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재미없어. 딴데로 채널 돌려줘."
"이제 몇바퀴째인지 알아? 차라리 끄는게 낫겠어."
"계속 돌려 모코우, 어쩌면 하나라도 프로가 바뀌면 재미있는게 나올 지도 모르잖아."'
모코우는 계속해서 채널을 돌린다. 카구야는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따분해 하는 눈빛을 가진 두 소녀는 의미없이 채널이 바뀌는 티비를 지켜본다.
모코우는 이내 뭔가 활기찬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채널에 멈추었다.
"아. 저게 무슨 프로지."
"그거 재미없어. 남녀들이 나와서 시시덕거리고 집안내력 고부갈등 어쩌고 저쩌고. 저런 걸 보느니 차라리 끄고 말거야."
모코우는 멍하게 리모콘을 만지작 거렸다. 화상에 비친 티비속의 사람들은 여러저러 화제를 두고 열띤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카구야의 말마따나 모코우도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없는 듯했다.
"흠흠. 그럼 뭘 보면 될까."
"계속해서 돌려보자구."
카구야는 모코우를 재촉한다.
"여기에 유선 티비가 들어오면 이런 막중한 노동에 시달리지않아도 될텐데..."
"그거 절대 금지라고 에이린이 말하지 않았어?"
"에링은 그게 문제야."
카구야는 한숨을 쉰다. 계속해서 채널은 바뀌지만 그녀들의 관심을 끄는 프로는 없다.
집에 모여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것까지는 괜찮았다. 밖의 어둑한 겨울 날씨가 지겨워서 지루함을 벗기려 티비를 킨 것은 잘못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들이 티비를 킨 시각은 아직 4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채널은 권태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고, 손가락을 까닥하는 정도의 노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애석하게도 이런 시간대엔 재밌는 프로가 없는 거겠지.
".. 이만 끌까?"
"으으으으으음."
지루함에 깔려 짜부라지는 소리였다. 카구야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다간 그만 미쳐버리고 말겠다고 생각한다.
"모코우."
"왜."
"그냥 불러봤어."
"그래."
"모코우."
"응."
"그만 끌까?"
두 소녀는 티비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모코우는 결정한듯 리모콘을 든 팔을 들어 티비를 겨눈다.
"........"
"........"
하지만 티비가 꺼진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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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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