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없으려니 불행만 계속 닥치는 구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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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멍멍이들에게 포박 당한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을 때 어떤 처자가 이쪽으로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멍멍이들도 그 처자를 발견하고는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걸 보니 상급자로 보였고 이들 보다 높은 신분의 텐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멍멍이들의 인사를 받은 처자의 표정을 보니 그다지 달가워 보이지 않았으며 세상물정 어두운 순진한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단박에 ‘이 여자 착할 거야!’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첫 인상은 전부라고 할 만큼, 옛날부터 내가 본 첫인상은 좀처럼 바뀌는 법이 없었다. 나쁜 인상의 인물은 끝까지 나쁘고 처음부터 착해 보이던 인물은 마지막 까지 착했던 것을 볼 때 나는 아마도 상대를 첫 인상 만으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건 사실이니 중2병 같은 거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단언 할 수 있는 거다. 저 처자는 나를 도와 줄 가능성이 있다고. 거기에 트윈 테일이다! 의상도 세련 되 보여서 맘에 들잖아. 더 더욱 맘에 들어. 나는 처자와 대화를 나눈 끝에 내 신분을 밝히기 위해 둘이서 모리야 신사로 가기로 했다. 만약, 내 첫 인상과 반대로 ‘네 따위 내 알바 아니야!’라는 식으로 나왔다면 나는 구원도 없이 멍멍이에게 끌려가 버렸겠지만 역시나~~ 나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마안이 판단한 대로 그녀는 순진하고 착했다. 이 처자랑 같은 카라스텐구인 붕붕마루 기자는 상당히 질이 안 좋아 보였는데 같은 텐구라도 상당히 다르구나. 모리야 신사로 향하던 중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친숙해 질 무렵, 어느새 모리야 신사의 입구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녀, 히메카이도 하타테는 돌층계를 앞에 두고 상당히 긴장한 기색을 보였고 뭔가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이 침을 삼키고 한 발짝 식 조심스레 걸어올라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계단을 밝고 올라가는데 앞서 걷고 있던 하타테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여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혹시, 무서운 거야?」 「아...아니... 별거 아니야..」 음색이 떨린 걸 보니 확실히 겁먹은 게 맞구만, 신의 영역이라 공포를 느끼는 걸까? 예로부터 요괴나 마물들에게 있어서 신은 천적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겁먹고 떨어야 정상이 아닐까? 하지만, 공포는커녕 오히려 이제 곧 불신자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으니 안심이 든다. 설마, 신이라고 무턱대고 우릴 해치려 들 것 같진 않고 날 초대한 무녀도 있으니까 아무 걱정 없다. 토리이를 지나 새전함이 놓여진 본전에 다다르자 주변을 둘려보았다. 음.. 그 사나에라는 무녀는 안 보이는군. 별채 쪽에 있나? 모리야 신사는 하쿠레이 신사에 비해 그 규모가 월등히 커서인지 새해를 맞아 수많은 인파들이 참배 하러 오는 이미지가 연상이 되었지만 현재 이곳에는 나와 하타테, 둘 뿐이다. 이 정도 신사라면 사나에 말고도 무녀가 몇 명인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손님이 찾아왔는데 왜 아무도 안 나오는 거야? 일단, 묶여 있는 상태라 무작정 찾아다니기도 힘든지라 본전 앞에서 무녀가 오길 기다리고 있자 마이크에다 말하는 듯한 에코가 실려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이 신사에 별난 손님이 찾아 오셨군.」 그 거룩해 보이려 연출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등에 스타게이저(건담 seed c.e 73 stargazer에 나온 주인공 기체)와 같은 커다란 원을 짊어진 붉은 옷의 여인이 서 있었다. 「누구 십니까?」 저 여인의 몸에서부터 풍겨오는 기운은 신성한 힘으로 한 눈에 이곳의 신이 아닐까 싶었지만 혹시나 신주일 수도 있으니 물어봤는데 「하핫, 나는 야사카 카나코. 이곳의 신이지.」 신주는 아니고 신이었다. 그런데 신이 직접 모습을 드려내다니.. 혹시 사악한 마물이라고 판단해서 손보려고 오신 건 아니겠지요? oh my god! 그건 정말로 사양합니다!! 