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없으려니 불행만 계속 닥치는 구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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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행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잠조차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고문 중에서 가장 잔인한 게 바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끔 불침번을 놓는 것인데 이 재액이 불러일으키는 불행의 여파는 바로 불면하게 만드는 불침번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밤중에 차가운 비늘의 뱀이 나의 몸을 휘감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는 일이 많았고 그 탓에 거실에서 자던 마리사 까지 깨우게 되었다. 마리사가 무슨 일이냐며 내 방으로 들이닥쳤을 땐 내 몸을 감싸던 뱀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냥 침대에서 굴려 떨어진 채 비명을 지르는 내 자신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마리사에게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 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라는 이유로 일말의 동정심조차 주지 않았던 터라, 비명을 지른 것에 대한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도 몇 차례인가 반복되니 마리사도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짜증을 내며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아마, 하쿠레이 신사에 신세를 지려 간 거겠지. 내 불행 때문에 원치 않게 말려든 마리사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게 다 그 로리 신이 걸었던 저주 탓이니 원망하려면 모리야 신사의 이상한 모자를 쓴 괴팍한 로리나 원망해라. * 얼마나 잤을까? 아침이 밝아왔을 땐 내 방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불행이 불침번을 자꾸 놓는 바람에 두 시간도 못 잔거 같다. 세안을 하면서 거울을 보니 안 그래도 쳐져있던 다크서클이 더 검고 넓게 쳐져있어 흡사 팬더를 보는 것 같았다. 최악이다..... 정말이지, 지금의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최악. 연이은 불행으로 심신이 피로한데다 수면 부족까지 겹치니 영 살맛이 나지 않는다. 이래서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정도라고 했던 걸까? 이 재액이라는 녀석이 나를 죽을 만치 괴롭히는 질 나쁜 양아치같이 느껴진다. 아침 식사로 부엌 선반에서 딱딱한 빵 조각 하나와 말라 비틀어져 있는 채소를 곁들여 먹었는데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의 정신력은 바닥을 드려냈다는 증거였고, 실수로 바닥에 흘린 빵 조각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는데 그 상태로 굳어져 버렸다. 체력도 바닥이 나서다. 하아... 아직 아흔 날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버티나...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 이대로 집에 있어봤자, 불행이 닥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으니 맑은 공기나 쐬러 적당히 밖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 전에 마리사가 모아놓은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면서 눈 독 들였던 낚싯대가 떠올라 물고기를 담을 양철통과 함께 고기나 낚으려 가까운 강가로 향하기로 했다. 낚싯대는 요즘 시대에 만들어진 상당히 견고하고 좋은 물건이었다. 이것도 그 무연총이란 곳에서 흘려들어온 바깥 세계의 물건이겠지. 어디하나 모난데 없이 성한 걸 보니 적당한 미끼만 있다면 낚시를 즐기는데 상당히 쓸 만한 낚싯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고기를 많이 낚기 위해 낚시를 하기 보다는 시간 때우기로 하는 낚시라 나뭇가지에 실을 매달아 놓은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낚싯대를 쓰는 건 좀 사치인 셈이다. 요괴의 산에서부터 흘려오는 물줄기는 폭포를 기점으로 커다란 강줄기가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안개의 호수에 흘려들어가고 또 하나는 마법의 숲을 둘러 무연총 쪽으로 흘려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마법의 숲을 둘려가는 강줄기에 자리 잡아 낚시를 했다. 밤중에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그 불행은 오늘 아침 다행히도 잠잠해 진 것 같았다. 아침 식사 이후, 별다른 불행이 찾아오지 않을 걸 보면 말이다. 잠깐... 그건 아니다.... 