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돌보라고? 잠깐. 난 애들 돌 본 경험 따윈... 아. 그 재앙이 만들어 낸 요정을 애라고 치면 영 없진 않구나. 근데 쉽지 않았지. 툭 까놓고 끔찍했어. 요정이 아닌 보통의 아이도 그럴까?
나는 심하게 고민 되었다. 여기서 딱 잘라 거절하기엔 기대하고 있는 구미호의 눈이 무섭웠다. 그렇다고 시원스레 '넵! 해보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싫다. 싫다고! 애 따윈 죽으라지.
「저기, 애를 돌 보는 일은 싫으신 가요?」
「아.. 아니요.」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니. 저기..」
으악. 실수다. 구미호가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오니 나도 모르게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본능이 발휘 된 것이었다. 어릴 적 부터 부모에게 조차 기대 받지 못한 나이기에 타인이 보내는 기대엔 무척이나 약한 나였다. 그래서 딱 잘라 거절 못한 것이다.
구미호는 따라 오라는 눈짓을 내게 보내고는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라도 거절해야 하나. 아 몰라.. 말 꺼내기가 어쩐지 굉장히 힘들어.
그러는 사이 거실 같이 넓은 방에 다다랐다. 그곳에 보이는 건, 금발머리를 한 생후 28개월을 더 됬을 듯한 여자애. 구미호를 보자마자 '마아아 - .'를 외치며 졸래졸래 걸어오고 있었다.
그대로 구미호의 품에 안겨든 애는 가슴팍에 머리를 부벼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저럴 때 한정으로 애가 부럽긴 부럽구만. 그리고, 애 말고도 애같은 여자 하나와 히로코.
「너, 날 보고 이상한 걸 떠올렸지?」
「왜 있냐?」
안내만 해주고 도로 집으로 갔을거라 여겼던 마리사가 제집인양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저런 도둑년을 머물게 해도 되는걸까? 나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물었다.
「여긴, 네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책을 훔칠거라고 생각한 거야?」
「내 입으로 훔칠거란 말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실토하는 군.」
「이-익!」
혼자 자폭을 해버린 마리사가 분을 못이겨 이를 내보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러니 애 취급 받는 거야. 허허허. 애를 돌보라고 한 건 저 마리사 상대를 해 달라는 뜻이었구만.
나는 자상한 아빠미소를 지어보였다.
「손님으로 있는 동안에 애를 돌보기로 했어.」
「어. 그래?」
나는 그게 사실이냐는 눈으로 쳐다보는 마리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에 서슴없이 손을 얹히고 쓰담쓰담 하려는 순간, 탁! 마리사가 불쾌한 얼굴로 재빨리 내 손을 쳐냈다.
「이 변태야! 누가 네 맘대로 내 머릴 만지래?」
「그러니까. 애를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그 말은?」
「그래.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재수없다는 듯이 눈살을 잔뜩 찌푸린 마리사에게 나는 엄지를 내세워 보이며 자신있게 말했다.
마리사 = 애
이 절대적인 공식에 반론은 없을 것이다.
봐. 마리사도 차마 부정해오지 않잖아. 대신이라지만 빠드득하는 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더해 마리사의 등 뒤로 이글이글하는 불이 타오르는 환각이 보이는데. 이거 혹시?
「이..이... 죽어 변태자식아! 마스터 스파크 ─ !!」
아─앗! 역시나 마스파 플래그 였어!
언제 맞아도 더럽게 아픈 엄청난 빛의 입자가 나의 전신을 뒤덮어갔고, 그 방대한 질량에 밀려 나의 몸은 뒤에 있는 장지문을 뚫고 그대로 복도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
아야야..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마당을 뒹굴고 있었다. 어째 이쪽의 마리사가 끓는 점이 더 낮은 거 같다. 겨우 그정도 놀림 가지고 갑자기 마스파라니. 이거 지나치게 폭력적이군.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구멍이 나 버린 집의 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전신이 쑤셔왔다. 그 보다도 항문에 재발한 통증이 나의 걸음을 더 뎌디게 만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놀릴 걸 그랬나?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애가 있는 방에 당도하자 구미호가 살짝 걱정하는 눈으로 내 몸상태를 물어왔다.
「괜찮으신지?」
「아하하.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나는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 대답하고는 뒤에 있는 마리사를 화난 얼굴로 쏘아봤다. 너 진짜 두고 봐. 버릇 없는 애는 엉덩이 맴매를 해주고 말테야!
그게 실현 될지 안 될지는 둘 째 치고, 아까의 마스파 때문에 항문의 상처가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 분해서 이렇게 나마 보복의 이를 갈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에 마리사가 검지로 눈 밑을 내리고 혀를 쭉 내빼며 메롱으로 응수해 왔다. 저거 시비거는 거 맞지? 어휴, 내가 조금 만 더 강했더라면 울고 불고 징징 짤때 까지 혼 줄을 내버릴 건데. 이 환상향은 힘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약자인 나는 그저 웁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어!」
나에게 얼굴로 조롱을 실컷 한 마리사가 시원스레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그런데 저대로 보내도 되는 걸까? 저 년이 낸 벽에 구멍이랑 부셔진 장지문은?
이거 순전히 사고는 자기가 쳐 놓고 수습은 니들이 하라 이거다. 저런 뻔뻔한 년을 봤나. 좋아! 결정했어.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면 그곳의 마리사를 엄청 속썩여 놔야 겠다.
별개의 인물이라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 돌아가면 마구 놀리고 성희롱 해버릴거야!
그런데. 진짜 저 부셔진 거 어떡하냐?
「이거 아무래도 도망가버린 마리사한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셔야 겠네요.」
나중에 귀가 할 그 바깥주인분이 보고 놀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담아 조심스레 물어보니 구미호는 고개를 조용히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지금 바로 고치면 되요.」
그러고는 정신을 집중하는지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진언을 외웠다. 순간 주변에 꿈틀거리는 느낌의 요력이 주변을 잠식한다. 나는 놀란 얼굴로 「아-.」하고 입을 벌리고 있자, 부셔졌던 장지분이 영상을 뒤로 감은 것 처럼 저절로 원상복귀하기 시작했다. 벽도 마찬가지 였다.
이게 무슨 요술이람?
COOOOOOOOOL!!! 개 쩐다! 부셔진게 원래대로 돌아가다니. 대단해! 저런 요술 하나 익혀두면 접시를 깨트려도 아무 문제 없겠어! 나 한테 꼭 필요한 술법이야.
나는 흥분을 드려내며 헐떡대는 목소리로 여쭈었다.
「지금 방금 하신 요술 어떻게 한 거예요? 저 배울수 있을 까요??」
그러나 구미호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콧잔등을 긁으며 나의 기대를 배신해 버렸다.
「유카리님이 집에 짜두었던 술식이 있어서 가능한 거라. 배우는 건 무리일 겁니다.」
네. 그렇겠지요.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습니다. 뭐든지 쉽게 쉽게 될 일이 없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흥!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고, 그런 나를 위로해 주려는건지 금발의 아기가 다다다 뛰어왔다. 그래, 넌 순진무구하고 착하구나. 이리오련~
나는 다 받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양손을 펼치며 그 아기를 품속에 안으려고 했다.
「오츠가 루키드 씨를 맘에 들어하는 모양이네요.」
구미호는 싱긋이 미소를 지었고, 나는 기운 차게 아기를 안아 올렸다.
으윽. 근데 이 녀석 생각보다 무게가 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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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에 대해 대략 생후 30개월 정도의 크기로 잡아놨는데
그 이상이면 이건 아기가 아니라 꼬마 숙녀가 되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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