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가 없으려니 불행만 계속 닥치는 구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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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히메카이도 하타테= 아직 신문대회 날로부터 한 참이나 멀었지만, 가끔 밖을 돌아다니면서 발로 뛰는 취재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기에 오늘, 요괴의 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텐구 마을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어서 두려운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리 먼 곳 까지 다닐 생각이 아니니 위험 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약한 인간도 아닌 요괴. 그것도 경외 받는 텐구인 내가 고작 밖을 돌아다니는 걸로 겁먹으면 어쩌잔 거야! 너무 집안에서만 생활을 한 탓인지 가끔씩 내 자신이 텐구라는 사실도 잊을 때가 많은데 이건 좀 심각 할지도... 그러니 내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 하기 위해 멋지게 카라스텐구다운 비행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기합을 넣어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오랫동안 높이 날아 본 적이 없어서인지 처음 날아봤을 때가 떠오를 만큼 생소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에, 점점 내 발 밑으로 작아져 가는 집을 보고 있자니 고소공포증이 생기는 게 아니야? 이 이상은 더 높이 못 날겠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높이를 내리자 좀처럼 마을을 벗어나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 텐구 마을은 철저하게 계급위주의 사회를 그대로 표방해 놔서인지 가장 중심으로 텐마님의 성과 오오텐구들의 거주 구역이 있고 그 바깥엔 카라스텐구, 하나타카텐구, 야마부시텐구들이 사는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두 구역 사이엔 높다란 암벽이 쳐져 있으며 그 암벽 위로 결계가 쳐져있어 텐마님과 오오텐구가 있는 구역에 드나 들 수 있는 방법은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통로가 유일했다. 그리고 내가 거주하는 카라스텐구 구역과 백랑텐구의 구역 역시, 높은 암석으로 나눠져 있는데 통로가 없는 대신 결계가 없어 하늘만 날 수 있다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이 암벽을 넘을 만큼 높게 날지 못하는데 있다. 명색이 천공을 자유자재로 활공하는 카라스텐구가 저 정도의 암벽 따위를 못 넘다니. 이 꼴을 누가 보기라도 한 다면 망신 확정이야. 너무 집안에 만 지낸 세월이 길었던 터라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겼지만, 이걸 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포심을 극복하고 암벽 위로 날아오르려 안간힘을 썼다. * 휴~ 저 암벽은 어떻게 겨우 넘어가긴 했는데. 이제부터 또 문제였다. 막상 요괴의 산을 둘려보기로 했는데 어디부터 돌아봐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것이다. 그저 무작정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기엔 산을 경비하는 백랑텐구들이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볼까 두려워서다. 그렇다면. 일단,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모리야 신사라도 들릴까? 하지만, 처음부터 신들이 사는 신사라니. 아직 나에겐 허들이 너무 높다. 그곳의 풍신은 요괴들이라도 편견 없이 대해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괴인 이상 신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산을 벗어나는 건 나에겐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것과 같아서 적당히 산을 둘려보며 만나는 백랑텐구들 마다 간단하게 인사나 하자고 마음먹어 본다. 나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아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저공비행으로 날았고, 시원한 해방감을 느꼈다. 고작, 마을을 벗어난 것뿐인데 해방감을 느끼다니. 나도 어지간히 폐쇄적인 생활을 해 왔나 보다. 그렇게 요괴의 산을 날아다니고 있는데 줄지어서 걷고 있는 백랑텐구들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줄의 가운데엔 외부인이 밧줄에 묶여 있었고 그 앞뒤로 있는 백랑텐구가 감시를 하며 줄을 붙잡고 있는 걸 보아 침입자로 체포해 산의 감옥 시설로 끌고 가는 중으로 보였다. 평소라면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그냥 무시하고 다른 쪽으로 날아갔을 테지만 밧줄에 묶여져 있는 외부인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고 느껴져서 어느새 그들 가까이 가고 있었다. 나의 모습을 발견한 백랑텐구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그 중에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카라스텐구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텐구는 종족별로 태생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는 사회라 나 보다 신분이 낮은 백량텐구들은 나를 볼 때 마다 저렇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데, 사실 난 저런 반응이 불편하기만 하다. 