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가느다란 햇발이드는 작은 방안, 누군가가 의자에 묶여있다.
묶여있는 그 누군가는 청색의 윤기있는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소위 천인이라고 불리우는 자그마한 소녀.
정신을 잃은듯, 힘없이 고개가 꺾여져 있던 그 천인 소녀의 안대에 햇빛이 스며들기 시작하자, 소녀는 정신이 들었는지 조금씩 움찔거리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음, 으음?! 웁…!"
정신이 든 천인 소녀는 자신이 묶여있다는 것을 깨닫고 무언가 소동을 피울 모양인듯 하였지만, 입엔 재갈이 물려있어 소리치긴 커녕 재대로 말도 못하였다.
손은 뒤로 꺾여 의자의 등받이를끼고 서로 묶여있었으며, 두 다리는 각각 의자의 앞 다리에 단단히 묶여있어 제대로 발버둥을 치지도 못하는듯 하였다. 그렇게 천인 아가씨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는듯 하더니 그대로 중심을 잃고 의자째 넘어져, 한쪽 볼이 바닥에 새차게 부딛쳤고 연약해 보이는 하얀 피부는 그대로 빨갛게 부풀어올랐다.
그렇게 묶인채로 한참을 바둥대던 소녀는 이내 지쳤는지 추욱 처진 채 물고있는 재갈을 적시고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도 방 안에는 소녀의 가쁜 숨소리만이 불규칙하게 흐를 뿐 이었고, 소녀는 의식의 바다 저 깊은곳에서 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에 안대 너머로 맑은 눈물을 한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고요함속에 시간은 흘러 태양이 하늘의 가운데에 자리잡을 때 쯤, 영원히 열리지 않을것만 같던 나무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왔음을 눈치챈 소녀는 그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줄도 모르고 그저 도움을 청하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고 그 너머로 들어온 한 여성. 남색빛 단발머리를 한 여성은 여러겹의 얇은 천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 천들은 바람 한점 없는 방에서도 허공에서 천천히 하늘거리며 움직였다.
"이런, 너무 움직이면 다친다구요?"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넘어진 소녀의 의자를 일으켜 다시 제대로 세웠다. 그리고 소녀는 그 목소리가 익숙한지 무언가를 말하려고 계속 신음성을 내고 있었다.
"음… 무언가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여성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재갈을 잠시……."
여성은 중얼거리듯 말하며 소녀의 재갈을 풀어주었고, 소녀는 재갈이풀리고 난 뒤 갑작스럽게 숨을 들이쉰 탓인지 수 차례 기침을 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쿠 맞지? 맞는거지? 날 구하러 온거야? 제발, 맞다고 해줘!"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대로 가려진 눈이지만 확실하게 이쿠라고 불리는 여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소녀는 어느정도 직감하고 있었을 것 이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자유를 빼앗아버린 장본인이 바로 앞에있는 이쿠라고 불리우는 여성일 것이라는걸. 하지만 어느정도 부정은 하고 싶었는지 끊임없이 새된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 장본인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소녀에게 돌아온 말은…
"… 그런건가요… 그치만 지금은 그러질 못하겠는걸요?"
"무슨 소릴 하는거야?! 빨리 이것 좀 풀어줘! 난 천인이야! 천인이라구!!"
자신을 구해달라는 소녀의 요청에 부정적으로 나오는 이쿠. 그리고 그 부정적인 반응에 두려움과 분노가 섞인 소녀의 외침은 이쿠의 심기를 조금 건드린 모양이다.
"네~ 잘 알겠네요. 아직 전혀 반성을 하고있질 않군요?"
이쿠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벽으로 걸어가 새 재갈을 가저와 소녀에게 물리려고 하며 말했다.
"뭐, 지금쯤이면 반성하고 계실거라 믿었는데 제 바램이 너무 컸던걸까요?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반성하셔야 겠네요 텐시 아가씨?"
"뭐, 뭘 하려는거야?! 그거 당장… 읍! 으읍!"
"특별히 재갈은 새것으로 갈아드렸어요. 아무리 튼튼한 천인이라지만, 병에 걸리면 좀 힘들어지실 것 같아서요. 그럼 저는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이쿠는 텐시라고 불리는 천인 소녀에게 다시 재갈을 물리고 난 뒤 꾸벅 인사를 하고 문 너머의 세계로 나가버렸다. 텐시라고 불리는 소녀는 한참동안 아무도 없는 방, 그 방의 나무문 너머로 무언가 소리치듯 새된 신음성을 계속해서 지를 뿐 이었고, 그 신음성은 깊은 고요함에 파묻힐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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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양이 세 번 정도 넘어가고, 네번째 태양이 동쪽에서 막 떠올랐을 때 쯤, 이쿠라는 여성이 다시 한번 그 방에 들어왔다.
