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없으려니 불행만 계속 닥치는 구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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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으로부터 해방되기 까지 D - 3 진정 내 엉덩이는 평온 할 날이 없는 걸까? 이번 피조물은 입에 걸쭉한 욕을 담는 할머니였다. 이 할머니는 내게 원수라도 졌는지, 나를 닦달하며 욕을 쏟아냈고 아울러 매서운 손으로 아직 치유되지 않은 항문에 충격을 가해오는 것이다. 「야 이놈아! 600살이나 쳐 먹은 놈이 허구헌날 방구석에만 들어앉아있고 이거 봐라, 바닥에 꾸불꾸불한 털들을 보라구! 짐승이냐 이것아!」 별의 별 시덥지 않은 이유까지 붙여 가며 야단을 치고는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등짝을 보인 이후로 나의 항문은 심각한 상태. 당연하게도 나는 「으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을 구른다. 그런 나의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또 한 차례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리는 할머니. 「뭐가 그리 아프다고 엄살이야? 옘병할, 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얼어 죽을 놈아!」 그렇게 말하면서 또 엉덩이를 때리는데 얼마나 아픈지 악물은 이 사이로 피가 새어나올 지경이다. 그러니까 제발... 엉덩이만은 건들지 말아 달라 구요!! 저 집요하게 엉덩이에만 폭력을 가해오는 할머니를 쫒아내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피조물들의 강함은 나의 상식을 아득히 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욕을 들어가며 아물지 않은 항문에 계속해서 데미지를 주는데 참고 있을 내가 아니다. 그래서 억울한 심정에 울분을 토하듯 따졌다. 「썩을 할망구가! 아파죽겠는데 아까부터 엉덩이를 때리고 말이야!!」 「오냐, 그 말 잘했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잡것아. 너 죽고 나 죽어보자!」 할머니는 나의 울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방 밖으로 나가더니 손에 큼직한 주걱을 들고 왔다. 주걱에는 밥풀이 몇 개인가 붙어있었지만 지금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었다. 저 주걱을 들고 왔다는 것은!? 「엉덩이 한 번 터져보라지! 거시기 냄새 오질나게 나는 시커먼 짐승새끼 같으니라구!!」 할머니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나의 등 뒤를 잡아버렸다. 그리고는─ ─ 파아앙 !!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엉덩이 살에 찰싹 감겨 들어가는 주걱. 그 순간 나는 지옥을 맛봐야만 했다. 주걱이 한 번 휘둘려 질 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게헨나의 살육의 골짜기고 두 번 휘둘려 지면 니블헤임의 냉한 지옥이 펼쳐졌다. 세 번이면 어비스, 심연으로 떨어진 정신은 황천을 떠돌 게 된다. 그리고 네 번 째엔 무간 지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데 지옥 간수장의 무자비한 방망이가 죄수들의 엉덩이를 걸레짝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지옥 간수장조차도 한 수 접을 정도의 위력으로 나의 엉덩이를 무참히 유린하는 할머니. 혼절할 만치의 고통을 겪고 나니 항문에서 새어나온 피가 바지를 온 통 붉게 물들여 놓고 있었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라 그래!」 내 엉덩이를 피바다로 만들어 놓은 할머니는 붉게 물든 바지에 침을 퉤 뱉고는 임무를 완수했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방바닥에 엎드린 채 혼절해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자 마자 파열되는 엉덩이의 통증으로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끄으으응.... 아파... 아프다고..... 흐흐흑...」 내 엉덩이는 진정 저주를 받았단 말인가? 엉덩이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어 갔으니 이 불행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엉덩이만큼은 원래대로 돌아 올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환상향이라는 촌구석에 항문 외과가 있을 턱이 없으니 치유가 안 될 수준으로 상처를 입으면 여러모로 곤란하다. 