겁먹을 상황이긴 하지만, 첫 인상으로 비춰볼 땐 상당히 호의적으로 보였다. 이럴 때 조차 나의 본질을 꿰뚫는 마안이 발동하다니. 크크크크... 역시 대마왕의 피는 속일 수 없어... 「응? 뭐가 그리 재밌어하느냐?」 아차차... 또 중2병적 사고를 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어떤 망상을 하던 신경 쓰지 않으면 그 내용이 얼굴에 드려나 버린다. 저 신이 읽은 건 크크크크하는 부분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엄청 민망해 지잖아... 크윽.. 「어디 아픈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럼 됐다. 헌데, 무슨 볼일로 찾은 것이냐? 요괴나 악마가 올만한 곳이 아닌데 말이다.」 역시 신이란 건가? 하타테는 몰라도 내가 악마인 것을 단번에 눈치 채다니. 그런데 하타테쨩, 내 등 뒤에 숨어서 뭐하나요? 그렇게 까지 무서워 할 것 없다고. 저렇게 물어 오는 걸 보면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는다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라면 당연히 「저는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라는 악마로 코치야 사나에라는 무녀에게 초대 받아 왔습니다.」 내 뒤에서 떨고 있는 텐구에게 초대 받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지. 「그런가? 사나에의 손님이라니, 이거 아쉽게 되었군. 그 애는 지금 마을에 포교를 하려 가있으니 말이다.」 「아... 그런가요.. 이거 아쉽네요. 지금 제 뒤에 있는 텐구분에게 증명해야 할 사실이 있는데.」 나는 내 등에 찰싹 달라붙은 하타테를 떼어내고 카나코라는 신의 앞에 내밀었다. 그랬더니 ‘히익!’하고 짧은 비명을 내뱉은 하타테가 도로 내 뒤로 숨어버린다. 그 모습을 보며 턱에 손을 언지는 신. 「텐구여, 너무 겁먹을 것 없다. 앞으로 나와서 이 자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다오.」 「네...네엣.」 신의 지명에 화들짝 놀라면서 앞으로 나오는 하타테. 얼굴을 보니 이거 완전 사색이 아닌가? 너무 겁먹었다니까. 아니... 신을 앞에 두고 겁먹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건가? 하타테는 한 참이나 식을 땀을 뻘뻘 흘리더니 간신히 입을 열고 말했다. 「산의 경비를 맡고 있는 백랑텐구들이 불신자로 저 자를 잡아들였는데, 저 자의 말대로 모리야 신사의 무녀에게 초대받았다고 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왔습니다.」 「알았다. 하지만, 사나에는 점심이 돼서야 돌아오니, 그 동안 이곳에서 편히 기다리고 있겠느냐?」 「아..아뇨... 저기.. 전 이만 물러가도 되나요?」 「왜 그러느냐? 있기 불편한가? 저 자의 말을 확인하려 왔다면 사나에가 와서 확인하기 전 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저 자의 말이 사실인 듯하니, 더 이상 제가 있어봐야 폐가 될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하타테가 설사를 참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지간히도 있기 힘든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멍멍이들로부터 맡은 책무에 대해선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의 신변만 따지게 되었겠어? 보고 있는 이쪽도 똥이 마려워 질 것 같은 모습이라 납득했다면 얼른 돌아가 줬으면 했다. 가는 중에 지리지나 말라구~ 「으음... 잘 알겠다. 너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 거라. 이 자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하게 확인해 보도록 할 테니.」 「화.. 황공하옵니다!」 하타테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같은 어전에 참석한 신하가 폐하에게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는 그대로 쌩하고 달아나 버렸다. 겁나게 빠르구나... 하타테가 그렇게 달아나고 나니 오롯이 신과 둘이 되어버린 나. 비록, 하타테가 달아나서 더 이상 증명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대신 저 신님에게 증명해야 할 판이기에 점심때 돌아온다는 사나에를 기다리기로 했다. 원래 목적도 사나에를 만나기 위해서니까. 「아직 점심이 되려면 한 참이니 별채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않겠느냐?」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별채에서 기다리라고 권해오기에 흔쾌히 받아들인 나는 신을 따라 본전 옆을 지나 별채로 향했다. 신사가 큰 만큼 별채도 컸다. 툇마루 맞은편에는 연못이 보였고 처마 밑에 달린 풍령은 바람에 흔들리며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방에 들어오너라.」 