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없으려니 불행만 계속 닥치는 구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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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 신사에 도착한 나는 본전 앞에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있는 모리야 스와코와 마주했다. 액신으로부터 마을 전체 분량의 재액을 뒤집어 써버린 나는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라 최대한 서둘려 왔었고, 그 탓에 비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땀을 식힐 세도 없이 본론부터 말하기로 했다. 「모리야 스와코님, 새로운 신도의 부탁을 들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부탁? 네가 나한테 부탁을 할 처지인가?」 「불경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 그럴만한 사정이...」 「네가 무슨 일로 찾아 온 건지는 다 알고 있으니까 설명 안 해도 되.」 이미 다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르겠지만, 저 히죽대는 얼굴을 보아 여간 고소하다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거 쉽지 않겠어. 세치 혀로 거래자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는 행상인도 저 로리 신과의 거래는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밉보이고 있는 데다 오히려 불행을 바라고 있는 자를 상대로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먹혀들어가는 걸까? 지금 내가 가진 것 중에 저 로리 신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게... 있을까? 외관은 딱, 초등학생 1, 2 학년 정도이니 사탕이나 과자를 주면 좋아 하려나? 어린 건 외관뿐이라 턱도 없겠지.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거라곤 전무하니, 적당한 조건을 걸어서 구슬러 봐야겠다. 「스와코님, 제 부탁을 공짜로 들어 주실 거라곤 생각 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이, 미리 말해두겠지만, 난 네 몸에 씌여버린 액을 없애는 방법 따윈 몰라.」 「모른다고요?」 눈을 반달로 만들고는 입 꼬리를 ‘씨익’올리는 로리 신. 액신의 말 따라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해서 찾아왔는데 이게 무슨 날 벼락이란 말이냐? 그럼, 이대로 돌아가서 불행을 겪으란 거야? 해결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아무래도 나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낙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로리 신이 ‘너무 실망하지 마.’라면서 꿩 대신 닭을 말해왔다. 「없애진 못하지만 불행을 겪는 기간을 줄이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어.」 로리 신이 말한 대안은 완전한 해결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온 보람이 있는 얘기였다. 기간을 줄인다? 그 기간이 어느 만큼이냐가 관건이지만, 지금의 나에겐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그리고 그 대안을 언급 해온거 자체가 나의 부탁을 무시하지 않겠다는 의사였기에 신이라고 나름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셈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 기간을 어느 정도로 줄여 주실 수 있습니까?」 「음... 마을 전체 분의 액이니까 그냥 내버려 둔다면 일 년 이상 갈 거고 내가 손봐주면 어쩌면 열흘 정도로 단축시키는 게 가능해.」 원래 일 년이나 가는 불행이 열흘로 줄인다고? 이건 파격적인 단축이다! 나는 그 말에 기쁨을 느껴 근심 가득했던 얼굴을 지울 수 있었다. 그리고 기운 차린 모습으로 고개를 들자, ‘아’ 하는 단말을 내뱉은 로리 신.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하면 일 년에 걸쳐 겪을 불행이 열흘 동안 겪게 될 텐데. 괜찮겠어?」 큰 기대 따윈 안했지만, 결국 그런 거였다. 불행의 강도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나로서는 그래도 열흘로 줄이는 편이 훨씬 나아보이기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는가? 그깟 열흘 정도 죽었다 생각하고 지내면 별 문제없겠지. 나는 그렇게 하기 로 각오를 다졌으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 「가능하다면 열흘로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그랬는데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는 로리 신이 갑자기 ‘키키킥’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쳤냐? 