요괴도 아니고 재생력에 한계가 있는 몸이니 이 이상 내 엉덩이를 노리는 피조물이 나오지 않길 비는 수밖에. 불행으로부터 해방되기 까지 D – 2 요정들이 찾아왔다. 「아하하핫, 오빠 놀자!!」 「놀자 놀자!」 아침부터 들이닥친 다섯 명의 요정들이 아까부터 내 팔을 잡아당기며 놀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내 예감이 맞다 면 이 요정들도 재액이 만들어낸 피조물들일 거다. 안개의 호수뿐만 아니라 이 마법의 숲에도 많은 요정들이 서식하지만, 이런 식으로 찾아와서 놀아달라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들에게 장난을 치는 요정이라도 마녀나 악마가 사는 집에 겁도 없이 발을 들여놓는 행동을 할 만큼의 담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 그 치르노라는 빙정을 제외하고는. 그런데 재액이 만든 피조물 치고는 요정은 너무 약한 거 아니라고? 그 말대로 이 요정들이 내 예감대로 재액의 피조물이라면 단순히 나와 놀아달라고 떼쓰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도중,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다섯 요정들이 일제히 방의 물건들을 들고 서로에게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얌마, 그만둬!」 나는 누구든지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물며 조심히 다뤄야 할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다니. 용서가 안 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내가 말리려고 할수록 요정들의 행동은 과격해져만 갔다. 공들여 쌓아놨던 잡동사니 산을 건들고는 죄다 우르르 무너지게 만든 것이다. 요정들은 압축시켜 놓은 잡동사니 덩어리를 집어 들고는 바닥에 내리쳤다. 그 충격으로 잡동사니는 압축 마법이 풀려진 채 집안을 어지럽혀갔다. 나는 엉망이 되어 가는 집안 꼴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며 요정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엉덩이의 통증 때문에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한 채 주저 않고 말았다. 「놀고 싶으면 밖에 가서 놀란 말이야!!」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요정들이 이렇게 나 밉상일 수는 없었다. 맘 같으면 공격 마법으로 죄다 피츙~을 시켜버리고 싶었지만 항문의 통증이 너무 극심한 나머지 이렇게 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니 마법 시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정신의 집중이 요구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진짜 집안은 손도 못 댈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항문의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기로 하고 후덜거리는 두 다리를 세워 일으킨다. 「너희들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나는 죽을상을 쓰며 고통을 견디며 일어섰다. 저 망할 요정들을 피츙을 시켜버리기 위해 통증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는 찰나─ 「빈틈 발견! 똥침 ─ !」 빌어먹을 망할 요정 한 녀석이 무방비한 나의 엉덩이에 회심의 똥침을 넣은 것이다. 불시에 당한 탓에 그 작렬하는 통증이 머리끝까지 전류가 흐르듯 전달되었고 나는 그대로 입에 거품을 문 채 바닥에 쓰려져 혼절해 버렸다. 또 엉덩이를 당하다니. 이놈의 불행은 내 엉덩이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야? 워낙에 극심한 고통을 달고 다니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통증으로는 정신을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주 미지근한 시간 동안 혼절했다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나는 그 날 하루, 악마견 보다도 지랄 맞은 다섯 요정들을 상대하느라 혼쭐이 났다. 그리고 피에 젖은 팬티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다. 