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에 쏠렸던 피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자, 죽고 싶을 정도의 창피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남자 거시기 처음 보냐? 왜들 그래?? 밤마다 보는 거잖아!' 라고 소리친 직후다. 끝까지 당당해야 하는데 어느새 허리춤에 뒀던 손이 나의 거시기를 가리고 있었다. 나는 창피함에 굴복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 버리자 온 몸이 화끈해져 왔고, 있기가 힘들어졌다. 아 몰라. 얼른 날 어디론가 버려버리든가 하라고!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유카리가 테루와 시선을 맞추고서 입을 열고 말했다. 「살다 살다 저런 꼴통 처음이에요. 어떡할까요? 그래도 저 자를 도와주실 거예요?」 「음. 남자가 한번 꺼낸 말을 되 물리기 좀 그렇지. 당신에게 다 맡길 테니까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부탁해. 잘 하면 이 기회를 삼아 그 액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머. 역시 당신이네요.」 남편과 대화를 나눈 유카리가 나에게 시선을 옮기고선 살며시 웃었다. 「생각이 좀 바뀌었어. 당신은 여기서 미끼로 쓸 거야.」 「미끼..?」 「그래, 재액이 전부 모여든 곳에 우리가 찾고 있던 녀석이 끼여 있을 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녀가 한 말을 전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대략 어떻게 하려는 지는 예상이 되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서 미끼로 쓰려는 이유는 피조물들에게 대항하기 수월한 요격 장비가 마련되어 있어서고, 액귀라는 놈이 그 사이에 끼여 있을 수 있다는 거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대책 없이 버려져서는 피조물들에게 최후를 맞는 거에 비하면 미끼 역이 훨씬 낫다. 뭐, 미끼라고 해도 피조물에게 당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지만. 토끼와 히로코를 제외한 식구들에게 상세한 작전을 설명한 유카리는 준비를 마치고 비전투원으로 판단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당으로 나왔다. 틈새 능력으로 집 전체를 어디론가 이동시켜 버린 유카리가 이어 틈새로 부터 소총 한 자루를 꺼내서 테루에게 쥐어 줬다. 그걸 받자마자 감상에 빠져든 테루가 한 마디 했다. 「k2 소총이군. 근데 왜 하필 이걸?」 「한국인이면 당연히 그 소총이 익숙할 거라 생각해서요.」 「맞는 말이긴 해. 익숙하긴 하지.」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테루의 표정은 썩 밝아보이진 않았다. 그 소총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나?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와도 같은 틈새 속에서 또 다른 무기들을 쏟아져 나왔다.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탄창과 경기관총. 거기에 수류탄과 그레네이드 까지. 지금 현대전이라도 치룰 생각이신가요? 틈새에서 나온 건 근대화기 만이 아니었다. '으앗!' 소리와 함께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땅바닥에 낙하해 뒹굴었다. 순간 어째서 남자가 튀어 나온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유카리는 곧 바로 그 이유를 들려줬다. 「근대화기를 가장 잘 다루는 인물을 도움꾼으로 구해왔으니 이젠 문제 없을 거에요.」 유카리의 말대로 틈새로 부터 떨어져 나온 남자는 그야말로 헐리우드 전쟁영화에 나올 법한 인상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콜 오브 ㅇㅇ 모던 워페ㅇ에 나오는 비누 병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그 보다 좀 삭았고, 동양인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만, 노련한 전장의 용병임이 틀림없을 거다. 그나저나 잘도 저런 인물을 잘 섭외.. 아니 납치해 왔군. 이래도 되는 거냐? 「아야.. 어이, 이 요괴년!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남자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소리를 빽 질렀다. 「휴식 중에 불러낸 거 미안해요. 하지만, 꼭 힘을 빌러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유카리는 양해를 구했지만, 전혀 미안하다는 눈치가 아니었다. 남자는 신경질 적인 어조로 따졌다. 「칫, 전혀 미안하다는 얼굴이 아니구먼. 그래, 또 무슨 일로?」 「그게.. 」 유카리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힐끔 노려보는 남자. 눈빛이 왜 이렇게 살벌한 거야? 남자는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모습을 찬찬히 훑었고, 품평하는 눈초리로 물었다. 「너도 인간을 먹는 거냐?」 「아니.. 그 보다 그걸 왜 묻는 거지..?」 다짜고짜 묻는 말이 이상하다. 그걸 왜 묻는 거야? 남자는 '그럼 됐어.' 라고 말한 뒤 자기 소개를 해왔다. 「나는 후지카와 시로다.」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간단한 통성명을 한 나와 시로는 어쩐지 조금은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저 유카리에 대해 좋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나와 같겠지. 「유카리에게 들었어. 너 재액을 모으는 체질이라며?」 「응. 그 덕에 미끼로 쓰이고 있어.」 「유카리가 생각할 만한 일이지. 혹시나 싶어 충고하나 하겠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편에 대해 절대로 악담을 해선 안 돼. 저 요괴 현자가 가만 두지 않을 거니까.」 「음..어.. 충고 고맙다...」 시로라는 남자가 충고를 해준 건 좋은데 말이야. 이미 늦었다는 게 문제. 제 정신 아닐 때 저 남편 더러 폐도라는 식으로 엄청 흉을 봤으니까. 물론, 내 상식선에서는 용납 안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단 유카리가 보는 앞에서 실컷 비난을 했단 말이다. 지금은 미끼니까 봐주고 있겠지만, 이 일이 끝나고 나면 틀림없이 벌을 줄 게 분명했다. 「아이고....」 한탄이 절로 새어나오는 구나. 도대체 언제쯤 되야 나의 불행이 끝나는 걸까? 울적한 기분으로 땅바닥에 쌓여있는 다양한 기종의 총기 중에서 가장 익숙해 보이는 소총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M16이라 불리는 미국 제식소총으로 고르고 13이 애용하던 총기가 이거였지. 내가 M16을 집어든 것을 본 시로가 한 마디 건넸다. 「M16A2인가? 괜찮은 선택이군.」 총기에 대해 상세하진 않지만, 보통 M16이 가장 무난하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우폿테!!라는 만화를 봐도 AK-47과 더불어 평가가 상당히 좋은 걸로 나온다고. 그리고 소총 다음엔 역시 권총이겠지. 어디보자, 데저트이글이 어딨더라?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편이 좋으려나. 시로의 조언을 받으며 몸에 맞는 화기를 챙기는 동안 내 몸을 중심으로 환상향 전역의 재액이 한계에 가깝게 모여들었다. 이제 곧 이다. 재액의 피조물이 어떤 형식으로 나타날지는 모르나 이전처럼 순순히 당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
|
이 일이 끝나고 나면 기다리는 건 '어머니 보다 무서운 벌 타임!'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