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로록,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허공을 맴돈다. 아침의 시작은 이렇다할 일이 없다면 밭의 꽃들에게 천천히 물을 주면서 관리를 한다.
장신의 남성이 작게 미소를 지은 채로 꽃들을 피해 걸어가며 물을 주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굉장히 좋은 모습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을 한껏 담아 물을 흘려보내니 꽂들도 그에 답하여 생기를 발하는 듯했다. 그는 작게 숨을 내뱉더니만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한 하늘, 그리고 여전한 태양.
"덥군."
그, 카자미 유카는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성하게 자라는 밭의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건 그거고, 구름 한 점 없이 한적한 하늘에서 뿌리는 태양빛은 전보다 더 힘을 쏟고 있었다. 순간 바람이 약하게 불어왔다. 그 힘이 거칠지 않고 약하게 더위를 식혀줄 정도여서 꽃들의 허리가 약간 굽혀졌다. 때 좋게 바람이 불어오지만 조금 이질적인 기운도 같이 바람을 타고서 밭으로 들어왔다. 그는 여전한 얼굴로 바람이 온 곳을 흘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이어서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그림자가 좌우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을 때, 카자미 유카는 모든 일이 끝났는지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밭의 관리가 모두 끝이 났구나 싶어서 물로 젖은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뒀다. 그대로 밭에 놓은 의자에 털썩 앉아서 작게 숨을 뱉었다. 고개를 뒤로 푹 젖히고선 침을 삼키는지 목울대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수건을 한 손으로 잡고는 안면을 손으로 쓱 쓸어내리더니만 그가 입을 벌렸다.
"누구지?"
"들킨 걸까요."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들려온 소리는 꽤 고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카자미 유카가 그 자세를 유지한 채로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푸른 머리카락에 단발로, 옆머리가 마치, 언젠가 한 번 야쿠모 유카리가 자신에게 보여줬었던 드릴처럼 되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드릴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굴곡져있었다. 머리 뒤로는, 머리카락을 하트모양으로 베베 꼬았는데 그것을 비녀 비슷한 것, 삽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푸른 눈은 제 머리카락보다 연한 색으로 조금 날카로우면서도 안정적으로 눈꼬리가 올라가 있었는데 조금은 야쿠모 유카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길만한 눈이라고 평했다.
카자미 유카는 풍겨오는 그녀의 기운에 선인인가, 라고 작게 말하고선 의자에 푹 기댄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선인이 이곳에는 무슨 볼일일까? 죽으러 온건가?"
저 나름대로 유쾌하다면 유쾌하다고 생각될 말을 하며 그는 옆 탁자에 놓았던 컵의 물을 마셨다. 그 푸른 머리의 선인은 천천히 걸어와 제 집인 것처럼 의자에 앉았다. 이곳은 아무나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지, 카자미 유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의 앞에서 상체를 굽혔다.
"내 말을 무시하나?"
"아아... 죄송합니다. 그저 해를 피할 곳을 찾고 싶었는데 말이죠."
"여기에 해를 피할 곳은 없어."
"지금 당신이, 막아주고 있잖아요?"
그녀의 웃음이 들려왔다. 카자미 유카는 그녀가 건방지지만 꽤 재미난 선인이라고 생각했다. 선인이면서도 그 분위기, 성격은 일반적인 선인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보다 조금 더 사악하고 능글맞은 것이, 아무래도 사선이려나 했다.
"이름이 뭐지?"
"카쿠 세이가라고 해요."
카쿠 세이가 라면, 이번에 환상향에 들어온 도교의 일원 중 하나가 아닌가.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하하 웃었다. 선인을 먹은 요괴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카자미 유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입맛을 돋구는 무척이나 재밌는 여자구나.
"내가 누군지 알고, 이 태양의 밭에 들어온건가, 선인?"
"그거야 당연한거 아닐지요? 요괴 씨."
그녀의 눈이 활처럼 휘었다. 기분 나쁘게 웃는 그 모습이 아까와는 대조되었다. 허나 그가 보기에는, 그리 나쁜 눈은 아니었다.
"건방지군."
그녀의 목언저리에 손을 가져갔다. 이대로 눌러서 비틀어버리면 끝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베베 꼬듯 매만졌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향기가 손을 타고 올라왔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최악의 요괴가 사는 곳에 왔다고? 웃기지도 않지."
그가 내는 기세에 카쿠 세이가도 조금은 놀랐는지 당황한 얼굴로 바라봤다. 허나 죽일 생각은 없었다. 수 없이 일삼은 행위에 질리기도 하였고, 그녀가 꽃을 밟은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밭에 들어올 때, 적어도 꽃을 밟지 않는 기본적인 예의는 알고 온 것이니 손님을 내칠 일도 없었다.
그저 밭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선인인가, 그리 생각하며 그가 몸을 일으켜 제 자리로 떠나려 할 찰나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굳게 닫혀있던 부드러운 입술이 떨어지며 고운 소리를 뱉어냈다.
"도교, 배워보지 않겠어요?"
"헛소리."
멍청하긴, 그는 손을 떼고 상체에서 일어났다. 그저 도교 권유일 뿐인가. 생각해보니 야쿠모 유카리가 말했었다.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도교를 권유하던 요상한 선인이라고. 그저 인간에게 권할 줄 알았건만 요괴인 자신에게까지 그런 당돌한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내가 도교의 길을 걷게 만들고 싶다면, 그 몸 정도는 포기해야 할텐데."
그녀의 말에, 장난삼아서 그가 짖궂게 물어봤다. 얼굴을 그녀의 얼굴과 가까이 하여 히죽히죽 미소만 지었다. 곧 그녀가 머리카락 사이에 꽂아놨던 삽을 빼들고서는 카자미 유카의 입가에 턱 얹었다.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반쯤 뜬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도발적이구나, 생각했다.
이후로는 딱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도 곧 흥미가 깨져 상체를 일으켰다. 어머, 하고 카쿠 세이가가 작게 안타까움을 나타내듯, 혹은 장난칠 상대의 반응이 허무해서 낸 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카자미 유카는 제 자리로 돌아가 탁자 위에 팔을 올리더니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종교 권유일 뿐이라, 귀찮은 일이다.
다만 꽃들도 이 선선한 바람을 좋아하니, 막을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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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잇어도 스토리 없이 막 휘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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