불행으로부터 해방되기 까지 D – 1 나는 오늘만 견디면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날 까지 견뎌온 나는 스스로를 칭찬해도 될 정도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즉에 정신이 나가서 혀 깨물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사실 나도 몇 번인가 그냥 혀 깨물고 죽을까 싶었지만, 그럴수록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버텨냈다. 나도 어지간히 독종이라 이만치 몸과 정신이 갈려나가는 와중에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로 마지막 날이니 오랜만에 바람이나 쐴 겸 마법의 숲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포자가 짙은 깊숙한 곳을 제외하고 적당하게 산책을 하고 있는 나는 엉덩이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이미 통증에 무서울 리 만치 익숙해 져 버린 나였기에 태연히 고통을 받아들이며 걷고 있었다. 불행도 막바지이니 정말로 큰 한방이 올 거라 예상하며 숲을 걷고 있는데 푸른색의 익숙한 형체가 이리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형체를 파악할 만큼 가까워지자 아니나 다를까? 바보 요정 치르노였다. 「어? 콤비!」 어제의 그 비글 저리가라 하는 요정들에게 시달리고 나니 이제 요정이라 하면 신물이 나지만, 저 치르노 만은 예외다. 그래, 저 바보를 놀려서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나 풀자. 나는 그런 불순한 생각을 가진 채 먼 치서 다가오는 치르노를 반갑게 맞이했다. 「치르노구나, 그래. 진정한 최강은 달성한 거야?」 그 물음에 치르노는 가만히 침음성을 흘리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나오지 않았어.」 「뭐가??」 「똥인 게 당연하잖아!」 짜증을 내며 이를 가는 치르노. 정말로 분해보이는 눈치였다. 설마, 진심으로 똥을 싸려고 할 줄이야. 정말이지 골려먹는 보람이 있는 아이다. 그러니 오늘도 골려주도록 하마. 「실은 나도 더 이상 똥을 쌀 수 없는 저주에 걸려버렸어.」 「정말이야?」 「그래, 이 숲에 사는 못 된 마녀가 한 짓이지.」 「마녀? 누구야?」 「앨리스라는 이름의 인형사야.」 마녀의 저주는 당연히 장난을 위한 거짓말이지만 대변을 볼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항문 파열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살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이 전해져오는데 괄약근에 힘을 줬다간 실신해 버릴 정도로 감당이 안 되는 고통이 엄습해 오겠지. 거기다 먹은 게 없다보니 배출 할 것도 없다. 내가 치르노에게 왜 이런 거짓말로 장난을 치는가 하면 단순한 스트레스 풀기용 여흥일 뿐이다. 기왕이면 그 엿 같은 싸이코 년도 나의 장난에 말려들게 하고 싶어서 그녀의 이름을 댄 것이다. 이제 앨리스가 곤란 해 지도록 저 바보 요정을 부추기기만 하면 되겠구나. 그건 식은 죽 먹기지. 나는 얼굴에 심란한 표정을 띄우면서 간곡하게 말했다. 「치르노, 부탁이니까. 내가 걸린 마녀의 저주를 풀어주지 않을래?」 「에..? 난 마녀의 저주 같은 건 풀 줄 모른다고.」 「방법은 간단해, 네가 그 저주를 건 마녀를 해치우면 되는 거야.」 「그건 어려워, 작은 인형들이 엄청 쎄거든.」 「콤비잖아? 난 지금 저주 때문에 힘을 쓸 수가 없지만 넌 최강이니까 가능해!」 「으음....」 선 듯 나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민에 잠기는 치르노. 예상외다. 단순한 치르노라면 조금만 구슬려도 아무 의심 없이 덥석 하고 수락 할 줄 알았는데 좀처럼 답을 내지 못하고 한 참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뭐가 그리고 힘든 걸까? 어차피 요정은 죽지도 않으니 겁먹을 것도 없잖아?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냥 수락하라고. 이 바보 요정놈아! 「대신..」 무겁게 잠긴 입이 열린다 싶더니 조건을 걸어왔다. 「이 몸과 개구리 얼리기 놀이에 어울려 주면 들어주도록 하겠어.」 이봐, 치르노. 우리사이 그런 게 아니잖아? 너 답지 않게 조건부냐? 그것도 참 하찮은 짓을 조건이라고 걸어오는 것에 나는 ‘하’하고 짧은 실소가 새어나왔다. 「알았다. 적당히 어울려 주면 되는 거지?」 「응, 지금 당장 안개의 호수로 가자.」 그 조건부터 먼저 들어달라는 거냐? 알았다 알았어. 나는 못 당하겠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절래 흔들고는 앞장서는 치르노를 따라 안개의 호수로 향했다. * 얼음 조각에 갇힌 개구리가 하나, 둘, 셋, 넷.... 대충 세어보니 족히 서른은 넘어 보이는군. 안개의 호수에 온 지 십 여분이 흐른 지금 치르노는 스코어 갱신을 위해 분주히 열을 올리는 게이머처럼 부지런히 개구리들을 얼리고 있는 중이다. 