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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으로 이루어진 땅. 그 주변을 크게 둘려 싸고 있는 거대한 암벽은 오랜 세월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풍화 되지 않을 바위 철벽은 이 장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유구한 세월을 걸쳐 형성된 자연의 신비 그 자체. 투귀마을 보다도 넓은 면적을 지닌 이곳은 투귀암이라는 이름처럼 강대한 요괴들이 혼신으로 치고 박고 싸우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수많은 요괴들의 피가 스며들어 있는 투귀암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요력을 품고 있는 마귀의 공간. 그 한 복판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머리에 한 쌍의 뿔이 기세 좋게 솟아 있는 황발의 오니. 산을 무너뜨릴 힘을 지닌 최강급의 대요. 슈텐이라는 이명으로 전설을 만들어 가는 그녀의 이름은 이부키 스이카. 스이카는 투귀마을의 두령인 호시구마와 겨루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강함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어느 한 요괴에게 많은 강자들을 상대하겠노라 호언 했다. 부탁 받은 요괴가 상대를 모아 올 동안 먼저 싸움 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한 스이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선지도 벌써 한 시진이 지났다. 그 동안 적어도 열 명 쯤 모습을 보이겠지 하던 스이카는 아직 한 명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적잖은 실망감을 드려내며 애꿎은 바닥만 툭툭 거리며 찼다. 간혹, 투귀암으로 올라오는 요괴가 두 명인가 네 명 정도 보인다 싶으면 자신의 상대가 아닌 다른 자가 상대였다. 이대로 라면 인내심이 바닥 날 판이었다. 다른 요괴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질려간다. 평범한 자라면 투귀암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눈 돌아갈 만큼 대단한 것이겠지만, 스이카는 대요다. 대요의 눈에는 제아무리 강한 요괴라 해도 수준 낮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따분함을 견디기 힘들어 진 스이카는 결국, 다른 요괴의 싸움에 끼어들기로 했다. 요괴들 사회에서도 아주 질이 나쁜 행동. 바로 그들의 승부에 훼방을 놓고 행패를 부리는 짓을 심심풀이 삼은 것이었다. 10척이 넘는 거구의 요괴와 황소의 머리를 한 요괴가 다가오는 스이카를 노려보며 성난 목소리로 고함쳤다. 「넌 뭐야? 꺼져!」 사나운 얼굴로 방해꾼을 쫒아내려 했지만, 거기에 겁먹을 스이카가 아니었다. 되러 요상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섞인 어조로 대꾸했다. 「히히히. 그냥 너희들 생긴 게 웃겨서.」 「뭐..뭐야!」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계집이!」 겉보기엔 연약한 계집으로만 보이는 요괴가 겁도 없이 까부는 모습에 황소 요괴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고, 거구의 요괴는 스이카의 건방짐을 참지 못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자신들의 싸움을 방해한 것도 모질라 조롱을 해오다니. 거구의 요괴는 당장 저 재수 없는 면상을 짓뭉개 버리고 싶었다. 머리 위로 들어 올려진 주먹이 스이카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낙하했다. 거구의 힘이 실린 그 주먹은 커다란 돌조차 가루로 만들어 위력을 담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내려 졌다. 이걸로 건방진 계집은 곤죽이 되어 있을 거다. 그런 확신과는 다르게 주먹에서 전해진 감각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자신의 주먹이 계집의 머리를 내려치기 진전에 멈춰 버린 것이었다. 거구의 요괴는 멈춰버린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둔한 머리를 굴려가며 애를 썼다. 의심할 여지없이 계집의 의해 막혀버린 것이겠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겉모습만 가지고는 그 강함을 판단하기 힘든 것이 요괴. 거구의 주먹을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낸 스이카가 그대로 주먹을 옆으로 흘려버리고는 거구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검지를 세워 명치에 찔러 넣었다. 푸욱─. 단단해 보이는 육체에 검지가 세 마디까지 깊숙이 들어가 버리자, 크어억. 거구의 요괴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넘어진 그의 명치엔 검지로 인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푸우우─. 구멍으로 부터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건방지기 짝이 없던 계집년이 손가락 하나로 호각의 상대를 쓰러뜨려 버린 광경에 황소 요괴는 무어라 형용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저것은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괴물. 대요임이 틀림없다. 황소 요괴는 본능이 보내오는 위험 신호에 조금 씩 뒷걸음질 치며 양 손을 번쩍 들었다. 「아이고, 이거 대단하신 대요괴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완전한 항복 선언. 황소 요괴는 피 분수를 뿜어내고 있는 거구의 요괴와 같은 운명이 되지 싫었기에 자비를 구하는 수를 취했다. 「엉? 아까의 기세는 어디로 간 거야?」 「기세 좋았던 건 저 거구뿐이었고, 전 처음부터 대들지 않았어요!」 하긴, 자신을 보고 계집이라 하면서 주먹을 쳐든 쪽은 거구고, 저 황소 요괴는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구경만 했을 뿐이다. 