나는 그냥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하다고 만 말했지, 네 부탁 따윈 처음부터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고.」 뭐야? 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시츄에이션은... 소..속였구나 샤아! 아니.. 속였다기 보다는 내가 멋대로 단정 지은 것뿐이지만. 저 속이 시커먼 로리 신이 순순히 밉보고 있던 상대의 부탁을 들어 줄 리가 없었고 처음 생각 했던 대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구원은 없는 겁니까!!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저 로리 신이 좋아할 만한 조건이 무얼까 하고 고민하고 있자, 로리 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몰히 하는 걸까? 내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니 섭섭한 거야?」 당연한 걸 물어온다. 그야 맘 같으면 핥아버리고 싶을 만큼 섭하긴 하지만, 그보다 저 로리 신의 맘에 들 만한 조건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이렇게 된 거 차선책으로 저 로리 신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스와코님, 제가 어떻게 하면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물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기는 로리 신. 그리고는 이내 좋은 걸 떠올렸는지 자신의 손바닥위에 주먹을 말아서 친다. 「그럼, 이러는 건 어때? 내 신발이라도 핥으면 들어 줄지도.. 히히히..」 「... 바라던 바네요.」 난 또, 흙을 퍼먹으라거나 할복을 하라는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신발을 핥으라니! 쉬워. 귀여운 로리가 신은 로퍼 정도야 얼마든지 핥아줄 수 있다구! 「어... 어이!... 너무 적극적인데?」 나는 어느새 로리 신의 로퍼 앞부분을 입안에 넣고 있었다. 쩝쩝 대며 신발을 마구 빨고 있자 당황한 얼굴로 「이런 걸 좋아서 하지 말라고!」라며 소리쳤지만, 시켜서 하는 짓이니 사양 하지 않고 로퍼 구석구석 나의 침을 묻혀갔다. 과연, 신이라서 그런가? 흙이 별로 묻어있지 않아 신발의 겉 부분을 빠짐없이 핥을 수 있었다. 겉을 핥았으니 이제 안쪽도 핥아 봐야겠지? 종아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로퍼를 벗겨내자, 로리 신이 버둥거리며 내 안면에 킥이 먹였다. ─ 퍼억! 안면에 정통으로 맞은 나는 뒤쪽으로 데굴데굴 굴렸고 안쪽으로 푹 꺼진 듯 한 코를 매만지며 앞을 보자, 로리 신이 식식거리며 날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신을 벗겨도 좋다고 했어?」 「안쪽도 깨끗하게 핥아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 「거짓말 마! 넌 그냥 변태성욕자일 뿐이잖아!」 「전 단지, 최선을 다해 스와코님의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아깝다. 로리 신의 유니크한 깔창을 핥을 기회였는데... 이제 와서 하는 소리지만, 나는 변태가 맞다. 남자가 변태인 것은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신사라는 증거이니 좀 더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거다. 로리 신이 벗겨진 신을 신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까 전에 일은 취소다. 대신 이걸 먹으면 봐주고 부탁도 들어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박수를 치자, 눈앞에 보이는 땅에서 암석이 불쑥 하고 솟아올랐다. 설마, 이걸 씹어 먹으라는 소리야? 먹을 수 없는 걸 먹으라니. 내 치아는 그렇게 튼튼하지 않아서 저걸 한입 물었다간 죄다 가루가 돼서 흘려 내릴 것이다. 좀 전에 깔창을 핥으려했던 시도가 도리어 저 로리 신을 화나게 했나보다. 누굴 탓하랴 나의 경솔함이 문제인 것을... 으이그... 나의 신사력은 시도 때도 없이 발동 되서 자주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여기가 범인들만 있는 인간계라면 모를까? 만나는 족족 하나같이 비범한 여인들 천지인 환상향이라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신사적 행동은 나의 자랑이지만, 자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겠지? 「뭘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는 거야? 안 먹어?」 나 더러 저 암석을 먹으라고 재촉해오는 로리 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포기할 나도 아니기에 일단 먹는 시늉이라도 내기로 했다. 딱딱한 암석의 한 쪽을 이빨로 살짝 깨물고 있자 물고만 있지 말라고 닦달하는 로리 신. 아무래도 이건 도저히 무리다. 해서 다른 요구로 바꿔 줄 것을 간청해 봤다. 「이런 것 보다 차라리 도움이 될 만한 요구를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네가 나한테 따질 입장이 아닐 텐데?」 로리 신은 무섭게 노려보면서 바로 거절해 버렸다. 원한다면 마리사를 버리고 모리야 신사의 가정부로 일해 주려고 했는데. 