바깥 세계의 인간들은 이미 신분제가 폐지되고 인종차별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 텐구들은 지나치게 차별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지는 텐구는 아직 나 밖에 본적이 없으며 오히려 차별을 완화시키자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뻥긋 했다간 반역자로 몰려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 특히, 높으신 텐마님과 오오텐구님들이 절대 가만있진 않겠지. 이런 걸 보면 텐구들의 권력욕이란 인간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니,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환상향에 이주한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자기네 텐구들 이외의 요괴와 인간들을 전부 하등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지녔으니까. 이건 아야도 마찬가지지. 강자에겐 굽신 대면서 약자한테는 한 없이 거만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비슷한 기질을 가졌기에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예를 갖추는 백랑텐구들을 훑어보고는 밧줄에 묶인 외부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으음... 어디서 많이 본 자인데... 어디서 봤더라.... 「이 자는 겁도 없이 산에 들어온 주제에 모리야 신도로 위장하여 동료를 희롱하려 했습니다.」 내가 저 외부인에 대해 떠올리려고 집중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나온 녀석이 잡아들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동료를 희롱하려 했다니, 얼굴을 보니 상당히 음습해 보여서 그러고도 남아 보였다. 초췌한 인상을 가진 뿔 달린 요괴라니... 아! 이제 떠올렸다. 「당신, 혹시. 붕붕마루 신문에 실렸던 그 삼각관계의 악마!?」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녀석과 만났네. 하지만, 삼각관계는 아니야!」 내가 떠올린 사실을 입 밖으로 발설하자 외부인이 바로 맞받아쳤다. 「보아하니 이 멍멍이들 상관으로 보이는데, 이 밧줄 좀 풀어 주도록 명령해 주시면 안 되나요?」 외부인이 한 없이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뭐가 그리도 억울한지 두 눈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넘쳐흐를 것 같아서 동정심을 자극했지만, 이건 내가 간섭할 만한 일이 아니다. 「경비대들이 당신을 끌고 가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듣자하니 동료를 희롱하려 했다며?」 「그건, 정말로 면목이 없어요. 하지만, 그 살랑거리는 꼬리가 잘못이라고요!」 「꼬리가 잘못? 무슨 말이야??」 「저 하얗고 복슬 거리는 꼬리를 보고 안 만지고 배길 수 있냐는 말입니다!」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백랑텐구들 꼬리가 그리도 만지고 싶었다는 거야?」 아야가 취재했었던 악마는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변태인 게 확실했다. 외부자인 주제에 경비병의 꼬리를 만지고 싶어 하다니. 설사, 그렇다고 해도 보통 그걸 솔직하게 말 하냐고? 자랑이 아니잖아! 나는 저 악마의 황당한 발언으로 인해 말문이 막혀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악마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아무 녀석의 꼬리가 만지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오로지 저 예쁜 처자 한정이니까 말이죠!」 어처구니없는 변태 발언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악마의 시선 끝에 어느 한 백랑텐구 소녀가 있었다. 저 애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애다. 분명 이름이 이누바시리 모미지였지? 나와 같이 아야의 민폐에 골치가 썩는다는 백랑텐구다. 정작, 민폐 끼치는 본인은 그걸 자랑스럽게 늘여놓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애의 꼬리를 만지려 했다는 건가? 예쁜 처자 한정이라고 한들 오히려 그 변태성만 더 짙어진 거 같아 기가 찼다. 이러니 감옥에 끌려가는 거지. 나는 더 이상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기로 했다. 「네 얘기를 들어보니 끌려갈 만하네. 미안하지만 내 소관이 아니니까 단념해...」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로부터 악마의 갑작스런 외침이 들렸다. 「스..스톱!!」 「꺅!」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뒤를 돌아왔다. 「미안합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 그냥 타인이 대하기 힘든 것뿐이야. 그런데, 무슨 말이 더 하고 싶은 거야?」 「저는 모리야 신사의 무녀에게 초대 받은 자입니다.」 악마는 무언가 해명을 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변태 이미지로 낙인찍힌 후라 뭐라고 하든지 간에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백랑텐구들 말로는 모리야 신도로 위장했다고 했는데 저 악마가 하는 말을 더 들어줘야 하나? 그래도 이대로 무시하기 어려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 주기로 했다. 「무녀에게 초대를 받았다면 증거라도 있을 거 아니야?」 「네, 그건 신사로 가보면 알 거라고 보는데요.」 「정말이야?」 「거짓이 아닙니다. 신사에 가셔서 무녀에게 물어보세요.」 저렇게 까지 말하는 걸 보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뭐한데? 「저 변질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요.」 나와 악마의 대화 도중에 악마에게 희롱 당할 뻔한 백랑텐구. 이누바시리 모미지가 끼어들었다. 「이 일은 어디까지나 저희들 경비대에게 맡겨주시고, 카라스텐구님께서는 부디 신경 쓰시지 마시고 가던 길 가시면 되는 겁니다.」 모미지는 깍듯이 말하는 면서도 무리하게 나를 배제하려 드는 것 같았다. 