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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구마는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요괴들이 매일 같이 격전을 치루는 투귀암이 고작 두 요괴의 한 번의 결투로 인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견고하기로 이만한 곳이 없어 강대한 요괴들이 서로의 자웅을 겨루기 알맞은 장소였지만, 이젠 아닐지도 모른다. 바닥은 작고 큰 구덩이와 뜯겨져 나간 암석의 조각들이 제각각 날을 세우고 있다. 주변을 크게 둘러싸고 암석도 성치 않은 게 몇 개 보인다. 금이 가서 갈라지기 시작한 것과 커다란 구멍이 생겨 바람이 통과하고 있는 것. 모두 두 오니의 싸움이 원인이었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요괴들도 언제 달아났는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싸움 도중에 정신 차린 요괴들은 몸보신을 위해 서둘러 피신을 한 모양이었고, 그렇지 않은 요괴들은 싸움의 영향으로 모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아우인 구마도 그렇지만, 그 구마를 일격에 패배시킨 저 오니는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눈이 마주쳤다. 토라구마는 스이카를 향해 걸어오면서 자신의 차례를 알렸다. 「구마를 일격에 패배시킨 그 힘. 잘 봤소. 다음은 소인이 상대요.」 「이제 너만 이기면 두령이랑 붙을 자격 생기는 거지?」 「그렇소. 대신 그 전에 그쪽의 성함을 들어보고 싶소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구나. 스이카는 슈텐, 이부키, 스이카라는 이름 중에서 어떤 이름으로 밝힐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슈텐. 다른 이름도 있지만, 이 쪽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 그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쪽의 이름을 대었다. 토라구마는 슈텐이라는 이름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기질 적인 얼굴에 변화가 생긴다. 흔들림 없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고, 입술이 작게 열렸다가 닫혔다. 슈텐의 악명에 대해서 어찌 모르겠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나 요괴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벌써 십수 년 이상 행방불명이라는 슈텐이 눈앞의 저 오니라니. 헌데,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상당히 틀렸다. 슈텐은 7척이나 되는 거구에 잔악하기 그지없다. 매일 술을 공양하지 않으면 인근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색을 밝히는 천하의 호색마다. 등등. 토라구마가 알고 있던 슈텐과 눈앞의 오니는 큰 차이가 있었다. 어디서부터 왜곡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토라구마는 저 오니 소녀가 정진정명한 슈텐임을 직감했다. 구마를 상대로 보였던 저 강함은 슈텐의 이름을 가지기에 충분하고도 남은 것이었기에 슈텐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토라구마는 나직이 말했다. 「이부키산의 슈텐.. 그렇소이까. 그대에게 경외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구려.」 이부키산의 슈텐. 천 명을 훌쩍 넘긴 토벌대를 단신으로 격퇴 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스스로 슈텐이라 칭하는 오니는 어떤가? 그 전설 속의 슈텐 보다 강할 것이다. 그 강함이 토라구마에게 경외로 다가왔다. 허나, 그래도 이것만큼은 양보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경외하는 분은 호시구마 형님뿐이외다.」 전율할 정도의 강함이지만, 진정 자신이 따르는 분은 오직 호시구마 형님뿐이다. 토마구마의 구마와 같이 슈텐, 스이카에게 처음부터 전력으로 임하기 위해 전 요력을 끌어올렸다. 토라구마가 발산하는 요력에 드드드. 대지가 진동한다. 머리의 뿔이 더욱 날카롭게 솟아오른다. 전신이 푸른빛으로 물들고, 근육은 극한까지 압축되었다. 겉보기에 전 보다 훨씬 호리해져 오히려 약해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토라구마의 귀화. 힘 보다 빠르기에 특화된 모습이었다. 왼 발로 툭툭. 땅을 두어 번 찬 그는 공격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마디 했다. 「소인은 아우 보다 버거 울 것이오.」 「말라깽이 주제에 뭔 놈의 말이 그리 많아?」 스이카가 토라구마의 몸을 조롱한 직후였다. 그의 신형이 돌연 눈앞에서 사라졌다. 땅을 박차고 몸을 놀린 그의 움직임은 눈으로는 따라잡지 못할 섬광과도 같은 고속. 스이카는 그의 모습을 눈으로 쫒으려 했지만, 좀처럼 잡아낼 수가 없었다. 보인다 싶으면 이미 잔상만 남긴 채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 있었고, 그 사이 수번의 공격이 꽂힌다. 스이카가 알아채기도 전에 가해지는 토라구마의 공격은 집요하게 머리만 노려져 왔다. 후두부에 다섯 번의 발차기가 가해졌고, 안면에도 발차기가 세 번.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일곱 방이나 때렸다. 