텐시는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탓인지 그대로 탈진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추욱 처져 있었고, 옷은 그동안 흘린 타액으로 인해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다.
"아, 이건 좀 많이 위험한건가요?"
이쿠가 텐시에게 말했지만 텐시는 아무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오랜시간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여 그대로 탈진한 모양이다.
"그럼 재갈을 잠시 풀어드리도록 하죠."
이쿠는 그렇게 말하며 텐시의 재갈을 풀어주었고, 텐시는 힘없는 목소리로 한없이 물을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 역시 그거군요? 안그래도 준비해왔습니다."
싱긋 웃는 이쿠가 꺼내든 것은 물이 들어있는 작은 병이었다. 이쿠는 꺼내든 작은병의 마개를 열고 병을 기울여 검지손가락을 살짝 적신뒤 텐시에게 적신 손가락을 건내며 말했다.
"목마르시죠? 이 것으로 어느정도 갈증이 해소 되었으면 좋겠네요."
텐시는 처음엔 조금 망설였지만, 바닥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에 이성을 잃었는지 허겁지겁 이쿠의 젖은손을 핥았고 이쿠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손가락에 물을적셔 텐시에게 주었다.
"이제 좀 반성은 하셨나요?"
오랜시간 동안 텐시에게 물을 마시게하던 이쿠가 텐시에게 물었다. 텐시는 힘없이 아- 우-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이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올때는 제가 특별히 선물을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그 말을들은 텐시는 가지 말라는듯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작은 반항을 해보지만 딱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도 반성하고 계시다곤 하시니… 이번엔 재갈은 물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그동안 건강하시길……."
이쿠는 그 말을 남긴채 작은 문 저편으로 사라졌고, 텐시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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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또 다시 태양이 세번정도 넘어가고 네번째 태양이 떠올랐다. 태양이 중천에 자리잡을때 쯤 이쿠가 나무문을 열며 들어왔다. 햇살이 드는 방안에는 텐시가 의자째 넘어진 채로 추욱 늘어져있었다.
"참, 너무 움직이시면 안된다니까요?"
이쿠는 넘어진 의자와 텐시를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텐시는 저번과 다르게 반항도 못하고 추욱 늘어진 그대로 옅은 숨을 내쉬고만 있었고, 머리카락은 그 윤기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저번에 말씀드린대로 특별한 것을 가져왔답니다."
빙긋 웃는 이쿠가 품속에서 꺼내든것은 천계의 복숭아. 즉 천도였다. 품에서 꺼내어진 천도는 마치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라도 하는듯,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온 방안에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텐시는 그 달콤한 향에 미미하지만 조금씩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보채지 않으셔도 드릴테니 조금 기다려주세요. 그냥 먹으면 탈이 날수 있으니……."
이쿠는 그렇게 말하며 천도를 한입 베어물고 잠시 오물거리는듯 하더니 그대로 오물거리던 자신의 입술을 텐시의 입술에 엇갈리게 맞춘 뒤 그대로 입안에 있던 천도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텐시가 넘겨받은 천도를 다 삼킬때까지 이쿠는 그 자세를 계속 유지했고, 텐시가 전부다 삼킨것을 확인하고 난 뒤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떼어진 입술 사이로 천도의 달콤한 과즙과 서로의 타액이 섞인 액체가 실처럼 주욱 늘어나 햇빛에 빛난다.
이쿠는 그렇게 한입, 한입… 천도를 베어물어 텐시에게 넘겨주는 일을 한참동안 반복했고, 그렇게 천도 한개를 다 넘겨주고 나서야 그 동작을 멈추었다.
"잘 하셨습니다 아가씨. 배는 좀 부르신가요?"
이쿠의 말에 텐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쁜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그것을 본 이쿠는 연달아 텐시한테 묻는다.
"반성은 충분히 하셨는지요?"
텐시는 아까와 같이 그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빠른시일내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죠. 그때는 저와 함께 나가시는 겁니다?"
이쿠는 그렇게 말하고 오랜시간 텐시를 끌어 안아준 뒤에 다시 작은 문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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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끝났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심취해서 괴롭혀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텐시씨. 다음엔 좀 평범한걸로 써드려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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