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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카타케. 스이카가 본 그곳은 하늘 높을 줄 모르는 텐구들이 마치 자신들이 진정한 주인이노라 하고 큰소리 뻥뻥 치며 지배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산을 제 것 인양 설쳐대는 텐구들은 자기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사는 종족으로 그것은 흡사 인간들의 사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계급 사회. 천왕의 역할이 천마로 귀족들이 그 아래 대텐구로 그 명칭만 다를 뿐이지 그들이 가진 욕심들과 교활함은 요괴의 탈을 쓴 인간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위정자 노릇을 하는 까마귀텐구들이 그랬다. 사실, 야츠카타케의 진정한 주인은 불변의 여신이라 일컬어지는 이와나가히메이다. 그리고 그곳엔 수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 이렇듯 진정한 주인을 놔두고 자신들이 주인이라 소리치는 것은 매우 불경한 행동이지만, 실상 알고 보면 하잘 것 없는 자만에 불과했다. 과거, 후지산보다 높았다는 야츠카타케답게 텐구들이 주인 노릇하는 곳은 산맥의 일부분. 이 오만한 텐구들을 이와나가히메와 신들이 벌하려 들지 않는 것은 결국, 그들이 아무리 제 입으로 떠들고 다닌다 하더라도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눈에 훤할 정도로 자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이카에겐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건방져 보였다. * 텐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이카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지만, 유이치는 계속해서 그곳에 머물러 있고자 했다. 사사산의 캇파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야츠카타케에 머물면서 그들의 안위를 지켜나가고 싶어 했다. 스이카는 남겠다는 유이치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야츠카타케를 떠난 것은 스이카 혼자 였다. 유이치와 헤어진 스이카는 홀로 전국을 유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도하게 된 곳은 바위로 이루어진 험준한 계곡에 위치한 요괴들의 마을. 마을은 힘을 과시하는 요괴들이 서로 결투를 벌여 자웅을 가리는 것에서 유래되어 지금은 그 요괴들이 그대로 눌러 앉으면서 생겨난 곳이었다. 이곳에 모여든 요괴들은 자신의 강함을 시험하기 위해 거대 암벽들로 둘러싸여진 장소에서 싸움을 벌였는데, 투귀암. 요괴 중에서도 유독 오니가 많았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마을의 이름도 그 장소의 이름을 본 따 투귀마을. 혹은 오니아라소우(鬼爭)라고도 불린다. 오니를 비롯한 강한 요괴들이 모여 들어 매일 자웅을 겨루며 싸움을 해댄지 어언 수십 년. 강자가 모인 곳엔 또 다른 강자들이 모여 든다. 때문에 최고의 강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또 다른 강자에게 최고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것이 이곳의 법칙이다. 그렇기에 투귀마을에서 가장 강한 자는 곧 전국에서 가장 강한 자. 강함을 추구하는 요괴에게 있어 최고의 영광임이 틀림없었다. 그 영광을 차지한 최고 강자는 두령이라고 불린다. 두령은 투귀마을의 요괴들을 통솔 할 자격이 주어진다. 강자가 되고 싶은 만큼이나 강자에게 따라지고 싶어 하는 이곳의 요괴들이 경외심을 담아 정한 것이었다. * 그럼, 지금의 두령은 누구인가? 투귀마을에 들어선 스이카가 가장 처음 들어선 술집에서 지금의 두령. 즉, 마을 최고의 강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옆에서 떠들고 있는 취한 요괴들이 들려주고 있었다. 「벌써 7년 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꺾을 자 나오지 않을 거야.」 「그러게. 그 구마 삼인방의 대장. 호시구마는 압도적으로 강하니까.」 「그뿐이냐? 아우인 구마와 토라구마도 두 번째 세 번째로 강한 축이니 그 삼인방, 대체 뭐하던 요괴들인 건지 모르겠어. 하하..」 오니가 많은 마을답게 대화중인 요괴도 오니였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대낮부터 술을 들이키며 왁자지껄 떠들어 댄다. 그들의 얘기는 주로 현 두령과 그 아우들에 대해서였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만 있던 스이카는 주인이 들고 온 술병을 들고 조용히 잔을 따랐다. 싸움을 좋아하는 오니라면 누구나 관심 있을 법한 최강자에 대한 이야기. 스이카 역시 신경 쓰였는지 잔에 담긴 술을 들이키고는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강한 요괴가 그 호시구마란 자인가? 스이카는 당장 좀이 쑤셔왔다. 지금이라도 그 호시구마라는 두령과 주먹을 나누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조용히 한 잔 더 마시고는 탁. 잔을 식탁 위에 세게 내려놓고는 술을 병 채로 입에다 들이 부었다. 꿀꺽꿀꺽꿀꺽. 푸하-! 대금을 치루고 밖에 나온다. 술 한 병 마신 것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자신과 호각을 겨룰지도 모를 두령이 신경 쓰여 계속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스이카는 급하게 넘기느라 입가에 흐르는 술 줄기를 손목으로 쓱쓱 지워내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을을 살펴보았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동굴 같은 집들이 즐비했고, 암벽 그 자체를 깎아내서 만든 거주구역도 있었다. 