그 모든 것이 행해지기 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상대가 공격당한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음 공격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회피와 방어가 불가능한 섬광의 연격이었다. 그러나 토라구마의 연이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스이카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격이 안면과 후두부에 계속 해서 명중했지만, 모기가 무는 정도로만 취급 할 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기회를 노렸다. 토라구마의 공격은 낫족제비 조차 두 수는 접고 들어갈 정도로 빨랐다. 대신 그 위력은 아우인 구마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용추격에도 멀쩡했던 스이카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이대로 움직임이 둔해지는 순간 반격 당할 공산이 컸다. 때문에 토라구마는 잠시도 힘을 빼지 않았다. 섬광 같은 속도를 억지로 유지하며 혼신의 공격을 끊임없이 퍼붓는다. 제아무리 단단한 육체를 지녔다 하더라도 수천, 수만 번의 공격에도 견디는건 불가능하다. 조금씩 떨구어지는 물방울에도 단단한 기암들이 깎여져 나가 듯, 바위에 계란치기라 해도 언젠가는 피해를 줄 것이다. 토라구마는 그런 확신을 가지며 자신의 온 힘을 실은 발차기를 슈텐의 머리에 수백 번 이상을 내다 꽂았다. 스이카의 고개가 앞으로 꺾였다. 이어 안면에 수십 방. 발과 주먹이 뒤섞인 공격을 맞고 반대편으로 재껴진다. 상대는 믿을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 괴물이지만, 자신의 공격이 조금씩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토라구마는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허리를 틀었다. 번개 같은 발차기가 관자놀이에 꽂힌다. 그때였다. 턱! 「잡았다. 요놈!」 힘을 실은 토라구마의 발이 스이카의 머리에 꽂힌 직후, 도로 물리려는 순간, 발목 부분을 잡히고 만 것이었다. 지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느려진 게 아니었다. 여전히 눈으로 쫒을 수 없는 섬광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런데도 그 순간을 정확히 노려 잡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토라구마는 스이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수십을 넘어 백여 번 넘게 가격한 그녀의 안면은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부족했단 말인가. 토라구마는 전력을 다했지만, 자신의 힘이 슈텐이라는 괴물에게 닿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씨익. 이를 보인 스이카가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하늘 높이 쳐 들었다. 그에 따라 토라구마의 몸도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고, 이어 바닥을 향해 세게 내리쳐 졌다. 콰아앙! 스이카의 괴력으로 강하게 내려쳐진 토라구마는 곧바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그가 쳐 박혔던 바닥은 산산이 부서져 큼지막하게 파여 있었다. 아직 토라구마가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을 확인한 스이카는 그의 발목을 해방시키지 않은 상태로 다음 공격을 가했다. 콰콰쾅! 반대편으로 또 한 번 땅에다 내다 찍은 것이다. 이번에 내려쳐진 바닥은 아까 보다 더 깊이 파였다. 힘을 더 주고 내려친 것이었다. 그래도 정신을 잃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토라구마는 투지에 불타는 눈으로 스이카를 노려봤다. 힘의 차이는 분명하다. 이쯤 되면 항복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텐데 그러지 않고 있는 토라구마에게 스이카가 물었다. 「이 이상 싸워봤자, 의미 없지 않아?」 「맞는 말이오. 허나, 소인이 죽지 않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소.」 대단한 결의였다. 두령인 호시구마에게 도전할 자격이 있는 가를 알아보는 대결일 뿐인데 어째서 저렇게 까지 하는 걸까. 토라구마는 정말로 목숨까지 걸 심산이었다. 그만큼 두령을 따르고 존경한다는 것이겠지만, 스이카의 눈엔 어리석게만 보였다. 「이거 등신 새끼구나.」 그의 결의와 투지는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이미 승부가 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깨끗이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지 않는 모습에 스이카는 짜증이 올라왔다. 힘의 차이도 극명하다. 그런데도 전의를 불태운다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오만불손이었다. 잡고 있던 그의 발목을 놓아준다. 이어서, 험악한 표정으로 토라구마를 야단쳤다. 「새끼가 고작 이런 결투로 목숨 걸지 말라고!」 스이카의 목소리는 토라구마에게 대단한 박력으로 전해져왔다. 그는 자신의 몸이 절로 움찔 거려오는 것을 느끼며 해방된 발목을 매만지며 몸을 추슬렀다. 자신은 이미 졌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게 아니다. 