나도 그 얼척 없는 짓을 거들 기 위해 따라왔지만, 엉덩이 상태가 매우 심각하기에 개구리를 잡을 만큼 민첩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대신 치르노가 얼린 개구리들을 모아서 탑을 쌓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치르노가 개구리를 부지런히 얼리는 모습을 구경만 하는 입장이지만, 치르노는 그것 만으로도 만족한 건지 아니면 이쪽은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건지 별 말이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짓이 뭐가 재밌는 걸까? 당최 이해가 안 간다. 그저 개구리를 얼리는 짓을 반복 할 뿐인 행동에 특별한 의미도 없을 건데 날 이런 비생산적인 일에 끌어들이다니. 바보일수록 의미 없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예를 들어 한 시간 내내 엉덩이만 나오는 영화를 보며 환호를 한다든지 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치르노가 얼려놓은 개구리 얼음조각을 햇빛에 비춰 보았다. 개구리를 이렇게 까지 완벽한 얼음 조각으로 만들어놓다니. 치르노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능력을 극한까지 갈고 닦으면 아오키지 요정판 재현해 내겠는데? 아니지. 요정 정도의 화력으로는 딱 요정도가 한계일 지도, 개구리가 들어있는 얼음 조각은 햇볕을 투과시킬 정도로 깨끗하고 청아했다. 좀 바보 같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공예품 같아 보이기도. 그럼 이것은 얼음 공예인가? 풉, 말도 안 되지. 이 우스꽝스런 얼린 개구리 얼음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조각에 투과되던 햇볕이 가려졌다. 「개구리 얼리기는 이제 그만 할 거야?」 해를 가린 그 음영이 치르노의 것이라 생각한 나는 귀찮은 투로 그렇게 말했는데 아무런 대꾸도 안 하길래 조각을 치우고 보니 음영을 만들어 낸 것은 치르노가 아니었다. 「콤비, 도망가! 그 녀석은 대왕 개구리야!!」 치르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왕 개구리?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저 거대한 개구리 말하는 거지? 개구리 치곤 너무 큰데?? 내 몸을 뒤덮는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치르노가 말한 대왕 개구리였다. 이름대로 대왕이다. 그 크기를 보면 일반 개구리의 몇 배가 될까? 일반 성인 보다 20배 이상은 커 보이는 개구리는 개구리라고 불려도 되는 거야? 이건 완전 괴물이잖아! 히이익!! 왜 저런 괴물이 내 앞에 서있는 거야아아아!! 「노릴 거면, 저 요정을 노리라고!! 난 무관계하니까!!!」 저 괴물 개구리는 필시 자신의 동족을 얼리는 행위에 분노해서 나왔을 거다. 그러니까 동족을 얼리는 치르노와 한 편이라고 판단되는 나를 노리는 거겠지. 하지만, 난 그저 구경만 했어. 실제로 얼린 쪽은 치르노니까 저 쪽으로 가라고! 길쭉한 혀를 낼름 거리는 괴물 개구리의 위용에 어떻게든 나는 무관계라고 호소했지만, 인간의 말을 알아 들을 리 없겠지. 그렇담,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나는 괴물 개구리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무릎을 굽혀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힘껏 땅을 박차서 그대로 괴물 개구리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려는 순간. ─ 찌리릿 ! 엉덩이로부터 강한 전류가 흐르더니 온 몸의 신경계가 마비되는 쇼크가 왔다. 항문의 통증이었다. 그것은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감각과 함께 피부가 남김없이 벗겨지는 고통으로 나의 몸과 사고까지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통증에는 익숙해 졌다고 여겼지만 이건 도저히 무리다. 몸이 말을 안 들어! 그러는 사이에 괴물 개구리가 입을 쩌억 벌리더니 나를 향해 기다란 혀를 응축시켜 발사했다. 발사된 혀는 순식간에 내 몸을 착 감기더니 그대로 회수를 해서 내 몸 채로 삼켜버리고 말았다. 삼켜진 나는 몸이 끈적거리기 시작했고 시야가 온 통 검게 물 들었을 때 ‘콤비 ─ !’라고 외치는 치르노의 목소리가 어둠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 나를 구하려는 치르노의 눈물 겨운 노력 덕분에 나는 그 괴물 개구리의 입안으로부터 무사히 해방되었다. 다행이지만, 얼마 동안 개구리의 입안에 갇혀있었는지 온 몸이 풀칠을 해놓은 것처럼 끈적거렸다. 그 괴물 개구리의 침이다. 