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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레밀리아 스칼렛= 하마터면 만화 쪽 취미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무심코 죽여 버릴 뻔 했어. 만약, 정말로 남자답기 그지없는 ‘내 생애 한 점 후회가 없다’라는 최후의 대사를 듣지 않았다면 바로 끝장내 버리고 말았을 거야. 그 때는 정말 피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저 녀석이 어째서 원피스를 아는 거지? 마계에도 유행하고 있는 걸까? 예전에 소악마에게 원피스 얘기를 해주니 전혀 모르는 눈치던데. 아무튼, 이번 일로 인해 파츄리의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참 곤란했다니까. 글쎄, 환상향의 강대한 한 축을 맡은 세력의 대표라고 스펠카드 룰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나 뭐라나. 솔직히, 스펠카드 룰이 무사히 정착 된 건 내가 일으킨 홍무이변의 덕이 큰 건 사실이고 그 이후로도 솔선수범하며 그 룰을 지켜왔는데 이번 만큼은 아니었어. 진심 죽이고 싶은 상대인데도 그놈의 룰을 준수해야 한다는 거야? 살생이 나쁘다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상식이지 우리 요괴들의 상식은 아니지 않아? 거기다 그 녀석은 인간도 아니라 악마이기도 하고. 지금은 더 이상 죽이고 싶다거나 한 게 아니라 만화 얘기나 나눌 취미 동료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일로 인해 학을 떼고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기적인 바램일까? 파체가 그 악마 녀석이 오늘 눈을 떴다고 전해왔다. 부상이 심해서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데 나보고 솔직하게 사과하란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상당히 제멋대로인지라 사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교육을 빌미로 건방지게 굴었던 것과 도발을 해서 날 자극시킨 점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난 사과 안 할 거야! 이건 단순한 아집이 아니다. 나의 고귀한 진조로서의 프라이드야. 그런 거니까, 나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파체와 메이링 그리고 사쿠야와 같이 그 녀석의 병문안을 왔다. 창가를 옆에 둔 침대에 기대어 누워있는 녀석이 내가 들어오자, 이쪽을 시원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난 일은 다 잊었다는 모습인 것 같아, 어째 ‘난 잘못 한 거 없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내가 찌질하게 느껴져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왜 네놈은 그런 얼굴인 거야!! 하마터면 자신을 죽일 뻔 한 상대를 눈앞에 두고, 너무 태연 한 거 아니야?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다던가 아니면 무서워해야 정상일 텐데. 마치 친구가 병문안 온 걸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 이 말이야. 그게 참으로 건방져 보여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고 있으니 먼저 인사를 해오는 것이었다. 「모두 안녕하신가요?」 「그래, 안녕하다. 그런데 넌 이제 괜찮은 거냐?」 「사경을 해 맸는데 벌써 나았을 리가, 절 치료해 주신 건 파츄리님이죠?」 「맞아, 네 몸 안의 마력을 전부 몸의 치유를 위해 회복 쪽으로 돌려놨어.」 저 녀석, 파체가 주인이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거 봐라. 나한테는 이제 반말로 지껄이면서 말이야. 근데, 저 녀석 어째 치유가 빠르네. 요괴에 비하면 우습지만 인간에 비해선 엄청난 회복력이라고 볼 수 있겠어. 악마는 마력이 있다면 그걸 치유로 쓸 수가 있다지만 격이 낮은 하급 악마가 단기간에 상처를 치유할 마력이 있기는 한 걸까? 나는 한 동안 파체와 녀석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잠시 대화가 중단 되더니 파체가 나에게 어서 사과하라는 눈치를 보내오는 것이었다. 이것 봐, 파체! 난 절대 사과 안한다고 했어. 그런데도 왜 그런 눈치를 주면서 재촉을 하는 거야? 그런 눈으로 쳐다봐도 절대~~ 사과 따윈 안 할 거야! 내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리고 있자, 사쿠야가 옆에서 귓속말로 「파츄리님의 부탁을 들어주시는 게 좋아요.」하며 날 배신하는 게 아니겠어? 우와...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내던 사쿠야가 설마, 나에게 파체 말을 들으라고 말해 올 줄이야. 조그만 할 때부터 키워왔던 애가 이젠 다 컸다고 부모와도 같은 나에게 대들다니. 