먼저 신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 신님이 나에게 염려하지 말고 들어오라고 하고 있었다. 신이랑 한 방이라니...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그런데 신이 악마에게 너무 편하게 대해주는 게 아닌 가 몰라. 나중에 ‘훼이크다!’하고 뒤통수나 치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내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tv였다. 으응? tv!? 「저기, 신님. 저것은.. 혹시?」 「응? 아...! 저것은 텔레비전이라고 하는 바깥 세계의 물건이다. 그리고 날 부를 땐 카나코님이라고 불러라.」 「네. 카나코님, 저 tv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생소한 물건일 텐데요?」 「그건 말이지, 이 신사가 통 채로 바깥 세계에서 옮겨왔기 때문이지. 최근의 일이라 바깥 세계의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신이 팔을 살짝 들고 손가락을 튕기자 ‘팟’하고 tv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켜졌다. 그리고는 ‘지지직’거리며 전파를 얻지 못해 화면을 비추지 못하다가 이내 수신을 받아 야구 방송이 선명한 화질로 나오는 게 아닌가?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tv를 작동 시킬 전력도 궁금했지만 결계로 둘려 쌓여진 세계에서 전파를 수신 받다니. 이것은 신의 권능이란 걸까? 「카나코님, 신력으로 수신 받는 겁니까?」 「그런 셈이다. 모든 걸 차단하는 결계에 대해 이 전파만 들어오도록 간섭한 거지. 그 틈새 요괴는 자신의 결계가 누군가에게 간섭 받는 걸 싫어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들키지 않아.」 신이 말한 그 틈새 요괴라면 타무라 유카리... 아니 아니.. 야쿠모 유카리를 말하는 거겠지. 그나저나 신력 쩔어! 이런 것도 가능하고. 뭐, 신이 행사하는 권능이라면 전능까진 아니라도 만능의 영역이긴 하겠지. 그 메카니즘도 마법과는 다르게 복잡한 술식 없이 짠~ 하고 행사하고 말이야. 신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tv의 채널이 바뀌었다. mc 두 명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가 방영 중이었고 ‘깔깔’거리는 방청객의 인위적인 폭소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려 나왔다. 나는 신과 함께 그 방송을 시청하며 감회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방송인가? 그 보다 신이랑 악마가 한 방에서 tv프로를 시청하는 상황이라니, 나중에 악우들을 만나게 된다면 자랑이나 해야겠다. 버라이어티 쇼가 끝나고 광고가 흘려 나오자 신이 입을 열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라고 했나? 우리 사나에랑 무슨 사이 더냐?」 「그.. 코치야양이 저에게 자신의 신사에 찾아와 달라고 요청을 해왔을 뿐,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음... 악마에게도 포교를 한 거로군. 실로 사나에 답지만, 요청을 했다고 하나 진짜 찾아오는 너도 꽤나 별나구나.」 「악마라도 신앙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사실은 그 사나에양이 끈질기게 구는 것도 원인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하긴 그래. 그 얘는 완고한 면이 있으니까 말이야.」 저 카나코라는 신은 종래에 내가 알던 신들과는 확연히 다른 신이었다. 뭐라 말해야 좋을까? 악마인 나에게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인간이라도 거리감 없이 대해주는 신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신 치고는 너무 살갑다고 해야 한다. 거기다 다다미 여섯 장 정도의 방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시청하는 소시민 적인 신이라니. 등에 거대한 원형 짚단을 붙여놓은 데다 거룩함이 느껴지는 풍모라 여러모로 위화감이 들었다. 모습과 행동이 전혀 매치가 안 되잖아... 그래도 나는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거만하게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하는 신 보다는 이렇게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신 쪽이 좋지 아니한가? 이런 신이라면 악마라도 싫어 할 이유가 없지. 나는 카나코님과 적당히 대화를 나누면서 tv를 시청하며 점심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점심이 되었다고 알려주는 존재가 별채에 찾아왔다. 「카나코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겠어요.」 장지문을 열고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사나에. 