이 재액이란 놈이 강렬한 한 방을 위해 원기옥을 모으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머리를 직격하던 양철 대야가 그 한 방을 위해 참는 중이라면 결코, 달갑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강렬한 불행에 긴장을 타고 있을 때, 무언가 미끼를 문 것이 손에 감지가 되었다.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걸 보아 필시, 물고기가 물었구나 싶어 있는 힘껏 잡아 당겼는데. 상당히 큰 녀석이라 그런지 좀처럼 물위로 모습을 드려내지 않는 것이었다. 「이거 혹시, 월척인가?」 낚시를 시작한지 아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월척이라면 도리어 운이 좋은 게 아닐까? 그나마 없던 운이 여기에 다 써버리면 곤란하지만, 불행만 아니면 아무래도 좋다. 부디 큼직한 녀석이 낚여서 오늘 점심 매콤한 민물고기 매운탕이나 해먹지. 자, 이 강의 수호신 녀석아! 모습을 드러내라!!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낚싯대를 힘차게 당겨 올리자 드디어 고대하던 월척이 그 머리를 강물 위로 드려내는 것이었다. 근데... 월척? 아니... 그 보다 저거 물고기 맞나?? 분명 어류인거 같지만, 그 크기가 너무 컸다. 두툼한 입술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보아하니 이거 심상치 않은 녀석을 낚아 올린 것 같다. 그 희한한 어류가 머리 이외의 부분을 드려냈을 때, 그제야 나는 눈치를 챈 것이다. 이건 그 빌어먹을 재액의 큰 한 방이라는 것을. 내가 낚아 올린 어류는 결론적으로 물고기가 아니었다. 머리만 물고기지 팔과 다리가 붙어있는 리자드맨. 아니, 그 보다 훨씬 미개해 보이는 반어인(半漁人)이었다. 나 저런 녀석 본적이 있어, 그러니까 일본의 잉여들이 자주 방문하는 일본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에 투고된 팬티 레슬링이라는 제목의 영상 중에 ‘팬티 레슬링 외전~ 전라 기사단 편’에 나왔던 그 어설픈 괴인 모양 인형 탈이 저렇게 생겨먹었었어! 이건 아마도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이 재액은 확실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나를 엿 먹이기 위해 니코동 네타까지 끌고 온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있다면 난 저 반어인과 원치 않은 레슬링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얼른 이 자리에서 피하는 편이 좋아보였다. 아직 물가로 올라오지 않았으니 이대로 숲 안쪽으로 도망친다면 느린 저 녀석은 날 잡진 못하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낚싯대를 놓고 그대로 숲 속을 향해 뛰었는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무줄기에 얻어맞아 더 이상 달아날 기운을 잃은 채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 반어인에게 따라잡혀 그 원치 않은 레슬링을 하게 되었다. 반어인은 그 익숙한 모습대로 팬티 레슬링 네타를 너무 충실히 수행해 버린 탓에 레슬링이 끝났을 때의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실신해 버리는 굴욕을 격어야만 했다. 그 반어인에게 궁디팡팡 까지 당한 탓에 엉덩이가 욱신거려와 더욱 비참한 기분이다. 그 이후, 나는 엉덩이가 완전히 까발려 진 상태로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었고, 풀숲으로부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고 어디론가 달아나는 기척이었는데. 목격된 타이밍이 너무나도 나쁘다. 하필이면 사과를 먹기 전의 아담인 상태라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너무 창피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이불을 발로 뻥뻥 걷어차고 싶어진다. 난들 좋아서 반어인이랑 알몸 레슬링을 한 것도 아닌데!! 으아아앙 ─ !!! 이렇게 또 흑역사가 추가되고 마는가... 역시 난, 명불허전 흑역사 제조 악마야. 전세계에서 부모에게 용두질을 걸린 자녀들이 나에게 힘을 보태주는 느낌이 들어. 그딴 힘 필요 없어! * 나는 벗겨진 옷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다시 낚시를 재개했다. 반어인과의 그 일이 있은 후지만, 이런 일로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진 않아서다. 어차피 장소 불문하고 불행이 찾아오는 체질이니 무얼 하든 간에 나의 미래는 깊고 어두운 딥다크일 뿐이었다. 낚시 바늘엔 미끼가 없었지만, 재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입질이 왔다. 이번에도 묵직한 게 월척이다. 제발 반어인 같은 희한한 게 낚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조심스레 잡아 당겼는데 반짝하고 빛나는 물체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 물체는 곧 모습을 드려낸 녹색의 요괴의 정수리였다. 어제 봤던 그 신세대 캇파가 아닌 전래속에 나오는 전형적인 캇파. 그 구세대 캇파는 휘 번뜩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첨벙 첨벙 거리면서 다가왔다. 안 그래도 존재 자체가 무서워 보이는 캇파녀석이 왜 나를 노리며 다가오는 것일까? 젠장 너무 무섭잖아! 안되겠다.