이지, 호시구마에게 있어 이보다 더 밉상일 수 없을 것이다. 「설마,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니 이마에 뿔도 뻘겋고, 우람한 것이 흡사... 빨딱 선 말자지네 그려!」 크캬캬캬하는 비웃음을 덧붙인다. 「으아아아! 너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스이카의 연이은 조롱에 분통을 터트린 호시구마가 또 다시 머리를 어지러이 휘저으며 발악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속으로 저주를 퍼부어대며 자신을 조롱하는 슈텐에 대한 살의를 불태웠다. 스이카는 밉살스런 얼굴로 조롱을 이어갔다. 「그렇게 머리를 마구 돌려대면 안 어지러워? 크크... 있어봐, 지금 선물 하나 줄게 있어.」 그러면서 검지로 후비적대며 코를 파는 스이카.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가 이내 콧구멍 안에서 거무스름한 더러운 찌꺼기를 빼내고선, 검지에 진득하게 묻어나온 그 코딱지를 킬킬 대며 「옜다. 이거 맛이나 봐봐!」하고 호시구마에게 튕겼다. 호시구마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스이카의 코딱지. 요력을 머금은 그것은 점점 부풀어 가더니 착 하고 그녀의 뺨에 달라붙자마자, 쿠아앙!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큰 폭발이었으나 철벽의 육체에 상처 입힐 정도는 아니다. 폭발로 인해 발생한 희끄무레한 연기가 걷히자, 거스름 하나 없는 얼굴의 호시구마가 변함없이 스이카를 노려보고 있었다. 호시구마는 광인과도 같은 눈으로 발광 하듯이 자신의 이마(뿔)로 몸을 결박하고 있는 목 아래의 돌무더기를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콱콱콱콱─. 곡괭이로 광석을 캐는 것 보다 날카롭고 큰 소리가 울러 펴졌다. 돌무더기를 쪼아대는 호시구마의 뿔은 광석을 녹여 제련한 철기 보다 단단하고, 그 끝은 옷을 꿰매는 바늘보다도 뾰족했다. 철벽을 자랑하는 그녀의 몸 중에서도 단연 가장 견고한 부위가 아닐까 싶다. 연신 세차게 찍어대는 모습에 스이카는 부질없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몹쓸 장난기가 돋았다. 눈을 초승달처럼 만들고, 새하얀 이와 함께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려내 보인다. 「돌을 임신 시키려고 작정을 했구나. 아무리 굶주렸다 한들, 돌에다 ↗질하는 놈은 세상천지에 네 밖에 없겠다!」 비웃음이 섞인 경박한 말이었다. 콰악! 콰악! 콰악! 돌무더기를 찍어대는 소리가 아까 보다 훨씬 커졌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호시구마가 머리를 있는 힘껏 뒤로 젖힌 뒤, 전심을 담아내려 찍는다. 안면에 가득한 핏발이 목 아래 까지 걸쳐 있었다. 그러면서 「죽인다.」하는 저주의 말을 잊지 않았다. 스이카는 여전히 낄낄 대며 호시구마를 비웃었다. 그러다 콰아악! 하는 굉음이 터져 나왔고, 웃음기 가득했던 스이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절대 못 깰 거라 여겼던 자신의 결박술이 박살나 버린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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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끝나서 올리는 소설글.
역시 집컴터가 아니면 글이 안 써짐ㅋ
스이카의 음담패설이 참 오랜만에 등장 한듯.
앞으로도 저런 식으로 유기를 놀러 먹을 겁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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