숙였던 고개가 들리자 자연히 카나코님 옆에 있던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악마 씨, 언제 오셨나요?」 「좀 전에.」 「그러셨어요? 그럼, 악마 씨 몫까지 챙길게요.」 점심이 늦은 관계로 다급히 식사 준비에 서두르려는 사나에. 「식사라면 나도 같이 거들도록 하지.」 「네?」 나는 그런 사나에를 불러세우고는 나도 같이 식사 준비를 거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코치야양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 주지 않을래?」 「물론, 제가 아는 얘기라면 대답해 드릴게요.」 「좋아, 며칠 전에 마리사 집에 찾아와서 나에게 자기 신사에 찾아오라고 한 건 기억나?」 「네, 그땐 제가 멋대로 오해를 해서 죄송하게 됐어요.」 「아니, 이젠 됐어. 방금 한 긍정에 만족하니까.」 나는 카나코님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이걸로 증명된 거죠?」 「그래. 하지만, 굳이 확인 시키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그 텐구가 책임을 져버리고 달아나 버렸으니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보증하는데 뭐가 문제겠는가? 그 텐구도 신에 대한 공포심으로 달아난 것이니 나무랄 것도 없다.」 카나코님은 정말 배려심이 많은 신이다. 설마, 그 겁쟁이 텐구 처자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을 줄이야. 보통 신이라면 무엄하다고 여길 텐데, 그 만큼 그릇이 크다는 증거겠지. 나는 카나코님과 대화를 마치고 사나에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사나에는 자신이 혼자서 준비 할 테니 카나코님과 같이 기다리라고 만류했지만, 언젠가 한 번 예쁜 여성과 둘이서 밥을 차리는 시추에이션을 가지고 싶었던 터라 무리하게 억지를 부려 부엌까지 입성해 버렸다. 이래 뵈도 오랜 자취 생활로 일식에도 자신이 있기에 사나에가 준비하려는 요리의 재료를 현란한 칼 솜씨로 준비해나갔다. 보아라! 이게 나의 칼질이다! 도마 위에 올려 둔 양파와 당근 등을 ‘탁탁탁탁’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일정하게 썰어대자 냄비에 물을 끓여서 된장을 풀던 사나에가 놀란 눈으로 내 쪽을 쳐다봤다. 「와아~ 마치, 중화 요리점의 주방장 같아요!」 사나에의 대단하다는 시선을 느낀 나는 한껏 우쭐해져 한 단계 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도마질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나의 대단한 솜씨에 시선 집중이 된 사나에를 슬쩍 쳐다보면서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후후, 어때? 엉덩이 만지게 해주면 더 대단한 장기도 보여 줄 수 있는데?」 「그거 성희롱인 가요?」 「아니, 성추행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사나에의 엉덩이를 살짝 건들었다. 「꺅! 뭐하는 짓이에요?」 「토실한걸 보니 순산형 엉덩이로구먼. 나중에 자식을 쑹풍쑹풍~ 잘 낳겠네.」 「차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악마 씨, 완전 저질이야.」 입이 삐죽하고 나와 버린 사나에. 나의 장난스런 추행과 음담에 삐친 것 같지만 이것도 다 사회에 나가면 회식 자리에서 겪는 일들 중 하나란다. 여기선 해당 사항이 없으니 그냥 내가 에로꼰대 짓을 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내 몸에 흐르는 신사의 피가 그렇게 하도록 시킨 거다. 그러니 나이 많은 오빠의 철없는 장난쯤으로 생각하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외에도 식사를 다 차릴 때 까지 나는 간간히 성희롱을 사나에한테 해댔고 그럴 때 마다 눈가를 찌푸리면서 싫어했다. 이젠 내 근처에 아예 가까이 오지 않으려는 걸 보니 내가 심했구나. 이젠 제대로 사죄를 해야 할 때다. 「미안해, 너무 까불었어. 화 좀 풀어주면 안 될까?」 「정말 너무 했어요! 저 아직 미성년이라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빌잖아~.」 「어휴... 식사 준비를 도와 드렸으니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겠어요. 다음에도 제 엉덩이를 만지거나 했다간 용서 없어요.」 「알았어, 조심할게.」 나는 양 손바닥을 붙이고 사죄하는 자세를 취했다. 입으로는 용서했다면서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곁눈질로 날 쳐보면서 찬거리가 올려 진 쟁반을 들고 부엌을 나서는 사나에. 나머지 찬들과 된장국이 올려 진 쟁반을 든 나도 사나에를 따라 부엌을 나왔다, 그런데 자꾸 어디선가 왜인지 모를 시선이 느껴지는데 기분 탓일까? 아무도 없는 허공에다 대고 ‘누구냐? 모습을 드려내라!’라고 외치고 싶지만 앞에 사나에가 있으니 관둬야겠다. 밥상이 놓여 진 안방에 들어서자 카나코님과 처음 보는 어린애가 앉아있었다. 끝에 눈이 달린 특이한 모자를 쓰고 있는 금발의 여자애였는데 왠지 내 쪽을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사나에, 저 애는 누구야?」 