끈적거리기만 한 게 아니라 비릿한 냄새까지 나기에 호수에서 몸을 씻은 나는 옷도 마르지 않은 상태로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치르노는 나와의 약속대로 조건을 들어줬으니 내 저주를 풀어주겠다며 앨리스에게 갔는데. 그 살벌한 앨리스에게 확실히 죽을지도. 요정이니까 죽어도 부활하겠지. 나는 악화된 항문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비틀거리며 걸어가자니 어느 세월에 집에 도착할지 까마득해서 날아 가볼까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마법이지만, 이상하다고. 왜냐면 환상향에서는 하늘을 난다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쉬웠으니 말이다. 정신 집중이야 요하지만 훨씬 수월하게 날아 지는데다 크게 지치지도 않으니 말이다. 마계에서 조차 5분 정도 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지치는데 30분을 날아다녀도 여유인 이곳이 이상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한 법칙이 적용 안 되는 모양이다. 엉덩이의 통증 때문에 집중력이 자꾸 흩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라면 이정도 집중이면 날수가 있을 건데 쉽사리 몸을 공중으로 띄우지 못하는 것이다. 연이은 불행으로 인한 피로 축적으로 내 몸의 마력 회로에 이상이 생긴 걸까? 날수가 없으니 결국 어쩔 수 없이 절뚝이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져서 컴컴한 밤중이었다. 아픈 엉덩이로 인해 절뚝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흘려서다. 나는 현관문을 열기 전에 언제 부터인지 축축해 져있는 팬티를 확인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엉덩이 부분이 빨갛게 피로 물들어있는 팬티. 나름 조심해서 움직였는데도 출혈이 있었나 보다. 도대체 이걸로 몇 번째 팬티인지 모르겠다. 팬티가 자꾸 피로 물 드는 바람에 부족해진 팬티를 손수 재봉으로 만들어 보충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팬티가 부족한 게 현실. 왜냐면 이렇게 까지 피로 물들어 버리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생리대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여긴 편의점이나 약국이 존재하지 않는 환상향. 지금은 아예 포기하고 피로 얼룩진 팬티를 그대로 입고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막 피로 축축해 진걸 입고 있을 순 없으니 팬티를 벗은 후 노팬티 상태로 바지를 입는다. 그리곤 문을 열기 전에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혹시나 있을 피조물에 대비해서. ─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마법으로 안을 비춰보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확인을 하고 나니, 나는 안도감의 한숨을 쉬고는 등불에 불을 밝힌 뒤 천천히 소파에 몸을 뉘었다. 이대로 오늘 하루를 넘긴다면 길었던 불행이 끝나게 된다. 그런 감격에 절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으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집안이 형광등을 킨 것처럼 환해지더니 익숙한 피조물들이 소파에 누운 나를 둘러싸고 서있었던 것이다. 반어인, 캇파, 멀록, 하프라이프의 박사, 콧수염, 도노반, 할머니, 요정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전부 한 번씩 나를 괴롭혔던 재액의 피조물 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저마다 똑같이 「축하해!」라는 말로 생일날에 초대된 친구들 같은 행동을 보였다. 뭐가 축하한다는 거야? 내가 불행에서 벗어나게 된 걸 축하한다는 건가??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아니, 이거 완전 에반게리온 마지막화 네타잖아! 축하한다는 말이 썩 나쁘지는 않은데 나를 그렇게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장본인들의 입에서 나오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내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축하긴 개뿔이 축하해? 네 새끼들 때문에 내 엉덩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거야?」 폭발한 것이다. 부당한 불행을 겪어야만 했고 그런 나를 더 없이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폭행, ㅁㅁ, 폭언, 추행, 말썽 등을 저질러 왔던 자들에게.