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했지만, 나도 참 학습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다. 반어인 때처럼 주변 환경에게 방해를 받고 그 캇파에게 붙잡혀 버린 것이다. 묘하게 몸도 좋아보여 나는 반어인 때와 같이 레슬링을 각오 했는데. 캇파녀석, 나를 어깨에 들쳐 메더니 도로 물가로 걸어가는 게 아닌가? 무슨 속셈인지 궁금해서 「이봐,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하고 물었더니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는 섬뜩한 소리를 해왔다. 「엉덩이구슬을 빼가려고.」 엉덩이구슬??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아... 전형적인 캇파라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난 인간이 아니라고. 엉덩이구슬 같은 게 일을리 없어!」 인간이 아닌 악마다. 캇파가 노리는 엉덩이구슬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거지 나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이 캇파녀석,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일러주었다. 「멈추라고! 나 인간 아니라고 말 했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거기서 '그래서'라는 반문이 나오다니. 나는 이해가 가지않았다. 캇파는 그런 나에게 흉흉하게도 껄껄거리며 말했다. 「상관 없어. 엉덩이구슬이라면 아무라도 좋아.」 몬다이나이입니까!! 맙소사.. 맛만 좋으면 누구라도 좋다는 자웅동체, 양성구유, 바이섹슈얼, 자가생식, 니미럴 호모같은 새끼다. 따라서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 구슬 같은 게 내 엉덩이에서 나올 리가 없겠지만, 그 구슬을 빼내는 행위 중에 발생되는 끔찍한 일로 나의 청년의 꽃이 부질없이 떨구어질 위험성이 높아서였다. 「이 미친 새끼!」 나는 없는 기운을 최대한 짜내서 녀석의 우직한 어깨로 부터 벗어났다. 그리고는 거리를 벌려서 내가 알고 있는 공격 마법들을 최대한 퍼 부었는데 그 최대한이라 해봤자, 기껏해야 예리한 칼날 바람을 연달 아서 먹이는 거지만 평범한 캇파 따윈 버틸 수 없을 거다. 내가 아무리 덜 떨어진 삼류 악마라지만, 이런 잡몹 같은 캇파 따윈 상대가 아니다. 칼날 바람을 연발로 날리는 중간 중간 화염구와 전격 마법도 섞여서 써주었는데 영창 없이 시전 하는 거라 위력도 약하고 기왕이면 바리에이션이 다양한 편이 좋겠다 싶은 판단 하에서였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전력을 퍼부은 끝에 캇파 새끼의 몸은 흙먼지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조금 무리한 시전으로 인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나는 마법의 여파로 휘몰아치는 흙먼지로 인해 눈을 가늘게 떴고 시야를 가린 흙먼지가 가라않을 때 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캇파가 내 예상을 넘어서는 강함을 지녔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않아 가려졌던 시야가 걷히자, 캇파가 서있었던 장소엔 어떠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나는 피로감이 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흔적조차 남지 않은 걸 보아 내가 너무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불길한 위화감을 느끼며 등 뒤로부터의 시선을 감지해냈다. 설마.. 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그 마법폭격으로부터 멀쩡할 리가 없어! 그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나의 뒤를 잡았단 말인가? 하는 무서운 사실을 자각하며 시선이 느껴지는 등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더니 이를 가지런히 하고 ‘씨익’ 웃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말도 안 돼!」 「말 돼!」 나의 현실 부정을 바로 되받아친 캇파 새끼는 베르세르크에 나오는 이단심문관 사제인 모즈구스와 같은 표정을 짓더니(머릿속이 새하얗게 될 정도로 가히 압박이다.) 「시리코다마!」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 푸욱 ! . . . . . . . .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난 이미 순결한 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아.. 마신이시여. 나에게 가해진 시련은 왜 이다지도 가혹한 것입니까? 육체를 범해진 이후, 반쯤 정신을 놓고있던 나는 물가에서 기어 올라온 멀록들의 습격에 의해 재배맨의 길동무가 된 야무치의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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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흑마법사로 전직해 버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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