스이카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넌 아무 잘못 없다는 거지? 소머리 국밥 자식아.」 「네. 잘못이 없으니 벌 받을 이유가 없죠.」 「그래? 근데 어쩌나. 난 처음부터 너희 둘을 때려눕힐 생각이었는데.」 「에엑!」 참 얄궂게도 모든 일은 먼저 두 요괴의 승부를 방해한 스이카의 잘못일 뿐. 저 가여운 두 요괴는 처음부터 스이카의 심심풀이에 희생당할 운명이었다. 황소 요괴의 안색이 퍼렇게 사색이 되어간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힘겹게 고민 한 끝에 어차피 당할 운명이라면 저항이라도 해보자는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절대 이기지 못 할 상대다. 그렇다 해도 가만히 당하는 건 결단코 거부한다. 황소 요괴는 자신의 전력을 실은 주먹을 내질렸다. 후우웅─. 파공음이 생길 정도로 강하고 빠른 정권. 스이카의 안면을 향해 정직하게 뻗어온다. 거구의 요괴에게도 뒤지지 않는 완력이 담겨있지만, 저 대요에겐 통용되지 않겠지. 분명, 어이없게 막히거나 쉽게 피해 버릴 것이다. 황소 요괴가 그런 예상을 하며 내지른 주먹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버렸다. 예상과는 달리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주먹이 대요의 안면에 그대로 명중해 버린 게 아닌가. 미수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황소 요괴의 얼굴은 공격이 먹혀들었다는 기쁨 보다는 어째서 먹혀 든 거냐는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찬찬히 스이카의 안면을 강타했던 주먹을 뒤로 빼내자. 「조금 아프긴 한데. 이래서야 심심풀이도 안 되겠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뚱한 표정으로 코를 후비적거리는 대요가 보였다. 자신의 전력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멀쩡한 스이카의 모습에 황소 요괴는 더 이상 사고하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경악했다. 상대가 대요에다 금강불괴를 자랑하는 오니여도 저 정도 까지 멀쩡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사고가 정지해 목석처럼 굳어져 버린 황소 요괴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스이카는 열심히 코를 후비던 손가락을 뽑아냈다. 그 손가락 끝에는 뭐라 표현하기도 민망한 더럽고 검은 찌꺼기가 묻혀 있었다. 스이카는 그것을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씨익-. 새하얀 이를 드려내며 쾌활하게 말했다. 「이 코딱지에 내 요력을 휘감으면 어떻게 될까?」 참 바보 같기 짝이 없는 호기심이었다. 코에서 나온 이물 따위에 요력을 휘감아 봤자 아무 의미 없는 행위일 것이다. 이물 덩어리가 요력에 못 이겨 그대로 가루가 되어 터져나가거나 아니면 요력 그 자체에 먹혀 산화해 버리고 마는 정도에 그치지 시도해 보겠다는 생각부터가 멍청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요괴들의 경우이지 스이카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손가락 끝에 묻어있는 코딱지에 요력이 모인다. 요력에 삼켜져 산화해 버릴 코딱지는 검붉은 요력을 품고도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커져가더니 손톱 크기 까지 커졌다. 더는 커지지 않았지만, 이 코딱지 속에 내재된 요력은 엄청났다. 스이카의 짙고 방대한 요력이 압축되어 담겨있는 코딱지. 한낱 더러운 이물에 지나지 않는 코딱지가 어떡해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스이카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능력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모으거나 흩어지게 만드는 힘. 코딱지는 요력과 함께 한계 까지 아슬아슬할 정도로 그 형태를 유지함은 물론, 능력을 해제하는 순간 그 속의 요력이 단번에 해방되어 큰 폭발을 일으키는 이른바 폭발물이 되어 있었다. 「옜다! 내 코딱지 맛이나 봐라.」 스이카는 그 완성된 코딱지 폭탄을 가볍게 툭하고 황소 요괴에게로 튕겨냈다. 황소 요괴는 사고가 정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해 코딱지를 날려대는 대요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음과 동시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쿠와아앙 ── ! 코딱지가 황소 요괴의 몸에 달라붙자마자 큰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폭발력은 대단했다. 폭발의 진원지를 중심으로 세찬 광풍이 일었고, 그 폭발음은 투귀암에 있던 요괴들 전원의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진원지에 있던 황소 요괴는 너덜해진 모습으로 쓰러졌다. 「오옷! 코딱지도 쓰기 나름이구나. 굉장한 발견인데?」 코딱지 폭탄의 위력에 스이카 본인도 놀라했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코딱지만이 아니라 다른 매개체를 이용한 요력 폭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방식을 알았으니 코딱지 같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이용해 써먹을 수 있겠지만, 간편하기론 코딱지만 한 것이 없지. 스이카는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생각을 하면서 다른 요괴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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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쎈 코딱지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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