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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츠라는 애를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리고는 그대로 방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계속 안고 있자니 이녀석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팔이 저려와서 였다. 얼른, 바닥에 앉히고는 애의 얼굴을 바라봤다. 베시시 웃고 있는 것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천사라고 하니까 새삼스레 내 자신이 악마가 맞긴 한 건지 의문이 드네. 악마 답지 못한 게 나다운 점이지만, 환상향에 오고 나서 줄 곧 가사일에다 알 수 없는 불행에 휘말려 엉망진창 당하고만 있었으니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 버릴 것만 같았다. 「오츠, 이리와.」 히로코가 오츠에게 이리오라고 손짓을 했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던 오츠가 히로코의 부름에 망설임 없이 뛰어가서 그 품에 안겨들었다. 「옳지. 착하지~.」 애 돌보는 건 내 일인데. 쩝. 뒤를 돌아보니 구미호는 다른 일손이 있어서인지 이미 자리를 떠나 없었고, 방엔 나와 히로코가 오츠와 놀아주는 행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얘 말고 다른 애도 있는 걸까? 「히로코. 여기 오츠 말고 다른 애는 없어?」 「아뇨. 카부토와 히노에라는 쌍둥이가 있어요. 그리고 란 언니의 애도.」 쌍둥이라. 여기에 얘 밖에 안 보이는데? 「다른 애들은 다 어딛는 거야?」 「아직 너무 어려서 혼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걸요.」 「근데 그 카부토랑 히노에는 얘랑 쌍둥이라며?」 「네. 그게.. 오츠만 특별한 거에요. 다른 남매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뗐어요.」 「어. 그래?」 이상하군. 얘만 유독 발육 상태가 좋다고 해도 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다른 남매가 걸음마도 못 떼고 있는데 혼자 뛰어 댕기는 수준인 걸까? 나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오츠의 모습을 살폈다. 아무리봐도 생후 30개월은 되 보인다. 그 요괴 현자의 딸이라 그런가? 요괴의 생육 따윈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나저나 그 유카리가 엄마라니. 도저히 상상이 안 되. 이 애는 엄마가 뀽뀽거리고 다닌다는 걸 알기나 할까? 여긴 다른 환상향이니 내가 알던 유카리와 같다고는 할 순 없겠지만, 마리사를 봐서는 완전 틀릴 것 같진 않다. 뀽뀽은 안거리더라도 데헷☆ 정도는 하고 댕기겠지. 보아하니 오츠의 상대는 히로코에게 맡겨놔도 될 것 같고, 이런 체질에 안 맞는 애 돌보는 일 보단 역시 주방에 들어가서 다가올 점식 식사 준비나 거드는 편이 좋아 보였다. 이래뵈도 내 요리 실력은 장난이 아니거든!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 자! 기운 넘치게 일어나 가볼까. 끄응. 고생을 하다보니 몸이 무겁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도 노인네 같은 신음이 새어나오니 말이다. 「부엌이 어느 쪽에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을래?」 나는 히로코에게 부엌의 위치를 물었다. 그러자 히로코가 오츠를 안은 상태로 일어나더니 복도에 상체를 내밀고 검지로 어딘가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모퉁이를 돌아서 가면 바로 보일 거예요.」 「그래. 고맙다. 이 오빠가 솜씨를 발휘해서 맛나는 요리를 만들어 줄께.」 히로코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알려줬던 대로 복도를 걸어나갔다. 그러니까 이 모퉁이에서 돌아가면 바로 보인다 이거지? 나는 군인들의 제식 처럼 각지게 방향을 틀었다. 바로 앞에 한눈에도 부엌으로 보이는 장소가 눈앞에 그 모습을 드려낸다. 싱크대와 찬장, 가스레인지에 냉장고. 현대식 주방이 나를 반겼다. 이곳에 와서 주방이라면 버섯 밖에 없는 부엌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부뚜막이나 홍마관의 실용성 없이 화려함만 강조한 주방이나 모리야 신사의 소박하지만 정겨운 부엌이 전부였으니 이 실용적인 근대의 부엌에 대한 감회가 아주 새로웠다. 여기라면 내 실력을 10분. 아니 100분이라도 발휘 할 수 있겠어! 팔을 걷어 붙이고 냉장고 속에 있는 식자재 부터 확인해 본다. 양상추, 파, 무, 당근 등등 조리에 응용하기 좋은 재료가 넘쳤다. 적당히 썰어진 고기도 확인했고, 선반위에 각종 조미료들도 확인했다. 드디어.. 홍마관에서 얻은 요리책이 그 빛을 발할 때다. 지금은 소지하고 있지 않으니 머리속에 입력해 있는 것 밖에는 조리하지 못하지만, 나는 요리에 관여해서 그 응용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대충 훑어본 식재료만을 가지고도 벌써 머리속에서 어떠한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견적이 나와 있었다. 남은 것은 손을 놀려 준비하는 것 뿐. 시간도 어느정도 지금 부터 준비하면 딱 점심 시간에 빠르지도 늦지도 않을 것 같았다. 흠흠. 기합을 주고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미리 다듬어서 손질한다. 피망과 당근을 채썰기 한다. 탁탁탁탁. 도마위에 식칼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요리에 전심전력을 다해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아빠아아. 엄마아아아.」 히로코가 돌보고 있을 터인 오츠가 나의 엉덩이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해왔다. 나는 그것을 바로 눈치 채긴 했으나, 양 손 모두 놀고 있지 않았기에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푹. 오츠의 이마가 나의 엉덩이에 세게 들이박아졌다. 「아흐앗.. 하으으으...」 엉덩이로 부터 올라온 전류가 내 뇌속을 난폭하게 휘저었고, 간신히 아물어가던 항문이 다시금 터져버렸다. 유출된 피가 차갑게 팬티를 적신다. 눈물나게 아픈데다 엄청 불쾌하다. 속으로 부터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근육이 끊어진 것 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린다. 그대로 무게의 중심을 잡지 못한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았고, 쥐고있던 식칼로 바닥을 찍었다. 「하아아.. 하아아.. 너 이새끼.. 내 엉덩이 건들지마!」 닳아버린 항문 처럼 마음 마저 닳아버린 나는 침착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오츠를 무섭게 노려보며 큰소리로 짜증을 토해냈다. 나는 상대가 아기라 할지라도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해소시켜야만 했다. 갑작스런 고함에 오츠의 얼굴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눈가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큰소리로 '으애애애앵' 하고 울부짖었다. 이 가라앉지 않는 울분이 지금의 나를 애나 울리는 미치광이로 만들어 놓았다. 그저 이 모든게 나의 항문을 걸레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재액 탓을 하면서 나는 울부짖는 아이를 책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 고함소리와 오츠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히로코에게도 소리쳤다. 「애 하나 똑바로 돌보지 않고 뭐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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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드 결국 빡쳤어요.
루키드 인성이 개판인 건 다 재액 때문이랍니다.
특히, 그 재액에서 겨우 벗어나 가장 예민해진 시기에 이쪽으로 차원 이동해 왔으니 이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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