「모리야 스와코님이세요.」 내 물음에 찬거리를 옮기며 대답하는 사나에. 님 이라고 하는 걸 보면 꽤 높은 신분이신 거 같은데 모리야?! 「모리야..라니, 설마?」 「네, 모리야 신사의 또 다른 신님이세요.」 여긴 신을 둘이나 모시는 곳이었구나. 그런데 또 다른 신님께서 어째서 날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고 계십니까? 그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물어보기로 해야 겠다. * 사나에의 음식 솜씨는 상당했다. 산나물들은 적당한 온도로 데쳐져서 적당한 쓴맛과 감칠맛이 그대로 살아있었고 된장국 또한 너무 싱겁지도 짜지도 않게 간이 적절히 되어있었다. 일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원 재료가 가진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려 담백하게 만들어 내는 게 특징인데 사나에의 일식은 이점을 아주 잘 살린 것이다. 내 입맛에도 잘 맞아서인지 나는 밥 두 공기를 순식간에 뚝딱 비워버렸다. 배가 산만큼 불러오니 만족감을 느낀 나는 빈 찬그릇을 치우는 사나에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스와코라는 신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면서 머라고 하는 것이었다. 「너, 사나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으음... 신부감으로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쁘지 밥 잘 짓지. 무엇보다도 순산형이다 보니 애도 잘 낳을 것 같으니 어딜 내놔도 그 집안 어르신들이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며느리 감 아니겠는가? 뭐, 악마들 세계에서야 밤일 끝내주는 요염한 서큐버스가 최고의 신부감이긴 하지만 그런 건 앞으로 차차 개발해 나가면 되는 거니까. 「너한테 만큼은 우리 사나에는 못 준다.」 「어이쿠, 장모님 행세라도 하시게요?」 「누가 장모라는 거냐?」 「사나에는 정말 행복한 아이네요. 신님들이 이렇게나 아끼고 있다니.」 아까부터 불만 스럽게 노려본 이유가 그런거 였나? 무녀라고 끔찍히도 아끼는 구나. 순결한 무녀를 더럽힐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 주세요. 헌데, 저 모리야 스와코는 신님이긴 하지만 겉모습이 어리다 보니 카나코님 같은 위엄은 보이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노골적으로 노려보거나 으름장을 해와도 전혀 무섭지 않다고 해야 하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참 위험한 사고지만, 나는 소인배라서 겉모습에 구애받는 미련한 악마다. 사나에는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곧바로 포교를 하려 마을로 가버렸다. 그리고 나도 볼일을 다 마쳤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 보려고 하는데 본전위에 걸터 앉아있는 스와코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녀에게 불경한 마음을 품는 것은 용서받지 못하니라.」 「네, 유의 하겠습니다.」 불경한 마음이라니, 사나에한테 성희롱을 치며 장난을 하긴 했지만 정말 더럽혀 버리겠다는 그런 생각 까지 해본적은 없다. 그러나 신이 아끼는 무녀에게 성희롱 한 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겁 없는 행동이었으니 다음부턴 진짜로 자중하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동화공방이라는 애니제작사에서 만든 어느 애니메이션의 히로인이 떠오른다. 코베니라고 순산형 히로인이었지... 마을에서 포교하려 다닌다면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그 훌륭한 엉덩이를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할 텐데 불경한 마음이라면 그들에게도 넘쳐 날 것이다. 하긴, 딸감으로 쓴다고 실제로 범하려 드는 것도 아닌데 그 청년들을 죄다 불경하다고 벌할 수야 없겠지. 그런 이유로 나도 오늘 만져본 엉덩이의 촉감을 다시금 떠올려서 야릇한 상상이나 실컷 해야겠다. 흐흐흐... 순결한 무녀는 정말 최고거든! 「너, 정말로 벌 받을 거야.」 스와코가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이미 머릿속에 순결한 사나에가 침소에서 아흥♡거리는 망상으로 가득차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내려갈 때도 그 멍멍이들이 또 불신자 취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될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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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추행이 영고의 씨앗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