아니 대든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지만 어쨌든 내가 하는 말에 더 이상 복종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거기에 메이링 마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가씨, 솔직해 지셔야 해요.」 뭐가 솔직해 지라는 거야! 난 지금 엄청 솔직하다고. 절대로 사과하는 게 창피하다거나 어려운 게 아니야. 단지, 나의 자존심이 그리고 카리스마가 용납하지 않는 단 말이야. 내가 여기서 순순히 사과해 버리면 전부 내가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게 되어버리잖아? 그게 싫다고. 누구라도 날 겁 없이 도발해 온다면 죽여 버렸을 거야. 그러니 내 행동에 잘못은... 「레미,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고집을 부리는지 알고 있거든.」 파체, 그러니까.. 나는.... 「그런 싸구려 자존심이나 어쭙잖은 카리스마를 내세우려 하지 마. 촌스러우니까.」 그렇게 까지 말하다니... 우우... 그래, 사과하면 될 거 아니야! 내 자존심은 싸구려가 아니고 카리스마 역시 어쭙잖지 않아! 「미..미안해.」 사죄라고 하기 엔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게 나의 최선이었다. 몇 번이나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해서 나온 말이니 말이다. 내 사죄를 들은 악마 녀석이 말없이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파체는 무기질 적인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걸로 된 거야? 그런데 저 녀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한 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입을 열고 한다는 말이 이랬다. 「심심한데, 원피스 나 다른 만화들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이 새끼가?! 하여간 여전히 밉상이네. =SIDE 파츄리 노우렛지= 레미의 사죄를 받고 한다는 말이 심심하니까 만화책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이라니. 능청스러운 건지 아니면 특이한 건지 모르겠다. 저 모습을 보건데, 다행히 레미에 대해 악감정은 더 이상 없어 보이는 것 같고 몸 상태도 제법 좋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참 놀라운 건 저 악마의 마력이다. 하급 악마 주제에 상당한 마력양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지간한 상급 악마를 상회할 수준이었다. 근데 어째서 하급 악마인 거지? 다만, 마력의 양을 제외하고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하급 악마지만. 레미는 자신의 자존심을 구겨가며 사죄를 했지만, 루키드의 태도가 맘에 안 든 건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 루키드는 레미에게 한 번 죽을 뻔 했을 텐데, 어떻게 해서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걸까? 무서워하기는커녕 자신의 전 주인을 뺨칠 정도로 뻔뻔하니 말이다. 그래도 잘못은 이쪽에서 했으니, 나는 소악마에게 루키드의 부탁을 들어주라는 눈치를 준 뒤, 방을 나왔다. 내가 방에서 나오자 이어서 메이링과 사쿠야가 따라 나왔다. 그리고 소악마는 내 명령에 레미의 만화책을 가지려 갔으니 지금 저 방에 남은 건 루키드와 레미 뿐이다. 레미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서 루키드를 죽이는 걸 관둔 이유가 같은 취미를 공유할 상대라서 라니까 아마도 둘이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 쪽 화제가 되겠지. 하마터면 실수를 저지를 뻔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 관내에서 만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할 만한 상대가 없었으니까. 홍 메이링도 만화를 읽긴 하지만, 레미의 대화에 전혀 따라가질 못하니 저, 루키드란 악마야 말로 레미와 같은 수준으로 같은 화제를 공유하는 상대라 할 수 있겠지. 근데 공통점도 많구나. 둘 다 중2병에다 네이밍 센스 구리고 만화 좋아하니... 힘의 격차야 심하지만. 나는 한 번 방문 쪽을 돌아보고는 내 영역인 지하의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SIDE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이 심박수가 들리는가? 내 눈앞에 저 빌어먹을 꼬맹이 흡혈귀는 나를 죽이려고 한 장본인이야. 그런데 왜일까? 무섭거나 밉다는 생각 보다는 묘한 흥분감에 심장이 요동치고 있는 거다. 희한한 일이지만 실제로 그러고 있으니 어쩌겠나. 초연한 기분으로 이 흥분을 가라앉혀야지. 그런데 저 흡혈 꼬맹이는 왜 다른 녀석들처럼 방에서 나가지 않는 거야? 나랑 둘이 있고 싶은 걸까?