그 만큼 저 악마를 벌 하고 싶어 한다는 거겠지만, 만에 하나 진짜로 무녀에게 초대 받은 것이라면 이대로 감옥에 집어넣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자칫, 신과 텐구들 간의 외교 문제로 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하니까 말이다. 「저 외부자의 처우는 신사의 무녀에게 물어 보고 나서도 늦지 않으니까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고 그만 물러나지 않을래?」 「하지만...!」 「여기서 누가 상관이지?」 「다..당연히... 카라스텐구님입니다.」 「알면 됐어. 그런 이유로 내가 이 외부자를 직접 신사까지 끌고 가서 확인해 보겠어.」 내가 백랑 보다 월등한 카라스라는 신분을 앞세우자,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얌전해 진 모미지. 평소에 너무 딱딱한 텐구의 관습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럴 땐 편하게 그 관습을 이용한다는 점이 너무 모순적이라 자조적인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텐구 사회가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주제에 결국 그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아이러니 하다. 모미지들이 물러나자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악마가 묶여진 밧줄을 잡았다. 「역시, 말이 통하는 상대야. 그런데 이거 좀 풀어줬으면 하는데?」 자기 입장이 어떤지도 모르는지 참 요구도 많은 악마다. 둘이 되자마자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꾸는 등,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다른 것 같다. 강자에겐 한 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텐구들 이상일지도 모르겠네. 악마는 자신을 풀어주면 절대 도망치지 않고 얌전히 따라가 주겠다고 말해왔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것 까지는 허락해 줄 수는 없었다. 정말로 모리야 신사에 초대 받은 신도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어 불신자 신분인건 여전했으니까 말이다. 악마는 모리야 신사로 가는 와중에 나에게 자주 말을 걸어왔다. 평범하게 통성명을 한다든지 자신이 바깥 세계에서 소환되어 졌다는 둥의 이야기를 해왔고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간단하게 호응이나 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야가 멋대로 삼각관계라고 단정 지었던 기사의 피해자이기도 하네. 더불어서 그 흑백의 마법사와 칠색의 인형사도 같이. 타이밍이 안 좋지만, 지금이라도 아야를 대신해 사과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직, 불신자 신분이지만 같은 기자로서 아야의 엉터리 기사에 피해를 봤을 테니까 말이다. 「붕붕마루 신문의 삼각관계 기사 말이야.」 「아.. 그 엉터리 기사라면 이제 다 잊었어. 주인 말을 들어보니 워낙 날조가 심해서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더라.」 「그래도 내 지인이 쓴 기사라 대신 사죄를 하고 싶어.」 「이야~ 넌 정말 정직한 요괴인 것 같네. 네가 기자 질을 한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신문을 낼 것 같아.」 「칭찬 고마워..,」 단지 칭찬 때문일까? 내 얼굴이 스스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달아오른 것 같다.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이 창피스러워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그래도 그 칭찬이 너무 기쁜 나머지 들뜬 기분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줬다. 「사실, 나도 발행하는 신문이 있긴 한데...」 「오~, 뭔데??」 악마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아직 얼굴의 화끈거림이 가라앉지 않은 나는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화과자념보라고, 붕붕마루와 같이 일인 제작 신문이야.」 「일인 제작이라니, 대단한데?」 「대단할 것도 없어. 많은 텐구들이 취미 삼아 하는 게 신문 발행이니까.」 「그래도 대단하고 생각해. 나 같은 칠푼이가 보기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뭐야. 나한테 칭찬으로 잘 보이고 싶은 거야? 그런 말 아무리 해도 하나도 안 기쁘.. 사실 엄청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어!! 그래도 기쁜 내색을 보였다간 기어오를 게 분명하니 평정을 유지하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후~ 하~ 이제 됐어. 「이제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자. 신사에 다 왔거든.」 악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모리야 신사 입구에 다다라 있었다. 이 앞으로는 신의 영역. 나 같은 요괴가 발을 들이기엔 저항감이 강한 곳이지만, 경비대들에게 맡겨달라고 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 솔직히 겁이 많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신사의 무녀에게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이 악마가 정말로 무녀의 초대를 받은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으니까. 신님, 불경스럽게도 신성한 경내에 발을 들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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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야 보다 하타테 쪽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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