홍마관에서 배운 양식 레시피들도 많으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젠 정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음을 흘리고 있자 어디선가 거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와코! 장난은 그만둬라.」 야사카 카나코님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 고개를 돌리자 카나코님이 매서운 눈으로 로리 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로리 신은 불편한 기색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미처 못 했을까? 처음부터 호의적이던 카나코님에게 기댔다면 로리 신이 심술을 부릴 것도 없이 부탁을 들어 줬을 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지금에서야 카나코님이 와 준 것이 기쁘다.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로리 신에게 카나코님이 말했다. 「네가 저 자의 부탁을 빌미로 심술을 부리는 것을 다 보고 있었다.」 「칫, 그야 저 녀석 우리 사나에를 음흉한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야.」 「그건, 마을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한 창 때의 남자가 불순한 마음을 가질 만큼 우리 사나에가 예쁘게 자랐다는 거다.」 「그건 달라, 저 녀석 인간도 아닌 악마잖아? 악마가 신성한 신에게 불경한 감정을 가지는 건 죄야!」 카나코님의 지적에 고집부리며 핑계를 대는 로리 신. 카나코님은 그게 못 마땅했는지 큰소리로 말했다. 「스와코!」 그 우렁찬 외침에 깜짝 놀랐는지 어깨를 들썩이는 로리 신. 아까까지 대꾸하던 기색은 없어지고 시선을 피하는 등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카나코님은 그 겁먹은 모양새를 보며 질책하는 어조로 말했다. 「저 악마가 액신의 액을 뒤집어쓰게 된 원인을 따지자면 네가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 아니냐?」 「알고 있었어....?」 「그래, 아주 미약하지만 네 힘이 느껴지니깐.」 「아우...」 로리 신은 자신의 행각이 발각되자 모자를 푹 눌러써서 얼굴을 가렸다. 그 행각이란 건 내가 이 지경이 된 게 다 저 로리 신이 관여된 탓이란 것이다. 저주를 걸어? 그건 또 언제 걸었대? 그런 주제에 나 더러 암석을 씹어 먹으라고 했단 말이야? 단지, 사나에를 음흉한 눈으로 본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저주를 내렸다고 한다면, 저 로리 신은 나에게 요구를 해 올 입장이 아닌 반대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악마라는 이유도 핑계일 뿐이지. 저주를 내린 것에 대한 정당성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카나코님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걸 보면 자기도 잘못한 걸아는 모양이다. 「스와코님, 방금 카나코님의 입에서 저주라는 말이 나왔는데 저에게 무슨 저주를 걸은 겁니까?」 「아우-, 그냥 적당한 저주를 걸었을 뿐인데 설마, 액신으로부터 재액을 모조리 흡수 할 줄이야. 아무리 저주 탓이라도 너도 어지간히 운수가 나쁜 녀석이구나.」 나는 그 적당한 저주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딴소리를 해대며 자기변명을 한다. 카나코님도 있으니 좀 세게 나가야 할 것 같다. 「제 운수가 사나운 건 저주 탓 아닙니까? 은근슬쩍 책임 회피하지 마시죠.」 「책임 회피가 아니야! 불순한 마음을 품으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정도의 저주였어! 게다가 며칠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고.」 「스와코! 그게 문제란 거다.」 로리 신이 끝까지 자기 탓이 아닌 것처럼 포장해서 말하자 보다 못한 카나코님의 호통이 이어졌다. 정말이지 사고방식이 딱 겉모습 수준이다. 빈말 아니고 사탕으로 구슬리면 좋다고 팔을 흔들지 누가 알겠어? 그만큼 저 스와코란 로리 신은 가히 유치하다고 볼 수 있겠다. 비슷한 연령대의 외모로는 레밀리아 쪽이 훨씬 어른스럽지 않을까? 로리 신은 카나코님이 계속해서 노려보며 무언의 압박을 주자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됐어?」 마지못해 내뱉은 사죄의 말. 전혀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보다 급한 건 재액에 관해서니까. 그런데 ‘됐어?’라니... 이게 정말... 아무리 신이라도 열불이 나서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직 안 됐습니다. 적어도 제 부탁대로 재액의 기간을 단축해 주기로 해야 되지 않습니까?」 솔직히 저 로리 신의 태도가 아니꼬워서 부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래서야 나만 손해지. 자기가 잘못 한 걸 알았으면 얼른 그로 인한 피해도 수습해 줬으면 했다. 카나코님도 내 부탁을 들어주라고 하는 눈치를 보내왔고 눈가를 찌푸리긴 했지만 로리 신은 나에게 다가와서 내 가슴 쪽으로 손을 들더니 신력을 해방시켰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리 신이 손을 내리고 카나코님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니 재액의 단축이란 게 무사히 이루어 진 모양이다. 