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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면 되나?」 린노스케는 손에든 무거운 짐을 다다미가 깔려있는 방구석에 놓았다. 이걸로 이사는 끝이다. 마법의 숲에서 마시와 만난 지 2년이 지난 무렵이었다. 혼자 멋대로 독립해 나가 마법의 숲에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던 마시가 갑작스레 급사해 버린 아버지의 뒤를 이은 것이었다. 그에게 신세를 지고 있던 린노스케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마시를 도와 이삿짐을 옮기는데 손을 거들었고, 이제 막 모든 이삿짐을 옮겼을 때였다. 탁탁. 손을 털고 방을 나서는 린노스케에게 예쁘장한 시녀가 차가운 냉수가 올려 져 있는 소반을 들고 왔다. 「도련님 이삿짐 나르는 일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뇨. 별거 아닙니다.」 린노스케는 소반 위의 냉수들 짚어 들었고, 시녀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황급히 뒤를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다. 시녀의 수줍은 태도에 린노스케는 냉수를 들이키다 말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대하기 어려운 걸까?」 시녀의 속내를 모르는 린노스케는 시녀가 단지, 자신을 대하기 어려워 하는 걸로 결론 짖고는 잔에 담긴 냉수를 마져 들이켜 넘겼다. 찌르르르. 오늘은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려 나올 정도로 이날의 더위는 환상향 전역을 폭염으로 뒤덮었고, 그 더위 탓에 자기 일에 손을 놓고 축 늘어져 있는 한 남자. 이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키리사메 상점의 주인이 된 키리사메 마시가 손 부채질 하며 그늘진 툇마루에 팔자 좋게 누워있었다. 자신의 이삿짐은 친우인 린노스케에게 다 맡겨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니. 참 글러먹은 인간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본분마저 잊은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맡아갈 키리사메 상점의 주인으로 어떠한 물품들을 취급하며 그 거래 내역이나 상품의 품목들을 상세히 파악해 놓은 마시였다. 게으른 그에겐 그 게으름을 상쇄하고도 남을 눈썰미와 기억력이 있었다. 「후우─.」 입에서 숨소리가 길게 새어나왔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하고 몸을 일으킨 마시는 툇마루를 따라 걷다. 장지문이 열려져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일을 전부 도맡게 해서 미안해.」 「얹혀사는 신세라 밥값을 한 것 뿐이야.」 마시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뒷머리를 긁었고, 린노스케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이사짐을 풀어서 자신의 방에 적당히 채워 넣는 일 뿐이다. 이 일 만큼은 린노스케가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야만 하니. 이제 린노스케가 도울 일 따윈 없었다. 마시는 가까이 있는 짐 보따리 풀어 헤치며 말했다. 「수고했으니까 쉬도록 해. 방 정리는 혼자할 테니까.」 「그럼.」 무뚝뚝하게 대답한 린노스케는 그대로 방을 나왔고, 마시는 혼자 남아 묵묵히 짐 안에 물건들을 정리해 나갔다. 키리사메 마시는 더 이상 이전의 제멋대로인 그가 아니었다. 가출을 한 이후, 자유분방한 삶을 위해 가업을 내팽개치고 가족과의 연락도 끊은 채 살던 그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 후계가 없어 그대로 무너져 버릴 키리사메가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가업이었지만, 몇 대를 걸쳐 이룩해 놓은 키리사메 상점이 자신의 대에서 없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땀과 눈물,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된다면 그것은 죽어서도 갚지 못 할 죄다. 마시는 철부지이긴 하나 키리사메라는 이름에 담긴 의무를 끝내 져버리지 않았다. 담담히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후계자로서 집안을 이끌어가기로 결심했다. 마을에서 가장 큰 상회인 키리사메 상점은 앞으로도 번창할 것이고, 그 영광은 지속 될 것이다. 그것은 마시 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후손들이 영속시켜 나갈 위대한 계보였다. * 몇 백년 후. 린노스케는 몇 대를 걸쳐 마시의 후손들을 지키는 키리사메 가문의 없어선 안 될 반요로서 살고있었다. 그를 키리사메 가에 종속 시킨 것은 목숨을 구해준 선조에 대한 은혜와 그 선조와의 우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를 강하게 묶어 둔 것은 외로운 반요를 편견 없이 대하는 마시와 그 후손들의 따뜻한 온정 때문이었다. 그런 살가움이 있었으니까. 따뜻함을 느낀다. 그 따뜻함에 반요는 외로움을 잊고 안식을 얻었다. 그러나 요우키에 대한 그리움마저 잊혀 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틈만 나면 요우키의 소재를 찾기 위해 동서남북 분주히 떠돌아다녔고, 한 동안 떠돌아다니는 가 싶으면 어느 샌가 돌아와 키리사메의 혈육을 보호하며 돕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키리사메 가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평탄했고, 소소한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린노스케는 이대로 요우키를 잊은 채 그들과 함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옳은 길이라 생각했다. 허나,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요우키에 대한 갈증은 행복감에도 충족되지 않는다. 웃음 짓는 그 얼굴엔 쓸쓸함이 묻어난다. 야수와 같았던 눈은 이젠 온화함이 깃들어 있지만, 결핍된 애정을 갈구 하고 있었다. 무심하게 닫혀 진 입은 그 꼬리가 올라감이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열렸다 닫힌다. 린노스케에게 구애를 해온 처자들은 많았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이목구비는 그가 반요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최고의 인기남으로 만들어 놓았다. 젊은 처자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전부 그에게 고백을 해왔으나 그 누구도 린노스케와 이어지지 못했다. 돌부처도 울고 갈 목석같은 그의 마음은 그 어떤 아름다움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여자에 관심이 없는 남색가인 것도 아니었다. 대장장이의 아들인 슌스케의 고백도, 계집질에 질린 난봉꾼 코우타도 남색가로 유명한 쇼고도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질 못했다.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옷 위에서도 느껴지는 다부진 체격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연심을 훔쳐갔지만, 그는 암석 같이 요지부동. 오로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허락해 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천하의 카구야공주도 그 만은 홀리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이 환상향 어딘가에 전설속의 진짜 카구야공주가 살고 있을 테지만, 정말로 그녀조차 린노스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 할 것이다. 그만큼 린노스케는 철저하게 타인에 무심한 남자였다. * 추운 겨울을 목전에 둔 어느 가을 날. 시들어 버린 단풍잎이 열러진 가게 문 사이로 팔랑거리며 들어왔다. 주인을 대신해 가게를 보던 린노스케는 찾아온 손님의 인상을 살폈다. 키는 작으나 선 굶은 얼굴을 한 텁석부리 사내가 손님이었다. 그가 반가운 표정을 그리며 어느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오. 린노스케군 아닌가? 이거 마침 잘 되었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그토록 찾고 있다던 반인반령의 노검객에 대한 소식을 들고 왔네.」 린노스케의 눈에 작은 열망의 불길이 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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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써보네요.
이거 전편을 보러거든 검색창에 '순정 린노스케'로 찾아보시면 됩니다.
국내 동방 팬픽 최초(아마) bl 장르에 도전한 소설입니다.
조아라에 검색해 봐도 동방bl은 이게 처음인 걸 알고 놀랬음.
물론, 타가메 겐고로나 돈이 없어 같은 과격한 게 아닌 소프트한 bl을 추구합니다.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