토라구마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마지막으로 최후의 일격을 짜내기로 했다. 구마의 용추격과 같은 자신만의 비장의 필살기. 「마지막으로 소인, 비장의 기술을 쓰겠소. 어디 한 번 막아보시오.」 「그래. 가만있을 테니 어디 한 번 날려봐.」 「그럼.」 공격 선언을 한 토라구마는 왼 발을 한 발짝 앞으로 세게 내딛었다. 쿵! 땅이 움푹 파이면서 쩌적 갈라진다. 그런 다음 오른 발을 뒤쪽으로 당겨서 상체를 숙였다.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된 오른 발에 그의 전 요력이 집중되어 갔다. 「비기. 공참각!」 기술명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요력을 담은 오른 발이 머리 높이 까지 차올라진다. 자신의 발밑부터 슈텐의 발밑까지 일자로 된 선이 그어졌고, 곧바로 쩍 갈라져 어디까지 파여진 건지도 모를 깊은 골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였다. 팟-. 하고, 스이카의 옷이 정 일자로 깨끗이 양단 되 버렸다. 인식 하기도 힘든 날카로운 무형의 공격이었다. 스이카는 살짝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낫족제비의 칼바람도 아니고, 참격에 담아 방출하는 날이 선 요기도 아니네?」 방금 토라구마가 날린 일격은 스이카에게 있어 매우 생소한 것. 최초라 해도 좋을 정도의 경험이었다. 바람을 날카롭게 해서 날린 공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력이나 요력을 참격에 담아 방출하는 종류의 것도 아니었다. 마치 공기 그 자체를 가르는 무형의 칼 그 자체였다. 그 무형의 칼이 땅을 양단하고 옷도 양단했다. 그러나 스이카의 몸까지는 양단하지 못했다. 양단된 옷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생채기 수준의 얕은 상처일 뿐이었다. 털썩. 토라구마는 최후의 공격인 공참각을 쓴 직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결국, 자신의 비장의 수는 슈텐에게 생채기 정도 남기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위력 면에서 자신을 뛰어넘는 구마조차도 생채기는커녕 긁힌 상처도 못 낸 상대였으니까. 힘을 다 쓴 토라구마의 몸은 귀화가 풀려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고, 패배를 시인하는 일만 남았다. 그는 모든 힘을 쏟아 부은 탓에 전신이 나른해 왔다. 「음. 어떻게 하는지 대충 알겠어.」 납득한 듯이 중얼거린 말이 들려왔다. 토라구마는 설마 하는 눈으로 스이카를 올려다봤다. 이를 드려내며 호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하면 되나?」 스이카는 오른 손에 요력을 집중시키고는 가볍게 아래에서 위로 오른 팔을 휘두르듯이 쳐 올렸다. 그러자, 무거운 사기가 공기를 갈랐고. 사-악! 땅이 일직선으로 갈라지면서 그대로 토라구마의 어깨를 양단 했다. 「크아아...」 토라구마는 어깨와 함께 땅바닥에 떨구어진 자신의 왼 팔을 내려다보며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오랜 세월 걸쳐 완성한 비기를 단 한번 보는 것만으로 흉내 내다니. 이를 악물며 스이카를 올려다보는 그의 두 눈엔 경악과 두려움이 짙게 서려있었다. 강함뿐만 아니라 재능마저도 차원을 달리한다. 이 절망적일 정도의 차이는 토라구마의 의지를 꺾어버리기 충분했다. 고개를 떨궈 망연자실한 그에게 스이카가 쾌활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덕분에 좋은 기술 배워간다!」 순수하게 고마움을 표하는 말이었지만, 토라구마에겐 그저 염장 지르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타고난 강함과 재능을 지닌 주제에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끄으응...!」 신음성이 새어나온다. 토라구마는 이 순간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했다. * 두령. 호시구마의 왼 팔과 오른 팔이라는 두 형제를 패배시킨 스이카는 투귀마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강자. 투귀암의 수많은 요괴들을 단신으로 때려눕히고, 구마와 토라구마 마저 쓰러뜨린 강력한 두령 후보의 등장이었다. 투귀마을에 온 지, 한 나절 만에 유명인이 되 버린 스이카는 그날 밤. 넓은 장소에 터를 잡고 자신을 보러온 수많은 요괴들에게 둘러싸인 채 즐거운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간만에 원 없는 싸움을 행한 덕에 입에다 틀어 붓는 술 맛은 각별했다. 요괴들은 자신의 강함을 동경하며 또 경외를 했고, 필요한 만큼 술과 안주를 제공해 주었다. 스이카는 아직 이 마을의 두령은 아니었으나 받고 있는 대접만큼은 두령과 견주어 뒤지지 않을 정도일 거다. 크케케. 하하핫. 술판이 한창 인 이곳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마다 술을 들이키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고, 오늘 있었던 장대한 싸움에 대해 왁자지껄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 떠들썩한 와중에 한 요괴가 스이카에게 물어왔다. 「그러니까. 십수 년은 행방불명인 그 슈텐이 맞으신 거죠?」 「그렇다니까. 내 스승인 기예유와 함께 전국을 유랑했었지.」 「그 스승이란 분도 굉장한 요괴였겠군요.」 「응. 나 보다 강한 존재는 처음이었으니까.」 눈앞에 저 오니는 기껏해야 혼기도 차지 않은 처녀로만 보였지만, 실상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대요괴. 