내가 ‘끝났습니까?’하고 묻자, 로리 신이 ‘그래.’하고 짧게 긍정했다. 「일 년 동안에 겪어야 할 불행이 열흘 동안 덮쳐오기 때문에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울지도 모르니까.」 로리 신은 그렇게 경고를 했지만, 각오 정도는 하고 있다. 이판사판이지. 겁 줘봤자 소용없어. 아무튼, 카나코님 덕에 암석을 먹지 않고 끝났으니 감사하다고 말해야겠다. 「카나코님,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저 멍청이의 쓸데없는 짓을 탓한 거뿐이야.」 「누가 멍청이라고!!」 카나코님이 바보 취급을 하자 노발대발하는 로리 신. 그에 카나코님은 쓴웃음으로 대응했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본 나는 매 마른 웃음만 나온다. 그러다 문득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카나코님. 「시간도 좀 있으면 점심이고 하니 사나에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를 하겠느냐?」 「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식사 권유에 흔쾌히 수락했고,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카나코님이 별채로 돌아가려는 찰나─ ─ 터어엉~! 하늘로부터 떨어진 넓은 양철 대야가 내 정수리를 그대로 강타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 충격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되어서 방금 내 머리에 떨어진 양철 대야가 땅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확인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양철 대야가 내 머리위로 떨어진 거지?? 누구 짓이야??? 머리에 혹이 날 만큼 아팠지만 방금 일어난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 짓을 할 가능성을 가진 자라면 단연 로리 신이지만, 이유가 뭘까? 아니, 그보다 대체 뭔 조화란 말이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나코님과 로리 신을 바라보자, 그들도 이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다시 발밑을 보니 내 머리를 강타한 대야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고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을 하는 카나코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놀랍군, 열흘로 단축된 재액이 설마 이런 식으로 발현될 줄이야.」 방금 내 머리를 강타했던 양철 대야가 재액이란 말인가? 「아까 제 머리에 떨어진 대야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나는 화끈 거리는 정수리를 손으로 문지르면서 물어보았고 카나코님은 그 물음에 입을 열고 설명을 이어갔다. 「무려 일 년분의 불행을 열흘 동안 가져다 오기 위해 재액이 세상의 법칙마저 왜곡해 버렸다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그렇지만 로리 신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그에 카나코님은 다시 설명을 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힘에 의해 불행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거지. 머리 위에 떨어졌던 대야가 그 증거다.」 「그 말은... 이 황당한 일이 앞으로 계속 연달아 이어질 거란 말인가요?」 세상에 이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양철 대야가 재액이 일으키는 불행의 결과라니. 카나코님의 설명에 납득을 하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그 말대로라면 나는 앞으로 열흘간 양철 대야를 머리위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상당히 웃긴 상황이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 「환상향이라서 뭐든 가능하구나.」 키득대며 말하는 로리 신. 그 말과는 반대로 이런 건 되도록 가능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원치도 않은 몸 개그를 하게 되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 때에엥 ~~ ! 「으아앗 ─ !」 머리에 전해진 충격에 의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나. 아오 시발! 또 양철 대야가 내 머리를 직격하고 떨어진 것이다. 로리 신은 그렇다 쳐도 카나코님도 대야를 맞고 주저앉은 내 모습이 우스운지 입가를 실룩이고 있었다. 언제 양철 대야가 떨어질지 모르니 이젠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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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극심한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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