간혹 보이는 목재 건물이 없었더라면 이곳이 마을인 것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려는 요괴들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부터 모이다 보니 형성된 마을이니 분위기부터가 일반적인 마을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 마을의 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의 요괴들은 하나 같이 강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숨기지 않았다. 그 탓에 마을의 공기는 그 어느 곳 보다도 무겁고, 날카로웠다. 그들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요력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곳에 약한 요괴가 발을 들인다면 이 시종일관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그대로 혼절해 버릴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는 언제 큰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즉촉발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다. 저마다 눈치를 볼 뿐. 싸운다 하더라도 이 마을 안에서는 하지 않기로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었다. 그들이 진정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곳은 오로지 마을 뒤편에 위치한 투귀암에서였다. 스이카는 가만히 있어도 신경이 곤두서 오는 이 마을의 공기가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언제라도 임전 상태로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긴장을 놓고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도 힘든 마을이라 생각했다. 싸움을 바라는 요괴에게 있어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최고의 강자라면 정말로 강할 것이다. 스이카는 마을을 거닐던 요괴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여기 처음 온 요괴인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뭐..뭐야?」 보기엔 연약한 여자로 보이는 요괴가 자신의 어깨 강하게 잡아채고서 물어오자 요괴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몸을 흔들었다.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손 아귀힘이 어찌나 세던지 저항 할수록 강하게 쥐어져 왔다. 머리에서 솟아오른 커다란 뿔을 보니 여자가 오니임을 알았지만, 자신도 오니에 뒤지지 않는 완력의 소유자였다. 그런데도 여자의 완력이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요괴는 여자가 상당한 강자임을 직감하고, 저항을 멈추었다. 붙잡은 요괴가 얌전해지자 스이카는 활짝 웃는 낯짝으로 말했다. 「여기 두령이란 녀석과 한 번 겨뤄보고 싶은데. 어딨는지 알아?」 「바..바보냐!」 요괴의 입에서 바보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다짜고짜 두령과 겨루고 싶다니. 저 여자가 아무리 강한 요괴라 하더라도 순서가 있다. 두령은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 모를 녀석과 일일이 상대해 줄 만큼 한가한 분이 아니다. 설령 이 마을에 처음 온 탓에 잘 몰라 한 말이라 하더라도 건방지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두령과 싸우고 싶다면, 먼저 네가 얼마나 강한지 부터 증명해라!」 이 마을에서 최고 강자. 두령과 대결할 자격을 얻으려면 최소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요괴들과 두령의 두 아우를 쓰러뜨리고 난 다음이어야 한다. 요괴는 여자가 그 정도로 강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뭐, 무리겠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흐음. 스이카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강함을 증명하라니, 그것만큼 쉬운 일도 없지. 이부키산의 대요괴 슈텐으로 이름 높은 자신에게 강함 말고 더 뭐가 있겠나. 알겠다는 듯이 이를 들여 내고는 잡고있던 요괴의 어깨를 뒤로 밀치며 놓았다. 어깨가 해방된 요괴는 뒤로 몇 발자국 밀러나다 중심을 잡지 못해 휘청거렸다. 스이카는 그런 그를 호기로이 바라다보며 당당하게 고했다. 「그럼, 이곳에 강하다는 녀석 잔뜩 모아와. 전부 상대해 줄 테니까!」 자신 있게 단언하는 여자를 보며 요괴는 기가 막히다 못해 어이를 상실해 버릴 것 같았다.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걸까? 그렇게 자신할 만큼 강하다는 얘기겠지만, 이곳의 요괴들, 특히 강자 측에 드는 요괴들은 다른 곳에선 힘으로 두령자리에 앉을 자들이었다. 「알았어. 나중에 후회나 하지마라! 죽어도 내 책임 아니다.」 그래. 언제까지 잘난 척 할 수 있을까? 요괴는 저 여자가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녀의 말 대로 정말 강한 요괴들을 여럿 모아 올 생각을 했다. 나중 가서 용서를 구해도 소용없다. 오니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겠지. 이것도 겁 없이 두령과 겨뤄보겠다고 한 것에 대한 벌이 될 것이다. 요괴는 여자에게 싸움을 벌일 장소로 투귀암의 위치를 알려주고는 강자들 중에서도 인정사정 없는 잔악한 요괴들을 십여 명 이상 모을 각오로 마을을 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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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올렸던 게 댓글 11개나 달려서 기분 억수로 좋았음.
비인기작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관심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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