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 흡혈 꼬맹이에게 플래그를 꼽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설렁 플래그를 꼽았다곤 하나 이제 10살 정도 되 보이는 애를 상대로 욕정 할 수도 없는 법이니 이거 참, 계륵이 아닐 수가 없네. 아키바 거리에 우글대는 수많은 오타쿠 동지들이라면 정말로 사치스러운 상황이겠지만, 나는 가슴이 있는 쪽을 좋아한다. 저 새하얀 피부나 빠져들 것만 같은 홍옥의 눈동자, 그리고 서구적이면서도 굉장히 앳된 얼굴. 로리콘이라면 몇 번은 모에사(死) 하고도 남을 정도로 귀여운 애지만, 실상은 나를 단숨에 죽이려 했을 정도로 잔혹한 흡혈귀란 말이지. 근데 그 갭이 또한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죽을 뻔 했지만. 「이봐,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몰히 하는 거야?」 「전국의 로리지온 동지들의 여신이 이 자리에 강림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어서.」 「로리지온?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하나도 모르겠어?」 뭐,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지. 하지만 내가 로리지온 같은 거나 떠올리고 있을 때, 레밀리아가 나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뻐금거렸었고, 겨우 꺼낸 말이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는 거라니. 실은 다른 화제를 꺼내고 싶었을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레밀리아는 어떤 만화를 가장 좋아해?」 「어떤 만화라니.. 그 보다 너, 내 이름 함부로 막 부르지마!」 내가 친숙하게 부르는 게 싫은지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 보이는 레밀리아. 하지만 메이드장처럼 아가씨라던가 파츄리님처럼 레미라고 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아니면 스칼렛님이라고 불려야 하나? 근데 나는 저 흡혈 꼬맹이한테 존댓말 하고 싶지 않다. 특히나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데엔 경칭 같은 건 생략하고 편하게 부르는 게 좋으니 불만스러워 하더라도 내 편한 데로 부를 거다. 「싫어, 난 이제 너를 편하게 부를 거야.」 「너, 또 나한테 반죽음 당하고 싶은 거야?」 「같은 취미를 공유할 동지끼리 상하관계는 아니지 않아? 보아하니 그런 쪽의 화제는 나 밖에 나눌 자가 없어 보이는데.」 「너 이 자식.. 눈치하난 좋네. 그걸 믿고 이러는 거야?」 「아니, 상하관계가 되어선 편하게 취미를 나눌 수 없을 뿐 더러, 나이를 봐도 내가 연상이니까.」 「연상이라니. 난 이래뵈도 500살이 넘었다고!」 「훗, 난 600살 넘었다.」 「뭐어!?」 내가 600살 넘었다는 말에 눈이 커다래지는 레밀리아. 솔직히 말하자면 사전에 저 흡혈 꼬맹이의 나이 정도는 조사해 뒀던 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다. 이 관에서는 가장 연상이었을지는 몰라도(소악마는 나이를 모르므로 제외) 내가 들어온 시점에서는 공개된 나이로 치면 내가 제일 연상이 된다는 거지. 뭐, 나이란 건 세월이 가면 저절로 먹는 거라서 내세울 만한 벼슬은 아니지만 이런 말다툼에서는 도움이 되지. 그러니까 짜샤, 나이로 치면 그쪽이 나한테 존대를 해야 한다는 거다. 뭔가 불만이 많아 보이지만 그걸 억지로 내색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한 레밀리아가 침음성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하!, 알았어. 편한 대로 부르라고, 특별히 용서해 줄 테니까.」 「그럼, 사양 않고.... 레미쨩~!」 「죽고 싶어???」 장난이었는데 소리를 빽 지르면서 요력을 올리는 레밀리아. 미안! 그렇게 화내지 말아줘! 그때, ‘끼익’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악마가 만화책을 겹겹이 쌓아서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고대하던 만화책이 왔어. 저거나 같이 읽으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내가 소악마의 만화책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레밀리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만화책 핑계로 은근 슬쩍 건방떤 걸 넘어가려고 하지 마.」 레밀리아의 얼굴은 삐쳐서 뚱해 보였지만 그게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절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러자 레밀리아는 ‘웃지 마!’라면서 항의했지만 그럴수록 귀엽고 우스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아예 소리 내서 웃어버리자 얼굴까지 붉히면서 화를 내는 레밀리아. 그 모습은 무섭다기 보다는 꼬마 애의 투정으로 보여서 웃긴 것이었다. 소악마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인다. 