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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방금 수풀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드디어 온 건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재액이 모이길 기다린 지 30분 정도 흘렸을 때였다. 구미호가 유카리에게 귓속말을 건네는 게 보였고, 이어서 부채로 입을 가린 유카리가 개전이 왔음을 알렸다. 「환상향에 퍼져있던 액귀의 재액이 마침내 이 곳을 기준으로 전부 모여 들였답니다. 어떤 것이 튀어 나올지 모르니 방심은 금물이에요.」 테루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고, 철컥. 노리쇠를 장전했다. 그걸 본 나도 따라서 노리쇠를 장전한다. 빌어먹을 재액의 피조물들아. 나와 보려면 나와 봐! 내 당장에 벌집으로 만들어 줄테다!! 부스럭. 또 다시 수풀이 흔들거린다. 거기냐! 나는 총구를 수풀 쪽에 겨누고는 긴장한 상태로 가만히 응시했다. 모습을 드려내는 즉시 사살이다. 그렇게 한동안 겨누고 있으니 나오려는 기미가 안 보인다. 잘못 짚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꽝인가 하고 총구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불쑥하고 머리를 드려내는 재액의 피조물!!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힘을 주려는데 의외의 생물이 튀어 나왔다. 「끼잉-.」 새까만 몸에 노란 눈의 새끼 염소. 근데 왜 하필 새끼 염소가 튀어나온 거지? 최소한 내 ㅁㅁ을 갈기갈기 찢어놨던 도노반 수준의 피조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곳의 재액은 의외로 얌전한가 보다. 가 아니라! 안심하긴 이르다. 겉모습에 속지마라! 나는 내렸던 총구를 다시 어깨에다 견착 하고 새끼 염소의 이마에 정조준했다. '원망하려면 재액을 원망해라!'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투두두! 호쾌한 총성이 터져 나왔고, 수발의 총알로 벌집이 되 버린 새끼 염소는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후우-. 어디서 감히. 새끼 염소라고 봐줄 줄 알았어? 「그 어린 염소도 재액인 건가?」 시로가 물어왔다. 나는 '그래.'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금 부터 그 어떤 게 튀어 나오더라도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그것은 저 양반도 잘 알고 있겠지. 염소가 나왔던 수풀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다음 피조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부스륵. 부스륵. 이번엔 또 어떤 게 튀어 나올까? 불쑥하고 나온 건 또 새끼 염소였다. 이번엔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어? 어어.. 열 마리.. 열한 마리.... 수가 많다. 양으로 승부하려고 하나? 상관없다. 수만 많지 전부 내 총탄의 재물이 될 뿐이다. 투두두두두두두 - ! 무수한 새끼 염소들이 나오는 족족 벌집이 되서 쓰러져간다. 이건 뭐, 움직이는 표적 판일 뿐이네. 어쩐지 허무하다는 감상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는데 겨우 이거야? 나는 오히려 재액이 좀 더 분발해 줬으면 했다. 이래서야 시시하다고! 새끼 염소가 아닌 날 괴롭혔던 캇파나 도노반이 나오란 말이야!! 새끼 염소만 튀어 나오는 판국이라 어느새 나의 총부림은 매너리즘에 빠져갔다. 그때 내 어깨에 우직한 손이 올려졌다. 손을 봐선 시로겠지. 「무슨 일이야?」 하고 고개를 돌리니 내 어깨를 잡은 것은 시로가 아니었다. 「어..?」 노란 눈의 염소가 코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핥짝. 염소가 내 뺨을 핥았다. 「으아앗!」 뺨에 느껴진 차가운 침이 불쾌감과 공포심을 증폭 시킨다. 서둘러 몸을 뺀 나는 녀석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머리는 염소인데 몸은 인간이라... 나 저런 모습을 한 녀석을 마계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보다 시로는 어디 간 거야? 어째서 저런 놈에게 뒤를 잡힌 건지 모르겠으나 우선은 총알부터 먹여주기로 했다. 「이거나 쳐 먹어라!」 투두두두두두두두-. 녀석의 몸에 수십 발의 총탄을 먹였다. 지나칠 정도로 갈겨버린 나는 틱틱하고 탄창이 비자마자, 다음 탄창으로 교환하고 다시 총알을 몇 발 더 먹였다. 털썩. 내 총탄에 걸레조각이 되 버린 녀석이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그 사이 새끼 염소들이 꽤나 불어나 있었지만, 그 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부터 하는 게 시급하다. 테루쪽을 쳐다봤다. 어린이 애니에 나오는 요망한 망아지들이 해맑은 얼굴로 달려들다 해피트리프렌즈와 같은 최후를 맞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 아까 내 뺨을 핥았던 염소처럼 머리는 포니인데 몸은 건장한 인간인 아종이 섞여 있었고, 총알 몇발을 맞고도 멀쩡한 아종은 지원 나온 유카리의 의해 몸이 양단되는 최후를 맞았다. 다른 쪽을 쳐다보니 세이가 씨가 손바닥에서 푸른빛 광탄을 쏟아내며 응전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척 봐도 강시라는 걸 알 수 있는 소녀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피조물들을 하나 씩 쳐내고 있다. 피조물들은 유아 프로에 나올 법한 털뭉치 인형들. 그 세서미 스트리트가 떠오른다. 유카리는 뭐 그럭저럭 남편을 원호하면서 잘 대적하고 있는 모양이고, 구미호는 결계술을 이용해 피조물들을 한 곳에 가뒀다가 결계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순식간에 짜부로 만들고 있다. 가장 잔인한 공격법이군. 짜부가 된 피조물들은 AA로 그린 듯한 그림들. 그러니까 2ch에서 종종보이는 야루오인가 하는 그넘들이다. 그건 그렇고 시로가 안 보인다. 이 양반이 튀었나? 아니, 그 백전용사와 같은 상판 떼기로 도망 쳤다면 참 한심한 꼴일 텐데. 그러는 동안에 내가 맡고 있던 새끼 염소들이 어느 샌가 내 발밑까지 와 있었다. 너무 가까이 와서인지 조준도 어렵다. 자칫 잘못 쐈다간 내 발등이 뚫릴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몰려든 새끼 염소들을 발로 차내며 뒤쪽으로 물려 섰다. 그리고 거리가 충분히 벌어졌다고 판단 될 때 바로 총구를 겨눠 연발로 쐈다. 투두두두두! 근처 까지 다가온 새끼 염소를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했다. 이어서 멀리 있는 녀석들을 처리한다. 그러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 재액이 물량에만 치중하는 이유 였다. 이렇게 쉽게 제압될 정도면 재액의 피조물이라 하기 너무 어설프다. 혹시, 이대로 모두가 지칠 때 까지 기다리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란의 결계술과 유카리의 틈새를 봐서는 언제까지고 응전이 가능하다. 내가 볼 땐 그냥 란이 커다란 결계를 쳐서 그 안에 짱박혀 있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취하지 않는 것은 딴 생각이 있어서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반사적으로 소총을 갈기고 있을 때였다. 불헌 듯 하반신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바지가 팬티와 같이 내려져 있었다. 기시감이 든다. 엄청 불안해! 왜에에에!? 왜 내 바지가 내려져 있는 건데!? 설마하는 조바심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내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린 장본인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머리는 염소. 몸은 인간인 아종이었다. 그 아종이 긴 혀를 내밀고 내 엉덩이를 핥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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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염소 그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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