슈텐이라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그녀보다도 강한 존재라니. 요괴는 그녀의 스승이었다는 기예유에 대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슈텐의 모습에 대해서 말인데, 사실 스승의 영향이 컸었지. 키가 7척이나 되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라는 점 말이야.」 스이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술병 채로 입에다 대고 꿀꺽꿀꺽 삼켰다. 「크으으.. 그래서 이름만 대는 걸로는 아무도 안 믿더라!」 당연한 말이었다. 커다란 뿔만 있을 뿐이지, 누구라도 처음엔 연약한 여자로만 볼 정도로 스이카는 슈텐이라는 대요괴와 공통점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 외형이었으니까. 꺼억. 게걸스럽게 트림을 한 스이카는 아까까지 입에 대고 마시던 술병을 기울여 커다란 잔에다 술을 따라 붓고 질문을 했던 요괴에게 한잔 건 냈다. 「자자. 너도 한 잔 들이켜!」 요괴가 별말 없이 스이카가 건네준 잔을 받아 입에 대고 쭈욱 들이키려는 순간이었다. 이 상황을 불쾌하게 여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맘대로 연회를 여는 거야?」 찰랑거리는 금빛 장발에 이마 한 가운데 솟아오른 붉은 외뿔의 오니가 서로 뭉쳐져 있는 요괴들의 사이를 비집어 들어오고 있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껄껄 대고 있던 요괴들은 갑자기 끼어 들어온 오니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혼비백산 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별안간 자신을 둘러싼 요괴들이 맹수를 마주한 인간들처럼 질겁하는 모습에 스이카의 시선은 그 원인으로 보이는 오니에게로 옮겨졌다. 「으응?」 스이카의 눈은 연신 들이켜 댄 술로 취기가 돌아 반쯤 풀려 있었지만, 요괴들을 도주 시킨 오니의 모습만큼은 확연했다. 6척이 넘는 장신에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 미형이라 할 만큼 잘생긴 얼굴이었고, 그 위로 솟아난 붉은 색의 외뿔. 긴 금색의 장발이 인상적인 오니가 적안의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을 보는 오니의 시선은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내 아우를 상처 입힌 놈이 네년이냐!」 이를 갈며 물어보는 말에 스이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부위를 빤히 쳐다보며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저 오니의 흉부엔 저토록 커다란 살덩이가 달려 있는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지 못한 스이카가 몹시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 남자가 왜 찌찌를 달고 있지?」 그 말을 내뱉은 직후였다. 후웅-. 한 차례 거센 광풍이 일 더니 순식간에 스이카 코앞까지 당도한 오니가 그녀의 면상에 체중을 실은 정권을 날렸다. 퍼억! 무방비한 상태로 안면을 허용한 스이카는 오니가 내지른 주먹에 맞고, 뒤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쿠아앙! 돌로 이루어진 집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 오른다. 그래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땅바닥을 몇 바퀴 구른 스이카는 바닥을 두어 번 쳐 박고 나서야 겨우 멈추어 설 수 있었다. 비록 무방비였다곤 하다 자신을 여기까지 날려버리다니. 머리를 휘휘 내저으며 정신을 가다듬은 스이카는 또 한 번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오니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의 주먹을 한손으로 막아내어 안면에 닿기 직전에 저지하였다. 갑자기 끼어 들어서는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다니. 스이카는 오니가 자신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자신을 술을 기울이며 앉아있던 장소로 부터 여기까지 날려버린 오니의 힘이 상당하다는 것 정도만 알 따름이었다. 오니는 자신의 주먹이 간단히 막혀버린 것에 적잖이 놀라하면서도 사나운 눈으로 으르릉 거리고 있었고, 스이카는 그로부터 엄청난 살기가 감지했다. 자신을 향한 살의는 엄청나지만, 그래도 일단 대화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스이카는 잡고 있던 그의 주먹을 놓아주고는 자신을 공격한 연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봐. 나랑 원수라도 진거야?」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니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우렁찬 고함을 내뱉었다. 「난 여자다─!」 이어서, 어마한 힘이 실린 주먹이 스이카의 안면에 꽂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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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유우기는 찌찌 달린 남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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