이전, 나를 죽이려 했던 레밀리아의 무서움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살기를 내뿜지 않는 레밀리아는 그저 보이는 그대로 작은 소녀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 겉모습이 중요한가 보다. 이래서야 레밀리아가 원하던 진정한 카리스마란 건 다 크고 난 뒤가 아니면 가질 수 없을 것 같구먼. 그런데, 영원히 어린 붉은 달이라는 이명이 있으니까 이대로 안 자라는거 아니야? 그렇다면 미리 애도를 해주자. 레미쨩 불쌍해~ 소악마가 내 무릎위에 만화책을 놔두고 가자, 한 동안 레밀리아와 단 둘이서 만화를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만화의 출처에 대해서는 참으로 다양했는데 가장 많이 유통되었던 경로는 그 덕력이 상당했던 야쿠모 유카리로 부터란다. 하긴, 그 요괴가 아니면 만화책을 구할 만한 데가 존재하지 않겠지. 나도 한번, 그 요괴에게 부탁을 해보면 어떨까? 라노벨이나 만화책 등 말이다. 워낙에 신출귀몰해서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그 쪽에서 찾아오길 바라지 않으면 안 되지만, 딱히 날 찾아올 이유가 없으니 바로 좌절 되 버렸다. * 레밀리아가 돌아가고 난 뒤, 전 주인이 찾아왔다. 마리사는 나를 보고 꼴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걱정을 했어나 보다. 그리고 파츄리로부터 나의 소유를 양도 받았다고 알려주면서 다 나으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당주인 레밀리아와의 관계는 몰라볼 정도로 개선되어 서로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 사이처럼 되었지만 그 빌어먹을 소악마와 요정들이 내 흑역사를 가지고 여전히 놀려올 것을 생각하니 더 생각 할 것도 없이 마리사 말대로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게 좋아 보인다. 마리사는 나와 몇 마디 나누고는 돌아가 버렸고 혼자가 된 나는 만화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 어느 덧, 병상에 누운 지 사흘이 지나고 나의 몸은 거의 완쾌돼 버렸다. 파츄리님의 마법 처방이 이 정도로 빨리 낳게 만들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다. 파츄리님의 말로는 자신이 한 것은 내 마력을 전부 치유 쪽으로 돌린 것뿐이라는데 이 정도면 엘릭서 수준이에요! 아무리 내가 악마라도 마력만으로 죽을 만치의 상처를 이런 단 기간에 나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파츄리님이 나의 소유를 마리사에게 양도했겠다. 나 역시 더는 여기에 있을 생각이 없으니 오늘로서 홍마관에 있는 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관내를 돌면서 작별 인사나 하고 나와야 겠다. 가장 먼저는 주인이었던 파츄리 노우렛지. 소소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에 도서관을 나오다가 보인 소악마에게 손가락 욕을 한 다음 침을 퉤~ 하고 뱉었다. 그 다음은 당주인 레밀리아 스칼렛. 아직 입고가 안 된 만화의 다음 내용에 대한 네타를 들려주고는 그 유카리란 요괴에게 부탁해서 얻으라는 말과 함께 당주의 방을 나섰다. 그 옆에 있던 메이드장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고 요정 메이드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기에 마지막으로 문지기인 홍 메이링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홍마관을 떠났다. * 오랜만에 마리사의 집에 돌아오자. 집은 완전 개판이 되어있었다. 잡동사니들은 더욱 추가되어서 거실 한 자리를 차지했고 바닥은 실험 유리병과 종이들로 어지럽혀 져 있어 발 디디기 힘들 정도다. 먼지도 상당히 쌓여있는 걸 보아 내가 나가고 난 이후,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게 분명하네. 나는 여자가 이렇게 까지 지저분하게 지내는 줄 마리사를 통해 첨 알았다. 아니, 여자 남자를 떠나 이 정도로 지저분하면 얼마나 집안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지 타고난 기질이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정말,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이런 여자는 가정적인 남자와 결혼해야 그나마 인간답게 살 타입이라서 그런 남자를 찾게 된다면 언제 한번 주선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홍마관에 취직했습니다.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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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노스케가 가정적인 남자던가?
루키드의 불행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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