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이런 자들을 창조하여 나에게 지속적으로 보내온 그 재액이란 녀석에게 말이다. 나는 그동안의 한을 처절하게 울부짖는 육성으로 퍼부었다. 「너, 캇파 새끼. 엉덩이구슬이 어쩌고 어째? 너 때문에 치질로 고생했어! 그리고 반어인 너는 전라 기사단이나 상대 할 것이지. 왜 나를 알몸으로 만들어서 치욕을 주냐고!! 그리고 박사 너! 장비를 정지하려면 딴데가서 해!」 피조물들을 차례로 지목하며 불만을 털어놓는 나는 점점 눈물이 앞을 가렸고 목소리도 반울음 상태가 되어 계속 이어 말하기 힘들었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난 너무 분했던 것이다. 이 지옥 같은 경험과 고통은 안겨준 재액의 피조물들이 미칠 정도로 미워서 분노로 이성을 잃을 것 같지만 저들과 싸울 힘도 없고 그럴 기운도 없으니 불만을 쏟아내는 식으로 밖에 분풀이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를 빠득 갈면서 흘려 나오는 콧물을 삼켰다. 그리고는 울음이 된 육성을 가라앉히고 나서 분통을 털어놓는 걸 이어나갔다. 「아옭옭옭 새끼, 너는 쓰러진 상대를 단체로 짓밟는 게 그렇게 좋냐? 콧수염 너 이 호모새캬! 징그러 우니까 제발 오빠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입술에 보라색 립스틱은 대체 무슨 센스냐? 거기, 도노반 너는 존 나게 대물이더라. C발 덕분에 항문이 파열 되서 지금도 고통 받는 중이야. 그런 흉기를 가졌으면 여자한테 써야지 왜 남자인 내 항문을 파괴 시키냐고 개객끼야!!」 처음 울음이 섞였던 목소리도 이제는 순수한 살의를 담은 분노인 노성으로 변해갔다. 격해진 감정에 언성이 높아졌고 숨까지 차올랐다. 나는 부릅뜬 눈으로 증오를 담아 피조물들을 노려보며 다시 말을 잊는다. 「이 미친 욕쟁이 할매야! 네가 내 친 할머니라도 되는 줄 알아? 주걱으로 맞은 엉덩이는 그대로 터져 나가는 줄 알았어! 그 주걱으로 맞은 후로 항문 출혈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이 씨부럴.. 요정들 너 새끼들도 아주 엿 같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집안 어지럽히고 물건 아무렇게나 던지는 건데 그걸 죄다 실천하더라? 너희들 덕분에 비글이 아주 얌전한 천사견이란 사실을 깨달았어. 고맙다 씹새키들아!」 그들을 향한 노성을 마친 나는 차오르는 숨에 거칠게 헉헉 대었고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 분노에 매섭게 노려봤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말을 중단하자 다시 박수를 치더니 웃는 게 아닌가? 우스워? 내가 억한 심정에 울분을 토해낸 게 우습냐고!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 나는 그들의 비웃음에 분노심이 폭발했다. 이가 으드득 갈리는 소리와 함께 안구에 힘을 주고 있는데 박수를 치며 웃고 있던 녀석들 중 콧수염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마지막이니 복습을 해야지, 오빠!」 복습이란다... 제기랄, 그럼 빌어먹을 피조물들이 단체로 나타난 이유가 그것 때문인 거야? 불행이 끝난 것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불행이라고 종합불행세트를 안겨 주기위해? 그걸 복습이라고 말하냐고 이 콧수염 새캬! 나는 폭발했던 분노가 급속히 식어가는 한 편 두려운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맛 본적 있는 불행이기에 앞으로 겪을 일은 너무나도 상세히 떠올릴 수 있었고 그것은 거대한 공포가 되어 나의 몸을 잠식해 갔다. 이 피조물들에게 나는 또 다시 범해진다. 나의 몸과 정신은 유린당할 것이며 한계를 넘은 엉덩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칠 것 같은 공포심에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고 몸도 굳어져 실금을 해 버릴 것만 같았다. 「C발....」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욕을 뱉은 뒤, 다가오는 반어인을 시작으로 길고 긴 악몽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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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는 이걸로 끝입니다.
그리고 비축분은 다음 회만 남았네요. 이것도 이제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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